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리다.>
추워요
너무 추워요
날 안아줘요 아무것도 할 수가 없어요
숨이 막혀요
푸르다 못해 검게 보이는 시야 속에서
그대가 없어요
기다리는 시간이 고통스럽지만
괜찮아요
그대도 함께 하리라는 걸 알거든요
어서와줘요
저 약속의 호수에서 기다리는
순백의 신부가 이렇게 애 닳고 있잖아요
나와 함께 하기로 했잖아요
제 손을 잡고 같이 가기로 했는데
왜 이리 늦는 거죠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면 꼭 바로 온다고 했잖아요
왕자님처럼 나를 안아주고 사랑한다 속삭였잖아요
날 찾기 어려운 건가요
가장 깊고 어두운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약속된 시간이 다가오고 있어요
제발 와줘요 제발요
내 발이 얼어서 가질 못하겠어요
손을 뻗고 싶어도 굳어버렸어요
목 깊숙한 곳까지 진흙과 물이 가득하네요
아직은 괜찮아요
마법처럼 모든 게 해결될 거에요
땅거미가 지고 있어요
일곱 번째 황혼이에요
죽고 싶지 않아요
당신의 귓가에 사랑한다 속삭이고 싶어요
모닥불보다 따스한 그대 품 안에서 잠들고 싶어요
마법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왜 얼굴도 비치지 않나요
머리 위로 달이 오기까지 얼마 안 남았어요
다쳣나요 길을 잃었나요
괜찮아요 이해할게요
아직 한 시간이나 남았어요
차갑지 않아요 달빛이 이렇게나 따뜻한걸요
분명 그럴만한 일이 있는 거겠죠
다치진 않았을까 걱정돼 죽을 거 같아요
이미 죽었지만요
가기 전에 얼굴 한번 보고 싶어요
거짓인 거죠
지금까지 다 꿈인 거죠
꿈이라고 해줘요
자고 깨면 포근한 이불에서 일어나는
너무도 깨고 싶은 악몽인거죠
내 손을 잡지 마요
가엾은듯한 표정 짓지 마요
가증스러워요
울지 마요
그 얼굴 찢어버리고 싶으니까
내 얼굴에 서린 얼음만 아니었다면
당장에 물어뜯었을 테니까요
새로운 반지
새하얀 신부복
향긋한 부케
행복한 미소
내 손이 움직인다면
그대의 두 눈을 뽑아 짓이겨 버리고
내 폐부 가득한 물만 아니었다면
저주의 말을 내뱉으며 울부짖었을 거야
내 모든 걸 내던져
당신을 피투성이로 만들 거야
얼어버린 턱일지라도
모조리 뜯어 삼킬 거야
살점이 흩어져
행태도 사라져
까마귀 떼에게 먹히길.
-오마쥬로서 전민희 작가님에게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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