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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진's 판타지

전생의 연인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L우진
작품등록일 :
2022.05.29 15:05
최근연재일 :
2023.02.09 17:34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6,165
추천수 :
259
글자수 :
412,940

작성
23.02.02 08:30
조회
28
추천
1
글자
10쪽

<87화> 그와 그녀의 사랑

DUMMY

그러다 어느샌가 그녀가 약간 슬픈 듯한 눈빛을 했다고 느껴진 순간, 마침내 입술이 살며시 열렸다.


“이수연.”


“뭐라고?”


“이수연··· 그게 당신의 이름이야.”


“·········..”


수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가슴속이 심하게 요동치는 게 느껴졌다.


상상하기 싫었던 그 상상이 맞는 건가 하고, 침착했던 고요는 다 날아가 버리고 장막 안에서 아무런 느낌 없이 쳐다보았을 뿐이었던 그녀의 눈동자가 사랑스러운 느낌에서 다시 이렇게 슬픈 눈빛으로 바뀌는 것이 모두 나 때문인지, 마치 어둡고 끝이 보이지 않는 생각의 소용돌이에 깊이 빠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채유진. 그게 내 이름이고···”


그렇게 말하고 그녀의 한쪽 눈에서 눈물이 떨어졌다.


“내가 누군지 궁금하다고 했지? 난 당신이 사귄 여러 남자 중 한 명이었을 뿐이었어. 하지만 난 당신을 너무나 사랑했기에 도저히 포기할 수가 없어서 지하철역의 플랫폼에서 당신한테 고백했지. 나를 버리면 여기서 전철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겠다고··· 당신은 그러라고 했고 난 그 말이 끝나자마자 달려 오는 전철에 뛰어들어서 전생(前生)을 마감했어. 원래 모든 기억이 사라지는 게 윤회의 기본이지만, 어떤 계기 때문에 당신과 나에 대한 모든 기억을 다시 떠올렸고.....”


그녀가 감정을 이기지 못한 표정으로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심장이 멎을 것 같은 고통이 느껴졌다.


'택시 안에서 생각한 것이 맞았구나.'


수현은 이제 모든 것이 이해가 갔다. 왜 그녀가 그날 거기에 있었으며 그에게 그런 말을 했으며, 선영이가 왜 그런 식으로 죽어야 했는지.


허탈한 생각에 고개를 푹 떨어뜨리는 찰나, 멀리서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가 들려 왔다. 사이렌 소리에 눈을 돌려 다리 저편을 보니 십여 대의 경찰차가 맹렬한 속도로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어떻게 경찰이···”


“내가 불렀어.”


“당신이?”


“오늘 우리의 마지막이거든. 다 끝나는 날··· 경찰도 필요해”


“우리의 마지막이라니, 난 어차피 살인자야. 잡혀가든 죽든 할 수 없지만, 당신은 살아! 전생에 내가 그렇게 몹쓸 짓을 했다면 이번 생에서라도 행복하게 살아야 하잖아”


수현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그녀, 아니 ‘그’ 때문에 살인자가 되고 이제 인생을 종칠 수밖에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그가 말하는 것이 왠지 가슴 속 깊이 와 닿았다.


나 때문에 전생에 슬픈 종지부를 찍을 수밖에 없었던 그는 이제 아름다운 여자로 환생해서 지금의 내 앞에 있다. 내가 잘못한 것이 있었다면 지켜 줘야 한다.


“진심이야?”


그녀, 아니 ‘그’는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쁜 사람··· 전생에 나한테 지금 마음의 한 조각이라도 보여 줬으면 이렇게까지 당신을 쫓아오는 일도 없었을 텐데.”


유진은 계속해서 눈물을 흘렸다. 수현도 얼굴에 흐르는 눈물을 느끼며 유진을 쳐다봤다.


이렇게나 착하고 아름다운 그를 내가 버렸었다니, 지금, 이 순간은 남녀의 성(性)을 떠나 ‘그’라는 사람 자체가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그를 한번 안아 보고 싶다고 생각하며 한발, 두발 앞으로 다가서자, 유진 역시 온화한 눈빛을 하고 그에게 다가서려는 듯 보였다.


하지만, 다음 순간 웬일인지 ‘그’는 입술을 꽉 깨물더니 수현에게 달려들었다. 그건 포옹을 위한 것이 아니었다.


타-앙ㅡ!


한 발의 총성과 함께 유진은 수현의 품에 쓰러졌다.


수현은 놀란 와중에도 유진을 강하게 껴안았다. 가냘픈 몸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그녀를 부축해 무릎에 눕히자, 등에서 피가 흥건히 흘러나오는 것이 보였다. 저 멀리 건물 어딘가에서 쏜 저격용 총탄이 그녀의 등을 꿰뚫은 것이다.



***



서강대교 중단 지점을 향해 숨이 턱에 닿을 정도로 힘겹게 달려가던 세희는 총성과 함께 매우 강력한 사이코키네시스 에너지 탄이 안티 사이킥 배리어를 핀포인트로 뚫고 유진을 저격했음을 눈치챘다.


일 초도 더 시간을 끌 수 없다고 느낀 그녀가 어떻게든 텔레포테이션이든 다른 스킬이든 사용하려고 해봤지만 아직까지도 안티사이킥은 요지부동이었다.


수현과 유진이 있는 지점까지는 아직 500미터 정도의 거리가 남아 있지만 이미 서강대교 양 끝에서 경찰이 몰려오는 게 눈에 보였다. 그리고 가장 걱정인 것은 제2탄이 날아오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세희는 더욱 뛰는 속도를 빠르게 하며 고개를 돌려 저격탄이 날아온 방향을 쳐다봤다.


‘제발! 제발! 수현 오빠한테만은.....!’


그녀의 그런 바람과는 달리 켄싱턴 호텔 스위트룸에서 이동엽 서장은 다음 저격탄을 장전하고 있었다. 분명 이수현의 가슴팍을 조준했는데 갑자기 뛰어든 유진 때문에 적잖이 놀랐지만, 경찰 후보생 시절 저격 훈련을 받은 경험자답게 침착히 제2탄을 장전했다.


그는 다시금 이수현의 가슴팍을 조준했지만, 피투성이가 된 그녀를 수현이 끌어안고 오열 중이었다.


차라리 머리를 노릴까 생각했지만 계속해서 둘이 얼굴을 맞대고 무언가 이야기하는 상태에서는 역시 유진이 걸림돌이었다.


‘이대로 쏘면.... 둘 다 죽이는 결과가.....’


유형오 국장의 당부가 떠올라 잠시 망설였던 그였지만 이윽고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었다.


‘어차피 살아날 것 같지도 않아. 무조건 이수현을 죽여야 한다.’


그는 이수현이 안고 있는 유진의 가슴팍을 조준하고 사격 모드를 반자동으로 바꾸었다.


유진의 가슴을 연발 사격하여 수현의 가슴까지 관통할 생각인 것이다.


이동엽 서장이 사격 모드를 반자동으로 바꾸고 방아쇠를 당기려던 그 순간.


“꼼짝 마! 이동엽! 총 버려!”


문이 벌컥 열리며 정 팀장과 손 경위, 김 경장이 권총을 겨누며 난입해 들어 왔다.


하지만, 이 서장은 그들을 흘끗 바라볼 뿐 여전히 손가락을 풀지 않았다. 오히려 결심한 듯 다시 조준경에 시선을 고정하고 레일건을 어깨에 바짝 밀착시켰다.


“쏴!”


정 팀장의 외침과 동시에 셋의 총구가 일제히 불을 뿜었다.


정 팀장의 초탄이 이 서장의 어깨를 직격한 덕분에 거의 동시에 발사한 이 서장의 저격탄은 수현을 한참 빗나간 방향으로 날아갔다.


다른 두 명이 쏜 총탄이 차례로 이 서장의 몸에 명중하면서 그는 온몸에서 피를 흘리며 앞으로 푹 고꾸라졌다.


그가 놓친 레일건에서 반자동으로 발사된 몇 발의 저격탄이 스위트룸의 천장에 박혔다.



***



서강대교 위에선 수현이 유진의 총상에서 울컥거리는 피를 어떻게든 손으로 막으려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었다.


수현은 울먹거리며 그녀에게 물었다.


“대체 어떻게?..... 알고 있었던거야?”


“이 모든 일..... 유형오라는 사람이 꾸민 일이야. 수현씨, 아니 수연이라고 불러야 하나...... 그 사람은 내가 다리 위에서 당신을 죽이는 걸 원했겠지만.”


“바보야! 그럼 네가 생각한 대로 날 그냥 죽이든지 죽게 내버려 두지. 왜 날 감싸! 이제까지 당신이 원한 게 이런거였어? 내가 죽어야지 왜 당신이 죽어야 하는 거야 왜···”


수현은 더 이상 말이 나오질 않았다.


그녀는 입에서 피를 흘리며 마지막 숨을 힘겹게 내쉬고 있었다. 수현은 미라에게 그랬던 것처럼 유진의 온몸을 어루만졌다.


하지만 미라에게 해줬던 것처럼 총상에서 피가 멈추거나 상처가 아무는 것 같은 현상은 벌어지지 않았다.


“대체 왜 이런 거야! 왜! 그때는 됐는데 왜 지금은 안 되는 거야! 하느님! 제발 이 사람 죽지 않게 해주세요! 네?! 대체 왜.....”


그가 울부짖는 걸 유진은 조용히 손으로 막았다.


“소용 없어. 지금 여긴 안티사이킥이라는 배리어가 둘러 싸고 있어, 수현씨 당신이 지금 아무리 강한 사이킥 파워를 지니고 있다고 해도....쿨럭!”


“말하지마! 입에서 피나오잖아. 구급차가 올거야!”


“정말 많이 후회되네··· 전생의 기억 따위 지워 버리고 그냥 내가 여자구 당신이 남자인채로 다시 한번 사귀자 하고 사랑을 해볼걸 그랬나봐. 그랬으면···...”


입에서 피가 한 움큼 흘러나와 말하기 어려운 상황임에도 유진, 그녀는 사력을 다해 수현의 볼을 어루만지며 말을 이어 갔다.


“그 사실을 조금만 빨리 알았어도, 당신에게 이런 모진 고통은 안기지 않았을 거야. 미안해, 정말 미안해..... 수현씨, 아니 수연, 네가 그런 마음인 걸 알았더라면.....”


어느새 주위에 경찰이 다가와 에워싸고 있었지만, 그녀는 거기에 전혀 개의치 않고 오로지 수현의 얼굴만 똑바로 쳐다봤다. 그녀는 마지막 힘을 짜낸 듯 나지막이 웃으며 두 손을 뻗어 수현의 얼굴을 끌어당겼다.


수현 역시 그녀의 양 볼을 두 손으로 감싸고 그녀의 입술에 자기 입술을 포갰다.


‘하느님! 제발 부탁이에요. 제가 여기서 죽어도 좋으니까 이 사람 살게 해주세요. 제발! 제발! 제 모든 걸 다 가져가도 좋으니까....’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한층 더 입술을 강하게 포개고, 입술 사이로 살며시 혀를 밀어 넣어 그녀의 혀를 애무하며 그녀가 낫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애썼지만.


미라와 있었던 기적은 다시 발생하지 않았다.


유진은 그의 애무가 어느 정도 진정되자 입술을 살짝 떼고 마지막으로 그의 눈을 바라보며 속삭였다.


“고마워, 마지막에 날 너무 사랑해줘서..... 그리구..... 미안합니다. 내 사랑.”


그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손을 떨어트렸다.


유진의 동공에서 힘이 풀린 걸 본 수현은 유진을 더욱 힘차게 끌어안으며 대성통곡했다.


“으아아아아아아!”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는 가운데 주위의 경찰들조차 너무나도 처연하게 울부짖는 그의 모습에 가까이 다가올 생각조차 못 했다.


뒤늦게 안티사이킥이 사라져 가는 가운데, 점점 더 거세어져 가는 빗속에서 수현은 그렇게.


유진의 시신을 부여잡고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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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91화> 우리가 있던 곳으로 (完) 23.02.06 43 1 16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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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 <89화> 거짓말 아닌 거짓말 23.02.04 26 1 10쪽
89 <88화> 두근두근 첫 데이트 23.02.03 32 1 10쪽
» <87화> 그와 그녀의 사랑 23.02.02 29 1 10쪽
87 <86화> 마탄의 사수 23.02.01 22 1 10쪽
86 <85화> 사이킥 파워가 닿지 않는 공간 23.01.31 24 1 9쪽
85 <84화> 서강대교를 향해 23.01.30 23 1 10쪽
84 <83화> 안티사이킥 23.01.29 24 1 10쪽
83 <82화> 악인의 히든카드 23.01.28 29 1 10쪽
82 <81화> 엄마 사랑해요 23.01.27 42 1 10쪽
81 <80화> 미래에서 온 메세지 23.01.27 30 1 9쪽
80 <79화> 네가 가진 분노가 필요해 23.01.26 27 1 10쪽
79 <78화> 사랑의 한을 에너지로 23.01.25 36 1 10쪽
78 <77화> 서클라운드의 저편에서 23.01.24 38 1 10쪽
77 <76화> 수현의 놀라운 사이킥 파워 23.01.23 32 1 9쪽
76 <75화> 사랑의 힘으로 23.01.22 43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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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67화> 너무나도 시원스러운 대답 23.01.14 3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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