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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내 힘 돌려줘요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가시멧돼지
작품등록일 :
2021.09.03 13:06
최근연재일 :
2022.11.14 0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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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48,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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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6.21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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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131. 위장 (6)

DUMMY

131.


한가을. 자기가 우주 최고의 권력자가 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슈퍼에고]에게 실컷 이용당하다 신인류에게 종의 패권을 넘겨버린 인류 최악의 빌런.


나라를 팔아먹은 인간을 매국노라 한다면, 인류라는 종을 팔아먹은 작자는 뭐라 불러야 할 지 고민하는 가운데, 내 방에선 한가을의 유일한 여동생 한겨울이 걸어나오며 물었다.


“누구야? 설마 유아라는 아니지?”


“... 야. 걔 이름이 지금 왜 나와.”


“그럼 누군... 헉! 이 새끼가 왜 여기 와 있어?”


“... 나야 모르지. 일단 직접 한 번 물어보게, 조용히 있어 봐.”


한겨울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나는 인터폰을 켰다.


“... 누구세요.”


- 저는 매지시아 컴퍼니의 이사 한가을이라고 합니다. 혹시 이곳이 권민성 헌터님 댁 맞으십니까?


“... 맞는데요. 이곳엔 왜 찾아오셨죠.”


-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들여보내주실 수 있습니까?


내가 한겨울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녀석은 입을 뻐끔거리며 입모양만으로 말한다.


‘난 괜찮으니까 저 색... 아니. 저 인간이랑 얘기해도 돼.’


‘... 진짜 괜찮냐.’


‘나 진짜 괜찮다니까? 나 니 방에 숨어 있을 테니까... 한가을 저 새끼가 개소리 하면 걍 줘 패버려. 알았지?’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쪽-


내 볼에 입을 살짝 맞추고 방 안으로 살금살금 들어가는 한겨울.


“...”


나는 내가 이런 상황에서도 웃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는 걸 새삼 깨달은 채, 문을 열었다.


덜컥-


“안녕하십니까. 권민성 헌터님.”


문을 열자, 초여름에도 롱코트를 쳐입은 상당한 외모의 미남자가 사근사근한 미소로 내게 인사한다. 천하에 둘도 없는 개새끼가 말이다.


---


내가 입원했던 건 어떻게 알았는지, 퇴원 선물이라며 알로에 음료수를 식탁에다 올린 한가을. 녀석은 나와 마주앉아, 단도직입적으로 이야기를 꺼냈다.


“권민성 헌터님을, 저희 매지시아에서 스카웃하고 싶습니다.”


“...”


“갑작스러운 스카웃 제의라 당황하시는 것도 이해가 갑니다. 허나 이니시움 아카데미 시간강사보다는, 매지시아 이사직이 더 메리트가 있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거였나. 이 녀석, 역시 전쟁을 준비하고 있다.


군사 우르르르 몰려가서 차지하고 싶은 곳에 자기네들 깃발 딱 꽂는 것은 땅이 중요하던 옛날의 전쟁이다. 돈? 애초에 코인은 우주연합 신뢰도에 의존하는 가상화폐다. 더더욱 관심 외의 개념이다.


[1차 기업대전]도 그렇고, 현대의 전쟁은 상대의 마나를 0으로 만드는 싸움이다. 기업이 보유한 각성자들의 목을 따고, 마나석 공급을 끊고, 보유한 마나석의 효율을 늘리는 시설들을 파괴하는, 그런 싸움.


결국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중이떠중이 몇백 명보다 제대로 강한 무력을 가진 1명이고.


“세계의 판도가 뒤바뀌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우주연합이 1등일 순 없다는 걸, 누구보다 잘 아시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한가을은 나를 데려가고자 하는 거다. 내가 가진 무력은 이미 증명돼 있으니까. 물론 난 한가을 이 개새끼 밑으로 들어갈 생각은 추호도 없다.


오히려 난 지금.


“... 매지시아 이사 자리. 고작 열여섯 살인 저에게는 과분한 자리인 것 같습니다.”


꾸욱-


주머니에서 마나 사브르를 꽉 쥔 채, 이 녀석이 빈틈만 보이면 언제든 죽여버릴 각만 재고 있다. 물론 이 새끼도 이 우주에서 손에 꼽는 강자인 만큼, 내 앞에서라도 빈틈은 거의 노출하지 않는다.


오죽하면... 박준 사부가 이 녀석 손에 죽었겠는가. 물론 정신적으로 많이 약해진 상태였지만, 그마저도 한가을이 의도한 바.


이 녀석은 정말로 ‘강하다.’


“과분하다니요. 저희 매지시아에서 나이는 고작 숫자일 뿐입니다. 제 생각에 권민성 헌터님은 3000명의 헌터 중에서도 최상위권이시고, 그만한 대접을 받을 충분한 능력이 있으십니다.”


“...”


“일이 잘 풀린다면, 또 앞으로 저희 매지시아와 생사를 같이 한다면 더 높은 자리를 약속해드릴 수도 있습니다.”


“... 감사한 제안입니다만, 정중히 거절하겠습니다. 지금 하는 일도 마음에 들거든요.”


“...”


입술에 손가락을 얹고 고민하는 한가을. 지금 이거... 빈틈인가?


빈틈이다.


“흐음... 이런 말씀은 가능하면 안 드리려 했는데...”


나는 주머니 속 마나 사브르를 꽉 쥐고 검로를 읽는다. 한가을의 왼쪽 쇄골에서 오른쪽 치골로 베어내는 경로가 완전히 무방비. 녀석을 단번에 즉사시킬 수 있다. 그리고 손을 주머니에서 빼려던 찰나.


“[유니온픽] 영상을 봤습니다. 제 동생 겨울이랑 같이 계시더군요.”


“... 예?”


“권민성 헌터님은 모르셨겠지만, 한겨울은 저희 매지시아 한씨 가문의 막내딸입니다. 봄여름가을겨울. 제 하나뿐인 동생이죠.”


... 젠장. 순간 움찔한 사이에 한가을이 노출한 빈틈이 사라졌다.


다음 기회를 노려야 하나 했지만, 이내 깨닫고 말았다. 이 녀석이 ‘나 죽여 보시오’ 하고 목을 내밀더라도, 지금의 나는 이 놈을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외람된 말이지만, 저희 겨울이랑은 어떤 사이신지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유니온픽]을 보러 타행성까지 갈 정도면 평범한 사이는 아니신 것 같은데...”


“...”


“혹시 저희 겨울이랑... 연인 관계이십니까?”


“...”


인류 최대의 적 중 하나를 눈앞에 두고도, 나는 망설이고 있다. 이 녀석이 단지 한겨울의 오빠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말이다. 괜찮다고 말했지만... 가족의 연이라는 게 생각만큼 그렇게 쉽게 끊어지는 게 아니니까.


“실례가 안 된다면 매제라고 불러도 되겠습니까?”


아주 대놓고 개소리를 하며, 빈틈투성이인 한가을을 눈앞에 두고도 내가 아무 것도 못 하는 무력감을 느끼던 바로 그 때.


“듣자듣자 하니까 더 이상은 못 듣겠네. 야. 이 개 쓰레기 새끼야! 누가 니 동생이고 누가 니 매제야!”


지이이잉-!


순간 내 방에서 쏘아진 [빛]이, 방문을 뚫고 한가을의 어깨마저 관통한다. 피를 철철 흘리며 신음을 흘리는 한가을. 허나 더 이상 녀석에게 방심 따윈 없다.


우웅-


한가을은 부상당한 상태로도 침착하게 마나를 끌어올리고, 순식간에 전투태세를 만반이 한 뒤 내 방 쪽을 노려본다.


“... 누구냐?”


“누구냐고? 나다!”


내 방문을 활짝 열어제끼며 등장한 한겨울. 한가을은 아주 잠깐 놀란 기색을 비쳤지만, 이내 비릿하게 웃었다.


“... 오랜만에 만난 친오빠한테 하는 인사치고는 꽤 거칠구나. 겨울아.”


“그 입 닫아. 누가 내 친오빠래? 난 너 같은 오빠 둔 적 없어.”


“... 너무 오래 떨어져 생활하더니 오빠 얼굴도 잊은 거냐? 이니시움을 졸업만 해. 아니. 졸업할 필요도 없어. 네 남자친구를 매지시아로 데려와. 그럼 언제든 우리 가족은 다시 너를-”


“좆까. 9년 동안 한 번도 안 찾아와놓고 이제 와서 가족? 개좆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내가 니들 가족이라는 증거 있어?”


“...”


“왜? 가족이라며? 그러면 이 우주에 증거 하나쯤은 있을 거 아냐?”


“... 증거는 당장 유전자 검사만 해도 나온다. 겨울아. 그리고 알잖아. 그 때는 다 우리 가족 모두를 위해서였어. 버림받은 느낌이 들었다면 내가 사과-”


“착각하지 마. 니들이 날 버린 게 아냐. 내가 너희를 버린 거지.”


“...”


치지지직-


한겨울과 신경전을 벌이는 그 짧은 틈에 자신의 ‘홍염’으로 어깨의 상처를 지진 한가을. 역시 무서운 녀석이다. 이 순간까지도 빈틈이 없다. 물론 상처 입은 상태인 만큼 내가 전력으로 덤빈다면 죽일 수는 있겠지만, 그랬다간 녀석은 무조건 한겨울과 동귀어진한다. 왜냐면 분노한 한가을 역시 한겨울을 죽이려 하고 있지만, 그 가운데서 내가 눈을 시퍼렇게 뜨고 있어서 그러지 못하고 있는 상태니까.


‘이 여자 죽이면 너도 죽어.’


‘날 죽이면 쟤가 죽을걸.’


어느 순간부터 신경전의 주체가 나와 한가을로 바뀌며 서로 말없이 노려보는 가운데, 먼저 입을 연 건 한가을 쪽이었다.


“... 아무래도 오늘 이야기는 이렇게 결렬되는 듯하군요. 권민성 헌터님. 나중에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아니. 넌 그냥 꺼져서 영원히 찾아오지 마. 나랑 다시 한 번 마주친다면 내 손으로 너 죽여버릴 거니까.”


“... 여자친구분이 입이 험하시군요. 이만 가겠습니다.”


그리 말하며 [행성간 순간이동 키트]를 꺼내는 한가을. 그 모습을 노려보던 한겨울이,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야. 한가을. 너 가기 전에 하나만 묻자.”


“... 뭡니까?”


“아버지 혼수상태 된 거, 여름이 언니랑 봄 언니 요즘 소식조차 안 들리는 거, 다 너새끼 때문이냐?”


한겨울의 질문에 눈빛이 한 층 날카로워지는 한가을. 그는 잠시 한겨울을 노려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외부인한테 가정사를 말해줄 이유는 없는 것 같군요. 다음 일정이 있어서 이만.”


슈우우우-


순식간에 한가을이 사라지며 방 안에 가득 차 있던 살기가 흩어지기가 무섭게, 한겨울이 화가 가득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개자식. 9년 동안 한 번도 안 찾아오더니, 갑자기 나타나서 가족 운운하고 있네. 야. 권민성. 저 녀석 빈틈 보이는 순간 그냥 베어버리지 그랬어.”


“... 미안. 빈틈은 있었는데... 순간 좀 망설여졌어.”


“망설여? 왜? 쟤 우주 최고 개새끼라며.”


“... 왜긴. 개새끼여도, 니 가족이잖아. 내가 저 녀석 베었을 때, 혹시라도 너가-”


“야!”


순간 소리치는 한겨울. 녀석은 내 얼굴을 똑바로 보며 내게 다가오더니, 내 양 볼을 손바닥으로 누르며 말했다.


“권민성. 아니. 민성아. 난 있잖아. 널 좋아해. 어쩌면 난 나 자신보다 널 더 좋아하고 있을지도 몰라. 왠지 알아?”


“... 왜인데.”


“다른 무엇보다, 너랑 있는 시간이 제일 안심되고 행복하니까. 너는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이니까.”


그리 말하며 볼에서 손을 뗀 한겨울은, 이번엔 내 가슴께를 꽉 끌어안았다. 녀석이 작은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런 너한테 있어서... 난 힘이 되고 싶지, 짐이 되고 싶진 않아. 너의 결심이 되고 싶지, 망설임이 되고 싶지는 않아.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 때문에 고민하지 마. 나는 언제나 널 좋아할 거니까.”


“...”


“대답. 나 때문에 고민하지 않기로 한 거다?”


“... 응.”


“그래. 그럼... 아까 하려던 거 마저 해야지.”


“... 아까 하려던-”


“조... 조용히 해 봐.”


순간 은근슬쩍 내 등에서 손으로 깍지까지 끼며 세개 끌어안은 한겨울. 뒤뚱뒤뚱 걷는 녀석의 발걸음을 따라 내 발도 움직이는 가운데.


쿵-!


어느덧 내 방까지 들어와 [빛]으로 구멍 뚫어 문을 닫는 한겨울.


풀썩-


녀석은 몸을 기울여 나를 침대에다 밀어뜨리고선, 내 몸 위에 올라탄다. 그리고서는 갑자기 몸을 숙여 베개맡을 뒤진다. 가슴이 얼굴에 닿아 나도 모르게 고개가 돌리며 물었다.


“너... 너 뭐 하냐.”


“자... 잠깐만 기다려 봐. 아. 씨. 이거 어디 있어... 진짜...”


왠지 모르게 목소리가 떨리는 한겨울. 그리고 녀석이 몸을 다시 일으켰을 땐.


“고... 고민하지 않기로 한 거다...?”


“...”


녀석은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로, 비타민제 비슷한 것을 들고 있었다.


작가의말

늦어서 죄송합니다 ㅠ

공모전 기간이 끝나서 이제 다시 정상 영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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