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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드 님의 서재입니다.

골키퍼가 골맛을알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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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지드
작품등록일 :
2022.09.30 14:45
최근연재일 :
2023.01.17 17:49
연재수 :
3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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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96,220

작성
22.09.30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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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제1장. 무실점 행진

DUMMY

<글을 연재하기에 앞서>


이번에는 조금 더 어그레시브한 민우의 모습을 그려보고 싶습니다.


-------------


제1장. 무실점 행진


오후 2시에서 3시로 넘어가는 시간,

도시는 몽유병 환자처럼 힘겹게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딸랑.


서울시 마포구 성미동 어느 한 치킨집의 문이 열리고 한 육중한 사내가 들어섰다.

헤어진 축구공을 어깨에 멘 채였다.

문 옆에 세로로 된 나무 명판에 성미동 조기축구회란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영업준비를 하기위해 의자를 탁자 위에 올려놓고 마대자루를 밀고 있던 치킨집 사장 박성배는 흘끗 뒤를 돌아본다.

하마터면 마대자루를 놓칠 뻔했다.


2미터에 육박할 듯한 큰 키에 온통 근육덩어리.

팔뚝에 문양대신 여기저기 칼자국이 분명해 보이는 흉터들.

그러나 이보다 더 오싹했던 건 그의 텅 빈 눈...


‘한강대교로 투신하러 가는 사람이 이런 눈빛일까?’


박성배는 그런 눈이라고 생각했다.

얼굴은 멀쩡하게 생긴 청년이 어쩌다가...


“저기 아직 영업전인데요. 죄송합니다.”


어서 이 사내를 내쫓고 싶었다.


“아, 아니, 저는 단지... 조기축구회...”

“아, 그럼?”

“네, 저는 골키퍼를 조금...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골키퍼요?...”


박성배는 말을 잇지 못했다.

피지컬이 좋은 것도 정도가 있지, 도저히 날랜 골키퍼를 상상할 수 없는 체격이었기 때문이었다.

아무래도 이 청년은 방향을 잘못 정한 것 같았다.


‘격투기 쪽으로 나갔어야...’


“제가 골키퍼를 조금... 합니다. 초등학교 때 핸드볼 골키퍼였기 땜에 순발력은 조금... 좋은 편입니다.“


사내의 말투는 매우 느리며 발음은 어눌하다.

마치 외국에서 오래 살다온 사람처럼.

얼굴 곳곳에 산재한 흉터들, 흉폭해 보이는 몸매.

박성배는 이 사내를 빨리 내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저기... 저희 팀이 비록 조기축구팀이긴 하지만 다른 조기축구팀들하고는 조금 다릅니다.

뭐, 자랑이 아니고 순전히 한 선수 때문인데요.

특별한 골잡이 차태민이라는 젊은 친구 덕분입니다.

이 친구는 중학교 때까지 브라질에서 축구선수를 했었기 때문에.

아, 그리고 현재 골키퍼 자리는 굳건한 주전이 있습니다. 골키퍼 역시 강합니다. 저희 팀은.“


“그럼 후보라도...”


아무래도 이 사내는 물러설 것 같지 않았다.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혹시 100미터 기록이 얼마나 되십니까?”


도저히 날랜 동작을 할 수 없는 체격이었기 때문에 묻는 말이었다.


“잘... 모릅니다.”

“고등학교 때 체력측정기록이라도...”


하다가 박성배는 아차 싶어 말을 중단했다.

말하는 품새가 중학교도 나온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잠시 두 사람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긴장된 침묵이었다.


“역시... 안 되겠죠?”


역시란 말... 이런 경험이 한 두 번이 아닌 모양이었다.

순간적으로 동정이 갔지만 그 오싹함을 경험하고선 재고의 여지가 없었다.


“아, 아니.. 안 된다기 보단... 말씀드렸다시피 당장 우리 팀은 골키퍼가 필요가...”


이번에는 박성배의 말투가 어눌해졌다.

사내는 더 듣지 않고 말없이 뒤돌아서 걸어 나간다.

뒷모습이 쓸쓸해보였으나 붙잡지 않았다.


사내는 벚꽃이 흐드러진 거리를 다시 걷는다.

햇살을 밟으며 한 없이 걸을 것만 같은 걸음이었다.


“저기요!”


누군가가 헉헉 뛰어오면서 큰 소리로 불렀다.

사내는 뒤돌아본다. 중키의 20대 사내가 서 있었다.

성미동 팀의 원톱 차태민이었다.


“테, 테스트나 함 해 봅시다. 헉헉헉...”


한참을 뛰어온 듯 몹시도 헉헉대고 있었다.

한 치나 삐져나온 혀, 깊숙이 구부려진 상체, 두 손으로 양 무릎을 짚은 채 곧 숨이 넘어갈 듯했다.


“감사합니다.”


말과는 달리 사내의 눈빛은 겨울비처럼 차갑고 삭막했다.

그 눈빛에 차태민도 적잖이 당황한다.


며칠 전 차태민은 참 이상한 경험을 하였다.

성미산 약수터에 새벽운동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한 육중한 사내가 미친 듯이 자신을 향해 뛰어오는 것을 보았다.


무서운 속도였다. 공간을 찢어버릴 것 같았다.

오르막이었음에도 마치 평지를 달리듯, 마치 자신을 향해 커다란 탄환이 쏘아져 들어오는 느낌에 저도 몰래 고개를 움찔 했었다.


‘응?’


한쪽 어깨 위에서 축구공이 출렁대고 있었다.


‘축구선수?....’


만약 그가 축구선수였다면 엄청난 선수일 것이란 생각을 했다.

그러나 기억컨대 이런 선수는 없었다.


슁!


하고서 그 사내가 제 옆을 스쳤을 때,


‘.... 바, 바람이었나?’


갑자기 사지가 마비된 듯 그대로 멈춰서고 말았다.

이 남자 주위로 둥그런 오로라를 보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초록의 파스텔이 물결처럼 소용돌이치는 것을 보았다.

봄날의 아지랭이였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힘!’


정말 무지막지한 파워, 공간을 찢고 모든 물리법칙을 거부해 버릴 것 같은 막강한 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니면...


‘.... 분노?’


**************


약 1년 후, 대망의 월드컵 100주년 2030 중국 월드컵이 열리는 해.

2017년부터 시작된 대한민국 디비전리그 시스템도 더욱 발전하였다.

순수 아마추어 팀들인 K5리그(광역리그), K6리그(시도리그), K7리그(시군구 리그), 세 리그간의 승강제가 활발히 운영되면서 조기축구는 새로운 물결을 맞이하고 있었다.


4월 말.

나뭇가지 사이사이 남아있던 잔 낙엽들이 쌓여있던 눈처럼 우수수 날려 떨어졌다.

비가 오려나 보다. 식물들의 향이 짙어진다.

바람결에 라일락 내음이 실려 왔다.



성미동 조기축구회는 강민우 골키퍼의 압도적인 활약에 힘입어 드디어 대망의 FA컵 4라운드에 올라 수원삼성과 그 첫 대결을 펼치게 되었다.

이는 한국 조기축구회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로 연고지인 성미동 주민들 사이에선 큰 화제를 몰고 왔지만...


<성미동 조기축구회 vs 수원 삼성> (FA컵32강전)


“오늘 경기 어떻게 전망하십니까?”


SBS 스포츠 이동재 캐스터는 왠지 힘이 없어 보이는 눈빛이다.


“이 경기는 뭐 솔직히 결과보다는 과연 어떤 형태의 축구경기가 펼쳐질까에 더 관심이 가는 경기인데요...”


해설위원 박준성은 말하면서도 연신 자료들을 뒤적인다.

사실 그는 자신의 해설위원 인생 최초로 어젯밤 숙제를 안 했다.

아무런 대비 없이 그냥 중계석에 앉은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차가 밀리는 바람에 방송시간에 펑크를 낼 뻔했다.

허겁지겁 경기장에 들어서서 긴장했던 스텝들에게 사죄도 하는 둥 마는 둥 오던 길로 마이크를 잡았다.

역시나 재수 없는 날.


세월 앞에 죽죽 밀려간다는 생각...

올해는 대망의 월드컵 100주년, 2030 중국 월드컵이 열리는 해.


그러나 이번 월드컵 때도 분명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위원 송영환에게 밀릴 것이다.

특히 한국팀의 경기는 죄다 송영환이 맡을 것이고,

자신은 오늘처럼 맥 빠진 경기의 패전마무리(?) 해설위원으로 쓰일 것이다.


씁쓸한 마음을 뒤로 한 채 평소의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되찾기 위해 목소리를 억지로 한 옥타브 높인다.


“.... 일단 수원삼성 입장에서는 텐백이라는, 정말 비정상적인 전원수비 포메이션을 깨야 하는 상황인데요.

그러자면 아무래도 일단 원톱이 수비라인을 밀어주는 역할을 하고,

전체적으로 20미터 슛을 노리는 전략이 주효할 듯합니다.

또 완전한 밀집이 되면 원톱 혼자 해결한다는 것이 한계가 있기 때문에 2선과 측면 쪽 선수들이 공간을 넓고 길게 벌려줘야겠죠?“


틀에 박힌 말들, 약 파는 앵무새 같단 생각을 한다.

정신줄 놓고 있어도 녹음테이프처럼 알아서 술술 나온다.

그때마다 물 먹은 솜처럼 힘이 빠지는 걸 느낀다.


“그렇네요. 뭐, 사실, 맥이 빠지는 경기이긴 하지만, 그런 형태적인 면에 관전 포인트를 두고 보시면 또 색다른 흥미를 느끼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수원삼성이 조기축구회라는 정말 순수 아마추어 팀을 맞아서 과연 몇 골이나 넣을 수 있을지도 관심거리고요.

뭐, 시청자 분들끼리 스코어 알아맞추기 내기를 걸어 보시는 것도 재미있겠어요. 하하하.“


눈빛과 소리가 다른 공허한 웃음이었다.


(전반 2분)


“슛~~. 고올... 아! 골키퍼 손 맞고 아웃됩니다!

와~! 대단한 선방인데요?! 마치 막은 게 아니라 공이 저절로 강민우 선수의 손에 가서 맞은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요!

특히 이번 건 정말 진짜 잘 찬, 골키퍼들이 가장 어려워한다는!... 무릎 바로 아래쪽을 강력하게 스치는 공 아니었습니까?“


이동재는 눈을 동그랗게 뜨지만,


“착각이 아니라 정말로 공이 가서 맞은 거죠?

야구에서도 힘껏 휘두르다 보면 가끔 공이 배트에 와서 맞기도 합니다!

하하하. 하늘도 감복한 걸까요? 행운까지 따라주는 성미동 팀입니다!“


하면서 박준성은 엄한 표정을 한다.


“하지만 다행히 운이 좋아 망정이지! 이런 장면은 역시 강민우 선수가 아마추어 선수라는 것을 여실히 드러내는 장면입니다.

거기서는 누가 보든지 앞으로 나가서 각도를 좁혀 주어야 할 시점이었거든요!“


“그런데 강민우 선수, 그냥 가만히 제자리에 서서 이지훈 선수가 치고 들어오는 걸 구경만 하고 있었다는 말씀이시죠?!”


“그렇습니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래서 프로선수들이 축구로 먹고 사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호탕하게 웃고 있는 박준성의 옆구리를 이동재가 당황한 표정으로 쿡쿡 찌른다.

어째 안 하던 지각을 할 때부터 이상했다.

15년 콤비 이동재는 박준성이 숙제를 안 해왔다는 걸 비로소 눈치 챈 것이다.


“어! 그런데 박위원님께서 준비해 온 자료를 보면은, 아주 특이한 사항이 하나 있는 것 같은데요?!”


자신이 준비해 온 자료를 펼쳐놓고 손가락으로 톡톡 친다.


‘고맙다 동재야. 역시 이놈은...’


“스~읍.....”


숨을 들이키는 척 자료를 빠른 눈으로 스캔한다.

왕방울만한 눈이 더 왕방울만 해진다.


“아~! 이 문제의 강민우 골키퍼 말입니다!

지난 1년간 무실점 행진 중임은 이미 알만한 분은 아는 사실이지만... 이게 말이죠.

승부차기에서조차 단 한 골도 먹은 기록이 없습니다!

전 어제 기록검토를 하면서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옥타브가 절로 올라갔다.

정말로 깜짝 놀랐기 때문이었다.


“오, 그렇습니까? 그럼 이건 진짜 이상하리만치 대단한데요?!”


이미 알고 있었으면서도 이동재는 눈을 또 휘둥그레 뜬다.


“그렇습니다! 아무리 생활인 축구에서 였다곤 해도 승부차기에서조차 무실점....

그것도 아니죠?... 이번 FA컵 예선라운드엔 K2 리그팀, 또 올해부터 룰이 개정되서 U리그 팀(대학축구 팀)들도 있거든요...“


하면서 박준성은 눈매를 좁히며 제 턱을 쓴다.


“... 음... 조금 더 자세히 기록들을 살펴보자면요.... 성미동 팀이 FA컵 1, 2, 3 라운드를 통과하여 최종 4라운드에 올라오기까지 필드에서 비기고 승부차기로 이기고 올라온 경기가 무려... 9차례나 되는 데요.


상대팀은 전부 다 빵, 빵, 빵입니다. 올 셧아웃! 김천상무 선수들도, 부천FC 선수들도,

승부차기에서조차 강민우 선수를 상대로 단 한 골도 넣지 못 했습니다!

아무리 아까처럼 운이 따라줬다 해도 정말 엄청난 기록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습니까? 아, 그렇다면 이건 정말... 물론 아까 같은 운도 작용했겠지만, 역시 핸드볼 골키퍼 선수 출신답게 순발력 하나는 인정해줘야 한 단 소리네요!

그런데 그렇다면 아까 장면도 다른 식으로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핸드볼 골키퍼 출신이라는 것도 몰랐거니와 박준성은 의아해하는 눈치이다.

이동재가 부연설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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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제35장. 높이 대결 +2 22.11.05 411 6 12쪽
34 제34장. 고깔모자 +2 22.11.02 474 8 7쪽
33 제33장.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 것인가? +2 22.11.02 465 6 11쪽
32 제32장. 텐허구장에 휘몰아 치는 광풍 +2 22.11.01 511 8 8쪽
31 제31장. 질주본능 +2 22.10.31 593 10 11쪽
30 제30장. 게리의 악몽 +2 22.10.30 60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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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제25장. 눈먼 돈 +2 22.10.23 754 13 10쪽
24 제24장. 유럽! 유럽! +4 22.10.22 798 14 12쪽
23 제23장. 10년간 준비된 치밀하고도 잔인한 복수극의 서막 22.10.21 824 12 13쪽
22 제22장. 강민우의 태극기 모독 사건 +4 22.10.20 865 15 13쪽
21 제21장. 박스프리(box-free) 골키퍼 +3 22.10.19 796 11 8쪽
20 제20장. 반역의 피 +2 22.10.18 806 13 13쪽
19 제19장. 아름다운 비행 2 22.10.17 792 12 14쪽
18 제18장. 아름다운 비행 1 +1 22.10.16 812 13 15쪽
17 제17장. 라리가의 명장 파이뇨 감독이 내한한 진짜 이유는... 22.10.15 841 13 16쪽
16 제16장. 안 서면 지는 거다. +1 22.10.14 842 12 14쪽
15 제15장. 동키호테 +2 22.10.13 874 13 12쪽
14 제14장. 나의 거인 +1 22.10.12 886 14 9쪽
13 제13장. 민우의 선택 +1 22.10.11 911 12 11쪽
12 제12장. 백지수표 22.10.10 942 15 14쪽
11 제11장. 급물살 +2 22.10.09 954 12 14쪽
10 제10장. 봄비 +2 22.10.08 948 13 5쪽
9 제9장. 버팀목 +1 22.10.07 968 13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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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제5장. 그러나 공은 둥글었다. (신이 차려준 밥상) 22.10.03 1,136 13 15쪽
4 제4장. 숨겨둔 비수를 꺼내다. 22.10.02 1,167 14 10쪽
3 제3장. 축구바보 박수지 기자 22.10.01 1,238 13 13쪽
2 제2장. 골 넣는 골키퍼 +2 22.09.30 1,447 16 12쪽
» 제1장. 무실점 행진 +2 22.09.30 1,863 1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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