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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djxjxje1 님의 서재입니다.

층간소음으로 연기천재가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근복앙
작품등록일 :
2023.10.15 20:39
최근연재일 :
2023.11.16 23:16
연재수 :
33 회
조회수 :
2,234
추천수 :
64
글자수 :
214,268

작성
23.10.16 21:05
조회
104
추천
2
글자
11쪽

연기의 신전(2)

DUMMY

만약 이 세상에 연기의 신(神)이란게 존재하고, 만약 그가 나를 이 곳으로 이끈 장본인이라면···


[#테이크1022 완성도 측정 중···]

.

.

.

[45%!]

[클리어 실패로 인해 테이크1023에 돌입합니다.]

[*모든 씬을 클리어하지 않으면 ‘신전’에서 탈출할 수 없습니다.]


“···..”


나는 그를 저주할 것이다.



#



침묵도 잠시,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화에 미친듯이 소리를 질렀다.


“못 해! 못 한다고!”

“다 집어치워!”

“으아아악!”


손에 잡히는 대로 온갖 물건을 던지다 스스로 부치는 힘에 털썩 주저앉았다.


“허억··· 허억!”


고함을 질러서 그런지 순간이나마 속이 게워지는 것 같았다. 허나 얼마 안 가 그 자리를 절망감이 대신했다.


“제발··· 누가 날 좀 꺼내줘···”


맥아리가 풀렸다. 몸이 무의식적으로 뒤로 넘어갔다.


벌러덩


교실 바닥의 차가운 한기가 느껴진다.

여름 같은 더운 날씨가 아니라면 계속 누워 있다가는 감기에 걸릴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몸을 일으키지는 않았다.


“차라리··· 아프기라도 했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내가 들어와 있는 이 ‘신전’ 은 모든 게 고정되어 있는 신비의 공간이었으니까.

내 몸 상태도, 시간도, 그리고 사물 및 배경도.


#테이크 1022라는 긴 시간 동안 깨달은 사실이었기에 나는 일어나지 않았고, 오히려 더 시원함을 만끽하고자 몸을 축 늘어뜨렸다.


속에 쌓인 열기가 차가움을 만나니 조금이나마 풀리는 것 같았다. 답답한 게 덜해졌다.


고개를 슥 올려 천장을 바라본다. 그대로 좌우로 한 번씩 돌리자 교실 속 창가와 맞은 편 벽이 눈에 들어왔다.

꼼짝없이 덫에 갇힌 쥐 신세. 또 다른 말로는 감옥이다.


‘처음에는 연기를 할 수 있어 좋아했지만··· 이런 곳일 줄이야.’


이곳이 그리 호락호락한 곳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은 금방이었다. 차곡차곡 쌓여가는 테이크의 숫자에 우울함을 느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연기의 신전을 정의 내리자면 딱 한 마디로 이야기 할 수 있다. 연기의, 연기를 위한, 연기에 의한 장소.


배가 고프지도 않고 졸리지도 않으며 동시에 어떤 난동을 피워도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오는 공간.


이는 내가 오랜시간 별의별 짓을 통해 알아낸 사실이었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도망치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부상까지 각오하고 창 밖으로 뛰어내리까지 했으니, 순도 100프로의 진실이라 할 수 있었다.


‘다리 한 짝은 부러질 줄 알았는데 눈 떠보니 다시 이곳이었지.’


벌벌 떨면서 뛰어내렸던 기억이 떠올라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지었다.


아무튼 그 이후로 깨달은 사실은 하나였다.

이 곳에서 탈출하려면 홀로그램이 시키는 대로 연기의 완성도를 최소 70퍼까지 올려야 한다는 것.


추측컨대 그래야 다음 숏으로 넘어가고 마지막 씬까지 도달해, 추후에는 이 곳에서 빠져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때부터 다시 마음을 다잡고 끈기있게 도전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연기에 대한 열망이 가득해, 실패해도 원인을 찾고 연구하면서 어떻게든 시도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 못 갔지.’


한 줄짜리 대사를 백, 오백··· 아니 천 번이 넘어갈 때까지 실패를 하자 처음처럼 도전할 수가 없었다.


열망이고 자시고, 간단한 대사하나 성공하지를 못하니 미쳐버릴 것 같은 것이다. 게다가 지금은 [안녕? 내 이름은 하건우야···]라는 대사만 들어도 알레르기에 걸린 듯 경기가 날 정도다.


“후우우, 바깥에서는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의욕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궁금함이 물씬 피어올랐다.


“바깥 시간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이 곳에서는 시간이 고정되어 알 수가 없었다.


“2주 정도 흘렀을까? 아니면 3주?.... 한 달? 두 달?”


마지막 뱉은 말에서는 나도 모르게 몸서리를 쳤다. 불안감이 가득 몰려왔다.


내가 이 곳에 갇혀 못 느껴서 그렇지, 정말 몇 개월이 지난 상태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파도처럼 일렁였다.


머릿속이 좌초된 난파선처럼 이리저리 흩어지고 박살났다. 그 순간 불현듯 어머니에 대한 걱정이 부서진 잔해 속에서 급물살을 타듯 떠올랐다.


‘엄마... 병원비는 어떡하지?’


내가 군대를 전역했을 때쯤 사고로 뇌손상을 입어 깨어나질 못하고 계신 어머니다. 친인척이라고는 나를 제외하고 아무도 없었고, 심지어 가끔씩 호흡까지 불안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했다.


그래서 매달 200만원이라는 비싼 요양비를 내고 간병인까지 고용한 것이건만... 만약 병원비를 못 내게 된다?


‘···.!’


그렇게 되면 요양병원에서는 유일한 연고자인 나를 찾을 테고, 내가 이 곳에 있어 연락이 닿지 않게 되면, 분명히 어머니를 사회복지 시설이나 어디 낙후된 곳으로 보낼 것이다.


그들은 생명을 살리는 의사이지만 동시에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주의의 노예이기도 했으니까.


“안 돼.”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턱 끝까지 차오른 경각심에 몸을 벌떡 일으키며 홀로그램을 노려봤다.


여전히 대사를 띄우면서 내 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 가증스러웠지만, 지금은 그런 것 따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 정도로 마음이 다급했다.


'어머니!'


지금 이 순간에도 바깥 시간은 흐르고 어머니는 어디론가 실려가실지도 모를 상황이기에, 그러기에 최대한 빨리, 아니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한다.


꽈악


나는 이를 악물며 소리질렀다.


“액션!”


동시에 다시금 움직이는 사람들을 향해 첫 대사를 내뱉었다.


“안녕. 내 이름은 하건우야··· 좋아하는 거나 취미는 딱히 없어.”


1023번째 시도다.


그리고···

.

씬1, 테이크1250

.

.

씬25, 테이크358

.

.

.

씬89, 테이크81

.

.

.

[···측정 중.]

[71%!]

[씬200, 테이크1 달성!]

[축하합니다 모든 씬을 클리어하셨습니다.]

[‘두드려라 열려라, 청춘!’ 클리어 타임: 525,600분, 총 누적 테이크: 103,890번]


나는 약 10만번의 액션끝에 빠져나올 수 있었다.


“해냈다!”


눈물이 차올랐다.


#


[현실 세계로 복귀합니다.]


마지막 씬이었던 ‘삼양 극장’의 풍경이 점차 사라져간다. 세상이 하얗게 물들고 얼마 안 있어, 내가 맨 처음 문을 두드렸던 윗집이 보인다.


303호.

층간소음 때문에 찾아간 방이자 이번에 알게 된 연기의 ‘신전’으로 들어가는 입구.

원래 세상으로 돌아온 나는 그 문을 지그시 노려봤다. 그리고 등을 돌려 어두운 밤하늘을 향해 목청이 터져라 소리쳤다.


“나는 자유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동시에 신이 나 미친듯이 몸을 흔들었다.


“드, 드디어 탈출했어! 으하하핫!”


하지만 기뻐하는 것도 잠시, 현실로 돌아오는데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는 생각에 어머니에 대한 생각히 다급히 떠올랐다.


‘병원에 가야 해!’


가만히 들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당장 어머니 상태가 어떤지 그리고 만약 병원에 안 계신다면 어디로 보내졌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불안감에 쿵쿵 뛰는 가슴을 부여잡으며 빌라를 단숨에 빠져나왔다.

멀리 있는 사거리까지 뛰어가며 주변에 지나가는 택시가 있나 계속 두리번거렸다.


“헉헉!... 허억!”


하지만 거리에 사람이 보이질 않고 고요함만이 가득했다. 정황상 새벽인 것 같았는데 큰 대로변까지 나와도 택시가 보이지를 않아, 결국 이를 악문 채 다시금 뛰어가기 시작했다.


가만히 택시를 기다리기에는 1분 1초가 다급했다.


‘어머니가 계셨던 병원까지 버스로 10분 거리니, 빨리 뛰면 30분 내에 도착할 수 있어!’


그렇게 뛰어가기를 한참.

어느덧 두 뺨을 긁고 지나가는 밤공기가 뜨겁게 예열될 때쯤, 나는 간신히 병원에 도착할 수 있었다.


몸에는 땀이 흥건했고 자꾸만 앞머리가 눈 앞에 달라붙어 시야를 가렸다. 하지만 죄다 무시하고는 병원 문을 확 잡아 당겼다.


-탕탕!

“뭐야?”


허나 바로 열릴 거라는 기대와 달리 잠겨 있는 문.


나는 다급한 마음에 두어번 더 당겼는데, 문득 지금이 한밤중이라는게 떠올라 바로 건너편의 응급실로 다가갔다.


‘바보 같기는!’


사람이 여유가 없으면 시야가 좁아진다고··· 딱 나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정신을 차리고는 재빨리 응급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러자 천장에서 내리꽂히는 백열등과 함께 한산한 내부가 눈에 들어왔다.


'원무과, 원무과... 저기 있다!'


단숨에 다가가자 그 안에는 피곤했는지 의자에 몸을 기대고 있던 직원이 고개를 떨구고 있었다. 평소였다면 조용히 말을 걸어 깨웠겠지만, 지금은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기에 두 손으로 데스크를 탕! 내려치며 말을 뱉었다.


“헉헉··· 송미숙씨 어디에 있습니까?”

“앗 깜짝이야! 뭐라하셨어요? 제가 피곤해가지고 다시 말씀을···”

“송미숙씨! 어디 있냐구요? 지금!”


거친 말도 말이지만 내 일그러진 표정이 그를 당황케 했는지, 직원이 침을 닦다 말고 컴퓨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환자 검색을 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몇 초 후 그가 내게 하는 말.


“502호 일반실에 계시는데요?”

“네?”

“가족이세요? 송미숙 환자랑 어떤 관계이시길래, 그런데 지금은 면회시간이 끝나서...”


무슨 말인지 이해가 되질 않아 몸을 앞으로 내밀자, 직원이 말을 하다 말고 코를 콱 부여잡았다. 달려온 내 몸에서 난 땀 냄새를 맡은 양인지 얼굴을 찌푸린 그가 다시금 말했다.


“윽, 아무튼 가족이셔도 지정 보호자를 제외하고는 면회 시간 이외에 방문 불가합니다. 그러니 해당 시간에 다시 오세요.”

“잠깐만요, 그 말은 아직 송미숙씨가 병원에 있다는 거죠?”


그의 얼굴 위로 아리송한 표정이 둥실 떠올랐다.


“그야 아직 퇴원 수속을 안 밟으셨니 있는 거겠죠?... 심지어 어제 오후에 병원비도 가족분이추가납부했다고 적혀있네요.”

“병원비를··· 어제 오후?”


순간 머리에 무언가가 쿵! 하고 떨어졌다. 비현실적인 ‘신전’에서 받았던 전격보다 더한 충격이 몸을 뒤덮는 것 같았다.


'병원비를 어제 오후에 냈다니 이게 무슨...'


심지어 가족은 나밖에 없다.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휘몰아치며 다시금 원무과 직원에게 무언가를 물어보려고 입을 열 때,




갑자기 나를 스치고 지나가는 어떤 아주머니의 하품소리가 귓가를 스쳤다. 연이어 나오는 그녀의 중얼거림에 입이 다물어지는 건 순식간이었다.


“하아암, 졸려라 그러고 보니 오늘이 만우절인가?”


만우절.


원무과 직원에게 더 물어볼 필요도 없었다. 내가 물어보려 했던 건 고개만 살짝 돌려도 바로 보이는 복도 옆 전자시계가 알려주고 있었으니까.


“진짜로... 4월 1일이야. 그것도 2020년.”


입이 턱 밑까지 내려가는 건 순식간이었다. 왜냐하면 4월 1일, 즉 만우절날은 나홀로 비어블루스 알바를 끝마친 날이며, 동시에 내가 층간소음을 느끼고 ‘신전’으로 들어가게 된 날이었으니까.


그리고 전자시계가 보여주고 있는 현재 시간 AM03:15


나는 분명 새벽 2시쯤에 씻고나와 침대에 누웠다. 그러다가 윗집이 쿵쿵대서 2시 반쯤에 올라갔었고,


그리고..


'집에서 이 병원까지 뛰어서 30분이었지.'


‘설마?’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아예 시간이 흐르지 않은 거야?”


다리가 휘청 풀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 작성자
    Lv.42 g2******..
    작성일
    23.11.05 09:32
    No. 1

    저한마디를 10만번만에 성공..그것도 배역에몰입해서 어떤심정으로 대사를쳐야되는지 생각한것도아니고 엄마때문에 급하게했는데 성공한것도 신기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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