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우진's 판타지

전생의 연인들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로맨스

완결

L우진
작품등록일 :
2022.05.29 15:05
최근연재일 :
2023.02.09 17:34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6,166
추천수 :
259
글자수 :
412,940

작성
23.01.14 21:30
조회
36
추천
1
글자
10쪽

<67화> 너무나도 시원스러운 대답

DUMMY

그녀의 말을 들어 보니 원래 야쿠자하고는 아무 관계도 없었는데 어느 날 벌어진 총격전에 휘말려서 부모님이 비명횡사하신 모양.


그 사건 이후 외톨이가 되서 자연스럽게 떠돌게 된거고.


헌데, 중화요리집에서 들었을 땐 자기도 야쿠자의 일원이 된 것 마냥 설명하던데........ 설마, 그렇진 않겠지. 부모님이 죽게 된 원인인데 그럴 리가.


수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눈앞의 마가리타를 원샷했지만, 노리코의 기억과 마음은 수현의 생각과 달랐다.


야쿠자에 대한 증오와 복수심으로 신주쿠의 뒷골목 일대를 방황하던 노리코 앞에 어느 날 미라가 나타났고, 의지할 데 없는 노리코를 잡아 주고 돌봐주었던 미라에게 투신한 이후, 스스로 야쿠자의 일원이 되어 부모님의 복수를 하기로 했던 것이다.


이후, 신주쿠에서 미라와 노리코의 콤비는 유명해졌고 세력이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노리코의 부모님이 돌아가시게 된 원인을 제공했던 야쿠자 파벌은 노리코에게 개박살이 났다.


기억하고 싶지 않을 과거임에도 불구하고 노리코는 쾌활하게 얘기를 마치더니 다시 수현을 향해 즐거운 눈빛을 보냈다.


“오빠 그런데 마가리타를 정말 좋아하네. 혹시 마가리타의 원뜻은 알아?”


“원뜻?...... 잘 몰라. 사실 칵테일 마실 때 맛있으면 마시고 그런식이었어서.”


“이걸 만든 사람의 여자친구가 불행한 사고로 죽었는데 그걸 기리기 위해서 만든거래. 오빠는 몰랐지?”


불행한 사고.


노리코의 말을 듣는 순간, 수현은 얼어붙어 버렸다. 불행한 사고로 죽은 여자친구를 기리기 위한 칵테일.


수현이 1040에서 마가리타를 찾기 시작한 건 나연을 잊기 위해서였다. 나연을 다시 찾아간다면 그녀가 불행해질 것이다 하는 강박관념. 하지만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은 기분을 잠재우기 위해 차에 몰입하고 다른 이런 것 저런 것을 찾던 중 우연히 마시게 된 마가리타.


왠지 몇 잔 마시면 그녀가 생각나지만 황홀하고, 또 취기가 가신 다음에는 얼마간 그녀 생각 없이 다른 것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 칵테일에 그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불행한 사고로 죽은 여자친구.


물론, 나연은 죽지 않았다. 하지만 사고가 났던 그날 밤 나연은 수현의 마음속에서 사라졌다. 수현에게 있어서는 그녀가 죽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자신이 저지른 불행한 사고로 인해.


“오빠?..... 오빠!?”


“으응?!”


수현은 노리코가 부르는 소리에 나연 생각을 하다가 현실로 돌아왔다.


나연 생각에 골몰한 나머지 마음은 이미 ‘케니지의 집으로’가 흐르던 그날의 현장에 잠시 가 있었던 것이다. 정신을 차리고 노리코를 보니 의아하면서도 걱정스런 눈빛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대체 무슨 생각해? 갑자기 얼굴이 엄청 안 좋아 보였는데.”


“아....으응, 아무것도 아니야.”


수현은 짐짓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마가리타를 원샷했다.


노리코는 애써 웃어 보이는 수현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잔에 얼마 남지 않은 마가리타를 입에 한 모금 가져가며 생각했다.


여기서 더 이야기하면 미라 선배에 대한 얘기가 나오게 될지도 몰라.


게다가 술기도 점점 오르는데.....


수현이 자신의 빈 잔에 맞춰 마가리타를 원샷하고 한 잔 더 시키려는 찰나, 노리코가 말을 꺼냈다.


“오빠, 나 내일 아침 일찍부터 일정이 있어. 오늘 여기까지만 마시자.”


“내일 아침? 어...... 그럼 미리 말을 하지. 일찍 나가야 하는데 괜히 술 마신 거 아니야?”


“으으응~ 아니야. 내가 마시고 싶다고 했는데 뭐. 여긴 내가 계산할게.”


그러면서 노리코가 재빨리 카운터 쪽으로 가는데 수현 쪽이 좀 더 빨랐다. 노리코가 채 카운터 앞에 서기도 전에 수현은 먼저 카드를 꺼내 계산을 했다.


“아이참, 내가 계산해도 되는데.....”


노리코가 샐쭉거리는 표정을 지으며 계단을 올라와 보니, 밖엔 여전히 싸락눈이 날리고 있었다.


길가에 대놓은 수현의 AMG 앞에서 노리코가 하얀 입김을 뿜으며 수현에게 물었다.


“차 타고 집으로 갈거야?”


“술마셔서 차는 안돼. 택시타고 가야지. 너도 택시 잡아줄게, 프라자호텔로 가자고 하면 될거야.”


그렇게 말하고 수현이 택시를 잡기 위해서 대로변에서 손을 흔드는데 노리코는 갑자기 짖궂은 생각이 떠올랐다.


“오빠!”


“응?......”


“부탁 하나 하고 싶은데 들어줄래?”


“그럼, 들어주고 말고!”


흔쾌하게 답하는 수현의 얼굴을 노리코는 다시 한번 쳐다봤다.


밝디 밝은 얼굴. 오늘 처음 만나서 한 번도 거절한 적은 없었는데, 어디 그럼......


“나 내일부터 일주일간 서울 여기저기 다녀야 하는데 오빠 혹시 나한테 일주일만 이 차 빌려 줄 수 있어? 나 일본서 국제면허 따와서 운전하는데 문제 없거든.....”


사진전에서 받은 상금으로 마련한 차. 게다가 어지간히도 애정을 갖고 있나보다 생각해서 그냥 던진 말이었다.


설마, 절대 빌려줄 리는 없겠지. 처음만난데다 내가 운전을 어떻게 할 줄 알고?


당연히 안 빌려주겠지만, 이제까지 오냐오냐 했던 오빠가 어떤 표정으로 거절하는지......


난 그게 보고 싶어.


하지만 노리코가 그런 생각을 머릿속에서 다 끝내기도 전에 수현은 망설이지도 않고 대답했다.


“그래! 빌려 줄게!”


믿을 수 없었다.


돈을 얼마를 쓰건, 그런 것은.


어떻게 생각하면 불가능하진 않은 일이다. 내가 여자구 남자 입장에서 산다고 생각하면, 하지만 이 차는.


그가 사진전에서 탄 상금을 다 부어서 살 정도로 애착을 갖고 있는거구, 차를 정말 좋아하는 사람은 원래 가족한테도 잘 빌려주지 않는 건데......


노리코의 볼을 타고 한줄기 눈물이 흘러 내렸다.


너무나도 시원스러운 대답.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계산하지 않고 부탁을 들어주는 그의 모습이 마치 그 옛날 부모님을 잃고 아무것도 가진 것 없이 신주쿠 거리를 떠돌다가 미라 선배를 만났을 때 그녀가 베풀어 준 호의와 비슷하게 느껴졌다.


영원히 가라앉을 것 같은 감정에 휩싸여 있는데 한줄기 서광과 함께 자기를 잡아끌어 올려준 것 같았던 그 기분.


그런 생각 때문에 주르륵 흘러내린 눈물이었지만, 수현은 이런 노리코의 얼굴을 보고 당황했다.


“괜찮아? 왜, 왜 그래?”


“아, 아냐! 싸락눈이 눈에 들어갔나 봐.”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눈물을 한 손으로 닦아내는 모습을 보고 수현은 의아했지만 이내 운전석 문을 열고 핸들 부근의 스위치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붕을 여는 버튼은 이거고, 기어 변속은 이런 식으로...... 연료 게이지는 이쪽이고, 이런거 볼 줄 알아? 하는식으로.


꽤나 자세하게 설명하고는 문을 다시 닫고 노리코에게 키를 건넸다.


“오늘은 술 마셨으니까 몰지 말고, 내일 아침에 일정이 있다고 했잖아. 내일부터 타고 다녀.”


노리코가 키를 받아 들고 수현을 향해 뭔가 말을 하려던 순간 택시가 앞에 와서 섰다.


“어서 타! 눈 더 맞으면 감기 걸려.”


노리코는 택시에 타고 나서 창문을 내리고 수현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서로 이름도 얘기 안했네. 오빠! 내 이름은 노리코야! 고바야시 노리코.”


“고바야시 노리코......”


택시가 떠나가는데 노리코의 이름을 반복해서 되뇌어 본 수현은 멀어져 가는 택시를 향해 힘차게 외쳤다.


“노리코! 노리쨩! 내 이름은 수현이야! 이수현!”


노리코가 창문을 거의 닫기 직전에 수현의 목소리가 차내에 들렸지만 노리코는 그냥 싱긋 웃었다.


어차피, 미라 선배에게 들어서 알고 있었는걸.


이수현, 수현 오빠.........


오빠는 여전히 나쁜 사람이야.


미라 선배의 마음뿐 아니라 내 마음마저 가져갔으니까.


수현에게서 멀어져가는 택시, 그리고 안에서의 정경이 노리코의 시선 속에서도 마치 페이드 아웃(dade-out) 되는 듯이 멀어져 갔다.


그리고 어느 새 현실 속에서 다시 수현의 차 안.


노리코의 눈 앞에는 AMG의 대시 보드가 있었고, 그리고 옆의 운전석에는 수현이 있다. 4년 전 그때와 별로 달라진 게 없는 모습. 그리고 자신을 상냥하게 대해 주었던 그의 푸근한 얼굴.


하지만, 그 날 이후 얼마 안 가 미라 선배와 셋이 정식으로 인사한 다음부터는 늘상 미라 선배와 셋이 만나야 했다. 노리코가 수현과 단둘이 데이트를 즐긴 것은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그러니까 사실은 지금, 이 순간이 그때 이후 처음으로 하는 수현과의 데이트가 되어 버린 것이다. 수원 지부에 가서 서류를 가져오라는 미라 선배의 지시에 따른 동행이었다 해도.


노리코는 마음이 답답했다.


그냥 잊은 줄 알았는데, 한참 지났으니까 다시 보더라도 초연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초연하기는커녕 그와 같이 앉아 있는 것만으로 4년 전의 회상까지 떠올려 버렸다.


더구나 지금은 범죄자로 쫓기고 있다 하고, 미라 선배는 여전히 그를 너무나 좋아해서 어떻게든 일본으로 데려가려는 것 같고, 또한 미라 선배랑 나한테는 당면의 과제, 아키야마 일파와의 결전도......


어떻게 해야 하지.


노리쨩, 노리코 이럴 때 어떻게 해야 돼?


수현이 영호와 나연 사이에서 했던 고민,


수현이 나연과 미라 사이에서 했던 고민,


그리고 세희가 수현과 수연 사이에서 했던 고민,


그 고민들이 도미노처럼, 마치 어딘가에서 이어받은 것처럼 노리코의 고민으로 변신했고, 그리고 점점 더 커져만 갔다.


그리고 그런 사랑에 대한 번뇌와 고민들이 숨져간 여인들의 괴로움과 한, 증오와 슬픔에 번져, 알 수 없는 원한과 함께 어떤 무한한 에너지를 형성해 가고 있음을,


아무도 몰랐다.


수현과 노리코가 탄 차는 이제 톨게이트를 빠져 나와 수원 시내로 들어서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생의 연인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캐릭터 소개 / 장소, 오브젝트, 시대 (설정집입니다) 22.05.31 145 0 -
공지 드리는 말씀 22.05.30 156 0 -
95 작가후기 ~ 10년의 굴곡, 전생의 연인들을 끝내며 23.02.09 50 1 11쪽
94 에필로그2 ~ 퍼스트월드에서 온 마법소녀 23.02.08 33 1 7쪽
93 에필로그1 ~ 그녀를 위해 23.02.07 37 1 7쪽
92 <91화> 우리가 있던 곳으로 (完) 23.02.06 43 1 16쪽
91 <90화> 닮았어 정말 23.02.05 33 2 11쪽
90 <89화> 거짓말 아닌 거짓말 23.02.04 26 1 10쪽
89 <88화> 두근두근 첫 데이트 23.02.03 32 1 10쪽
88 <87화> 그와 그녀의 사랑 23.02.02 29 1 10쪽
87 <86화> 마탄의 사수 23.02.01 22 1 10쪽
86 <85화> 사이킥 파워가 닿지 않는 공간 23.01.31 24 1 9쪽
85 <84화> 서강대교를 향해 23.01.30 23 1 10쪽
84 <83화> 안티사이킥 23.01.29 24 1 10쪽
83 <82화> 악인의 히든카드 23.01.28 29 1 10쪽
82 <81화> 엄마 사랑해요 23.01.27 42 1 10쪽
81 <80화> 미래에서 온 메세지 23.01.27 30 1 9쪽
80 <79화> 네가 가진 분노가 필요해 23.01.26 27 1 10쪽
79 <78화> 사랑의 한을 에너지로 23.01.25 36 1 10쪽
78 <77화> 서클라운드의 저편에서 23.01.24 38 1 10쪽
77 <76화> 수현의 놀라운 사이킥 파워 23.01.23 32 1 9쪽
76 <75화> 사랑의 힘으로 23.01.22 43 1 10쪽
75 <74화> 돌변한 그녀 23.01.21 37 1 10쪽
74 <73화> 네가 시킨 거였어 23.01.20 35 1 10쪽
73 <72화> 미라의 처절한 혈투 23.01.19 41 1 12쪽
72 <71화> 눈 크게 뜨고 잘 봐 23.01.18 40 1 10쪽
71 <70화> 사이코 키네시스 레벨 6 23.01.17 33 1 9쪽
70 <69화> 노리코의 선택 23.01.16 38 1 9쪽
69 <68화> 총격의 와중에 23.01.15 40 1 10쪽
» <67화> 너무나도 시원스러운 대답 23.01.14 37 1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