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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3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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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리깨3
작품등록일 :
2020.07.01 00:40
최근연재일 :
2020.11.01 23:00
연재수 :
6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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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194
추천수 :
871
글자수 :
200,506

작성
20.07.08 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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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1
추천
26
글자
9쪽

생존 - 마트

DUMMY

어두운 마트 안에서 후레쉬를 켜자 보인 것은 한바탕 폭풍이 휘몰아친 듯 아수라장이 된 실내였다. 바닥과 벽은 피 칠갑 되어있었고 어딜 가던 피발자국이 즐비했고 사방 팔방 옷이나 신발 따위가 굴러다녔다. 곳곳에 누워있는 시체들이 눈에 띄었다. 누군가 마트를 털면서 처리한 좀비들인 것 같았다.


썩은 내가 가득한 마트 안을 수색했다.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느라 오랜 시간 동안 방문한 적이 없었지만 구조와 진열 자체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는 것 같다. 1층에는 각종 의류와 가전제품들이 있는 것으로 보아 식재료는 여전히 지하 1층에 있거나 아니면 2층에 있을 것이다. 과거에는 지하 1층에 있었기 때문에 지하 1층부터 수색하기로 하였다.


여기저기 널려있는 쇼핑카트를 끌고 내려가려 했으나 무빙워크가 움직이지 않으니 방법이 없었다. 쇼핑카트를 뒤로한 채 쇼핑 바구니 한 개를 챙겨 조심스럽게 걸어내려가며 무빙워크에서 지하 1층 전반적인 분위기를 살폈다. 후레쉬 빛이 반대편 벽에 닿지도 못할 만큼 넓은 공간이었다.


지하 1층은 불쾌한 냄새로 가득했다. 아무래도 슈퍼마켓 때 신선식품이 썩은 내를 냈듯이 이곳도 비슷한 상황인 것 같았다. 온 사방에는 물건들이 떨어져 있었고 시체들도 눈에 띄었다. 바닥은 냉동고에서 흘러나온듯한 물들로 흥건했다. 매대는 거의 비어 유용한 물건은 눈에 띄지 않았다. 후레쉬 빛에 둥둥 떠다니는 각종 먼지들이 눈앞을 가렸다. 왠지 들어오면 안 되는 곳에 들어온 기분이 들었다. 주변은 너무 조용해서 귀에서 내 맥박이 뛰는 소리까지 들렸다. 맥박 소리를 듣고 있자 하니 더욱 기장돼서 맥박이 점점 빨라지는 느낌이었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에서 나가고 싶었다.


통조림과 햇반을 찾는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물론 예상은 했지만 막막해졌다. 뭘 가져다줘야 잘 가져다줬다고 소문이 날까? 보존성이 좋은 것들 위주로 생각하다 보니 문득 파스타가 떠올랐다. 라면과 다르게 건면인 파스타들은 보관만 잘하면 몇 년이고 보관할 수 있어서 보존식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이야기를 들은적이 있다. 마침 유리병에 담겨있는 파스타 소스들은 남아있으니 파스타와 소스를 가져다주면 좋을 것 같다. 다만 소스들은 유리병에 담겨있어서 많은 양을 운반하기엔 껄끄러웠다.


일단 눈에 보이는 파스타란 파스타는 전부 쇼핑 바구니에 넣고 있는데 매대 아래쪽에 잔뜩 쌓여있는 밀가루 포대 같은 것에 눈이 갔다. 한 개를 꺼내 보니 밀가루가 아니라 스프 분말이었는데 한 봉지당 1kg씩 담겨있는 벌크 상품인 것 같았다. 무거운 유리병에 담겨있는 파스타 소스보다 봉지로 담겨있는 게 운반하기 더 쉬울 것이다. 무슨 맛일지는 상상이 잘 안되지만 면을 말아 먹을 수도 있을 것이고 따로 간단하게 먹을 수도 있다.


매대에 있는 스프 봉지를 종류별로 더블백에 넣었다. 대략 20개 정도 들어갔는데 1개당 1kg이니 20kg의 짐이 생겨버렸다. 못 들 만큼 무거운 무게는 아니지만 이걸 들고 거리의 좀비들을 뚫을 생각을 해야 한다. 더블백에는 여유 공간이 있었지만 더 챙기는 것은 욕심이다. 나중을 기약하며 이쯤 챙겨서 가야겠다.


구루마를 찾기 위해서 그리고 약간의 호기심 때문에 직원 전용 출입구를 통해 마트 후방 공간에 들어왔다. 아수라장인 매장과 다르게 나름 쾌적한 상태였다. 아마도 마트를 털던 사람들이 이곳까지 털 생각은 못 한 모양이다. 내 예상이 맞는다면 이곳에서도 유용한 물건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매장에 진열되기 전까지 물건들이 기다리는 곳이니 말이다.


나는 구루마를 찾는 것도 잊고 여기저기 쌓여있는 상자들에 후레쉬를 비추며 무슨 물건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있었다. 당장 가져가진 못해도 조만간 들려서 가져갈 만한 식량들이 있을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오랜만에 쇼핑하는 기분이 들어서 즐거운 기분이었다. 그러다 문득 어디선가 이질적인 소리가 들렸다.


작게 흐느끼는 듯한 소리··· 아무리 들어봐도 흐느끼는 듯한 소리가 맞았다. 워커 특유의 그르렁 거리는 소리가 아니었다. 생존자가 있는 것일까?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흐느끼고 있는 것을 보아 분명 뭔가 안 좋은 상황일 것이다. 도망쳐야 되나 소리의 근원을 찾아야 하나 내면의 갈등이 시작되었다. 짧은 고민 끝에 일단 생존자를 찾아보기로 했다. 쇼핑 바구니와 더블백을 내가 들어온 출입구 앞쪽에 내려놓았다.


숨이 꽉 막힐 정도로 어두운 곳에서 작은 소리에 이끌려 걷다 보니 각종 무서운 생각들이 떠올랐다. 예를 들자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라든지 그런 것 말이다. 소리가 나지 않게 조심히 걸으며 혹시라도 도리깨에서 찰랑거리는 소리가 날까 봐 도리깨 추 부분을 꽉 잡았다. 한 발자국씩 때며 이동하는데 소리가 점점 가까워졌다. 코너를 돌자 멀지 않은 곳에 사람이 앉아있었다.


“저기요”


긴장하고 있어서 그랬는지 잠긴 목소리가 나왔다. 내 목소리를 못 들은 것 같아서 다시 한번 목을 가다듬고 불러보았다.


“저기요 괜찮으세요?”


그러자 앉아있던 사람은 흐느낌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나를 쳐다봤다. 후레쉬의 강렬한 빛도 아랑곳 않고 나를 응시하는 등산복을 입은 여성은 두 눈이 시뻘건 색으로 충혈돼있었고 피부는 창백했다. 뭔가 잘못되었다. 그녀는 러너다.


내가 엿 되었음을 깨닫는 동시에 그녀도 벌떡 일어나 나에게로 달려오기 시작했다. 도리깨를 휘두르려 했지만 공간이 너무 좁았다. 충분한 힘이 실리지 않을 것이다. 달려오는 러너를 향해 도리깨를 던져버리고 급하게 오른쪽 바지와 벨트 사이에 껴놓은 빠루를 꺼내려 했지만 당황한 탓에 단번에 뽑아내지 못했다. 반쯤 빠지다 만 빠루와 씨름하는 사이에 그녀는 어느새 코앞까지와 그대로 날 덮쳐버렸다.


뒤로 나자빠지면서 뽑고 있던 빠루를 놓쳤다. 이제 정말 큰일 났다 죽는구나 싶었다. 그러다 문득 집을 나서기 전에 챙겼던 사시미칼이 생각났다. 이미 내 위에 있던 그녀는 금방이라도 내 목덜미를 물어뜯을 기세였기에 보호구를 두른 왼팔을 그녀가 물기 좋게 내밀었다. 다행히 그녀는 왼팔을 덥석 물어뜯기 시작했다. 오른손으로 재빨리 오른쪽 정강이에 청테이프로 감아둔 칼을 뽑아 들었다.


정신이 없어서 머리를 노리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었다. 나는 오른손으로 거꾸로 쥐고 있는 사시미칼로 사정없이 그녀의 왼쪽 목덜미와 어깨를 찔러댔다. 그러자 그녀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물고 있던 왼팔을 놔버린 그녀는 비명을 지르며 칼에 찔린 부위를 손으로 감싸며 뒤로 물러났다. 나는 벌떡 일어나서 사시미칼을 러너에게 던지고 빠루를 뽑아들었다.


기세가 한풀 꺾인 그녀는 여전히 상처를 움켜쥐고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칼에 찔려 비명을 지른 점이 걸렸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게 러너가 맞는 건지 의구심이 들었다. 빠루를 단단히 고쳐잡으며 소리쳤다.


“사람이야 뭐야?!”


내가 소리 지르자 그녀는 다시 한번 나에게 달려들었고 그녀가 내게 달려들 걸 예상한 나는 빠루로 단번에 머리통을 후려갈겨버렸다. 머리통을 맞은 그녀는 나뒹굴며 엎어졌고 나는 일어 날려는 그녀의 뒤통수를 몇 번이고 내리쳤다. 육안으로 뒤통수가 완전히 파괴된 것을 확인한 후에야 확인 사살을 멈추었다. 두개골을 깨부순 충격으로 두 손이 얼얼했다.


나는 코를 덮고 있던 버프를 내려 크게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너무나 혼란스러웠다. 내가 지금 러너를 죽인 건지 사람을 죽인 건지 확신이 안 섰다. 앉아서 겨우 숨을 고른 난 힘들게 몸을 일으켜 시체를 뒤집어 보았다. 감겨있는 눈꺼풀을 들어서 안구를 확인했다.


시뻘건 두 눈, 핏줄이 보이는 창백한 피부··· 러너가 맞았다. 러너를 코앞에서 본건 처음이니까 러너라고 확신은 할 수 없어도 적어도 사람은 아니었다.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사람을 죽인 건 아니었다.


왼쪽 팔을 확인했으나 러너의 이빨은 내 피부 근처에도 못 왔다. 보호구가 제 할 일을 완벽히 해냈다. 땅에 떨어져 있는 사시미칼을 챙겨 다시 오른쪽 정강이에 붙여놓고 빠루와 도리깨를 챙겨 들었다.


마트 수색은 이쯤하고 짐을 챙겨 KBC로 향하기로 했다. 처음부터 너무 힘을 빼버려서 죽을 맛이다. 구루마를 구한다는 것도 잊은 체 1층으로 올라왔다. 눈에 보이는 카트에 짐들을 싣고 KBC를 향해 걸어갔다.


작가의말

오늘 하루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주말까지 이틀!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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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생존 - 방송국 (2) 20.07.12 1,028 24 7쪽
7 생존 - 방송국 20.07.09 1,086 23 5쪽
» 생존 - 마트 20.07.08 1,212 26 9쪽
5 생존 - 라디오 +1 20.07.07 1,300 23 5쪽
4 생존 - 아파트 파밍 20.07.06 1,366 28 5쪽
3 생존 - 공사장 20.07.05 1,472 29 6쪽
2 생존 - 무기 +2 20.07.03 1,763 27 6쪽
1 생존 - 식량 +2 20.07.01 2,500 37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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