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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률 님의 서재입니다.

방명록


  • Lv.12 김백경
    2013.10.16
    12:05
    “여, 왔냐?”
    “왜 이리 늦었냐? ##야.”

    내가 얼마나 싫어하는지 뻔히 알면서도 태연히 욕설을 내뱉는 녀석. 그리고 손만 들어서 인사하는 녀석. 그리고 쳐다 보지도 않는 녀석까지. 돈 좀 빌려보겠다고 이 놈들을 만나는 내가 한심스러워 죽을 지경이었다.

    “뭐 좋은 일 있냐? 왜 그렇게 싱글 벙글이야?”
    “저거 이거 생겼나 보다.”

    새끼 손가락을 치켜들며 호기심을 보이는 녀석을 보면서 지긋이 째려 보았다. 하지만 별로 신통치 않았나 보다.

    “뭘 그렇게 사랑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냐? 확 주둥이를 찢어 버릴까보다.”
    “…오늘 이 형아가 기분이 무척 좋거든? 그러니까 조용히 이야기만 들어.”

    생각과는 다르게 들뜬 목소리. 하지만 그런것에 상관없이 난 친구들에게 현혜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미국 갈 비행기 값을 빌렸다. 하지만 당시로서는 상당한 거액이었고 그 자리에 모인 친구들로서는 그 돈을 마련하기 어려웠다.

    “야, 그거 거짓말일거야. 병원에서 퇴원해놓고 왜 미국을 가?”
    “그런말 하지 말고 빌려만 줘.”
    “야야, 이거 순진해 빠져가지고 아직도 똥물인지 오줌물인지 못가리네. 임마 얼굴 한번 안 보고 사랑에 빠지는게 가능하냐?”
    “가능해. 그러니까 돈만 빌려줘.”
    “아 거참 말 안 통하네. 돈이 문제가 아니라 네가 한심스럽다는 생각 안들어?”
    “안 들어. 빌려줄거야 말거야?”

    한 동네에서 자라서 근 15년을 넘게 보고 자란 사이. 무슨 말을 해도 그냥 그런갑다 하는 사이라기 보다는 서로 험악하게 치고 받고 싸우는 것이 일상화된 사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라고 부르는 것은 서로를 위하는 마음이 깊숙한 곳에 박혀 있기 때문이었고 결국 그 마음은 돈을 모아서 빌려주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야! 오늘 노래방이나 가자!”
    “니가 쏠거냐?”
    “###, 돈 좀 벌면 쓸 줄도 알아야지 맨날 빈대짓이야!”

    한잔 거나하게 걸친 우리 넷은 노래방으로 향했고 신나게 노는 친구들 틈에서 나는 그저 비자가 나올지 어쩔지에 대해서만 고민하고 있었다.

    “너도 한 곡 해. 그거 부를 거냐?”
    “응? 그거? 어, 그래.”

    언젠가부터 18번이 되어 있던 노래. 언젠가 현혜에게 전화기를 통해서 들려줬던 노래, 존재의 이유. 그러고 보니 그 노래 가사가 정말 내 마음과 똑 같았다. 그저 부를 때는 몰랐지만 노래방의 자막으로 보고 있자니 점점 더 내 마음을 표현한 노래 같았다.

    “이 새끼 #나게 잘 부르네. 얼마나 불러댔길래. 하나 더 해봐.”

    욕설로 감탄 하는 친구녀석들. 평소같으면 벌써 나한테 몇대 얻어 맞았을 욕설에도 나는 아무런반응이 없었다. 그리고 친구들의 독촉에 못 이겨서 다시 선곡한 노래는 그녀가 전생여행 테이프와 함께 보낸 다른 테이프에 담겨있던 노래였다. 마이크를 잡고 노래하는 것을 즐겼던 그녀가 나를 위해서 녹음을 했던 것이었고 가끔가다 나오는 삑사리가 귀여워서 많이 웃었었다.

    ‘제목이 뭐더라? 아!’

    선곡을 하고 반주가 나오자 친구녀석들의 눈이 동그래졌다. 무척이나 높은 음역대의 노래를 그대로 부르려는 내 패기에 놀란 모양이었다. 사실 난 그 정도로 높은 음역대의 노래인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의 노래에만 익숙해져 있었기에.

    나, 다시 태어나도 너만을 사랑 할거야. 나에 전부인 너만을

    “눈물겹다 눈물 겨워.”
    “하여간 늦바람이 무섭다니까.”

    친구녀석들은 위태위태한 내 노래를 들으면서 빈정거렸지만 난 그 가사 내용 또한 내 현실을 담고 있는 것 같이 느껴졌다.

    다시 태어나 그대가 없다면 또 다른 세상을 기다리며 살 거야.

    아니, 내 현실이 아니었다. 그것은 그녀의 현실이었고 그녀의 마음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내게 꼭 전하고 싶은 말들이었다. 그렇게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는 것을 마무리 지은 나는 집에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낮에 있었던 통화를 되새겨 보기 시작했다.
  • Lv.12 김백경
    2013.10.16
    12:06
    “여보세요?”
    “…백경아, 나야.”

    두근

    “왜 말이 없어?”

    두근, 두근

    “백경아?”
    “나, 나도 널 사랑해. 나도 정말 널 진심으로 사랑해.”

    잠시 동안 우리 둘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나는 울고 있었고 수화기 건너 저 멀리 미국에 있는 그녀 또한 울고 있었을 것이다.

    “나, 너무 행복해. 정말 정말 행복해. 네가 그 말을 한 것도 행복하고 너와 이렇게 통화하고 있는 것도 행복해.”
    “나도 그래. 나도 정말 행복해. 너한테 꼭 하고 싶었던 말을 할 수 있어서 행복하고 네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해.”

    우리는 너무도 행복해 했다. 그래서 눈물을 흘렸다. 그렇게 두시간여의 시간동안 언제 헤어졌었냐는 듯이 대화를 나누었고 그녀는 내게 미안하다고 했다.

    “왜 미국에 간거야?”
    “욕심이 생겼어. 조금만 더 살아 보고 싶었어.”
    “나 때문에?”
    “응, 너 때문에. 너한테 이런 이야기 해서 미안해, 널 힘들게 하는 것 같아서 너무 미안해.”
    “괜찮아. 그 정도로 무너질 만큼 약한 내가 아니야. 그러니 더 힘들게 해도 돼. 그런 걱정 하지 마. 그리고 난 너 때문에 정말 행복해. 슬프기도 하지만 그건 내가 네 손을 잡아줄 수 없고 안아줄 수도 없어서야.”
    “그럼, 그 말 믿고 나 너에게 기대도 돼?”
    “응, 기대도 돼. 마음대로 해도 돼.”

    그녀는 곧바로 자신이 날 얼마나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그리고 그것 때문에 얼마나 고민하고 고민했는지를 이야기 했다. 날 사랑하기에 조금이라도 더 살수 있는 희망을 찾으러 미국으로 향했다는 것과 반드시 되돌아가려고 온 힘을 다하고 있다는 것도 이야기했다. 그녀의 그런 이야기를 들으며 난 점차 안정을 찾기 시작했다.
    세상 어떤 사람이 이런 사랑고백을 들어볼 수 있을까. 그래서 난 행운아였다. 그리고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녀의 고백이었다.
    그녀의 웃음 소리는 무척이나 독특했고 듣고 있으면 정말 행복했다. 깔깔거리는 것 같지만 정말 구슬이 구르는 듯한 소리. 다시는 못 들을까 싶었던 그녀의 웃음소리가 몇 차례 반복된 뒤 꿈만 같았던 그녀와의 통화가 끝났다.
    그 후로 매주 토요일 정오에 그녀의 전화가 왔고 우리는 한 순간도 놓치지 않으려 애를 쓰면서 서로에게 집중했다. 주어진 시간이 얼마나 될지 몰랐기에, 그리고 지금이 아니면 다음이라는 것을 기약할 수 없었기에 그녀는 남은 생명을 걸고 사랑을 나눴다. 그 대상이 나였다는 것은 정말 축복이었고 행운이었다.
    그렇게 난 그녀에게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고 사랑 받는 법을 배웠다. 그리고 행복이 무엇인지 배웠고 세상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내가 얼마나 착한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고 내가 얼마나 강한 사람인지도 알게 되었다. 그녀가 늘 입버릇처럼 내가 정말 착하고 정말 강한 사람이라고 칭찬했기에.
    그리고 어느 순간 난 정말 그렇게 변해 있었다. 적어도 그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것은 모두 그녀가 날 진정으로 진심으로 사랑했기 때문이었고 나 또한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 Lv.12 김백경
    2013.10.16
    12:09
    그렇게 세 번의 통화가 지나고 네 번째 통화를 기다리던 날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전화가 오지 않았다.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며칠 전, 무슨 꿈을 꾼 것 같긴 했는데 아무런 기억이 나지 않아서 당황했던 아침이 떠올랐다. 그리고 예감이 안 좋았다. 한 시간 후 그 예감은 사실이 되었다.

    “백경씨.”

    그녀와 똑같지만 약간 떨리는 목소리. 그녀의 언니였다.

    “현혜, 떠났군요?”
    “…네, 며칠 됐어요. 정신이 없어서 이제야 전화를 하네요.”

    눈물이 흘렀다. 그녀는 결국 그렇게 기다리던 언니도, 나도 보지 못하고 떠났다. 가족이 있기에 비자가 쉽게 나오는 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언니가 도착한 것은 그녀가 떠난 다음날이었다. 그리고 나는 아직도 비자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그녀는 떠나기 전날 머리를 감겨달라고 했고 목욕을 시켜 달라고 했다. 평소와 다른 모습에 왜 그러나 싶었던 그녀의 큰언니는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그녀는 잠들기 전까지 평소와 다를 바가 없었다고 했다. 편지지를 잔뜩 가져다 놓고 뭔가를 쓰던 그녀가 피곤하다며 잠들 때만 해도 아무런 징조를 못 느꼈다고 했다.
    하지만 다음날 아침, 가슴에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고 잠들어 있는 그녀를 좀더 자게 두고자 싶었던 큰언니는 혹시 싶어서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녀는 이미 숨을 거둔 뒤였다고 했다. 입가에 은은한 미소와 머리맡에 가지런히 편지들을 남겨 둔 채 그렇게 행복해 보이는 모습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했다.

    “한국에 가게 되면, 전해 드릴 것이 있어요. 아마 현혜가 가장 마지막에 쓴 것 같아요.”

    얼마 후 그녀의 언니를 만나서 전해 받은 것은 여섯 통의 편지였다. 손으로 쓴 편지들. 그 중에는 그녀의 언니 말대로 떠나기 직전에 쓴 편지가 있었다. 편지 안에는 그녀가 날 얼마나 사랑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믿고 있는지, 그리고 반드시 다음 세상에서 날 찾겠다는 다짐들이 들어 있었다. 가슴속에 진정한 사랑을 안고 떠날 수 있게 해줘서 고맙다고도 했고 자신의 몫까지 열심히 살아 달라고, 그리고 좋은 반려자를 만나서 행복하게 잘 살아 달라는 말도 들어 있었다.
    그리고 마음 한 켠에 자신을 묻어두고 잊지 말아달라는 부탁도 있었다. 그 정도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 거라 믿고 부탁한다고 했다.
    편지의 마지막에는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백경이를 사랑하는 현혜가 웃으면서 갑니다.

    그녀의 시신은 화장을 해서 미국 하늘에 뿌렸다고 했다. 그녀의 유언이었다고 했다. 가족들 한명 한명에게 편지를 남겼고 그 안에는 내 이름이 들어 있었다고 했다. 그래서 현혜의 가족들은 나한테 정말 감사하게 생각한다고도 했다. 그녀와 얼굴 한번 마주치지 못하고 사랑을 나누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도 했고 자신들이 연락을 하고 만남을 갖는 것도 부담을 주는 것일 거라 했다. 그렇게 그녀는 떠났고 그렇게 그녀는 내 가슴속에 묻혔다.

    어쩌면 누군가는 이 이야기가 비극으로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헛된 이야기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의 사랑이 정말 소중한 기억이고 소중한 추억이다. 슬픈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고 믿지 못할 이야기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게는 행복한 이야기이고 즐거운 이야기이다.

    어쩌다가 술에 취하면 난 그녀와의 사랑이야기를 꺼내곤 했다. 물론, 친구들에게만. 그럴 때의 내 표정은 정말 행복해 보인다고 친구녀석들이 이야기 했다. 난 그녀의 이야기를 할 때면 언제나 행복했다. 하지만 눈물이 흐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리고 그건 10여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녀를 만나기 전까지 난 사랑이 무엇인지 몰랐다. 사랑은 받는 것이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 말의 의미도 알지 못했고 운명 같은 사랑이라던가 사랑에 관한 여러 가지 말들을 동감할 수 없었다. 머리로는 이해해도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녀를 만난 뒤 그녀를 사랑하게 된 뒤에는 달랐다. 세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고 사람들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가장 크게 바뀐 것은 타인을 상처 주는 행동을 가급적 하지 않으려 하게 된 것이었다. 난 가족들에게 하던 거친 행동들을 가급적 하지 않으려 노력하게 되었고 그러자 그 전까지 서로 대화가 없었던 우리 가족들 사이에 대화가 생겨났다.

    또 하나 바뀐 것은 망설이지 않는 것이었다. 사랑만이 아니라 어떤 인연이라도 나와 연결된 인연에 대해서는 망설이지 않게 되었다. 그것이 상처 주는 말이 아니라면, 칭찬하거나 응원하는 말이라면 하고 싶은 그 즉시 하게 되었다. 오늘 지금 볼 수 있다고 해서 내일 볼 수 있다는 보장은 없었다. 후회를 남기지 않기 위해서 지금을 사는 것. 그것이 내가 바뀐 또 한가지였다.

    그렇게 그녀는 나에게 커다란 행복과 변화를 안겨주고 떠났고, 난 그녀가 남겨준 것을 고마워하고 행복하면서 그녀를 추억한다.

    나는 그녀를 가슴에 묻고 행복해 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내 숨이 다하는 날까지.



    사랑하는 친구, 가족, 연인이 있습니까? 지금 당장 전화해서 사랑한다고 말하세요.
    저는 너무나도 행운아라서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여러분은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그 기회를 얻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 Lv.12 김백경
    2013.10.15
    17:42
    “안녕하세요, 백경씨. 혠혜에게 이야기 들었어요. 전 현혜 언니 정은이예요.”
    “아, 네, 안녕하세요.”

    잠시간의 정적, 나도 그녀의 언니도 뭐라고 말을 꺼내야 할지 모르고 있었다. 그렇지만 확실한 것은 수화기 건너편에서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은 수화기를 막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혀, 현혜가 백경씨에게 건네 주라고 한 것들도 있고 이야기 드릴 것도 있어요. 혹시 시간 되시면 저희 집에 들리실 수 있을까요?”
    “네? 네, 언제가 좋겠습니까?”
    “내일이면 좋겠어요. 희진이라고 아시나요?”
    “네.”
    “희진씨도 불렀으니까 내일 한시 정도에 오시면 될 것 같아요.”

    집으로 가는 방법을 자세히 들은 나는 곧바로 아무 종이에다가 들은 것을 적어 두었다. 깜짝 놀라서 일어나긴 했지만 술기운 때문에 제대로 몸을 가누기 어려웠다. 다시 드러누운 내 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잔뜩 젖은 목소리, 그녀와 너무나도 닮은 목소리이긴 했지만 분명 그녀와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아파트 1층에 자리잡은 그녀의 집은 무척이나 커다란 거실 창이 있었다. 그리고 거실 한 복판에는 피아노가 놓여 있었고 한쪽으로는 전화기가 있었다. 티비가 놓여 있는 반대편에는 컴퓨터가 앉은뱅이 책상에 놓여 있었다.

    “어서 오세요. 정신이 없어서, 일단 앉으세요.”

    역에서 만나서 같이 온 우리 두 사람이 초인종을 눌렀을 때 그녀의 언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문을 열고는 곧바로 화장실로 들어갔었다. 다시 나와서야 인사를 건네는 그분의 두 눈은 무척이나 붉어져 있었다.

    “무엇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요? 음, 아! 맞다. 현혜가 백경씨한테 너무 고맙다고 꼭 전해 달랬어요.”
    “혹시 현혜와 통화가 되시면 저도 사랑한다고 꼭 전해 주세요.”

    무척이나 메마른 목소리, 하지만 그동안 계속 쌓아왔던 속마음을 처음으로 터놓은 것은 그녀가 아니라 그녀의 언니였다. 그 말을 듣자마자 웃고 있던 언니의 눈시울이 붉어지기 시작했다.

    “고마워요. 백경씨. 현혜가 이야기 하던것과 정말 비슷하시네요.”

    그럴 리가 없었다. 한번도 보지 못한 내 모습을 어떻게 묘사한단 말인가.

    “참, 이거 분명 백경씨한테 맞을 거라며 현혜가 전하라고 했어요.”

    옷? 체크무늬 티셔츠?
    내가 절대로 입지 않는 옷. 키가 크고 덩치가 좋아서 상대에게 위압감을 주는 체형이었다. 거기에 표정이 굳어 있어서 그다지 호의적인 반응을 받기 어려운 외모였다. 그런 내게 체크무늬 티셔츠라니.

    “한번 입어 보세요. 제가 봐도 어울릴 것 같네요.”

    아이들이나 입는 옷이라고 치부하는 체크 무늬 티셔츠를 내미는 언니의 손길은 거부할 수 없었다. 하긴, 그 상황에서 무엇을 하라고 하든 거부할 수는 없었다.

    “신기하네요. 정말 잘 어울리네요?”
    “오빠, 의외로 잘 어울리는데?”

    몸에 딱 맞는 사이즈, 검붉은 바탕에 다양한 색의 체크가 들어가 있는 옷이었다. 약간 두툼한 재질의 티셔츠는 칼라가 있었는데 피부에 걸리는 것이 없는 것으로 보아 꽤나 신경 쓴 옷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말처럼 예상보다는 잘 어울렸다.

    “이쪽으로, 음, 저기 잠시만 쉬었다가 이야기를 나누지요.”

    옷을 입고 있는 내 모습을 보던 언니가 웃는 얼굴로 양해를 구했고 나는 희진이를 두고 밖으로 나와 담배를 꺼내 물었다. 그리고 그 담배가 꺼지기 전까지 입을 막고 울었다. 무엇이 왜 나를 그렇게 슬프게 했을까? 아마도 그 선물을 직접 받지 못한 서러움 때문이었던 것 같다.

    “호호, 다들 똑같네요?”

    다시 들어온 거실에는 이미 언니가 나와서 희진이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희진이 옆에는 휴지가 몇 장 구겨져 있었고 두 사람의 눈은 붉어져 있었다.
  • Lv.12 김백경
    2013.10.15
    17:42
    그렇게 우리 셋은 현혜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서 웃고 떠들기 시작했다. 물론, 중간 중간 휴식을 취하는 것을 잊지 않았고 그때마다 난 담배 연기 사이로 눈물을 흘려야만 했다.
    현혜가 암 진단을 받은 것은 그해 6월이었다. 췌장암 말기, 3개월 시한부, 당장 입원해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아서 멍하니 앉아 있던 현혜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다고 했다. 그렇게 병원에 한달간 입원했던 현혜는 어느날 퇴원시켜달라고 가족들에게 조르기 시작했다. 얼마 못 살거라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다가 죽겠노라며 고집을 피웠다고 했다. 말리다 말리다 결국 포기하고 그녀의 말대로 하기로 한 가족들은 하루하루 그녀의 얼굴에서 웃음이 조금씩 사라지는 것을 지켜 봐야 했다. 그러다가 미국에 가 있는 큰언니의 부탁으로 찾아온 큰 언니의 친구가 하이텔을 권유했다. 그것이 나와의 만남이 시작된 계기였다.

    “신기했어요. 언제나 풍경이야기, 자기가 가르치는 아이들 이야기만 하더니 언젠가부터는 남자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남자는 뭘 좋아할까, 어떤 여자를 좋아할까, 둘이 만나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그런것들을 묻더군요.”

    췌장암에 걸리면 뭐든 먹다가 토하게 된다는 것도 처음 알았다. 신기하게도 커피는 마실 수 있었다고 하는데 현혜가 커피를 좋아했기에 그건 정말 다행이라고 했다. 그리고 난 통화하던 도중 종종 자리를 비우던 현혜를 떠올렸다. 아마도 그때마다 토하러 갔던 것 같다.

    “퇴원해서 자신이 가르치던 아이들 레슨을 다시 시작해서 제가 계속 태워다 주고 데려오고 했어요. 그런데 조수석에 앉아서 종알종알거리는 것을 보니까 신기했지요. 그 대상이 백경씨라는 것은 이번에 알았지만요.”
    “…나을 가망성은 없나요? 아니, 돌아올 가능성은 있나요?”
    “저는, 저는 나을거라고 믿어요. 돌아올 거라고 믿어요. 백경씨도, 희진씨도 그렇게 믿어 주셨으면 좋겠어요.”

    결국 또 한대의 담배가 희생되었고 다시금 마주한 자리에서 언니는 집에 남은 사진 중 몇 장이라며 나와 희진이에게 나누어 주었다. 현혜가 미국으로 떠난 뒤 사진첩을 뒤져 보았더니 현혜의 사진이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고 했다. 아마도 자기가 떠나면 남은 가족들이 슬퍼할 거라 생각해서 없앤 것 같다고 했다. 그러다가 작은 사진첩 하나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그것은 현혜가 찾지 못해서 없애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온 나는 다음날 곧바로 미국 행 비자 발급 요건을 알아보기 시작했다. 지금이야 미국에 가는 것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당시에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사정 설명을 하고 대통령에게 호소를 하는 한이 있어라도 어떻게든 미국으로 가고 싶었다. 그래서 현혜의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리고 제발 그렇게 할 수 있게 해달라고 신에게 빌었다.
    여권을 만드는 것도, 비자 신청을 하는 것도 어려운 일들 투성이였지만 그렇게 낮에는 바쁘게 움직이고 밤에는 술에 취해 잠들었다. 밤이 되면 술에 취하지 않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억지로라도 자야 다음날 움직일 수 있었기에 내 방에는 빈 소주병들이 늘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이틀이 더 지나자 토요일이 되었다.

    따르르르릉~ 따르르르릉~

    당시에는 관공서들이 토요일에도 문을 열었다. 그래서 오전 일찍 나서서 어떻게 되었나 알아보고 집으로 막 들어서던 순간 전화벨이 울렸다. 미국 행 비행기 값을 빌리려 친구들을 만나기로 한 상황. 망설이던 나는 혹시 좋은 소식일까 싶어서 수화기를 들었다.
  • Lv.12 김백경
    2013.10.14
    23:03
    창립제를 마친 뒤 뒷풀이 자리에 참석해서 얼큰하게 취했던 나는 평소처럼 나도 모르게 전화 부스를 찾았다. 그리고 그녀에게 보고 싶고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말을 남긴 뒤 음성메시지를 확인하던 중 갑자기 술이 확 깨는 느낌을 받았다.

    "오빠 저 희진이예요! 언니가! 언니가 많이 아프대요! 빨리 전화 주세요! 빨리!"

    다급하게 들리는 목소리. 전화번호를 보니 서울이었다. 지방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언제 서울로 왔는지 알 수 없었지만 너무나도 다급한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전화번호를 눌렀고 희진이는 상당히 충격적인 이야기를 전해 왔다.

    "오빠, 저 지금 여의도예요. 지금 오실 수 있어요? 언니가 많이 아프대요. 그래서 오늘 미국으로 떠났대요."
    "뭐?"
    "자세한 건 만나서 이야기 해요. 오빠. 오실거죠?"

    시계를 보니 벌써 11시가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어떻게 자리를 떴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그저 희진이가 전한 그녀의 소식만이 귓속을 맴돌 뿐이었다. 희진이는 급한 마음에 서울로 올라와서 공항으로 향했지만 이미 그녀는 떠난 뒤라고 했었다. 여의도에 도착해서 전화를 하니 벌써 12시. 전화를 받을까 싶었지만 그녀는 전화를 받고는 친구와 함께 곧바로 내가 있는 곳으로 왔다.

    "일단, 어디 좀 들어가자. 춥겠네."

    오들오들 떨고 있는 희진이를 보니 안타깝기도 하고 맨정신에 들을 만한 이야기도 아닌 것 같아서 부근에 있는 포장마차를 향했다. 소주를 하나 시키고 국수를 시키고 오뎅도 하나 시켰던 것 같다. 그리고 희진이와 친구는 국수를, 그리고 나는 소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오빠, 언니가, 언니가 암이래요."

    그러면서 내민 것은 하이텔 메일을 프린트한 종이였다. 거기에는 희진이가 한 말들이 그대로 적혀 있었다. 중간 중간 내 이름이 등장하기도 했지만 그것보다는 희진이의 말이 사실이라는 점이 너무 충격이었다. 이미 꽤 취한 상태였음에도 불구하고 소주 두 병을 더 마신 나는 집으로 돌아와 하이텔에 접속했다. 그러자 거기에는 메일이 한 통 도착해 있었다. 지연 메일. 지정한 날짜에 맞춰서 도착하도록 한 메일이었다.
  • Lv.12 김백경
    2013.10.14
    23:07
    백경아~~~~~~~
    혹시... 내가 다시 돌아올 수 없다면...
    그냥 편하게 생각해줘... 내가 죽었다고 생각하지 말고... 인간이 태초에 있던곳으로
    그렇게 돌아간거라고...
    난 그말을 믿어... 전생이 있다는것...
    우린 몇번씩 다른 모습으로 태어나고 또 그렇게 영혼이 성장해 간대...
    요번생에 인연을 맺은 사람은 과거에 나와 연관이 있거나...
    또 미래에도 연결지어진대... 참으로 신비스럽고 놀라운 말이지...
    요번 세상에 너와내가 인연을 맺지 못해따면... 우리들 사이에 너무나 큰 아쉬움을 남긴채 내가 떠나는 거라면... 우린 다음 생애에 부디 만나게 될거라고 생각해...
    너 역시 그걸 원한다면...
    백경아~~~~~~~~~~~~~~~~~~
    지금 이렇게 담담하고 초연하게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자신... 사실 나두 놀라워...
    지금 내 나이에 죽음을 맞아야 한다는거... 나에게 이런일이 생긴걸 나역시...
    받아들이기두 힘들어꾸... 왜 하필이면 난지... 하나님을 원망두 해보았지만...
    나의 이런 짧은 삶에두... 다연유가 있을거란 생각이 들어...
    물론 고칠수 있다면... 나두 나을수 있다면... 정말 살구싶어...
    26년간의 내 인생동안 너 처럼 마음이 통하구 보구싶구 그리운 사람이 이때껏
    내겐 단 한명두 존재하지 않았어...
    그런 사람을 이제 만났는데...
    그런 좋은 사람이 있는 이 세상을 떠나야 한다는것...
    하루에도 몇번씩 널 만나러 달려가구 싶었어...
    내가 살아있는 시간만큼이라두... 나와 함께 있어달라구 네게 매달리구 싶었어...
    다~ 부질없는 나의 욕심일뿐...
    널 좋아해... 아니 사랑하고 있어...
    만나지 안쿠 이런말 하는게 우스울지 모르지만... 겉모습은 중요한게 아냐...
    이미 난 널 충분히 안다구 생각하거든...
    짧다면 짧았던... 그러나 짧지 안케 느껴져떤 우리둘만의 시간들...
    멈춰 버리고 싶었던 순간들...
    백경아~~~~ 현혜 가슴속에 간직한채 그렇게 우리의 시간이 머물러 있을거야...
    널 위해 기도할께...
    네 가슴속에 누구도 원망하지 안쿠 세상을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며 사랑을 베풀며
    살아갈수있도록 현혜는 기도 할꺼야...
    널 만나던 시간들이 얼마나 큰 행복이었는지... 네게 감사해...
    운명은 거역할수 없는 거게찌...
    모든건 하늘의 뜻일거야...
    널 사랑해... 백경아...
    부디 건강하구... 네 소원처럼 좋은 아빠... 행복한 가정... 사랑스런 아내가 있는...
    평화로운 삶을 누릴수 있길...
    넌 뭐든지 할수 있는 사람이야... 그걸 잊지마...
    후~ 난 느낄수 있단다... 내게 정말 조금밖에 시간이 남지 않았다는걸...
    축제두 같이 가구 싶었어... 정말...
    그런말 해주는 네가 너무 고맙구 가슴아파찌...
    하루하루 많은걸 겅리하며 살구 있어...
    너무 소중한 시간이라... 자는 시간이
    아깝다는 말... 이젠 이해할수 있겠니...
    백경아~~~~~~~~~~~~
    미국에 가는건 일말의 희망을 가지구 떠나는거긴 하지만...
    날 사랑하는 내 가족들을 위해서란다...할수 있는 방법을 다 써보고 싶어하는...
    그치만 난 포기하는게 아니라... 그냥 느낄수 있어... 별 방법이 없다는걸...
    백경아... 네가 말했듯이 내가 사라져도... 상처받지 안는 그런 사람으루 그렇게...
    있을수 있지...
    널 짝사랑하던... 현혜란 친구가... 유학을 가버린것처럼...편하게
    생각해줘...
    그리구 네가 생을 멋지게 다 산뒤 네 앞에 천사의 인도가 있을때.. 그때 널 사랑한 현혜를 떠올려줘...
    이 편지를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지금두 고민은 되지만...
    내 마음을 네게 전해주고 싶어...
    네가 슬퍼하거나 괴로워 하지 안는다면..좋게따...
    백경아........
    백경아...................

    안녕.... 내 사랑.....
  • Lv.12 김백경
    2013.10.14
    23:18
    너무 하잖아! 이건 너무 하잖아! 혼자만 고백하고 떠나면 난?
    난 어쩌라고?
    내 마음도 제대로 모르고 내 마음도 제대로 말 못했는데 너만 그렇게 말하고 가면 난? 나는!

    마음 속을 울리는 충격. 술에 취해 있는지 아니면 내가 꿈을 꾸고 있는 건지 구분이 되질 않았다.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있을 수 없어서 냉장고를 뒤졌지만 술은 없었다. 다시 방에 들어와서 글을 읽어 봤지만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렇게 밤새 하이텔에 접속해서 그녀의 접속을 기다렸지만 그녀는 결국 나타나지 않았다.
    어느 순간 난 책상에 앉아서 잠이 들었고 또 어느 순간 난 잠에서 깨어 났다. 해가 훤히 떠 있는 것을 느낀 나는 가장 먼저 가게 문이 열렸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 술이 덜 깬 내가 비틀거리며 방을 나서자 어머니가 무슨 일이 있나 싶어서 바라 보았다. 그 눈빛이 너무 애처로워 보여서 눈물이 났다.
    집을 나서자 햇살이 쨍쨍 내리쬐고 있었다. 시간이 얼마나 되었는지 구분도 되지 않았고 추운지 더운지 알지도 못했다. 그저 저 밝은 햇살을 보고 그녀에게 아침마다 음성 메시지를 남기던 습관이 이제는 아무런 의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 슬펐다. 그래서 다시 눈물이 났다.
    소주를 얼마나 사 왔는지는 잘 모르겠다. 한 봉다리 가득 사온 나는 방에 들어가서 다시 메일을 읽었다. 그리고 술을 마시고 그리고 잠이 들고, 다시 갈무리 했던 그녀와의 대화들을 읽고, 웃고 울면서 술을 마시고, 그리고 잠이 들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배가 고팠다. 집에 아무도 없어서 혼자 밥을 차려 먹는데 갑자기 눈물이 났다. 그녀를 보지 못하게 되어도 배는 고팠다. 그것이 너무 슬퍼서 울었다.
    PC방 사장님의 전화도, 친구들의 전화도, 그 외 누군가의 전화도 모두 내가 받았지만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그녀가 아니라는 사실에 화를 내기만 했을 뿐. 그렇게 술에 취해 지내던 중 갑작스런 전화 한통을 받았다.

    "혹시 김백경씨 댁인가요?"

    그녀의 목소리! 가슴이 뛰기 시작했다.

    "혀, 현혜니?"
  • Lv.12 김백경
    2013.10.14
    13:30
    '전생여행이라...'

    그녀가 보낸 것은 그리 작지 않은 소포였다. 보낸이 주소는 분당 무지개마을이었고 그 밑에는 아주 예쁜 글씨로 우체부 아저씨 감사합니다라는 글귀와 함께 웃는 얼굴의 이모티콘이 그려져 있었다. 소포 안에는 책 한 권과 카세트 테잎 두 개, 그리고 편지 한통이 들어 있었다.

    '거참, 어떻게 해야 하나?'

    나는 귀신을 믿지 않았다. 그러니 자연히 영혼이라는 것도 믿지 않고 아주 아주 자연스럽게 사후 세계와 신의 존재도 믿지 않았다. 아니, 꺼꾸로인가? 하여간 나는 초자연적인 현상이라는 것은 그저 사람들이 그런 현상이 벌어지는 원인을 알지 못할 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후우, 거참.'

    그녀가 내게 전혀준 신기한 경험은 바로 이 전생여행 체험기였다. 과 선배이자 친 언니의 친구분이 권유해서 해 본 것인데 정말 신기하게도 아주 생생한 꿈을 꾸었다고 했다. 그리고 거기에 내가 등장한다고 했다. 아니, 그 꿈에 나타났던 인물이 분명 나 일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꿈의 내용은 이랬다.

    푸른 들판 위에 작은 언덕이 있고 그 언덕에는 버드나무 같은 가지가 휘날리는 나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에서 이별하는 두 사람. 남자는 전쟁터로 떠나게 되었고 여자는 그것이 슬퍼서 울고 있었다. 얼마 후 남자는 여자를 떠나갔고 그녀는 그 남자의 뒷모습을 보면서 그저 울기만 하고 있었다. 남자는 결국 한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고 한다.
    배경은 신라시대 정도. 그녀는 입고 있는 옷이 무척 하늘거리는 것으로 봐서 높은 위치에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원래 둘은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누군가의 이간질로 남자가 전쟁터로 쫓겨나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간간이 그녀가 전해줬던 경험담을 떠올리면서 전생여행을 모두 읽어 본 나는 결국 한번 시도해 보기로 했다. 동봉했던 편지에 나도 반드시 한번 해 봤으면 좋겠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글씨도 잘 쓰네.'

    예쁘장한 글씨, 하지만 그것 보다는 편지 안에 있던 그녀의 사진이 머리속에 떠오르고 있었다. 아주 예쁘다고는 말하기 힘든, 그리고 뭔가 매력적이라고 하기에는 너무도 순순해 보이는 얼굴. 평범하다면 평범하지만 왠지 계속 기억속에 남는 얼굴이었다. 그러다가 전생여행 테이프의 안내대로 갑자기 어둠속으로 빠져 버렸다.

    '계단을 올라갑니다. 무엇이 보이나요?'

    로마시대? 그리스 시대? 대중들을 앞에 두고 연설을 하는 내가 있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대중들은 열광하고 있었다. 클라미스인지 아니면 토가인지 정확히 구분은 되지 않았지만 내가 입고 있는 옷도 꽤 비싼 옷이었다. 그리고 머리에는 가발을 쓰고 있었고 턱에는 갈색 수염이 구불구불 나 있었다. 그리고 장면이 바뀌었다.
    내가 기둥에 묶여서 처형 당하고 있었다. 이곳 저곳에서 날아오는 돌을 맞으며 피를 흘리는 그 사이 대중들 틈에서 나를 보고 눈물 짓는 한 여인을 보았다. 색이 바랜 녹색 튜닉. 분명 내가 사랑하는 여인이었는데 신분이 무척 비천했다.
    다시 장면이 바뀌었다.

    '헛!'

    전쟁터였다. 화살이 날아들고 서로를 죽이느라 혈안이 되어 있는 곳. 그 틈에서 난 닥치는 대로 베고 또 베고 있었다. 살아서 돌아가겠다는 일념하에 이를 악물고 있었다. 그러던 중 어디선가 날아든 창이 복부를 꿰뚫었고 난 그자리에서 즉사했다. 죽는 순간 기억한 것은 언덕 위에서 나를 애절하게 바라보던 그녀의 얼굴이었다.

    다시 장면이 바뀌었다.

    무척 말을 아끼는 나. 전쟁터에 가야 된다는 명령같은 것을 듣고 있었다. 머리 속에는 온통 그녀에 대한 생각 뿐. 그리고 이유를 알 수 없는 분노에 차 있었다. 누군가를 향한 분노였지만 그게 누구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그저 죽이고 싶다는 살의를 간신히 누르고만 있을 뿐. 그 상대는 우리 가문으로서는 도저히 상대할 수 없는 가문의 인물이었다. 그렇게 꿈을 꾸듯이 여러 장면을 겪고 난 뒤 난 테이프의 안내에 따라 깨어났다.

    "뭐지?"

    신기한 꿈. 그녀가 정말 신기하다고 할 만 했다. 아마 내가 그녀와 비슷한 장면을 연상한 것은 그녀에게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리스인지 로마인지의 장면은 정말 생뚱맞았다.

    '음?'

    다시금 그녀의 편지를 읽어 보던 중 갑자기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언제 울어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던 내가 눈물이라니. 피식 웃으면서 난 그녀의 편지를 다시금 꼼꼼히 읽어 보았다.
  • Lv.12 김백경
    2013.10.14
    13:33
    은은하게 햇빛드는 거실 마닥에 주저앉아,
    올려다본 하늘이 왜 이렇게도 파란지…
    오늘은 참으로 오랜만에 여유있는 편안한
    시간을 만끽하고 있단다.
    희진이와, 조금전 긴 통화를 끝내구.
    “백경이 목소리도 들었으면 좋겠다”란 바램을,
    네게 편지 쓰는걸루 대신하려고 해.
    간밤엔 잘 잤는지…
    제 시간에 일어나 출근은 잘했는지, 점심은
    맛있게 먹었는지, 몸은 어떤지…
    온통 확인하고 묻고 싶은 것 투성이다.
    백경아~*
    널 생각하면 기쁨으루 마음이 충만해온단다.
    그러면서도 조금씩 콕콕 찔리는 것 같은
    이 아픔은 뭘까~!
    후~ 바다가 보구 싶다. 하늘과 맞닿은 바다…
    너랑 바라보면 훨씬 더 좋을 것 같아.
    언젠가, 바다가 보이는 큰 창이 있는 찻집,
    아니 모래사장에 앉아서라구 너와 따뜻한
    차를 마시며 함께 있다면…
    하얀눈이 펑펑 내리는 거리를 함께
    걷는것두 넘 좋겠다.
    어느새, 건너편 아파트에 노을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워졌네.
    편지도 천천히, 쉬엄쉬엄 쓰다보니 시간이
    참 빨리도 흐른다.
    지금 내가 있는곳은 불을 켜기엔 햇빛이
    조금 많은 편이구 그대루 버티기엔 조금
    어둑어둑한 상태야. 근데 불을 켜고 싶진
    않다. 이대로 너무 좋은 것 같아.
    이런 평화로운 기분을 네게두 나눠주고 싶어.
    백경아~ 널 좋아해. 네 앞날에 늘 행운과
    행복이 가득하길 현혜가 기도해 줄께.
    난 늘 네가 행복했으면 좋겠어~

    별지기 현혜

    전생여행. 이 편지 한 통에 들어 있는 시간의 흐름. 난 그때 그것을 눈치 챘어야 했다. 하지만 난 그저 날 좋아한다는 그녀의 글이 너무나 기뻐서 다른 것들은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있었다.
  • Lv.12 김백경
    2013.10.14
    13:59
    PC방 일을 하면서 알게 된 두살 위의 형이 한명 있었다. 꽤나 부잣집 아들이었기에 종종 새벽에 퇴근하면서 같이 술을 한잔 하기도 했는데 그 형과의 어느 술자리에서 나는 그녀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그래서 어떻게 하려고?"
    "글쎄? 잘 모르겠어. 좋아하는 것은 분명한데 사랑인지도 모르겠고..."
    "멍청한 놈."

    그 외에도 몇 가지 욕설을 더 한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형은 포장마차에서 보이는 길가에 세워둔 자신의 차를 바라 보고 있었다. 파이어폭스, 전격 Z 작전에 나왔던 키트로 유명한 차. 그런 차를 끌고 다니는 형을 보면서 난 왠지 모를 자괴감이 들고 있었다.

    "그럼 찾아가 봐. 그래야 네 감정을 정확히 알지."
    "그게, 쉽지 않아."
    "왜?"
    "자신이 없어. 그녀가 날 좋아하는 건 맞는것 같은데 그게 사랑이라고는 믿기지 않아."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네가 사랑하는데?"
    "뭐?"
    "너, 카운터에 거울을 하나 놓고 걔랑 채팅할 때의 네 얼굴을 봐봐."

    난 모르고 있었지만 다들 내가 누군가와 사귀고 있다고 알고 있다는 형의 말이었다. 그리고 내가 푹 빠져 있다는 것을 표정으로 알 수 있다고도 했다. 나만 내 감정을 모르고 나만 내가 얼마나 그녀를 좋아하는지, 사랑하는지를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난 자신이 없어."
    "그건 그렇지. 사랑만으로는 먹고 살 수 없으니까."

    무척이나 냉정하게 들리는 말. 난 그런 형의 말이 서운했다. 그 뒤로 며칠동안 술자리에서의 이야기들을 곰곰히 생각하던 난 결국 마음을 결정하고 실행에 옮길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녀의 생일은 신기하게도 12월 25일. 석 달 정도를 남긴 지금부터 열심히 준비한다면 아슬아슬하게 맞출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그 계획은 실행되지 못했다. 대학 동아리의 창립제에 참가하던 날, 10월 중순에 있었던 일 때문이었다.
  • Lv.12 김백경
    2013.10.13
    18:53
    제 글 쓰기도 바쁜 시간에 이게 대체...
    ---------------------

    늘 그렇듯이 퇴근하고 집에 오면 아홉시, 그때부터 저녁을 먹고 씻고 잠시 쉬다가 보면 어느새 11시가 된다. 그녀가 접속하는 것은 대부분 11시 반에서 12시 사이. 그녀는 음대 출신이기에 저녁 시간에는 아이들 레슨을 한다고 했다. 가르치는 과목은 피아노, 하지만 그녀는 작곡과를 나왔다고 한다. 그날도 변함 없이 그녀와의 채팅과 대화를 하느라 밤을 샌 다음날, 그녀와의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시계를 보니 7시가 되어 있었다. 용산에 출근해야하는 시간은 9시였고 집에서는 20분 거리였다.

    '한 시간만 잘까?'

    부랴 부랴 알람시계를 맞춰 놓고 후닥닥 자리에 누워서 잠을 청했다. 하지만 나는 쉽게 깨어나지 못했다.

    '으음?'

    뭔가 낯선 느낌. 무엇인가가 무척 잘못되었다는 느낌에 화들짝 깨어나서 일어나 보니 12시!

    '큰일이다!'

    아는 분을 통해서 들어간 곳이라 사장님이 무척 잘 대해주긴 했다. 하지만 용산에서 일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많았고 그래서 직원들의 사소한 잘못에도 쉽게 갈아 치우곤 했다. 내가 꽤나 컴퓨터에 대해 많이 알고 있다고는 하지만 그것이 내 실수를 무마해 줄 정도는 되지 못했다.

    '어떻게 하지? 어떻게 하지?'

    삐삐를 확인 해 보니 음성 메시지가 두 통 들어 와 있었다. 아마도 사장님이 시켜서 부장이 전화한 것일것 같았다. 하지만 용산에 점차 다가갈 수록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장이 전화를, 그것도 음성메시지를 넣을 만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다니는 컴퓨터가게는 그리 크기 않았다. 사장님을 포함해서 모두 다섯명이 일하는 작은 가게, 하지만 연 매출은 상당한 알짜배기 가게였다.
    그렇게 이상한 마음을 억누르고 들어선 용산 전자 상가는 오늘 휴업이라는 팻말이 걸려 있었고 가게마다 셔터가 내려져 있었다. 그리고 극히 일부 가게만이 문을 연 채 짐 정리를 하고 있었다.

    '뭐야? 뭐지?'

    어찌된 영문인지 한참을 돌아다니던 끝에 난 결국 그 원인을 알았다. 내가 잠든 것은 토요일, 그리고 오늘은 일요일이었다. 자그마치 24시간하고도 5시간 가량을 더 잠들었던 것. 그리고 오늘은 한달에 딱 한번 있는 상가 휴일이었다. 그날의 지각 및 무단결근으로 인하여 난 한 순간에 직장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허탈한 마음에 전화 부스에서 확인한 두 통의 메시지 중 한 통은 부장의 화난 목소리였고 다른 한 통은 그녀의 목소리였다.

    '오늘은 왜 안들어 왔어? 무슨 일 있는거야? 어디 아픈 거야?'

    낮에는 우리 가족들이 전화를 받고 밤에는 모뎀을 쓰기에 전화벨이 울리면 통신이 끊어진다. 그래서 그녀에게 절대 전화를 하지 말라고는 해 놓은 상태였고 밤중의 통화만 서로 합의 하에 누군가가 먼저 걸곤 했었다. 그렇다고 해도 내가 아는 현혜의 성격 상 내가 연락이 되지 않으면 메시지라도 여러 개를 넣어 둘 만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가게로도 종종 전화를 하는 편이었다. 그렇기에 메시지가 딱 한통 밖에 없다는 것이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었지만 그날 밤 현혜는 자신도 그날 앓아 누웠다고 했기에 그런가보다 하고 납득했다. 그리고 감기 때문이라는 그녀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은 난 그날의 멍청했던 스스로를 한 동한 후회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어떻게 해? 그만 둘거야?"
    "글쎄? 어떻게 할까?"

    가게에서 짤렸다는 말을 하자 그녀는 걱정하기 시작했다. 사실, 잘못했습니다 하고 가서 빌면 아마 며칠분 일당을 까고 계속 다닐 수는 있을 것 같았다. 다른 직원들이 그런 적이 종종 있었고 나는 나름 성실한 편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무엇보다 그녀가 점점 좋아지기 시작하면서 그저 내가 재미있어서 하는 일로 만족할 수 없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녀와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려면 적어도 안정적인 직장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게를 짤리게 되어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그 생각은 머리속을 떠나지 않았다. 하지만 난 현혜에게 그 말을 하지 못했다. 왠지 자존심도 상하고, 거기에 아직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이에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는 말은 너무 앞서간다는 느낌이 들었다.

    "난 백경이 니가 무슨 일을 해도 잘 할거라고 믿어."
    "왜?"
    "그냥, 후훗. 그냥 너라면 믿어져. 이상하지? 난 여태껏 남자와 이렇게 길게 이야기 해본건 네가 처음이야. 그리고 전화로 이렇게 길게 이야기 해 보는 것도 네가 처음이고."

    갑자기 어두운 방안이 환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사랑 고백을 듣고 있는 것도 아닌데 왠지 가슴이 설레이고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네가 처음이라는 말이 그렇게도 듣고 싶었던가? 스스로에게 반문하는 사이 수화기 너머에서의 그녀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상하지? 갑자기 밤 바람이 분홍색이 된 것 같아."

    알수 없는 이유로 인하여 가슴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것은 내가 살아 생전 처음으로 느껴보는 감정이었다. 그리고 그 감정을 사랑이라고 부른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한참 뒤의 일이었다.
  • Lv.12 김백경
    2013.10.13
    19:25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이제는 나 말고도 친해진 사람들이 조금씩 늘어난 현혜는 어느새 채팅방의 스타가 되어 있었다. 늘 부드럽게 사람들을 대하고 늘 사람들을 곧이 곧대로 믿어주는 그녀. 누가 봐도 말도 안되는 거짓말이 분명해도 그녀는 믿어 주었다.

    [김백경][귓속말] 너, 그러다가 된통 당한다?
    [현혜][귓속말] 머 어때? 그건 네가 막아 줄거잖아? 그리고, 음, 아니야.

    무슨 배짱인지, 대체 날 얼마나 안다고 저렇게 철썩 같이 믿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소싯적, 주먹 좀 쓴다는 사람들이 날 자기 똘마니로 쓰려고 얼마나 애를 썼던지, 그리고 주변에는 밑바닥에서 헤메는 친구들이 얼마나 많은지, 내가 나 스스로를 돌아 보아도 난 착하고 깨끗한 놈이 아니었다. 다만 욕설만 쓰지 않을 뿐, 난 어찌보면 사회 부적응자에 가까울 수 있었다. 아직은 그 경계선상에서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으려 애를 쓰고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그 이유는 채팅 친구 녀석의 권유로 PC방 일을 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이야 PC방이 동네마다 있고 초딩들도 다니는 곳이었지만 당시만 해도 꽤나 비싼 값에 꽤나 고급스러운 인테리어를 자랑했다. 특히나 내가 일하는 곳은 역삼동, 주 고객은 의사나 변호사 등의 유학파들이었고 주로 하는 게임은 울티마 온라인이었다.
    중학교 들어가기 전만 해도 동네에서 알부자로 소문난 우리 집이었다. 그리고 야반도주를 해야 할 정도로 급격히 집안이 몰락한 것이 중학교 1학년때였다. 결국 학비를 못 내서 중퇴를 하고 당시 국민학교를 다니던 두 동생들을 위해서 각종 잡다한 일들, 예를 들면 구두닦이라거나 음식점 심부름, 전자 부품 조립 공장 등을 하고 자란 나였다. 당시에는 미성년자를 취업시킬 경우 처벌을 받았다. 그래서 신분증을 속여야 하는 일도 다반사였고 공장에서는 아예 그런 아이들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도 했다.
    지금이야 검정고시를 통해서 대학 입학까지 한 상태이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형편이 나아진 것은 아니었다. 부모님들께서 죽자고 고생을 해서 돈을 보태 주기는 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 세 형제는 당시 모두 대학생이었다. 덕분에 난 휴학을 하고 PC방 일을 하고 있긴 했지만 그걸로는 학비까지 벌기에는 무리였다.
    이런 현실은 그녀와의 채팅과 통화가 자유로운 직업을 선택한 내 스스로를 무척이나 한심스럽게 생각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녀를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내가 같이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한 그녀였기 때문이었다.

    [현혜] 백경아! 나 오늘 신기한 것 경험했어.
    [김백경] 뭔데?
    [현혜] 있다가 통화할 때 알려 줄께! 참 주소 좀 보내줘.
    [김백경][귓속말] 서울시 영등포구...
    [현혜] 내가 선물 보낼꺼야. 기대해. ^^

    내가 아는 그녀는 파란 하늘이 노을에 물들어 빨개지는 것도 신기해했다. 언젠가 안개가 잔뜩 끼어서 자신의 집 거실 밖이 온통 보이지 않는 것도 구름 속에 들어가 있는 기분-구름 속에 들어가 본 적이 있느냐고 물어 보려다가 참았던-이라며 신기해 했다. 그렇게 세상 모든 것을 신기해하고 즐거워하는 그녀이기에 그녀의 신기한 경험은 영 신뢰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녀의 신기한 경험이 궁금했다. 아니, 그녀가 즐거워하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그리고 더불어서 그녀가 보낸다는 선물은 더더욱 궁금했다. 그날 새벽, 그녀가 내게 전한 경험은 나로서는 전혀 믿기지 않는 이야기였고 며칠후 도착한 그녀의 선물 또한 너무나도 의외의 물건이었다.
  • Lv.7 공감률
    2013.10.13
    21:25
    슬쩍 글로 올리고 싶은 욕구가 ㅋㅋ
  • Personacon 흑천청월
    2013.10.14
    02:58
    오오오오오오- 일단 30초간 뒷목 잡고 쓰러짐. 헉헉헉. 서.서서선물! 도대체 무슨 선물이냐고욧! 다다다다다다음편이 없어욧. 이이럴수가!!

    이렇게 좋은 글이 방명록에만 묻혀 있으면 안됩니다. 따로 게시판에 올려 주세요 현혜님.
    백경 작가님. 정말 글 잘 쓰십니다. 대단하십니다. 오. 멋져부려~ 엄지손가락!! 최고!!

    그런데 선물은 언제쯤 알 수 있을까요? (바른 손 가지런히 모으고 눈 반짝 반짝 레이저를 쏘아 봅니다. ) 백경과 현혜는 해피엔딩으로 맺어지나요? 그런가요?
    둘은 언제쯤 만나게 되나요? 현재 통화만 하는 건가요?
    용산 사장님 정말 나빠요! 흑! 아파서 결근할 수도 있지! 너무 매정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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