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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제泰帝의 서재입니다.

강철의 주인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SF

태제泰帝
작품등록일 :
2013.11.24 19:56
최근연재일 :
2013.12.20 22:07
연재수 :
8 회
조회수 :
18,388
추천수 :
268
글자수 :
20,386

작성
13.12.12 01:06
조회
4,097
추천
58
글자
6쪽

강철의 주인 001

DUMMY

Prologue










1


콰르르릉.

성 밖으로 천둥 번개가 몰아쳤다. 마치 하늘이 쪼개지기라도 한 것처럼 거센 빗줄기가 쏟아져 내렸다.

“왠지 불길한 일이 벌어질 거 같은데요.”

굳은 얼굴로 창밖을 바라보던 하녀 샐리가 쓸데없는 말을 주절거렸다. 그러자 옆에 앉아 찻잔을 닦고 있던 하녀장 엠마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말고 일이나 해.”

어린 하녀들의 입방아야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할 말과 해서는 안 될 말을 구분할 필요가 있었다. 백작 부인의 산통이 시작된 이 상황에서 불길하니 뭐니 떠들어댔다가 다른 이의 귀에 들어가기라도 한다면 목숨을 부지하기 어려워질지 몰랐다.

하지만 철없는 만큼이나 호기심이 왕성한 샐리는 엠마의 말을 귓등으로 흘려버렸다.

“그런데 그 이야기가 정말이에요?”

“무슨 이야기?”

“오늘 쌍둥이를 낳으면 저주가 내린다는 이야기 말이에요.”

“샐리!”

엠마가 다급히 찻잔을 내려놓았다. 그 과정에서 찻잔이 짹 하고 금이 가 버렸지만 그녀의 노한 시선은 샐리에게서 떨어질 줄 몰랐다.

그러나 여전히 샐리는 여전히 상황파악을 하지 못했다.

“왜요? 아니에요?”

샐리가 천진난만한 얼굴로 엠마를 바라봤다. 그 모습이 마치 옛날 이야기를 갈구하는 어린아이 같았다.

만일 샐리가 백작가의 영애 쯤 됐다면 엠마도 마지못해 답을 해 주었을 것이다. 그것도 진실을 최대한 감추고 순화시켜서 말이다.

하지만 일개 하녀 따위가 트위나의 저주를 알 필요는 없었다. 알아서 좋을 것도 없었다. 그저 다른 하녀들에게 떠들어대려는 속셈이라면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다.

“그 입 한번만 더 나불거렸다간 성에서 내쫓길 줄 알아.”

엠마가 매섭게 말했다. 마음만 먹으면 하녀장의 권한으로 말 안듣는 하녀 하나쯤은 얼마든지 쫓아낼 수 있었다.

“칫. 왜 저만 가지고 그러세요.”

그제야 엠마가 화가 났다는 사실을 알아챈 샐리가 입술을 삐죽거렸다. 그러면서도 혹시라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는 눈으로 엠마를 힐끔거렸다.

그러나 엠마는 말없이 찻잔만 닦아댔다. 지금은 그래야만 한다는 것처럼 말이다.

그 때였다.

“엠마! 엠마!”

복도를 타고 총집사 에드먼의 메마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에드먼 님 목소리 같은데요?”

샐리가 다시 눈을 반짝거렸다. 엠마도 찻잔을 닦던 마른 천을 내려놓고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오, 여기 있었군.”

그 사이 식기방(주방에 딸린, 식기 등을 보관하는 방)으로 들어 온 에드먼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을 이었다.

“미안하지만 지금 루시엘 님에게 가 줘야할 거 같네.”

“예? 설마……?”

“그래. 아무래도 더는 버티기 어려우실 거 같아.”

“아…….”

엠마의 입에서 절망어린 탄식이 흘러 나왔다. 샐리의 입방정 때문일까.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정신 바짝 차려야 하네.”

잠시 넋을 놓아버린 엠마의 어깨를 붙들며 에드먼이 힘주어 말했다. 지금은 산파를 부를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엠마가 정신차리지 않으면 모두가 위험해지는 결과가 생길 수밖에 없었다.

“알겠습니다.”

뒤늦게 정신이 돌아 온 엠마가 크게 숨을 들이켰다. 그리고는 루시엘의 방으로 다급히 걸음을 옮겼다.

같은 시각.

“백작님. 결정을 내리셔야 합니다.”

총관 사일러스 남작은 필사적으로 에인베르크 백작을 설득하고 있었다.

“저대로 두면 부인까지 잘못되실 수 있습니다. 더는 늦출 수가 없습니다.”

새벽부터 계속된 산통에 실신하길 몇 차례. 이미 백작 부인 루시엘은 한계에 다다라 있었다. 출산을 늦추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해 봤지만 더 이상은 힘들어 보였다. 이대로는 산모의 목숨마저 위험해 질 수 있었다.

그 사실을 에인베르크 백작도 모르지는 않았다. 그 역시 조금 전까지 비명이 흘러나오는 루시엘의 방 앞을 서성이다 돌아왔다.

하지만 에인베르크 백작은 끝내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버티면 되네.”

에인베르크 백작이 손톱을 물어뜯으며 말했다. 벌써 해가 서산 너머로 저물고 있었다. 이제 몇 시간만 더 버티면 하루가 지난다. 그 다음부터는 맘 편히 아이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사람의 힘으로 고귀한 생명의 탄생을 막는다는 건 애당초 잘못된 일인지도 몰랐다.

“백작님! 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라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사일러스 남작이 자신도 모르게 언성을 높였다. 백작 부인이기 이전에 하나뿐인 누이가 아이를 낳지도 못하고 죽는 꼴을 도저히 지켜 볼 수가 없었다.

“그럼 나더러 어쩌란 말인가!”

에인베르크 백작도 책상을 내리쳤다. 지금 루시엘의 건강이 가장 염려되는 건 다름 아닌 자신이었다. 첫 눈에 반해 삼 년간을 쫓아다닌 끝에 힘겹게 얻은 아내가 자신의 아이를 낳는 심정은 그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가 없었다.

문제는 루시엘의 배속에 들어 있는 쌍둥이가 하필이면 오늘 세상에 나오려 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트위나의 별이 뜨는 날이다. 트위나의 별에 태어난 쌍둥이는 서로를 잡아먹을 운명을 타고난다.

그래서 에인베르크 백작은 오늘만 무사히 넘기길 바랐다. 트위나의 날이 지나면 쌍둥이가 아니라 세 쌍둥이를 낳더라도 아무 상관이 없었다.

하지만 산통으로 인해 루시엘이 죽어가는 상황에서도 마냥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건 이기적이다 못해 잔인한 짓이었다.

“백작님께서 결단을 내리지 못하시겠다면……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오탈자가 보이시거든 쪽지로 알려주시길 부탁드립니다.

플래티넘 연재란에서 태왕기 현왕전 연재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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