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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담

멸망의 흑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양승훈
작품등록일 :
2023.05.10 14:19
최근연재일 :
2023.05.17 18:00
연재수 :
10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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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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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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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5.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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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개미귀신5

DUMMY

10



‘기대했던 것 이상의 소득이다.’


빛을 머금은 마법진에서 카시우스는 그렇게 이번 의식을 평가하였다.

흑마법사는 일반적으로 단 한 번, 악마의 문을 연다.

악마와의 계약은 단 한 번밖에 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 카시우스에게는 전혀 다른 새로운 가능성의 길이 열렸다.

흑마법에는 무수한 계파가 존재하였고, 각 계파는 악마가 가진 권능으로 기반으로 발전해왔다.

예를 들어서 카시우스가 익힌 흑마법 라키아 계보는 필연적으로 대악마 노르기아무스와 계약을 끝마쳐야만 끝까지 익힐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라키아 계보 흑마법의 특징점은 강력한 저주술.

저주의 왕이라는 이명으로 불리는 노르기아무스의 권능을 사용하는 만큼, 계파의 흑마법사들은 강력한 저주술을 펼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한계점 역시 명확하다. 높은 경지에 이를수록 마법의 편중이 심해진다. 저주를 제외하면 나머지 흑마법의 수준은 기껏해야 중위 마법사의 수준에 그치지.’


그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전생의 카시우스도 부단히 노력하지 않았던가.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지금의 나는 이론상 모든 흑마법을 섭렵할 수 있다.’


역사상 그런 흑마법사가 있던가?

카시우스가 아는 한은 없다.

단 하나의 악마와 계약하여, 그 권능을 빌려서 구현하는 것. 흑마법이 탄생한 이래로, 그것이 가장 기본적인 규칙이었던 까닭이다.


‘아라노르, 테페른, 노르치아, 카발라······.’


무수한 흑마법 계파가 머리를 스쳤다.

제국의 부흥이래로 많은 흑마법 계파가 사라졌으리라.

그러나 흑마법을 완전히 뿌리 뽑는 것은 불가능하다.

카시우스는 확신할 수 있었다.

제국의 부흥이 새로운 세상을 이룩한 게 아니듯, 흑마법이 금기가 되었다고 해도,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당장에 그의 하수인 중 하나 역시 반쪽짜리라고 해도 흑마법을 익히고 있지 않은가.

카시우스가 손을 쥐었다가 폈다.


‘3써클. 한 명분의 마법사라고는 할 수 있는 수준이나, 지금까지 해왔던 방식으로는 더 높은 경지에 오르기는 쉽지 않다.’


4써클부터는 지금의 다섯 배를 아득히 웃도는 마력의 양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 거대한 마력을 견딜 수 있는 육체도 필요했다.

이대로 광산에서 계속 머무는 건 안정적인 선택이 될 것이다. 하지만 성장의 속도는 몹시 느릴 것이다. 지금부터는 단순히 마력의 정수를 모으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카시우스가 전생에 젊은 시절에 고위 마법사가 되었던 것은 단순히 재능이 빼어났기 때문이 아니다. 그 재능을 악마적으로, 흑마법사답게 꽃피웠기 때문에 그와 같은 경지에 누구보다도 빠르게 달려나갈 수 있었던 것이다.

즉, 처음부터 이 문제의 답은 정해져 있었던 것이다.

마법진의 빛이 별안간 선명해졌다. 그러자 바닥에서부터 이슬처럼 스며 나오는 마력의 정수가 이윽고 빛을 잃으면서 마정석의 형상으로 변하였다. 아직 뜨겁고 부드러운 액체 상태와 같았지만, 금세 딱딱해질 터였다.

그렇게 삼십여 개의 마정석이 생산된 이후에야 마법진을 빛을 잃었다.

모든 의식이 끝난 순간이었다.


“이자크.”

“부르셨습니까, 주인님.”


이자크가 고개를 조아리며 한달음에 다가왔다.

테인즈가 저편에서 두려워하며 다가오지 않는 것과는 다르다. 그의 눈빛에 깃든 열망은 전보다 더욱 커져 있었다.


“이중 가장 좋은 열 개를 네가 써라.”

“······.”


이자크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낯빛이 다소 어두워진 채로 굳은 기색이 역력하다.

조금 전까지와는 사뭇 다른 태도였다.


“욕심이 과하군. 그 중 열 개라도 네가 소화하기는 쉽지 않을 터인데. 네 수준을 참작하더라도 더 많이 안겨준 것임을 모르겠느냐?”

“주인님! 저는 당신의 지식을 바랍니다. 젬 마법은 제 길이 아닙니다. 부디 당신을 따르는 이 비루한 노예에게 자비를 베푸소서!”


그러고서 쿵 머리를 찧는 이자크. 어찌나 세게 고개를 처박았는지, 그 정도면 이마가 찢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였다.


“내가 언제 너에게 젬 마법이란 것을 익히라고 했지? 이 마정석에 깃든 정수를 취하라는 얘기다. 마법사의 성취와 단계는 단편적으로 써클이라는 고리에서 드러나는 것임을, 아무리 네가 반쪽짜리라고 하더라도 모르는 바가 아닐 텐데?”

“죄, 죄송합니다. 제가 감히 주인님의 위대한 뜻을 멋대로 해석하였습니다. 저는 그런 뜻인 줄도 모르고······.”


이자크가 당황스러워하며 다시금 고개를 찧으려고 하자, 카시우스가 손을 휘저어 그의 행동을 제지했다. 우뚝 멈춰선 이자크의 이마에서 주륵 핏물이 흘러내렸다.


“왜 그렇게 생각했지? 당대의 마정석의 사용처는 젬 마법이라는 것에 국한되는 것이냐?”

“제가 아는 한은 그렇습니다.”

“젬 마법이라.”


가스톤은 마법에 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다.

그래서 카시우스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별로 없었다.


“젬 마법이 당대 제국의 주류 마법인가?”

“그렇습니다. 종전 이후에 젬 마법의 대가인 알소르 메르간드가 제도 마탑의 주인으로 발탁된 이래로 연금술도 크게 발전하였습니다.”

“알소르 메르간드.”


카시우스는 그 이름을 곱씹었다.

그 이름을 들어본 기억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이내 불쑥 한 사람을 떠올렸다.


‘그래, 그 애송이로군. 아직 기초단계에 불과했던 그 젬 마법을 완성한 것이 그 연금술사였던가?’


연금술은 본래 무수한 마법 중에서도 비주류 계파에 속했다. 하지만 카시우스가 검은 대공으로서 일을 행하는 동안, 연금술 계파는 크게 성장했다. 연금술을 흑마법과 같이 사용하면서 중흥기를 맞이하였던 것이다.

그중에서도 생물의 합성과 이식 등에 특화된 타카바하 계파는 가장 눈부시게 발전한 곳 중 하나였다.

그때의 알소르 메르간드는 아직 전도유망한 마법사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카시우스가 그를 기억하는 이유는 하나다.


‘그 애송이의 눈이 썩 나쁘지 않았지.’


그 눈은 연금술사라기에는 광기가 가득했었다.

오히려 흑마법사가 되었더라면 큰 성취를 보았으리라.

그렇게 생각했었는데, 세월이 흐른 지금은 제국의 중심부에서 마법계의 주류에 고고히 서 있단 말인가.

카시우스는 크게 흥미가 동하는 것을 느꼈다.

그가 알던 미완성 마법에 불과하였던 젬 마법과 당대의 주류가 된 젬 마법 사이에는 거대한 간극이 존재할 게 틀림없었기 때문이다.


“이자크여, 젬 마법에 관해서 얼마나 알고 있나?”

“주인님, 저도 젬 마법에 관해서는 아는 게 많지 않습니다. 제가 아는 것은 그저 세간에 떠도는 불분명한 이야기와 잡스러운 마법서에 있는 정보들뿐입니다.”

“무엇이든 좋다. 그대가 보고 들은 것 전부를 알려다오.”


이자크는 부담감을 느끼며, 자신이 아는 지식 중 가장 보편적이고 정확한 정보를 토대로 모두 전하였다.



11



그것은 썩 흥미로운 이야기였다.


‘젬 마법이 주류 마법이 될 만하군.’


마정석.

마력의 정수를 담은 광석.

젬 마법의 기본은 그 정수를 담은 광석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데에 있었다.

전생의 카시우스는 그 마법을 말단의 병사들에게 사용하였다. 육체적인 역량이 떨어지는 신병들을 이용하여, 적들의 핵심전력을 잡아두는 식의 기만전술을 펼치곤 하였던 것이다.


‘그걸 주전력의 영역까지 끌어올렸다는 것인가.’


젬 마법은 당대에 이르러, 말단에서부터 고위 마법사와 기사들마저도 두루 사용하는, 일종의 아티팩트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제대로 된 젬 아티팩트를 사용하는 이들의 전투능력은 기존의 수준을 아득하게 웃돈다고 했다.


‘이건 직접 확인하지 않으면 가늠하기 어려운 부분이야.’


그 외에 더 구체적인 건 이자크도 알지 못했다. 그건 테인즈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이 각각 보좌관에 경비대장직을 맡고 있긴 해도, 변경의 영지. 그것도 질이 나쁜 죄수를 모아놓는 광산 노역장의 인부 중 하나에 불과했다.


‘확인도 해볼 겸 꾀어내볼 필요가 있겠지.’


카시우스의 목적은 제국의 멸망.

그러자면 제국이 새롭게 손에 넣게 된 무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볼 필요가 있었다. 일정 리스크를 감수하더라도 말이다.

환경을 바꿀 때가 됐다는 것이다.

그렇게 얼마나 생각에 잠겨 있었을까.


“어이! 작업이 시작된 지가 얼마나 됐는데, 아직도 빈둥거리고 있나? 너 같은 쓰레기는 매질이······.”


감독관이 사납게 소리치다가 힐긋 고개를 돌리는 카시우스의 모습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그는 하던 말을 멈추었다.


“아, 아니······. 내, 내가 사람을 착각하고······.”


감독관이 사색이 되어 말을 더듬었다.

22갱도의 괴물.

그게 지금 카시우스의 별명이었다.

죽음의 소굴인 폐쇄된 제1갱도를 제집처럼 드나들 뿐만 아니라, 강력한 마법사라는 얘기까지.

그가 손짓만으로 사람을 종잇장처럼 구겨서 터뜨렸다는 얘기는 이제 감독관들 사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제, 제발 용서를······.”


다가오는 카시우스의 모습에 감독관이 뒤로 물러나다가 그만 두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리 기다려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가 조심스럽게 눈을 떴을 때, 카시우스는 이미 그를 지나쳐 갱도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햇볕 아래에 선 카시우스는 뛰기 시작했다.


‘이제 육체를 만들 때가 됐다.’


곧 죽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가물었던 육체는 겨우 안정권에 도달했다.

그러나 앞으로 더 높은 경지로 오르고자 한다면, 그 정도로는 안 된다. 근육을, 폐활량을, 육체의 모든 감각을 끌어올려야만 했다.

광산의 각 갱도로 이어지는 길목의 계단을 오르기 시작한 뒤로 얼마 지나지 않아서, 땀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고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댔다.

반나절 동안 이어지던 그 단련이 끝날 즈음에는 해가 저물고 있었다. 이 광산의 누구도 감히 그를 말리거나 제지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단련이 끝났을 때, 카시우스는 22갱도로 돌아가지 않았다. 그는 집행실의 숙소로 향했다. 좁고 습하며 악취가 진동하던 그 좁았던 갱도는 이제 그가 돌아갈 장소가 아니었다.

그렇게 한 달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12



도웰은 지금 기분이 좋았다.

수일 전, 광산으로 많은 수의 노역자가 새로 충원됐다.

상등품의 마정석을 공납하면서, 영주가 그의 행정 능력을 높이 평가하였고, 그러면서 실무자들과 자리를 갖는 일이 잦아졌다.

그는 최근 꿈에 부풀어 있었다.


‘크게 따려면 그만큼 배팅을 해야 하는 법이지.’


매달 노역자를 수십 명씩 죽여대는 거나 마찬가지였지만, 보라. 결과적으로 잘 풀리고 있지 않은가. 어차피 어떻게 사라져도 신경 쓰지 않을 하층민의 목숨이었고, 영지의 치안대장에게 뒤로 돈만 좀 찔러준다면 우선으로 노역자를 배분해줄 터였다.


‘죄인의 숫자가 부족하다면 만들면 될 일이지.’


푸흐흐. 도웰이 기분 좋게 웃었다. 이처럼 쉽게 풀릴 것을 그동안 왜 하지 않고 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니, 지난 시간이 다 아까울 지경이다. 조금만 더 대범했더라면!


똑똑.


노크 소리에 도웰은 헛기침하며, 근엄한 표정을 했다.


“보좌관인가?”

“그렇습니다.”

“들어오게.”


시기상 보고서가 올라올 때였다.


“그래, 이번 달에도 문제없이 결과물이 나왔겠지?”


지난 두 달 동안, 이 외눈의 보좌관은 몹시 흡족한 결과를 보고해왔다. 그렇기에 이번에도 의심하지 않았다. 필요한 ‘준비물’은 얼마든지 사용해도 좋다고 승인까지 내렸으니까.

그러나 이윽고 들려온 대답은 그게 아니었다.


“······죄송합니다. 저번 달의 절반에 못 미칩니다.”

“뭐라고? 그게 무슨 뜻인가!”

“땅에 기운이 다 한 것인지······. 그게 아니면 마법진에 문제가 생긴 것인지, 정확히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합당한 준비를 끝마쳤음에도 생산량이 나오질 않습니다.”

“아니, 지금까지 잘해오다가 갑자기 이게 무슨······.”


도웰이 붉으락푸르락하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인자한 기색은 온데간데없이, 눈앞에 서 있는 보좌관의 하나밖에 남지 않은 눈알을 뽑기라도 할 것처럼 살기등등하다.


“······다시 해. 얼마든지 가져다 써도 좋아. 불과 이틀 전에 수십 명이 들어왔잖아! 싱싱한 것들을 죄다 갈아 넣어도 좋으니까, 결과물을 가져오란 말이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자크가 고개를 조아리고 물러갔다.

홀로 남은 도웰은 손톱을 까득 깨물었다.


‘빌어먹을. 갑자기 공납이 절반이 되었다가는 영주님으로부터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을 거야. 감찰 기사단이 들이닥치겠지! 이런 개같은 일이 있나! 이제 두 번······. 반년 정도만 더 유지됐어도, 이 지긋지긋한 곳을 벗어날 수 있었을 텐데!’


도웰이 화를 참지 못하고 책상을 내려쳤다.

그러다가 불현듯 이자크가 나간 문을 노려보는 것이었다.


‘혹시 저놈이 나 몰래 물건을 빼돌리고 있는 건 아니겠지.’


의심이 예기치 않게 솟구친 순간이었다. 당대의 마정석의 가치가 어디 한두 푼이란 말인가? 더욱이 2급 이상의 상등급 마정석의 가치야 굳이 말할 것도 없는 일이다.

한 번 고개를 쳐든 의심은 불꽃처럼 번지며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그래, 틀림없다. 저번 달까지만 해도 그렇게 결과가 일정하게 나왔는데, 그게 갑자기 이렇게 될 이유가 없지. 틀림없어. 저 새끼, 저 새끼가 감히······. 너 같은 비천한 놈 따위에게 내가 발목을 잡힐 것 같으냐. 어림도 없는 일이지. 암 어림도 없고말고!’


도웰의 눈이 서슬 시퍼렇게 빛났다.

화가 가슴 속에서 부글부글 끓었지만, 그는 침착하였다. 먼저 꼬리를 잡아내는 게 우선이다. 그 후에 어떻게 할지 결정해도 늦지 않다.

도웰의 머리가 바쁘게 돌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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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미귀신5 +1 23.05.17 50 1 14쪽
9 개미귀신4 23.05.16 37 1 12쪽
8 개미귀신3 23.05.15 46 0 12쪽
7 개미귀신2 23.05.14 49 0 12쪽
6 개미귀신1 23.05.12 57 1 12쪽
5 재생4 23.05.11 65 1 14쪽
4 재생3 23.05.10 74 1 11쪽
3 재생2 23.05.10 81 2 14쪽
2 재생1 23.05.10 94 2 12쪽
1 프롤로그 23.05.10 147 3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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