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환상담

멸망의 흑마법사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퓨전

양승훈
작품등록일 :
2023.05.10 14:19
최근연재일 :
2023.05.17 18:00
연재수 :
10 회
조회수 :
700
추천수 :
12
글자수 :
53,554

작성
23.05.10 14:31
조회
147
추천
3
글자
7쪽

프롤로그

DUMMY

몸이 뒤틀렸다.

뼈가 꺾이다가 부서졌고 잘근잘근 으깨졌다.

핏물을 왈칵 터지며, 숨이 턱턱 막혔고, 비명이 간헐적으로 끊어졌다. 지독한 통증에 머리가 새하얗게 변했다.

왜? 도대체 어째서?

아니, 그전에 무슨 일이 벌어졌지?


“뭐야, 이렇게 간단히 당해버린다고? 실망스럽군. 검은 대공의 악명이 울겠어.”

“유엔, 허튼소리 말고 서둘러 목숨을 끊어라. 그것이 최소한의 인정이다.”

“인정이요? 글쎄요. 아버지께서는 그에게 그런 걸 품고 계시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아니에요. 어렸을 때부터 이놈의 눈을 볼 때면 배알이 뒤틀렸다고요. 그저 키우는 개 주제에 말이야. 건방지게 날 내려다보던 눈깔은 어느 쪽이지?”


푸확!


“끄아아아아아!”


칼을 치켜세워 눈알을 파헤치는 유엔의 눈동자가 살기등등했다. 히죽대며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모습. 이 순간이 즐거워서 어쩔 줄 모르는 것이다.


“하핫! 좋아, 그 눈빛 좋은데. 그 한쪽은 죽는 순간까지 남겨두도록 할까? 푸흐흐. 뭐야. 그 눈빛. 충격이라도 받은 거야? 누가 보면 꼭 배신이라도 당한 것 같잖아. 음, 아니지. 그렇게 느낄 수도 있어. 평생 주인님을 위해서 열심히 일했는데, 갑자기 이런 대우를 받는 건 이상할 수도 있지. 근데 이상한 거 아니야. 그냥 때가 된 거야. 너는 쓰임새가 다 했어, 카시우스. 그냥 그게 전부인 거지.”

“유엔.”

“나참. 서두르지 마세요, 아버지. 모든 것엔 쓰임새가 있다고, 줄곧 제게 말씀하셨잖아요. 이 모양, 이 꼴이 되어버린 카시우스라고 해도 쓰임새는 남아 있어요.”

“쓰임새? 뭘 할 생각이냐.”


카시우스의 피로 범벅된 아들을 차분하게 바라보는 중년 귀족의 눈빛엔 작은 의구심이 엿보였다.


“새로운 시대잖아요. 제국 밖에 적들이 사라졌다고 해도, 이 안에는 또 새로운 적들이 존재하는 법이죠. 싹 다 쳐내야죠. 검은 대공과 우리의 정적이 결탁했다는 그림. 꽤 좋지 않겠어요? 제국정치를 쇄신할 수 있겠죠.”

“음, 과연.”


긍정적인 반응에 유엔이 입술을 날름 핥았다.


“그러자면, 조금 더 극적인 연출도 필요하겠죠.”


그러더니, 허리춤에서 벼락같이 칼을 뽑아서 자신의 몸을 거침없이 그어버리는 것이었다. 푸확 터지는 핏물에 유엔은 온몸을 떨었다. 카시우스의 피로 젖은 그의 옷을 자신의 피로 덮어간다.

하악. 상기된 얼굴로 바르르 떠는 눈빛엔 광기가 가득하다.


“흐흐흐흐······. 아파, 아프다고. 로데스토, 자이레, 미하르. 우르반! 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것들. 감히, 바라멜 가문의 후계자를 노리고도 성할 줄 알았느냐. 어림도 없지. 암, 어림도 없는 일이다!”


씹어 내뱉듯 고함을 터뜨리는 유엔.

자식의 그러한 행동에도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는 제국재상 란테인의 얼굴엔 일말의 놀라움도 없이, 그저 흐뭇한 기색만 엿보일 따름이었다.


으드득.

어째서. 어째서냐.

나는, 나는 당신의 개였다.

나는 당신의 그림자였다.

모든 것을 바쳤다. 나의 모든 영광은 당신의 것이었다. 이 목숨은 당신의 것이었다.


그 원망과 고통, 그리고 분노로 일그러진 눈빛을 읽었음인가. 재상은 여느 때와 같은 무미건조한 얼굴로 짧게 내뱉었을 뿐이었다.


“한심한 눈이군. 마지막까지 쓰임을 다해라, 카시우스. 너의 주인인 이 란테인이 천 년 제국의 반석으로써 네 전부를 쓰겠노라.”


으드드드득. 란테인! 란테이이이인······!

하나밖에 남지 않아 이지러진 카시우스의 눈동자가 핏물에 번져 모든 것이 시뻘겋게 변했다.

유엔의 킥킥 웃는 웃음소리만이 빛 한 점 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울려 퍼졌다.



······의식이 끊어졌다가 다시 이어졌다.

카시우스는 제도의 광장 한가운데에 있었다.

성대하게 펼쳐진 처형대. 그는 그곳의 중심에 세워진 거대한 십자가에 매여 가슴팍엔 커다란 정이 박혀 있었다.

이런 상태로도 여전히 죽지 않고 목숨을 부지하고 있는 것은 세계수의 가지 끝에서 발아한 생명의 정수가 그를 아슬아슬하게 죽음에서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었다.


“죽여라!”

“불태워라!”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다.

그들의 저주가 살의가 뒤틀린 카시우스의 몸에 내리꽂힌다.

카시우스는 하나밖에 없는 눈동자로 그들을 지켜보다가 바로 지척에 서 있는 사내를 발견했다.

유엔 바라멜.

그와 눈이 마주친 순간.

유엔은 겨우겨우 웃음을 삼키듯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카시우스여, 세계수의 씨앗이 아깝지만 네게 주도록 하지. 이별선물이야. 그러니까 끝까지 즐기도록 해. 나의 제국을 위하여.”


불태워라! 죽여라! 제국의 적! 악마를 찢어 죽여라!

그를 향한 저주가 서서히 고조되었다.

카시우스는 그것을 누구보다도 분명하게 느낄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는 흑마법사였기 때문이다.

온갖 부정으로부터 발생하는 힘이야말로 흑마법사가 다루는 힘의 본질이었다.

그 힘이 지금 이 광장에 가득 찼다.

그 저주와 부정의 감정이 카시우스를 향하고 있었다.

미움, 증오, 분노, 살의, 쾌락, 흥분······.

부정한 마력의 회오리가 진창의 그것처럼 진득하게 일렁였다.


‘네놈들의 이상을 좇아 모든 것을 다 바쳤거늘. 그 달콤한 과실의 편린 조차도 허락지 않겠다는 말이더냐.’


바로 그 순간이었다.

화륵. 불꽃이 치솟았고, 기름을 따라 거침없이 치솟는 화염은 단숨에 카시우스를 덮쳤다.

작열한다. 온몸이 불꽃에 휩싸인다.

아. 아아아. 아아아아아.

망가져 버린 성대 때문에 바람이 새어나오는 듯한 한숨 같은 비명.

그러나 그 비명에 사람들은 환호했다.

우와아아아아!

그것은 평화의 불꽃이다.

그것은 정화의 불꽃이다.

불길은 하늘마저 불태울 것처럼 치솟았다.

그리고 그 불꽃 속에서 카시우스의 몸은 짓이겨지고 오그라들었다. 온몸이 불타는 고통은 길고도 길게 이어졌다. 잔인하게도 세계수의 씨앗이 그의 죽음을 순순히 허락지 않았던 것이다.

고통 속에서 카시우스는 소리 없이 소리쳤다.

란테인. 유엔. 제국.

······이곳에 모인 너희 모두를 저주한다.

죽어서도 영원히.



······.

그리고.

눈을 떴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멸망의 흑마법사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0 개미귀신5 +1 23.05.17 50 1 14쪽
9 개미귀신4 23.05.16 37 1 12쪽
8 개미귀신3 23.05.15 46 0 12쪽
7 개미귀신2 23.05.14 49 0 12쪽
6 개미귀신1 23.05.12 57 1 12쪽
5 재생4 23.05.11 65 1 14쪽
4 재생3 23.05.10 74 1 11쪽
3 재생2 23.05.10 81 2 14쪽
2 재생1 23.05.10 94 2 12쪽
» 프롤로그 23.05.10 148 3 7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