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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닉스 님의 서재입니다.

블랙우드와 학파의 날개

웹소설 > 자유연재 > 판타지, 무협

래닉스
작품등록일 :
2019.10.02 01:04
최근연재일 :
2019.12.04 03:55
연재수 :
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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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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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0.17 0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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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벤 산맥_V

DUMMY

첨탑 두 개가 뾰족하게 났다. 지붕이 원뿔 모양으로 구름을 찌를 듯 높고, 색은 칙칙하며 검다. 성벽이 산허리를 반 바퀴 둘렀는데 노점 몇 개와 회랑이 벽 안에 있다. 해자를 돌벽 바깥으로 좁고 깊게 팠다.


기둥들이 회랑 안에 난립했고 전부 흑색이며 양식은 수수했다. U자 모양으로, 공터가 한가운데 있다. 탑 둘은 회랑이 끝나는 부분과 맞닿는다. 모양새가 말 편자 양 끝에 못이 달라붙은 듯하다. 마법사들은 두 탑 사이에 연단을 쌓았는데, 나무로 거뭇거뭇하며 높지 않다.


라케시스가 연단 위로 올라갔다. 머리카락이 짙은 녹색으로 해초 색을 띠며, 둥글게 땋아 깔끔하다. 광대가 나왔고 이목구비가 도드라진다. 안경은 네모난 뿔테로 인상이 딱딱하며 사무적이다. 콧대가 높고 코끝이 날카롭다. 눈빛이 검고 깊다. 그는 감정을 드러내는 법이 없었다. 왼손에 점토판 하나를 쥐었는데, 학생의 이름이 흙 판 위로 빼곡하게 적혔다.


원생들은 연단 앞으로 우르르 집결했다. 라케시스는 손을 휘저어 칼 조, 불 조, 금 조를 각각 나눴다. 칼 조 십 인을 왼편 끝으로, 불 조 백 명은 열 줄로 가운데에, 금 조 열을 제일 우편에 모았다.


번개 발 마라는 칼 조 줄 맨 앞에 있었다. 아홉 사람이 이어서 그의 뒤로 늘어섰다. 키가 크고 머리가 붉으며 얼굴에 생채기가 많은데, 호방한 인상을 빼면 헬로나를 닮았다. 주홍색 머리칼이 등 위로 파도쳤다. 지휘관인 수석 사범과 부관을 제외하면 마라가 칼 조 조장이었다.


헬로나와 프리드리히가 불 조를 이끌었다. 빨간 머리 여자는 태도가 거만했다. 프리드리히 레이선은 허리를 곧추세웠고 귀족다운 위엄이 넘쳤다. 사힐 출신 만테오스는 그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만테오스는 키가 보통이고 인물이 예리하다. 머리칼은 은빛이며 눈동자가 적색으로, 학생들은 그의 인상에서 뱀을 연상했다. 눈매가 찢어졌고 피부는 미끈하다. 하반신은 길쭉한 데다 잘 빠져서 외견이 날렵하다.

그는 불 조의 제1 반장이다.


“불 조 제2 반은 반장, 튜토넨의 베리! 소속 인원은 갈레인... 불 조 제3 반은 반장, 아우릴만의 카룬! 수석 사범, 오셨습니까.”


라케시스는 말을 하다 말았다. 수석 사범 제반니 슈트라우트 헬도르가 동쪽에 난 탑에서 나왔다. 그는 머리가 금빛으로 가르마가 보기 좋고, 피부는 곱고 희며 창백한 느낌이다. 눈은 벽안으로 깊은 바다 빛깔이다. 철테 안경을 썼고 동글한 데다 알이 큼직하다. 코가 아담하고 얼굴은 작다.


라케시스가 수석 사범에게 연단을 양보하고 번개 발 마라 앞에 섰다. 제반니는 점토판을 받았다.


“부관, 감사합니다. 경애하는 학장께서 진행하시었던 부패학 강의를 보조하느라 늦었습니다. 원생 여러분 양해 부탁드리겠습니다. 계속 호명하겠습니다.”


원생들이 이제 스텔라 뒤로 줄 섰다. 제4 사범 스텔라 보브는 몸집이 왜소하며 은발로, 머리카락을 짧게 잘랐다. 살 색은 옅은 황색이다. 눈썹이 짙으며 장갑이 검다.

개 네 마리가 곁에 웅크렸다. 로이는 몸집이 크고 제라는 사지가 가는데, 유르는 귀가 뾰족하며 린네는 다리를 절고 황금색 눈동자를 가졌다.


금 조 조장 페틴이 스텔라 뒤로 왔다. 그들은 주르르 따라 줄지었다. 페틴은 사내로 인상이 능글맞다. 머리를 바짝 깎았으며 낯은 번지르르하다.


제반니는 호명을 마친 다음 계단을 걸어 내려와 라케시스 앞에 섰다. 칼 조는 금발 지휘관과 녹색 머리 부관을 합해 열둘이다.


불 조가 칼 조 옆에 정렬했다. 열 열로 섰는데 한 줄에 한 반으로, 사힐 출신

만테오스는 불 조 왼쪽 끝줄 맨 앞에 있다. 헬로나는 불 조 백 명을 이끌며, 토마토색 머리칼을 길게 내렸고 검은 후드가 넉넉하다. 눈두덩 화장을 푸르게 칠했는데, 입술은 보랏빛으로 붉은 기를 주어 꾸몄다.


프리드리히는 맵시가 단정하다. 머리가 하얗게 셌고 멀끔하게 뒤로 밀었다. 콧수염이 짙으며 꿈틀거리는 듯 생기있다. 백 명의 원생들은 일사불란했다. 아우릴만 출신 카룬은 불 조 제3 반장으로, 하늘색 머리칼이 독특해 돋보였다.


스텔라와 금 조 자리는 불 조 오른편이다. 단발이 깔끔하고 은빛으로 은은하다. 네 마리 개가 스텔라 발치에 모였는데, 로이가 어깨를 펴자 그중에서 두드러졌다. 페틴은 스텔라 뒤에 섰으며 검은 머리를 삭발했다. 인상이 서글서글하고 나이는 삼십 대 안팎이다. 금 조는 지휘관 스텔라와 조장 페틴을 합해 사람 열하나와 개 넷이다.


그들 무리는 성벽을 빠져나와 절벽을 따라서 걸었다. 공기가 싸늘했고, 강풍은 지칠 줄 몰랐다. 가문비나무는 뾰족하니 키 컸는데 센 바람에 휘청였다. 숲은 적었고 바위와 적설이 널렸다. 밤은 어둡고 달빛만 은은하다. 늑대가 먼 언덕마루에서 울부짖었으며 고지대 산골짝은 험하기만 했다.


얼마나 행군했을까, 수석 사범이 휴식을 명령했다. 주변은 야트막한 분지로 넓고 평탄하다. 키 작은 풀들이 무성하게 자란 데다 돌이 거의 없다. 산어귀에서 발원한 미딜라 시내는 제반니 헬도르가 도보를 중단한 곳에서 멀지 않았다.


무리는 여성 숙소와 남성 숙소를 나눠 천막을 쳤다. 가죽 부대에 냇물을 채우고, 간이 화로로 불을 피웠다. 야경 순서는 합리적이고 평등한 방법으로 정했다. 순서가 정해지자 망을 안 보는 원생들은 막사 안으로 흩어졌다. 스텔라는 텐트를 돌아다니며 내일 일정을 안내했다. 대답 없는 학생이 있기라도 하면, 로이가 악을 쓰며 짖었다.


그들은 전략 천막을 야영지 가운데 세웠다. 원탁을 텐트 한가운데 놓았는데 높다. 두루마리를 통 안에 꽂아 넣었다. 스텔라 한 사람만 앉아있었다. 그는 개들,

특히 로이가 양피지 스크롤을 건드리지 못하게 주의했다. 린네의 노란 눈엔 아쉬운 기색이 역력했다.


수석 사범 제반니가 장막을 들추고 들어왔다. 초록 머리 부관이 곁에 없었다. 금발 사범은 스텔라의 옆자리에 앉았다. 제라는 몸을 웅크리고 그를 유심히 살폈다. 자세를 모아 사냥감을 노리는 듯 예리하게 노려봤다. 혀로 송곳니를 핥았다.


“헬도르 수석 사범, 아니 제반니. 잠깐만. 내가 생각을 해보니까 좀 이상하더라고. 왜 하필이면 야영질 여기에 세운 거야?”


스텔라가 날카롭게 질문했다.


“혹시 이 선택에 이의가 있으십니까. 평원은 트였으므로 단체 야영에 좋고, 계곡이 주변으로 흘러 식수 공급이 원활합니다. 고지는 정찰과 야경에 적합합니다. 더 나은 곳을 아신다면 말씀해 주십시오. 저는 제 선택이 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 좋은 건 알겠어. 잘 알겠다고. 근데 그래서 문제라는 거야. 잘 들어봐. 하나, 고지는 눈에 띄기 쉽다. 둘, 우리는 지리를 잘 모른다. 셋, 식수를 공급하기 위해서는 누구든 강 주변에 기지를 세워야 한다. 그게 무슨 뜻일까?”


스텔라가 손가락을 펴면서 말했다. 유르는 몸통이 긴 수캐로, 굴곡이 적고 매끈하다. 그놈은 몸동작을 단정히 하고 조용히 지켜봤다. 끓는 소리가 점액질 몸뚱이에서 났다.


“바로 폰쉘카 도적단의 본거지와 가깝다는 의미야. 우린 도적단이 발견하기 쉬운 위치에 있어. 분명 충돌할 거야.”


그는 조리 있게 말했다. 스텔라의 말은 옳다. 학파의 원생들은 질이 높고 싸움을 잘하기에, 폰쉘카 패와 싸운다면 이긴다. 스텔라는 그 부분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러나 수를 놓고 보면 도적들이 많다. 폰쉘카는 부하들이 어찌 돼도 좋았다. 반면 학파는 한 사람이 고급 인력이다. 스텔라는 무의미한 손실을 피하고 싶었다.


제반니는 말이 없었다. 눈을 감고 손가락을 모았다. 은발 사범의 눈엔 깊게 고민하는 듯 보였다.


“그 부분은 애당초 고려할 필요가 없었습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수석 사범이 침착하게 대답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설마 폰쉘카를 만만하게 보는 건 아니지?”


스텔라는 의아했다.


“아닙니다. 다른 점 때문입니다. 경애하는 학장께서 긴밀히 제게 하신 말씀이 있습니다.”


프리드리히가 막사 안으로 들어왔다. 거인의 기척은 컸고, 수석 사범은 말을 흐렸다. 헬로나 포엘스크림이 뒤따라 들어왔다. 머리칼이 산발이며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씨이발, 죄 빌어먹을 놈들밖에 없구나. 난 자고 싶다. 자고 싶단 말이다. 그런데 왜 개나 소나 불러내고 지랄을 떠느냐? 회읜지 뭔지, 제발 개새끼들 밥으로나 주거라. 그 애새끼 같은 놈들 있잖느냐. 프리드리히, 아니 그러하냐?”


헬로나는 비속어를 섞어가며 투덜댔다. 스텔라가 표정을 찌푸렸다. 덩치 큰 수캐

로이는 몸집을 부풀리더니 낯짝을 험상궂게 일그러트렸다. 제라도 그를 째려보았다.

프리드리히가 스텔라의 구겨진 얼굴을 보고는 자기 사범의 팔을 쳤다.


“헬로나 님, 그런 말씀은 자중해 주십시오. 일단 자리에 앉으시지요. 경애하는 학장께서 내려주신 임무입니다. 사범으로서 본보기를...”


“그래, 알겠다. 그놈의 쥐새끼 같은 학장 놈, 똥 내 나는 버섯이나 처먹고 뒈지라지.”


프리드리히가 정중하게 손짓했다. 사범과 나이 든 부관은 제반니 옆자리에 앉았다. 헬로나는 다리를 꼰 다음, 손을 뒤통수로 가져가 머릴 묶었다.

머리카락이 찰랑거렸다.


“모두 모이셨습니까. 이제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작가의말

학생이 덕질하면 병이 됩니다. 병 말고 업이 되는 그날까지. - 작가양반인 제반니씨


조회수가 100회를 돌파했습니다 호우! 축배를 들어라!

그럼 앞으로도 잘부탁드립니다. - 글올리는 래닉스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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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로벤 산맥_VII 19.10.31 14 0 10쪽
6 로벤 산맥_VI 19.10.26 21 0 9쪽
» 로벤 산맥_V 19.10.17 20 0 10쪽
4 로벤 산맥_IV 19.10.11 22 0 11쪽
3 로벤 산맥_III 19.10.09 44 0 10쪽
2 로벤 산맥_II 19.10.03 81 0 18쪽
1 로벤 산맥_Ⅰ 19.10.02 287 0 2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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