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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빼미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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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돌빼미
작품등록일 :
2016.08.05 15:38
최근연재일 :
2017.12.23 23:50
연재수 :
244 회
조회수 :
142,754
추천수 :
1,985
글자수 :
1,433,061

작성
16.11.09 22:00
조회
621
추천
10
글자
12쪽

1부 검은 성벽 - epilogue (2)

DUMMY

집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레이첼은 윤성과 처음 만났던 그 날의 기억을 끝마치면서 머리를 감싸 쥐기 시작했다.


‘하아···. 나라도 정신을 차렸어야 했는데···.’


어머니인 비올라는 그동안에도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일들을 자주 저지르곤 했었지만 이번에는 정도가 너무 심했었다.


‘여자들만 있는 집에 정체도 모르는 남자를 들이다니···. 괴상하게 생긴 그 짐승은 재껴두더라도 말이지···.’


이름 외에는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고, 그저 자신의 아버지인 관영의 유품을 가져왔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집에 머물게 해주고 있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이 비올라에게 아무리 그 이유를 물어보아도 비올라는 결코 그 이유를 말해주지 않았다. 그저 자신이 반항하지 못하는 표정만을 지으면서 자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뿐이었다.


윤성이 자신의 집에 온 지 3주가 되었지만 레이첼은 도무지 그를 믿을 수가 없었다. 지하실에 처박혀서 어디선가 가져온 책들만 읽고 있는 사람이었지만, 그는 자신의 이야기를 한마디도 해주지 않았다. 얼굴을 가로지르는 커다란 상처 때문에 험난한 인생을 살아왔을 것이라고 짐작만 할 뿐이었다.


같은 집에서 살고는 있지만, 그는 결코 지하실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었다. 가끔 산책하러 나가는 것을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에는 지하실에 틀어박혀 있었다. 식사할 때도 언제나 자신이 지하실로 식사를 가져다줘야만 했다.


이렇듯 3주 동안에 대화를 많이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레이첼이 윤성을 믿지 못하는 것이기도 했지만, 레이첼은 그것보다는 윤성의 눈 때문에 그가 꺼림 직하게 느껴지곤 했다. 일반적으로 가지고 있다고 보기는 힘든 그 붉은 눈. 그 붉은 눈을 보고 있자면 마치 지옥불이 타오르고 있는 광경이 보이는 것만 같아서 두렵게 느껴지곤 했다.


그런 자와 자신의 어머니가 한 공간에 있다는 것이 너무나 불안했기 때문에 요즘에 레이첼은 가급적이면 집에 빨리 들어가곤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금 어머니를 지킬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자신밖에는 없었으니까. 더 이상 자신의 가족을 잃는 일이 생기는 것은 죽기보다 싫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든 레이첼은 불안한 마음에 운전하고 있던 차의 속도를 높였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집으로 빠르게 다가가면 다가갈수록 마음속의 불안감이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마치 무슨 일이라도 일어날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계속해서 그녀의 가슴을 때려왔다.


집에 도착한 레이첼은 다급하게 집 안으로 향했다. 다행히 자신이 가진 불안감과는 반대로 어머니인 비올라는 로그라는 이름의 짐승과 나란히 앉아서 텔레비전을 시청하고 있었다. 그리고 로그는 자신이 집에 들어서자 거대한 꼬리를 붕붕 흔들면서 자신의 귀가를 반겼다.


‘···생긴 것만 빼면 참 사람을 잘 따르는 애란 말이야.’


3주간 로그를 매일 봐서인지 이제는 이 괴상하게 생긴 짐승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았다. 결코, 귀엽다고는 할 수 없는 외모였지만, 애교도 많고 사람의 말을 잘 따르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레이첼은 로그가 참 귀여운 녀석이라는 생각을 가지곤 했다. 그 주인과는 다르게.


“그래. 그래. 나 왔어. 오늘도 집 안에서 잘 놀았니?”


자신에게 애교를 부리는 로그를 쓰다듬어주면서 레이첼이 말을 건네자, 마치 그 질문에 대답이라도 하듯이 로그는 크지 않은 목소리로 컹컹거리면서 울기 시작했다.


“그래? 잘 놀았어? 사고 치지는 않았지?”


하지만 레이첼의 이어진 질문에 로그는 슬그머니 그녀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그런 로그의 행동에 뭔가를 느낀 레이첼이 비올라를 쳐다봤다. 그러자 비올라 역시 레이첼을 외면하기 시작했고, 이에 살벌한 표정을 지으면서 레이첼이 비올라에게 물었다.


“···얘 또 뭔 짓 했어요?”

“아···. 그게···.”


비올라가 대답하지 못하면서 자꾸 위층을 힐끗거리자 레이첼은 다급하게 자신의 방으로 향했고, 그곳에서 산산이 무너져있는 자신의 침대를 발견했다.


“이게 뭐야?! 내 침대가 왜 이래?!”


자신의 딸을 뒤따라온 비올라는 거대한 덩치를 가지고 있는 로그를 자신의 뒤에 숨기면서 레이첼의 침대가 무너진 과정을 설명했다.


“아무래도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니까 얘가 많이 심심했나 봐···. 자기 딴에는 그냥 네 침대에 한 번 올라가 본 것 같은데···. 그게 무너질 줄은 생각도 못했었나 봐···.”

“뭐?! 그냥 침대를 올라간 것뿐인데. 내 침대가 이 지경이 되었다고?!”


비올라의 뒤에서 불같이 화를 내는 레이첼을 향해서 고개를 빼꼼 내민 로그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레이첼의 질문에 답을 해주었지만, 그 행동이 더욱더 레이첼을 화나게 만들었다.


“그게 말이 되냐?! 이 말썽꾸러기가!”


레이첼은 비올라의 뒤에 숨어있는 로그에게 다가가 목살을 움켜쥐면서 로그를 혼내기 시작했고, 로그는 아프다는 듯이 낑낑거리면서 비올라의 곁으로 도망치려고 시도했다.


“어딜 도망가려고!”


레이첼은 도망치려는 로그의 목살을 계속해서 움켜쥐었고, 이제는 로그의 등에 올라타 계속해서 로그의 목살을 꼬집어댔다.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로그의 피부가 워낙 단단해서 때려봤자 자신의 손만 아팠었고, 여러 번의 시도 끝에 목살을 꼬집는 게 효과가 좋다는 것을 알아낸 레이첼은 사고를 치는 로그에게 언제나 이런 식으로 혼을 내곤 했다.


“그만하렴. 얘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닌데···.”


비올라가 레이첼을 말리면서 로그를 두둔하자 레이첼은 로그의 목살을 움켜쥐었던 손을 놓아주었다. 그러자 로그는 쏜살같이 비올라의 뒤에 몸을 숨기면서 어깨에 난 촉수로 자신의 목살을 만져대며 낑낑거리기 시작했다. 약간 불쌍한 마음이 들긴 했지만 레이첼은 이대로 자신의 화를 다스릴 생각은 없었다.


“그 남자는 지하실에 있어?!”

“응? 윤성씨? 아까 산책한다고 밖에 나갔는데?”

“뭐? 자기가 데려온 애완동물이 이런 사고를 쳤는데 그냥 자기는 산책을 나갔다고?!”


레이첼은 더더욱 그를 용서할 수 없다는 듯이 불타오르기 시작했고, 사고를 친 당사자인 로그는 그 모습에 겁이 난다는 듯이 꼬리를 말면서 더욱더 비올라의 뒤에 자신의 몸을 최대한 숨겼다.


“윤성씨가 없었을 때 일어난 일이야. 침대는 엄마가 곧바로 사 줄 테니까···.”

“자리에 있었건 없었건 자기 애완동물은 자기가 잘 관리해야 할 것 아니야?! 내 이 인간을!”


레이첼은 씩씩거리면서 참사가 일어난 자신의 방을 벗어나 집 바깥으로 향하려고 했고, 비올라는 걱정스럽다는 목소리로 레이첼을 향해 말했다.


“윤성씨 찾아보려고? 어디에 있는 줄 알고?”

“뻔하지! 보나 마나 공원 숲에서 사색 중이겠지! 걱정하지 마요! 모가지를 잡아끌어서 데려올 테니까!”


말을 마치면서 레이첼은 쾅 소리가 들릴 정도로 현관문을 닫으면서 바깥으로 향했고, 비올라는 완전히 쫄아있는 로그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중얼거렸다.


“대체 누굴 닮아서 저렇게 성격이 드센지 참···.”


이에 로그는 슬며시 비올라를 쳐다보았고 로그의 시선을 눈치챈 비올라는 로그를 살짝 쥐어박으면서 말했다.


“어머. 난 아니야 얘. 내가 어렸을 때 얼마나 요조숙녀였는데. 호호호. 레이첼이 윤성씨를 데려올 때까지 식사준비나 하자. 호호호.”


머쓱한 웃음을 지으면서 1층으로 향하는 비올라를 천천히 뒤따르던 로그는 계속해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찾았다!”


폭풍이 지나간 듯한 집에서 나온 지 한 시간쯤 후에 레이첼은 땀을 비 오듯이 흘리면서 나무에 기대어 앉아 책을 읽고 있는 윤성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외쳤다. 익숙한 목소리를 들은 윤성은 읽고 있던 책에서 눈을 떼고 그 목소리를 향해서 고개를 돌렸다.


저물어가는 햇빛을 등지면서 레이첼이 자신의 앞에 서 있었고, 윤성은 아무런 표정 변화도 없이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조그만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예쁘시네요.”

“네? 아···. 그렇죠?”


생각지도 못한 윤성의 발언에 레이첼은 당황스러워했고, 허무할 정도로 윤성에게 쌓였던 화가 가라앉아버렸다.


“저를 찾으려고 한 건가요?”

“아! 맞아요! 당신의 애완동물이···!”

“로그가 또 무슨 사고를 쳤나요?”

“내 침대를 박살 내놨다고요! 대체 어떻게 관리를 하고 있는 거예요!”

“죄송합니다. 제가 집에 가서 따끔하게 혼을 내놓겠습니다.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을 거예요. 똑똑한 녀석이니까.”


윤성의 질문에 다시금 처참히 무너졌던 자신의 침대를 떠올린 레이첼은 윤성을 다그치기 시작했지만, 아무런 변명도 없이 바로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윤성의 모습에 화를 이어나갈 연료가 떨어져 버렸다.


허망하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던 레이첼은 다시 윤성이 책에 집중하려는 모습을 보이자 불만스럽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책 못 읽고 죽은 귀신이 붙었어요? 무슨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요?”


이에 윤성은 쓸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다.


“···저한테 부족한 게 많아서요.”


레이첼은 그런 윤성의 대답에 재미없다는 듯이 머리를 긁적이면서 말했다.


“그래요? 뭐 부족한 걸 알고 노력하는 건 좋은 일이죠. 어쨌든 지금은 저랑 같이 집으로 가주셔야 되겠어요. 이참에 할 말은 다 해야 되겠으니까!”

“네. 알겠습···.”


레이첼의 말을 거부할 수 없다는 듯이 윤성은 읽고 있던 책을 덮으면서 몸을 일으켰는데 무언가를 느꼈는지 갑작스럽게 레이첼에게 다가가 그녀를 품에 안았고, 갑작스러운 윤성의 행동에 레이첼이 당황해하면서 윤성에게 욕을 하려는 찰나에 그녀가 있던 위치에 칼이 날아와 박히기 시작했다.


“뭐···뭐죠? 이게 무슨···?”


하지만 윤성은 입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면서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냈고, 레이첼은 그런 윤성의 명령을 따랐다. 레이첼을 조용히 시킨 윤성은 근처에 있는 수풀을 향해서 위엄이 느껴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나와라.”


그러자 갑자기 수풀에서 세 명의 괴한이 칼을 든 채로 튀어나왔고 레이첼은 그 광경에 놀라서 몸이 얼어붙었다.


아무리 그동안에 훈련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갑작스럽게 습격을 당하는 상황이 되자 머릿속이 새하얘지기 시작한 레이첼과는 다르게 윤성은 들고 있던 책을 가장 가까이에 달려오는 괴한에게 집어 던졌고, 그 괴한이 날아오는 책을 손에 쥐고 있던 칼로 잘라버리자 그 빈틈을 놓치지 않고 그에게 강렬한 발차기를 먹였다. 그리고 자신의 양옆에서 돌진해오는 두 괴한의 칼을 손쉽게 회피하면서 그들의 손목을 잡고 바로 꺾어버렸고, 그 후에 그들이 들고 있던 칼을 빼앗아 그들의 목과 심장에 칼을 찔러 넣었다.


순식간에 자신의 동료가 당하자 윤성에게 발차기를 당했던 괴한은 몸을 돌려서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이미 그의 뒤를 잡아낸 윤성은 양손으로 그 괴한의 목을 꺾어버렸다. 순식간에 세 명의 사람을 죽인 윤성이 붉은 눈을 불태우며 자신에게 향하자 레이첼은 두려움에 그에게서 도망을 치려고 했지만 이어지는 광경에 더욱 놀라서 몸을 움직일 수조차 없었다.


윤성이 죽인 세 명의 괴한은 마치 처음부터 이곳에 없었던 것처럼 연기만을 남긴 채로 그대로 사라져 버렸다. 그리고 그 연기의 안에서 윤성은 붉은 눈을 불태우며 광기와 희열에 사로잡힌 미소를 지으면서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래···. 아직 끝나지 않았단 말이지···? 큭큭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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