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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견(自遣)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MP3 플레이어를 챙기며...

2011년 가을....

 

아침에 출근하며 MP3 플레이어를 챙긴다. 그리고 그것을 들으며 출근하는 시간동안 나는 세상과 약간의 단절감을 느낀다. 우스운 것은 그 막연한 느낌에 오히려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다. 들리는 건 음악 뿐이고 거리의 소음이 모두 사라진 느낌...걸음이 흐트러질 지경이다. 
 
정말로 소리가 사라진다면 그건 그것대로 살기 곤란할 것은 분명하지만...너무 소음에 질린 탓일까? 때때로 멍하니 넋을 놓고 걸을 때가 있다. 
 
나 역시 분명히 세속적인 인물이고 때로는 속물적인 성격이 나오기도 한다. 뭐, 분명히 그리 대단한 사상이나 정신세계를 가진 고고한 인물은 아니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런 나라도 주위의 쓸데없는 에너지의 흐름에는 좀 진력이 나는 것이다. 그 주위라는 것은 반드시 내 주위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넓게는 이 사회의 바보같은 흐름이랄까 산만한 환경을 말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여러 환경과 다양한 사람들을 겪어왔다. 일일이 불평을 하자면 벌써 예전에 문제가 나도 났겠지만 역시 나이를 헛먹는 것은 아니어서 나름대로 잘 적응해왔다. 나 역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왔다는 뜻이다. 다양한 캐릭터...
 
아마 본질적으로는 거의 다르지 않겠지. 단지 표현이나 내 속의 생각을 바꿔왔을 뿐이니까... 그러나 요즘 들어서는 그런 자신에 약간 짜증이 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뭐 일을 하려면 사람들과 어울려야 하고 (그 사람들 속에는 당연 싫은 놈들도 있겠지만..이 아니라 반드시 있다!) 또 그런 것이 사회생활이라는 것이다. 결국 먹고 살자면 세상과 타협해야 된다는 것은 내 속의 어른이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죽지 않은 내 속의 아이란 녀석은 그것이 꽤나 싫은 것이다.
 
그렇다. 내 속에는 어른과 아이가 공존하고 있다. 일할 때는 어른이란 녀석이, 개인적인 시간을 보낼 때는 아이가 튀어 나온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아이의 행동이 위축되기 시작했다. 아니 바꿔 말하자면 둘의 밸런스가 흐트러진 느낌이다. 결국 어른 쪽이 제대로 성과를 만들어내지 못했고 그 여파가 아이의 활동에까지 미친 것이다. 그 과정을 말하자면 뭐 누구 탓을 할 것이 아니지만... 아무튼 내가 더욱 좋아하는 것은 아이 쪽인데 그 쪽이 가물가물하니 문제인 것이다.
 
어른 쪽은 단지 돈을 벌고 사회적인 포지션을 가지기 위한 것일 뿐인 것이 사실이다. 일종의 타협이다. 양복 입고 넥타이 매고 어른스럽게 말하며 허세를 부리는 것이다. 결국 그것이 사회인이다. 남의 돈 받고 살자니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일상을 벗어나고자 몇번의 일탈을 계획했지만 모두 실패하고 말았고 그것이 역으로 나를 더욱 곤경으로 몰아 넣었다. 이래서야 어른 쪽도 제대로 활동했다고 말하기 어렵지 않은가.
 
그래서 가끔 생각에 빠지곤 하는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 어른과 아이를 나누며 살기 시작했을까. 또 언제부터 다양한 캐릭터의, 다양한 가면을 쓰며 사람을 대하기 시작했을까 생각한다. 그 모든 것이 나이지만 또한 내가 아니다. 도대체 언제부터였을까...
 
어른과 아이를 책임감으로 구별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글쎄 그 책임감이라는 것도 경우 나름이지 않을까?
 
아무튼 요즘 꽤나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아니 하려고 하고 있다. 그러고보니 그 동안 바쁘게 지내오며 제대로 생각을 하며 지내지 않았다는 자책감도 든다.
 
그래서 20년 전에는 워크맨을 썼듯이 이제는 MP3 플레이어를 챙겨 음악을 들으며 세상과 나를 일시적으로 단절시킨 후... 생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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