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공감률 님의 서재입니다.

누가 자꾸 회귀하냐?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전쟁·밀리터리

완결

공감률
작품등록일 :
2020.10.17 21:45
최근연재일 :
2020.11.03 08:35
연재수 :
20 회
조회수 :
1,736
추천수 :
6
글자수 :
112,756

작성
20.10.31 08:35
조회
42
추천
0
글자
11쪽

17 - 강형욱의 시간 (5)

DUMMY

남과 북이 전력을 쏟아 넣은 전투가 대한민국의 승리로 끝이 나며, 북한의 독재자는 본인이 납치를 지시한 단백호 대통령의 신병을 무사히 넘겼다.


단백호는 휴식 시간을 가지지 않겠다고 선언하며, 즉시 대통령직에 복귀했다.


박성훈 대통령 권한 대행의 첫 행보가 계엄령 선포였다면, 복귀한 단백호의 첫 행보는 계엄령 해제였다.


“이 시간부로 전국에 선포된 계엄령을 해제합니다.”


전쟁 발발 14일 차. 대한민국은 일상을 되찾았다.

예비군의 신분으로 병역을 이행하고 있던 이들은 다시 민간인의 신분으로 복귀했다.

후방으로 피난해있던 노약자들은 다시 아버지와 어머니, 혹은 아들딸을 찾아 길을 나섰다.


정부는 명절보다 심각한 국민 대이동을 대비하기 위해 미리 버스 수만 대를 대절했다. 국민들에게 버스를 제공하며, 동시에 고속도로를 통제해 국민들은 빠르고 무사하게 집에 도착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이 집과 일상의 의미를 되새기며 가족들과 해후를 나눴지만, 아쉽게도 서울에 거주하던 국민들은 갈 곳이 없었다. 대신 단백호는 집을 잃은 재난민들에게 임시로 호텔의 방을 내어 주었다.


대한민국 전체가 하루의 휴식 시간을 가지고, 단백호는 전국에 합동 분향소를 마련했다. 대한민국은 서울의 재앙으로 인해 사망한 자들과 전투에서 사망한 자들의 이름을 기억하며 추모의 제를 지냈다. 모든 사람이 울었고, 모든 사람이 서로를 위로한 날이었다.


이어 대통령은 당일을 호국 보훈의 날로 재지정하고, 다수의 유공자에게 직접 악수를 하고 큰절을 했다. 단백호는 본인이 납치되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켜준 이들에게 감사하고, 미안하다고 했다.


훈장 수여식은 강형욱이 대표로 참가했다. UN 평화군의 지원군의 파견을 결정 짓는데 그가 가장 큰 역할을 했고, 그 외에도 다양한 전공을 세웠기에 그 누구도 강형욱의 대표 자격을 의심하지 않았다.


“이름 강형욱. 위 사람은 호국의 정신으로 국가 수호에 크게 이바지를 하였으므로, 이에 태극무공훈장을 수여 합니다.”


단백호가 직접 훈장을 강형욱의 가슴팍에 달아주었고, 관중들은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 강형욱은 멋쩍게 웃으며 허리를 90도 숙여 인사했다.


단백호는 즉석에서 강형욱에게 대표자로서 국민들에게 인사를 부탁했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너무 큰 슬픔을 겪었으니, 기쁨으로 슬픔을 몰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


강형욱은 단백호의 뜻을 받아들여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그는 마이크를 건네는 진행요원의 손길을 마다하며 목소리에 내공을 잔뜩 실었다.


믿음과 기쁨. 이 모든 것을 담아 강형욱이 호방하게 외쳤다.


“결국 우리는 이겨냈소이다!”


오페라 가수 이상으로 강형욱의 목소리는 웅대했다. 그 정도가 귀가 아플 수준이어서, 사람들은 잠깐 귀를 틀어막았다.


“모두 고생하셨소! 저뿐만이 아닌, 여러분들 모두가 우리나라의 영웅이오! 감사하오!”


단순하지만 확실한 메시지. 내가 아닌 우리가 지켜냈다는 말에 국민들은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사람들은 각자 옆에 있는 사람들을 껴안으며 고생했다고, 살아주어서 고맙다고 서로를 축하하고 위로했다.


애도의 시간과 기쁨의 시간을 마치고, 단백호는 본격적으로 정무에 들어갔다. 전후 처리 과정에서 그를 괴롭히는 사항들이 많았기에, 그는 남몰래 두통약을 두어 알 챙겨 먹었다.


그는 우선 정부 부처의 관료들을 임시로 임명했다. 전쟁 중에 공무원들 대다수가 희생되어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함이었다. 그는 각 부, 처, 청의 장들에게 최우선 국정 업무로 도시 재건을 명했다. 대한민국의 수도가 반파되면서 상당한 주거 공간이 소실 되었기 때문이다.


이어 단백호는 UN 평화군의 사령관 맥 그레이 장군과의 독대 시간을 가졌다. 세계 평화를 위해 먼 걸음을 해준 영웅이다. 단백호는 그에게 대표로 감사 인사를 전하며, 한국 사회 역시 국제 평화에 이바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맥 그레이를 배웅한 후, 단백호는 세계의 네티즌들에게도 인사를 하겠다며 강형욱에게 라이브 스트리밍을 부탁했다. 나튜브 측의 배려 덕에 방송을 시작하자마자 시청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상승했다.


단백호는 라이브를 통해 네티즌들의 관심 덕에 민간인의 희생을 막을 수 있었다며 허리를 숙였다. 대통령의 행보가 꽤 파격적이었던 탓에, 네티즌의 반응은 상당했다.


-와! 대통령이 라이브 방송하는 거 처음 봐.

-다행이에요 한국! 기도했습니다!

-네티즌에게도 훈장 수여 합니까?


세계 언론의 반응도 난리였다. 대한민국의 대통령이 국민 친화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칭찬과 국제 사회의 힘으로 평화를 지켜낸 역사에 남을 일이라는 표현이 주를 이뤘다.


감사 인사를 충분히 전한 후, 단백호는 북한의 독재자를 만났다. 서로의 합의 하에 피해 보상 내용을 비준해야 했기 때문에, 단백호는 대한민국 최고의 두뇌를 불러 모았다.


준비가 무색하게, 독재자가 희망한 것은 단순했다. 본인의 안녕. 그는 자신을 안전하게 지켜주고, 적당한 삶의 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어떠한 문서에도 사인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가장 먼저 요구할 것은 통일입니다.”

“내래 통일이 아니라 어떤 요구라도 서명을 할것이디요.”


단백호는 독재자의 말로를 보장할 생각이 없었으나, 일단은 지켜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북한과의 통일을 정식 문서로 약속받지 못하면, 국제 사회가 어떤 이유로 북한을 갈라먹으려 들지 몰랐기 때문이다. 독재자는 안전을 보장받았다고 착각하며 희희낙락하게 서명을 마쳤다.


그러나 독재자가 회의실을 나가는 순간 인터폴과 국제 형사 재판소의 검사들이 들이닥쳐 독재자를 체포했다.


“동무! 이게 무슨 일이간! 날래 지켜주시오!”


당황하는 독재자에게 단백호는 저지하는 시늉을 했다. 그러나 전쟁 범죄자의 신병에 관해선 국제 형사 재판소의 권한이 대한민국의 권한을 넘어서, 어쩔 수 없다며 영혼 없는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어 단백호는 곧장 대국민 담화를 열어 드디어 통일을 이루었다고 선언했고, 전쟁으로 경제가 잠시 마비되었던 한국에 북한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들어서며 대한민국은 금세 활기를 되찾았다.


피해 복구와 도시 재건, 그리고 새로운 대한민국의 국민 간 통합 노력으로 정신없이 10여 일이 지나고, 마침내 홍정표와 독재자의 국제 형사 재판이 시작됐다.


“피고 홍정표는 본인의 죄목을 인정합니까?”


홍정표는 국제 변호사에게 눈빛으로 도움을 요청했으나 변호사는 그럴 생각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결국 홍정표는 자신의 부족한 지식으로 본인의 변호를 이어갔으나 결국 나락으로 추락한 권력층의 추악함을 드러냈을 뿐이었다.


“피고 홍정표에게 형량 30년을 선고합니다.”


홍정표의 유죄 사실이 확실해짐과 동시에, 전쟁 중에 부정으로 열었던 재판의 법적 효력 역시 무효화 되었고, 이 소식은 곧바로 강형욱과 각성자 전용 교도소에 전해졌다.


강형욱은 즉시 선임 요원을 불러 교도소로 향했다. 강형욱은 한 손에 직접 곱게 간 두부 한 모를 들고 선 채로 신지훈의 출소를 기다렸다.


이내 대문짝만한 교도소의 철창이 양 옆으로 열리며, 익숙한 실루엣의 남자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신지훈이었다.


신지훈은 눈에 띄게 앙상해져 있었다. 그리고 정돈되지 않은 수염과, 진득한 다크써클 때문에 꾀죄죄한 모습이 강형욱의 마음을 찔렀다.


강형욱 역시 각성자 교도소의 악명을 익히 전해 들었다. 강한 만큼 고통스러운 곳. 신지훈 역시 하루하루가 고통스러웠으리라. 강형욱은 미안함을 담아 애절한 목소리로 신지훈을 불렀다.


“신지훈 군!”


신지훈은 오랜만에 들어보는 익숙한 사람의 목소리에 눈이 번뜩 띄었다. 그토록 기다리던 강형욱이었다. 신지훈은 고통스러웠던 지난날이 생각나 소리 죽여 울었다. 동시에 결국 강형욱 팀장이 해냈다고,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풀썩 주저앉아버렸다.


강형욱은 즉시 달려가 신지훈을 받쳤다. 울고 싶은 것을 꾹 눌러 참고 있는 것 같길래 강형욱은 두부를 건네며 농담했다.


“앞으로는 착하게 살게나. 전과자는 취업도 어렵다네.”


평소였으면 곧바로 받아쳤을 신지훈이었으나 그럴 힘은 없었는지 신지훈은 그저 소리 없이 강형욱을 안았다. 강형욱은

살짝 당황했으나, 덩달아 신지훈을 감싸주었다.


“팀장님, 힘들었습니다.”

“고생했다네. 덕분에 전쟁이 끝났다네.”

“저, 잘한 거 맞습니까?”

“자네로 인해 수만, 수십만을 넘어 수백만 명이 살았다네.”


그렇게 신지훈의 징역살이가 끝나고, 신지훈은 다시 사회로 복귀했다. 그리고, 신지훈의 이야기도 다시 시작됐다.


————————


지난 21일 동안 정신이 너무 힘들었나 보다. 마지막으로 울었던 게 언제더라. 정말 원 없이 울었던 것 같다. 다 큰놈이 울어 젖히는 게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을 텐데, 그걸 다 받아준 팀장님이 고마웠다.


팀장님은 다를 바래다주며 전쟁이 끝났다고 했다. 그간 모아놓은 뉴스를 보여주며 요즘 한국 사회가 이렇다고, 정리해줬다. 전쟁이 벌써 끝났다니, 사실 믿기지 않았다. 나는 그저 홍정표를 보낼 생각뿐이었는데.


“팀장님, 고생 많으셨습니다.”

“자네에 비하면, 약과였네.”

“오늘 제 출소 기념으로 회식 한 번 할까요?”


솔직히 감방 살면서 술이 매일 그리웠다. 술을 마시면 잠들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술을 마시면 힘든 게 조금 날아갈 것 같아서. 지금도 술이 너무 고프다. 물론 오늘은 조금 다른 의미로 술을 마시고 싶은 거지만.


팀장님은 흔쾌히 회식 제안을 수락했다. 보통 회식 제안은 상사가 하는 거라는데, 조금 그림이 이상한가? 뭐 어때, 좋은 게 좋은 거 아니겠어?


“대신 충분히 쉬고, 상태가 괜찮아지면 연락하게나. 자네가 연락하면 곧바로 나가겠네.”


고마운 배려였다. 안 그래도 요새 순간순간이 고통스러워 잠을 아예 못 잤다. 나는 알겠다고 대답하며 팀장님을 안심시키고는 반가운 휴식을 취했다.


그날 밤, 회복된 마나가 휴식을 도와 나는 생각보다 금방 컨디션을 회복할 수 있었다. 정신이 멀쩡해지니 간절히 밀려오는 술 생각에 나는 곧바로 팀장님에게 전화했고, 팀장님은 반색하며 팀원들을 모았다.


“위하여!”


건배를 외치며 모두 함꼐 잔을 높이 들어 올렸다. 고위 각성자들은 술잔을 부딪치지 않는다. 원체 힘이 강한 사람들이라 약한 유리잔이 쉽게 깨지기 때문이었다.


팀원들이 익살스럽게 웃으며 나에게 어깨동무를 하거나 장난을 쳤다. 고생했다고, 고맙다고 내 잔을 한 명씩 번갈아 가며 채워줬다.


아무리 고위 각성자는 술에 잘 취하지 않는다지만, 수십여 명의 사람이 번갈아 가며 한 잔씩 권하니 금세 취해버렸다. 알딸딸한 기운이 올라오며 그간의 설움이 조금씩 풀리는 기분이었다.


그제야 모든 것이 실감 났다. 드디어 끝났구나. 기분 좋은 밤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누가 자꾸 회귀하냐?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단 공지 20.11.05 42 0 -
공지 11월 4일 휴재공지 20.10.28 23 0 -
공지 연재 시간 확정 공지 : ( 평일(월요일 제외) - 오전 8시 35분 / 주말 - 12시 10분) 20.10.20 56 0 -
20 20 - 누가 자꾸 회귀하냐? (3) 20.11.03 38 0 11쪽
19 19 - 누가 자꾸 회귀하냐? (2) 20.11.02 38 0 11쪽
18 18 - 누가 자꾸 회귀하냐? (1) 20.11.01 40 0 12쪽
» 17 - 강형욱의 시간 (5) 20.10.31 43 0 11쪽
16 16 - 강형욱의 시간(4) 20.10.30 52 0 11쪽
15 15 - 강형욱의 시간(3) 20.10.28 52 0 12쪽
14 14 - 강형욱의 시간(2) 20.10.27 48 0 12쪽
13 13 - 강형욱의 시간 20.10.26 66 0 11쪽
12 12 - 계획(5) 20.10.25 61 0 12쪽
11 11 - 계획(4) 20.10.24 57 0 13쪽
10 10 - 계획(3) 20.10.24 56 0 13쪽
9 9 - 계획(2) 20.10.23 61 0 12쪽
8 8 - 계획 20.10.22 76 0 14쪽
7 7 - 압도 20.10.21 81 0 14쪽
6 6 - 진화 20.10.20 90 0 13쪽
5 5 - 정치 +1 20.10.19 94 1 16쪽
4 4 - 수룡 +1 20.10.18 116 1 13쪽
3 3 - 강형욱 +1 20.10.18 144 1 13쪽
2 2 - 계엄 +1 20.10.17 195 1 13쪽
1 1 - 개꿈 +1 20.10.17 325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