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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깨3 님의 서재입니다.

좀비: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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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도리깨3
작품등록일 :
2020.07.01 00:40
최근연재일 :
2020.11.01 23:00
연재수 :
64 회
조회수 :
42,450
추천수 :
871
글자수 :
200,506

작성
20.08.16 23:00
조회
546
추천
13
글자
7쪽

생존 - 전달 사항

DUMMY

고요한 저녁 공기를 찢는 굉음과 함께 신태성 중위와 장갑차들이 터미널로 돌아왔다.


장갑차가 제 위치에 정차하고 시동이 꺼지자 병력들이 하차하였고 신태성 중위도 장갑차에서 내려 병력을 인솔했다. 터미널 건물로 들어오는 병사들의 표정이 나쁘지 않은 걸로 보았을 때 크게 문제는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안심하며 그들을 위해 따로 모아놓은 비닐밥을 나눠주었다. 가장 늦게 들어온 신태성 중위와 그의 조종수는 표정이 좋지 못했다. 신태성 중위는 조종수를 다독이며 병사들의 막사 입구까지 그를 배웅했다. 신태성 중위에게 별일 없었냐고 묻자 그는 애써 웃어 보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신태성 중위에게 비닐밥을 건네주며 다시 물어보았다.


“방금 병사분 얼굴을 보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 같은데.. 무슨 일인지 말씀해 주세요.”


그러자 신태성 중위는 밥을 받으며 털어놓았다.


“최대한 좀비들이 없을 만한 길로 경로를 선정했는데도 분산 작전의 여파로 도로 위에 좀비들이 있더라고요. 한두 마리 피하겠다고 대열을 흩트리면 위험할 것 같아서 그냥 밟고 지나가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제 장갑차가 선두였으니 아무래도 직접 들이받은 선두 조종수가 정신적으로 부담이 큰 것 같습니다..”


내가 터미널에 온 이후로 거의 모든 군인들이 직접 좀비와 맞닥뜨리며 총검술로 좀비들을 처리했었다. 그때는 괜찮다가 막상 장갑차로 들이받고 나서는 괴로워한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마치 그 조종수의 행동이 위선처럼 느껴졌다. 이런 생각을 신태성 중위에게 직접적으로 말하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재난 상황에서 간부가 아닌 병사라는 이유만으로 나약하게 구는 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나는 가연씨와 함께 머무는 숙소로 돌아와 위 이야기를 했다. 가연씨는 나의 말을 조용히 들어보더니 본인의 생각을 말해주었다.


“결국 개인의 차이가 아닐까요?”


나는 그게 무슨 말인가 싶어 자세히 설명해달라 부탁했다. 가연씨는 생각을 정리하는지 잠시 뜸을 들이더니 말을 이어갔다.


“우리 모두 살기 위해 날붙이를 휘둘렀지만 그게 결코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잖아요? 총검술로 좀비들을 처리할 때는 생존을 위해 좀비에게 필요한 만큼의 최소한의 상처를 내서 처리를 하는데 장갑차로 들이받아 버린다는 건 밟고 지나가면서 필요 이상의 고통과 신체 훼손을 좀비에게 주는 것이잖아요. 사람이었던 좀비의 존엄을 필요 이상으로 헤치는 것 같다고 해야 할까요? 그건 개인의 차이는 있겠지만 결코 기분 좋은 경험은 아닐 거예요.”


가연씨의 말을 듣자 얼굴이 확 달아오르고 머리가 멍해지는 게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저 부끄러웠다. 나약하다고 비난했던 병사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곳 터미널에 있는 모든 사람은 생존이라는 똑같은 짐을 짊어지고 있다. 그렇지만 똑같은 짐이라 할지라도 누군가에겐 버거운 짐일 수도 있고 누군가에겐 너무나 손쉬운 짐일 수도 있다. 내가 비록 그 짐을 가볍게 느꼈을지 언정 다른 이에게 함부로 잣대를 들이미는 것은 몰상식하고 이기적인 행동이었다. 스스로가 너무나도 바보 같고 한심했다. 맨정신으로 깨있기 너무 괴로웠던 나는 가연씨에게 다가가 그녀를 안으며 저녁 인사를 하고 내 침대로 돌아와 평소보다 빨리 잠을 청했다.


아침이 되자 밝아진 주변 덕분에 자연스럽게 눈이 떠졌다. 가연씨는 역시나 일찍 일어나 부지런히 하루를 준비하고 있었다. 가연씨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부드럽게 웃으며 인사했다.


“좋은 아침이에요.”


나는 목이 잠겨 말이 나오지 않아 그저 미소로 대답했다. 터미널 실내는 늘어난 군인들 덕분에 복작거렸다. 다행히 아직까지 방독면에 보호의를 입고 있는 인원은 없었다. 어제 저녁에 신태성 중위에게 말해준 다는 것을 깜빡했는데 누군가 신태성 중위에게 말해준 모양이다. 가연씨와 나는 영웅씨의 숙소로 가서 그를 깨운 후 밥을 받기 위해 지휘 통제실 앞으로 갔다. 마침 오랜만에 밝은 표정으로 지휘 통제실에서 나오는 신태성 중위와 마주쳤다.


신태성 중위는 낯설 정도로 표정이 밝았다. 무슨 좋은 일인지 그에게 묻자 신태성 중위는 이따 아침 회의에서 말해주겠다며 말을 아꼈다. 우리는 궁금증을 품은 체 아침식사를 마쳤다.


이윽고 아침 회의 시간이 되자 간부들과 분대장급 병사들이 지휘 통제실로 모였다. 늘어난 인원 덕에 지휘 통제실이 좁게 느껴졌다. 신태성 중위는 모든 인원이 모이자 밝은 목소리로 회의 전 전달 사항을 전파했다.


“임무 교대 후 첫 민간인 탈출 작전이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난민 분들은 무사히 난민 수용소에 도착하셨다고 합니다. 그 덕에 본격적인 구조 활동을 위한 지원 병력들이 이곳 고속버스 터미널로 오기로 결정되었다고 합니다. 단순히 전투 병력뿐만 아니라 본격적으로 시설을 점검하고 보수하여 우리 인원들이 보다 편하게 지낼 수 있게 시설 공병과 전문가도 온다고 합니다. 취사병들도 온다고 하니까 이제 비닐밥도 안녕입니다. 고속버스 터미널을 점거하고 개수하여 본격적인 구조활동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군인들의 표정이 밝아졌다. 누군가가 신태성 중위에게 물었다.


“그럼 앞으로 에어컨도 쓸 수 있는 겁니까?”


신태성 중위는 방긋 웃으며 대답했다.


“제한적이지만 사용 가능할 겁니다. 저녁에 잘 때만큼이라도 사용할 수 있게 요청해놓겠습니다.”


신태성 중위는 본인이 항상 소지하고 다니는 수첩을 둘러보더니 씩 웃으며 입을 땠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좋은 소식, 대대장님이 고속버스 터미널에 방문하기로 하셨습니다. 예정된 날짜는 내일입니다만 미리 알고 계시는 게 좋을 것 같아서 말씀드립니다.”


분대장급 병사들 몇 명이 탄식을 하자 임시 행정보급관이 눈치를 줬다. 가연씨는 이게 무슨 의미인가 이해했을지 궁금하여 가연씨를 바라보자 경찰도 군인과 크게 다르지 않은지 높으신 분이 온다는 사실이 크게 달갑지 않은 표정이었다.


신태성 중위는 임시 행정보급관을 보며 말했다.


“행보관님, 내일 대대장님과 같이 찰리(C)중대 행보관님이 오실 겁니다.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다들 그동안 고생한 행보관님을 위한 박수!”


임시 행정보급관은 홀가분한 듯 너털웃음을 지으며 감사를 표했다. 노련한 장갑차 승무원이 돌아와 다들 기쁜 눈치다. 그때 이름 모를 중사가 신태성 중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럼 혹시 중대장님은..?”


신태성 중위는 난감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중대장님과 관련된 사항은 아직 자세하게 나온 게 없어서 이렇다 말해드릴게 없습니다. 아마 내일 대대장님이 부대를 둘러보시면서 직접 판단하신 후에 결정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소식 전달 및 간단한 회의가 끝난 후 밖으로 나오자 어제 어두운 표정으로 돌아왔던 장갑차 조종수가 눈에 들어왔다. 다행히 동료들의 위로를 받고 기분이 좀 풀렸는지 표정이 나쁘지 않았다. 그의 얼굴을 보자 나는 괜히 어제의 이기적이고 못난 나 스스로가 생각나 괜히 기분이 울적해졌다.


작가의말

다들 즐거운 연휴 보내세요~!


항상 감사합니다 ^^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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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생존 - 계룡대 +4 20.08.23 456 8 7쪽
37 생존 - 회의하러 가는 길 +4 20.08.20 472 8 7쪽
36 생존 - 실전 +1 20.08.19 504 9 7쪽
35 생존 - 훈련 +6 20.08.18 523 11 8쪽
34 생존 - 대대장 사열 +3 20.08.17 552 11 7쪽
» 생존 - 전달 사항 +3 20.08.16 547 13 7쪽
32 생존 - 잔류 +5 20.08.13 558 14 7쪽
31 생존 - 호송 작전(3) +3 20.08.12 548 14 7쪽
30 생존 - 호송 작전(2) +3 20.08.11 556 13 8쪽
29 생존 - 호송 작전 +3 20.08.10 579 16 7쪽
28 생존 - 좀비 분산 작전(2) +2 20.08.09 580 11 5쪽
27 생존 - 좀비 분산 작전 +2 20.08.06 613 12 6쪽
26 생존 - 빈자리 +1 20.08.05 634 14 7쪽
25 생존 - 격리 +3 20.08.04 639 16 6쪽
24 생존 - 터미널 동부 철수 작전 +1 20.08.03 684 17 7쪽
23 생존 - 회의 +1 20.08.02 683 14 5쪽
22 생존 -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3) +2 20.07.30 704 15 4쪽
21 생존 -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2) +1 20.07.29 702 16 5쪽
20 생존 - 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1 20.07.28 716 17 4쪽
19 생존 - 터널 +2 20.07.27 716 15 5쪽
18 생존 - 신반포역 +1 20.07.26 748 15 5쪽
17 생존 - 지구대 +1 20.07.23 782 16 8쪽
16 생존 - 소문 20.07.22 789 19 5쪽
15 생존 - 집 20.07.21 831 17 5쪽
14 생존 - 기사 20.07.20 907 20 8쪽
13 생존 - 마트에서 생긴일 (2) 20.07.19 966 20 7쪽
12 생존 - 마트에서 생긴일 +2 20.07.16 944 19 6쪽
11 생존 - 다시 마트로 +2 20.07.15 970 22 7쪽
10 생존 - 방송국 (4) 20.07.14 988 25 6쪽
9 생존 - 방송국 (3) 20.07.13 1,007 24 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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