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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 님의 서재입니다.

필리핀 가정부 살인사건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추리

완결

terryku
작품등록일 :
2021.05.16 19:19
최근연재일 :
2021.09.17 17:16
연재수 :
3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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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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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
글자수 :
185,619

작성
21.09.17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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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30화 마지막 재판

DUMMY

12월 15일 재판 당일이 되었다.


8시 20분에 전철역에서 설정우와 정사장을 만나기로 했다.

전철역이 가까워져 오자 멀리서 그들이 보였다.

“안녕하세요.”

정사장은 담담해 보였으나 설정우는 얼굴이 많이 굳어 있었다.

설정우는 나를 보자 고개만 끄덕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색을 보니 잠을 못자거나 한숨도 못 잔듯했다.

같이 전철을 타고 10여 분 후에 마닐라 시청 31호 법정에 도착하였다.

오는 내내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설정우는 앞자리 가서 않고 정사장과 나는 방청객 자리인 뒷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사장님 나가서 담배 한 대 태우시죠.”

법정 밖으로 조금 걸어 나와 정사장에게 담배를 건네며 말했다.

“어제 올리브 유안과 통화 했는데 돈을 미리 주지 않으면 오늘 변호사를 그만두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정사장은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돌 아이 같은 새끼. 아무리 그래도 그게 변호사가 할 말이냐. 그놈은 정말 후레아들 놈이야!”

정사장도 근래 스트레스가 많이 쌓였는지 욕설을 퍼부었다.

“어제 통화에서 목소리가 평소와는 좀 다르단 느낌을 받았습니다. 정말로 이놈이 이 일에서 손을 떼면 어떡하죠?”

정사장은 담배를 깊이 들여 마시며 말했다.

“그놈이 아무리 쓰레기라도 설마 그 정도로 똘끼 있는 놈은 아니겠지, 그렇게까진 못 할 거야.”

“그렇지 않아야 하는데 걱정이 되긴 하네요. 이제 곧 재판 시작할 건데 들어가시죠 사장님.”

법정에 들어가니 설정우는 눈을 감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기도하는 듯했다.

건너편에 검사는 서류를 들척이고 있었으나 재판이 5분밖에 남지 않았는데 올리브 유안은 아직 오질 않았다.

“사장님 변호사 새끼 아직 안 왔네요. 5분밖에 남질 않았는데.”

“이놈은 정말 애먹이는 놈이네.”

그때, 재판 서기가 판사가 들어 온다는 걸 알렸다.

“판사님 입장하십니다. 일동 기립!”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리브 유안은 아직 도착하질 않았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마닐라는 교통지옥이다.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그가 이렇게 중요한 재판에 늦자 나는 사뭇 불안해졌다.

이내 자리에 앉은 판사가 주위를 둘러보다 마이크에 대고 입을 열었다.

“설정우씨 변호인은 아직 오질 안았나요?”

판사의 시선이 자신에게 꽂히자, 설정우는 긴장한 듯 꼿꼿이 일어서서 말했다.

“아직 오질 않았습니다.”

판사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변호사에게 전화해보세요.”

그 말을 들은 설정우는 핸드폰을 꺼내서 올리브 유안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수차례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는지, 그는 이내 귀에서 핸드폰을 떼고는 딱딱하게 얼굴이 굳은 채 말했다.

“판사님, 변호사가 전화를 받지 않습니다.”

판사는 잠시 침음하다 입을 열었다.

“변호사가 올 때까지 30분 휴정하겠습니다.”

-땅땅땅!

“하아! 올리브 유안 이 쓰레기 같은 새끼 정말 안 오네. 어떡하지?”

한숨과 욕설을 동시에 토해낸 정사장의 얼굴엔 종전보다 훨씬 불안한 기색이 떠올라 있었다.

설정우는 울상인 얼굴로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정서씨 어떡하죠?”

나 역시 어떠한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그저 눈앞이 깜깜했다.

-땡땡

그 순간 설정우의 핸드폰에서 문자가 수신됐다는 소리가 울렸다.

“변호사가 오고 있답니다.

그걸 본 설정우는 그의 문자에서 한 줄기 빛을 본든 혈색이 밝아졌다.

그러길 10여 분 후, 올리브 유안이 법정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짐짓 나를 못 본 채 지나치며 뚜벅뚜벅 걸어가서 자리에 앉고는 대뜸 반대편의 검사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검사님 저는 조금 있다가 판사님이 오시면 이 사건 변호를 그만둔다고 말할 겁니다.”

영어를 알아 들은 설정우는 그 소리를 듣자마자 낯빛이 칠흑처럼 변했다.

정사장은 나를 보며 다급히 말했다.

“저 새끼 뭐라고 말했어?”

나는 나의 입술을 잘근 씹으며 말했다.

“판사가 오면 설정우 변호를 그만두겠다고 말한답니다.”

그 말을 들은 정사장의 얼굴은 더 할 수 없이 딱딱하게 굳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올리브 유안에게 걸어갔다.

“잠시 밖에 나가서 이야기 좀 합시다.”

올리브 유안은 덤덤히 나를 따라 밖에 나왔다.

“부탁드리겠습니다. 이번 재판만 도와주십시오.”

올리브 유안은 결코 흔들리지 않는 기색으로 눈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내가 어제 이야기했었지? 어제가 마지막 기회라고!”

“이번 재판 맡아 주시고 무죄를 받으면 보석금 전부를 드릴게요. 약속합니다. 부탁드립니다.”

나에겐 이 순간만큼은 돈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가 제시한 돈 보다 10만 페소가 더 많은 금액이었고, 이미 이 돈의 처리에 관해서도 어회장이 나에게 자유롭게 운용하라고 언질을 준 상태였다.

무엇보다 이번 재판을 넘기는 순간 두 달 이란 시간을 허무하게 다시 기다려야 하는 그 고통의 시간이 너무나 두려웠다.

“기회는 지나간 버스와 같은 거야. 이미 넌 기회를 놓쳤어. 너와 설정우는 끝났어!”

올리브 유안은 독사 같은 혀를 날름거리며 냉정하게 돌아서 법정 안으로 들어갔다.

정사장이 있는 곳으로 가서 나도 담배를 물었다.

“저 새끼 뭐래?”

“변호 그만두겠답니다. 보석금 전부를 다 준다고 해도 기회는 이미 끝났다고 합니다.”

정사장은 한숨을 쉬고 단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하늘에 맡기자. 어쩔 수 없잖아 이젠.”

정사장의 말처럼 이젠 정말이지 하늘에 모든 걸 맡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나도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한계의 한계에 도달해, 몸과 마음이 극도로 지쳐 진짜 병원에라도 가보고 싶은 심정마저 들었다.

하지만 나는 다시금 초인적인 의지로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그와 함께 법정 안으로 돌아왔다.

자리에 앉아 설정우를 돌아보자, 그는 세상 모든 시름을 어깨에 얹은 듯 힘겨운 모습으로 울상을 짓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입을 굳게 다물고 애써 미소를 보냈다.

내 미소에 담긴 여러 가지 의미를 얼추 이해한 듯, 그 와중에도 설정우가 겨우 미소를 지을 때였다.

-판사님 들어오십니다. 일동 기립-

판사는 자리에 앉자 변호사를 쳐다보며 말했다.

“변호인, 오늘 늦었네요!”

올리브 유안은 일어서서 법정 전체를 한번 돌아보고는 말했다.

“판사님, 오늘 늦어서 죄송합니다. 재판에 앞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그 말에 판사는 눈썹이 살짝 꿈틀했다.

“예, 말해 보세요.”

올리브 유안은 설정우를 쳐다보며 말했다.

“저는 1년을 넘게 여기 있는 설정우씨의 변호를 맡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받을 돈이 남아 있습니다. 여기 계신 판사님 앞에서 확인을 받고 싶습니다. 설정우씨, 내게 남은 변호사비를 판사님 앞에서 다 지불할 것을 약속하십니까?”

그 말을 들은 설정우는 화들짝 놀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것처럼 나를 쳐다보았다.

‘저런 뱀 같은 새끼! 저런 야비한 새끼!’

나는 속으로 그렇게 그를 비난했지만, 애써 침착하게 설정우에게 그의 말대로 하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지불하겠습니다.”

설정우는 일어서서 담담하게 대답하고는 자리에 앉았다.

“네. 판사님 앞에서 한 약속이니 꼭 지키길 바랍니다.”

그 말을 한 올리브 유안이 기다렸다는 듯 다시금 판사에게 말했다.

“그리고 존경하는 판사님 저는 이 시간 이후로 여기 있는 설정우씨의 변호를 그만두겠습니다!”

올리브 유안의 말에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화들짝 놀랐다.

나는 눈을 감고 하늘로 고개를 향했다.

올리브 유안의 말에 법정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웅성웅성했다.

판사는 쓴 미소를 지으며 물 잔을 들어 마셨다.

“변호인, 지금 설정우씨 변호를 그만둔다는 말을 하신 걸로 이해하면 되는 건가요?”

판사의 말을 들은 올리브 유안은 나를 또렸이 쳐다보며 말했다.

“네. 저는 이 시간부로 설정우씨 변호를 그만두겠습니다.”

저놈의 눈깔을 송곳으로 찌르고 싶었고 저 뱀 같은 혀를 커터 칼로 잘라 버리고 싶은 마음이 불쑥 치밀어 올랐다.

‘아- 모든 것이 끝났구나. 이번 재판에서 무죄를 받지 못하는구나. 이젠 정말 끝이구나!’

소리 없이 나의 뺨에 눈물이 흘렀다. 얼마나 고생해서 이렇게까지 견뎌왔는데 또다시 두 달 이상을 견뎌야 한다니, 나도 모르게 서러움에 눈물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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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프롤로그 21.09.17 67 2 2쪽
32 #32화 그 사건의 진실 (완결) 21.09.17 75 3 19쪽
31 #31화 마지막 판결 21.09.17 56 2 13쪽
» #30화 마지막 재판 21.09.17 56 2 9쪽
29 #29화 꿈같은 사건 21.09.17 52 2 16쪽
28 #28화 출소후 첫 재판과 변호사의 협박. 21.09.17 51 2 13쪽
27 #27화 배신의 시작 21.09.17 52 2 15쪽
26 #26화 출생의 비밀 +1 21.07.10 97 3 15쪽
25 #25화 국가 존재의 이유 +1 21.06.28 116 4 14쪽
24 #24화 출옥 후 생활 21.06.23 96 3 12쪽
23 #23화 설정우 세상으로 나오다! +2 21.06.22 102 4 14쪽
22 #22화 김구열 선장과의 첫 만남 +2 21.06.18 102 3 10쪽
21 #21화 올리브유안 변호사와의 만남 21.06.18 90 3 12쪽
20 #20화 정사장과 카지노 +2 21.06.10 112 5 12쪽
19 #19화 롤란도 멘도사 +3 21.06.02 119 4 12쪽
18 #18화 알렌의 시신과 홍콩 관광객 납치 사건의 주범 21.05.31 124 7 12쪽
17 #17화 홍콩 관광객 납치사건 21.05.28 127 6 14쪽
16 #16화 죽음의 교도소 +2 21.05.28 146 7 13쪽
15 #15화 교도소의 삶. 21.05.26 130 4 15쪽
14 #14화 그의 속임수 21.05.25 121 4 13쪽
13 #13화 야마시타 골드4 21.05.24 141 4 11쪽
12 #12화 야마시타 골드3 21.05.23 128 4 12쪽
11 #11화 야마시타 골드2 21.05.23 132 5 10쪽
10 #10화 야마시타 골드 21.05.22 138 5 13쪽
9 #9화 증거품은 어디 갔을까? 21.05.21 127 5 12쪽
8 #8화 SBS 뉴스추적 21.05.21 152 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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