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돌사육사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웹소설 > 일반연재 > 퓨전, 판타지

돌사육사
작품등록일 :
2021.10.24 15:11
최근연재일 :
2022.01.23 19:00
연재수 :
65 회
조회수 :
33,897
추천수 :
1,012
글자수 :
314,378

작성
21.10.25 19:00
조회
1,853
추천
36
글자
11쪽

03화. 이것이 상태창? -3-

DUMMY

기억. 최윤혁은 어린 시절의 기억을 봤다.


그는 블록 장난감으로 성을 만드는 중이었다. 멋진 성을 상상하며 하나씩 하나씩 정성껏 조립하고 있었다.


여기는 본성, 여기는 성곽벽. 여기는 첨탑. 외적을 물리치고 왕과 왕비, 왕자와 공주, 백성들을 지키는 든든한 성.


하지만 끝끝내 다 만들 수 없었다.


친구가 쌓아 올린 멋들어지는 성을 보고 좌절했기 때문이다.


윤혁은 자신의 성에 만족하지 못했다. 친구의 것과 비교해 보니 너무나도 볼품없었다. 결국 자신의 성을 차마 무너트리지도 못하고 그대로 방치했다.


반쯤 지어진 성은 부끄러운 상처처럼 슬그머니 구석에 밀어 넣어 감춰졌다.


그때부터였을까. 윤혁은 온전히 무언가를 끝까지 해내는 경우가 없었다. 언제나 그랬다.


윤혁은 눈을 떴다.


온몸에 알 수 없는 의료기기가 붙어있었다.


“쵸즌.”


여성의 목소리가 윤혁의 귀를 간지럽혔다. 사무적이고 차가운 음성이다. 잠결에도 명확하게 들렸다.


“제 목소리가 들리십니까?”

“윽······.”


윤혁은 서서히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병원천장이 보였다. 팔을 들어보자 손목에 수액 바늘이 꽂혀 있었다.


“낯선 천장이다.”


윤혁은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내가 살면서 이런 말을 실제로 하게 될 줄이야. 사실 꼭 한번 해보고 싶기도 했다.


“괜찮으십니까?”


시야에 한 여성이 나타났다. 까만 정장에 각진 쇠테 안경을 낀 동양인 미녀였다. 시원하게 틀어 올린 머리카락 사이로 삐죽 솟은 옥비녀가 단아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우와, 이런 오피스레이디의 정석 같은 미녀와 아는 사이였나?


의문을 가진 순간, 예의 설명 문구가 여성의 얼굴 옆에 나타났다.


[이름 : 유나 아르니스]

[방출 랭크3.1 / 흡수 랭크4.0]

[몽골로이드계 코카소이드]

[칠드런 소속]


“유나··· 아르니스?”

“예. 그게 제 이름이죠. 아직도 정신이 안 드십니까?”


아는 사이였다. 윤혁은 그 어느 때보다 정신이 또렷했다. 다만 조금 적응이 안 될 뿐이었다. 기절하고 다시 깨어나니 유성운과 최윤혁의 기억이 더욱 끈끈하게 뒤섞였다.


유나 아르니스.


그녀는 국제헌터협회(International Hunter Committee, IHC)의 상무의원이자 부유도시인 아크 춘향의 시 사무국장이다.


하지만 그 정체는 ‘쵸즌’을 뒤에서 서포트하는 비밀 조직 ‘칠드런’의 일원.


아크··· 아크는 해수면이 98%이상으로 덮인 프론테라의 위를 부유하며 떠도는 방주도시다.


그리고 아까부터 유나가 윤혁을 부를 때 마다 사용한 호칭 ‘쵸즌’은···


“수수께끼 전학생의 정체가 이거였다고?!”


윤혁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쳤다.


미친. 이딴 설정을 붙여놨다고?


‘쵸즌’은 거대 인공부유도시 아크의 인공정령이자 인공지능 ‘마더’의 자식이다. 한마디로 사람의 아이가 아니다.


초지능인격체가 만들어낸 존재. 호문클루스와 같은 인공생명체였다.


인간보다 신체는 물론이고 지능도 월등히 뛰어났다. 또한 차원충돌로 발생한 이상현상이자 초능력인 간섭에너지 ‘간섭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초인.


그것이 수수께끼 전학생 유성운, 쵸즌의 정체였다.


이런 거대한 떡밥을 채 사용도 못하고 종말 엔딩을 내놨다는 거야? 진짜, 아속아구 작가 놈은 정신병자인가?


“쵸즌···?”


갑자기 소리친 윤혁을 보며 유나가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러고는 황급히 쵸즌의 이마에 손바닥을 올렸다.


“체온은 정상인데. 왜 그러시죠? 뭐가 보이십니까?”

“아, 아니···요?”


윤혁은 부담스러울 정도의 미인이 갑자기 간격을 확 좁혀서 당황하고 말았다. 평생 동안 여자와 손을 닿은 것은 가게에서 계산하며 카드를 건넬 때뿐이었다.


유나의 손바닥은 차고 부드러웠다. 희미하게 좋은 향기도 났다. 오오, 이게 그 머스크 향이라는 건가?


“실례. 허락도 없이 무례하게 행동했군요.”


유나는 윤혁이 당황하는 것을 보고 황급히 손을 거뒀다.


“하지만 확실히 이례적인 일입니다. 당신이 기절하고 이렇게까지 동요하다니. 도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그건 윤혁이 되려 묻고 싶었다.


분명 아속아구 작가에게 악플 메시지를 보내고 잠들었다. 그리고 기묘한 꿈속에서 알 수 없는 문구를 보고, 이내 아속아구의 소설 속 세계 ‘프론테라’로 떨어졌다.


- 온전히 끝을 볼 기회를 주겠다.

- 프론테라를 구원하라.


쟁쟁한 음성이 떠올랐다.


프론테라를 구하라고? 머리가 지끈거렸다.


실시간으로 오만가지 정보가 머릿속에서 계속 쏟아졌다. 거기에 더해 디지털 폰트 문구가 계속 시야에 나타나서 어지러웠다. 그나마 이제는 익숙해져서 전처럼 기절하지는 않았다.


이제야 기절하기 직전에 온갖 난리를 피웠던 것을 떠올렸다. 윤혁은 자신의 이마를 짚었다.


모르겠다. 어찌됐든 지금 꿈이 아니라는 것은 확실하다.


“컨디션이 좀 안 좋았어요.”

“컨디션이 안 좋았다고요?”


유나가 한쪽 눈썹을 들어올렸다.


유나는 유성운의 정체, 초인적인 존재 ‘쵸즌’이라는 것을 알고 있는 몇 안 되는 사람 중 하나다. 그렇기 때문에 쵸즌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기절했다는 것이 쉽사리 믿겨지지 않았다.


“뭔가 또 계획을 숨기시는 것 같은데··· 범인(汎人)에 불과한 저는 알 방법이 없군요.”


유나는 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퉁명스럽게 말했다. 어째 화가 난 것 같기도 했다. 왜 이러는 거야 이 사람은?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일단은 얼버무려야 했다.


유나가 속 시원하게 모든 것을 설명해줄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쓸데없는 의심을 사서 상황을 악화시킬 가능성은 높았다. 무엇보다 유나가 감당할 수 있는 ‘진실’이 아니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한다고?’


지금의 판단을 내린 것은 윤혁이 아니었다. 판단의 주체는 바로 유성운이었다.


원래의 윤혁은 유약하며 의존적인 성향이 강했다. 아마 평소였으면 두서없이 횡성수설하며 도와달라고 매달렸을 것이다.


어느 새부터 성운의 의지는 리트머스 종이가 물들듯이 서서히 윤혁을 변화시키고 있었다.


“참 유세프는? 유세프는 괜찮은가요?”

“가벼운 뇌진탕입니다. 안심하세요, 생명에는 지장이 없습니다.”


유나의 설명에 의하면 유세프는 하루 정도 병원에서 쉬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다. 나노머신 처치가 어쩌고저쩌고 했는데 어쨌거나 건강해질 것이라는 말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다행이다, 윤혁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효, 사고 제대로 쳤네요.”

“일단 친구분들에게는 초기 각성자가 겪는 후유증이라고 둘러댔습니다.”

“아, 네···.”


레스토랑에 있었던 십대 청소년들은 유성운의 친구들이었다.


초기 각성자가 겪는 후유증이라. 퍽 그럴듯한 변명이다. 레스토랑 화장실을 박살내고 주변 사람들을 종이짝처럼 처서 날려버렸는데, 과연 사람들이 믿어줄까?


하지만 쵸즌에게 각성 후유증이란 존재할 리 없었다. 아무래도 헌터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위해 최근 각성한 것으로 ‘위장’한 듯했다.


윤혁은 아직 성운의 기억이 모두 돌아오지 않아서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유나는 멍하니 있는 성운을 바라보다가 못내 한숨을 내쉬었다.


“되도록이면 혼자서 모든 것을 짊어지지 말아주셨으면 좋겠군요.”

“미안해요. 걱정을 끼칠 생각은 아니었어요.”


유성운은 순순히 사과했다.


초월자에게는 힘에 따른 책임이 따랐다. 유나도 이해하고 있었지만, 때때로는 그런 쵸즌의 행동에 서운함을 느꼈다.


“일단 휴식을 취하시고 계세요. 업무를 보다가 중간에 나와서 돌아가 봐야겠습니다. 필요하신 것이 있으면 언제든 호출해주세요.”


유나는 그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병실을 나갔다.


“뭐가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개인용 병실에 홀로 남겨진 윤혁, 아니 성운은 생각을 가다듬으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복잡한 머릿속은 쉽사리 정리되지 않았다.


“서, 설마 그걸 말하면 되나?”


성운은 주저하며 입 언저리를 감도는 그 ‘단어’를 떠올렸다.


상태창.


웹소설의 단골 소재. 아속아구는 게임판타지가 아니어서 주인공이 상태창을 따로 사용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곳으로 끌려 들어온 사람이라면 다르지 않을까?


“사···상태창!”


정적.


아무것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나 순간 성운은 기절하기 직전 진정하기 위해 눈을 감았을 때 보았던 수많은 문구들을 떠올렸다.


성운은 호흡을 가라앉히며 천천히 눈을 감았다.


[간섭력 100% 출력]

[현재 위치 - 아크 춘향 C섹터3 일심병원]

[생체 시그널 활성화]

[뇌파/심박/호흡 안정]


“그럼 그렇지.”


눈을 감고 있자 어두운 배경 위에 온갖 문구가 좌르륵 나타나기 시작했다.


성운은 눈을 감은 채 눈알을 굴리며 문구를 세세하게 살펴봤다.


“아이트래킹(Eye Tracking) 같네.”


시선에 따라 자연스럽게 문구가 활성화됐다. 생각에 따라 즉각적으로 시스템이 반응했다.


들어본 적 있다. SF 세계관에서는 이런 것을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rain Computer Interface, BCI)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역시나 ‘상태창’이 눈에 띄었다.


“어떻게 창을 열지?”


성운이 중얼거린 순간 창이 열렸다. 의식에 따라 창을 열었다가 닫을 수 있어서 딜레이가 전혀 없었다. 이러면 매번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멍청하게 상태창을 열창할 필요가 없었다. 꽤나 편리한 기능이다.


그러나 예상했던 것처럼 레벨이나 능력치가 표시되지는 않았다. 상태창치고는 매우 간소했다.


“동기율 15%?”


그러고 보니 아속아구로 전송되면서 계속 봤던 문구였다. 동기율은 도대체 무슨 의미를 뜻하는 걸까? 무엇보다 그 아래에 ‘자아소멸 트리거’라고 적힌 붉은 글자가 매우 불길해보였다.


“설마 웹소설과 다른 진행을 하면··· 죽는···거야?”


섬뜩했다. 자아가 소멸하면 그건 더 이상 유성운의 정신이 남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실상 죽는다는 것과 같은 의미였다.


침을 꿀꺽 삼켰다. 상태창에 담긴 의미가 너무 무거웠다.


[뇌파/심박/호흡 불안정]


“알아! 안다고!”


성운은 짜증을 내며 숨을 크게 내쉬었다. 신체 변화가 오면 곧바로 경고창이 나타났다. 이거 비활성화하는 방법이 없나?


“후우······ 진정하자.”


차근차근 상태창을 살폈다. 그 중에 성운의 눈에 친숙한 문구가 하나 적혀 있었다.


[진행 상황 : 프롤로그]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5

  • 작성자
    Lv.65 꼬마간첩
    작성일
    21.11.13 23:53
    No. 1

    사람 아님? 사람이 아니라니 ㅋ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돌사육사
    작성일
    21.11.14 06:09
    No. 2

    사람으로부터 태어난 아이가 아니라는 거지요. 인공자궁에서 태어난 '만들어진 초월자' 라는 설정입니다.

    찬성: 3 | 반대: 0

  • 작성자
    Lv.33 ru******..
    작성일
    21.12.13 20:23
    No. 3

    리트머스 종이처럼 주인공을 변화시킨다는 비유가 이상하네요,,, 리트머스 시험지는 ph농도에 반응해 변화하는 물질이지 변화시키는 물질이 아닌데영,,

    찬성: 1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32 돌사육사
    작성일
    21.12.13 20:28
    No. 4

    '리트머스 종이가 물들듯이...'라고 했어야 했는데 제가 잘못 묘사했군요! 날카로운 지적 감사합니다!ㅜ 지금 바로 수정하겠슴다.

    찬성: 2 | 반대: 0

  • 작성자
    Lv.39 BlueHeav..
    작성일
    21.12.15 06:43
    No. 5

    오..시작설정이 먼치킨급 같은데

    찬성: 1 | 반대: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의 수수께끼 전학생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8 07화. 베테랑 헌터 스쿼드 ‘추(秋)’ -3- +3 21.10.27 974 26 13쪽
7 06화. 베테랑 헌터 스쿼드 ‘추(秋)’ -2- +2 21.10.26 1,054 28 12쪽
6 05화. 베테랑 헌터 스쿼드 ‘추(秋)’ -1- +4 21.10.26 1,183 30 11쪽
5 04화. 난데없이 보스전 +4 21.10.25 1,473 32 11쪽
» 03화. 이것이 상태창? -3- +5 21.10.25 1,854 36 11쪽
3 02화. 이것이 상태창? -2- +8 21.10.25 2,094 44 8쪽
2 01화. 이것이 상태창? -1- +6 21.10.25 2,659 57 11쪽
1 00화. 프롤로그 +24 21.10.25 3,154 80 4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