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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born's Yggdrasil

밤하늘말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중·단편

理本
작품등록일 :
2014.06.01 21:24
최근연재일 :
2014.06.01 22:37
연재수 :
2 회
조회수 :
527
추천수 :
2
글자수 :
3,302

작성
14.06.01 22:37
조회
268
추천
1
글자
5쪽

아틸라

DUMMY

“그럼 가겠다. 규율은 지키도록.”


몸을 돌려 말하자 우리…… 아니, 이젠 혼자지. 날 둘러싸고 있던 인파가 쫙 갈라지며 길이 생겨났다.


‘피곤하군.’


인파가 터놓은 길을 걸어가며 가볍게 검을 휘두르자 날에 묻어있던 피가 쫙 뿌려지며 메마른 모래 속으로 파고들어갔다. 그러나 여전히 날에서 벗어나지 못한 핏줄기가 날을 타고 뚝뚝 흘러내린다. 길이 조금씩 넓어진다. 나를 공포와 원망 섞인 눈으로 바라보는 블레다(Bleda)와 이들의 거주지인 게르 몇 채를 지나자 말의 목에 묶어놓은 밧줄을 꼭 쥐고 있는 나의 아들, 틸루가 보인다. 내가 이곳으로 걸어오는 것을 당연한 표정으로 맞이하는 틸루. 좀 더 가까워지자 틸루는 말없이 내게 고개를 까닥 숙이고 밧줄을 건넸다. 난 검을 허리띠에 차고 그 밧줄을 건네받았다.


“히이이이잉!”


우렁차게 목청을 울리는 나의 말이자 분신. 턱을 쓰다듬어주자 녀석은 기분이 좋은 듯 연신 쾌활하게 울어댔다.


“히이잉, 히잉, 히이잉!”


등 뒤에서 나의 말과는 다른, 사납고 거칠며 저항적인 말 울음소리가 들려 내 귀를 때렸다. 뒤를 돌아본 난 순간 속에서 뭔가 꿈틀하며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그곳에는 밤하늘의 색으로 뒤덮인 우람한 말이 젊은 사내의 다부진 손에 이끌려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전 블레다의 말이다.”

“좋은 말이군.”

“그렇다.”


내가 죽인 블레다의 말. 규율대로 이 말은 이제 더 이상 블레다가 아닌 우리 아틸라(Atilla)다. 거친 갈기와 잘 붙은 근육. 우람한 덩치와 그 덩치를 지탱할만한 탄탄한 다리. 무엇 하나 빠지는 게 없어보였다.


“블레다로부터 해가 일곱 번, 달이 여섯 번 떠오르면 모래가 끝나는 곳까지 갈 수 있지.”


모래가 끝나는 곳까지 해가 일곱 번, 달이 여섯 번이라……. 확실히 좋은 말이군. 새로운 블레다는 자랑스러운 어조로, 그리고 아쉬움이 가득한 말투로 새로운 아틸라에 대해 말해주었다.


“틸루, 네가 아틸라를 타라. 난 아틸라를 타겠다.”

“알겠습니다.”


난 틸루에게 나의 분신, 아틸라의 밧줄을 건네주고 사내로부터 새 아틸라의 밧줄을 받아들었다. 거칠게 고개를 흔드는 아틸라. 거슬린다. 크게 고개를 휘젓는 아틸라. 내 손에 들려있던 밧줄이 쭈우욱 빠져나간다. 건방지게……. 난 밧줄을 단단히 쥐고 나머지 손으로 아틸라의 목을 쥔 채 땅으로 향했다.


쿵!


거구의 아틸라가 그대로 땅에 처박혔다. 약육강식, 적자생존. 초장에 서열을 정해놔야 다루기가 편하다. 그게 이곳에 법이다. 난 땅에 머리를 처박은 채 몸부림치는 아틸라를 보며 씨익 웃음을 지었다. 어지간한 말은 이 정도 충격을 주면 머리가 깨져 죽었겠지만 이 아틸라는 달랐다.


“아틸라.”


낮게 뇌까린 목소리. 난 버둥거리는 아틸라의 눈을 가까이서 마주보며 아틸라의 울대를 쥐고 ‘아틸라’라는 말을 몇 번이고 중얼거렸다. 몸을 흔들던 아틸라가 순간 축 늘어졌다. 혀가 늘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뒈지지는 않은 모양. 그저 눈앞에 공포에 굴복한 것뿐이다. 진작 이럴 것이지. 난 밧줄을 잡아 당겨 아틸라를 일으켰다. 일어나서 잠시 비틀거리던 아틸라는 내 앞에서 자세를 낮췄다. 난 살짝 웃으며 아틸라에 올랐다.


“가겠다. 새로운 블레다여.”


날 놀란 눈으로 바라보는 새 블레다와 블레다 부족. 블레다는 잠시 침묵을 지키다가 나와 눈이 마주치자 살짝 시선을 피하며 나지막이 대답했다. 그러나 그의 눈에는 분노와 원망, 증오가 서려있었다.


“……가시게. 아틸라.”


복수를 꿈꾸는 자. 휘어지지도 부러지지도 않는 블레다. 이건 나도 마찬가지다. 복수와 복수, 침략과 약탈. 이게 이곳에 법도. 아마 블레다는 언젠가 또 내게 복수의 칼을 갈아오겠지. 위험하긴 하지만 후회하지는 않는다. 난 복수의 칼을 갈았고, 지금 이렇게 당당히 목표를 성취했다. 저들에게도 똑같은 기회가 주어지는 것이다. 그들도 그러했듯, 나 역시 복수의 싹을 짓밟을 권한 따위 없었다.


“블레다여. 기다리겠다!”


난 규율대로 소리치고 말머리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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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틸라 14.06.01 269 1 5쪽
1 복수 14.06.01 259 1 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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