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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님의 서재입니다.

경영의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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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작품등록일 :
2012.09.23 23:55
최근연재일 :
2012.05.1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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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514

작성
12.05.05 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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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경영의 대가 -7-

DUMMY

나와 한센이 도착한 곳은 쿤트 남작가의 저택, 즉 나의 친가였다.

“여기서 기다려.”

한센을 놔두고 나는 저택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정문을 지키는 문지기들도 날 알아보고 길을 열어줬다.

청소를 하던 시녀를 시켜 아버지에게 내가 찾아왔다는 사실을 알리도록 했다.

잠시 후 아버지는 물론이고 아서 형님까지 모습을 드러냈다.

“카록, 왔느냐?”

“예, 아버님. 그간 무탈하셨습니까?”

“녀석, 한 달도 안 지났는데 그새 탈이라도 났겠느냐?”

“아버님, 여기서 이러지 말고 함께 티타임이나 갖죠.”

“그러자꾸나.”

아서 형님의 말에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저택 2층의 테라스에서 우리는 티타임을 가졌다. 바깥 정경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곳에서 허브티의 감미로운 향을 맡고 있으니 기분이 몹시 좋았다.

그러고 보니 이렇게 셋이 한 자리에서 차를 마셔본 것도 70여 년만이구나.

“상회를 개업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처음에는 우왕좌왕할 줄 알았더니 행동이 빠르구나. 역시 상인이 적성에 맞는 것 같아 다행이다.

아버지는 나를 칭찬해주셨다.

“과찬이십니다. 아직 본격적인 사업은 시작도 안 했는데요.”

그러자 이번에는 아서 형님이 입을 열었다.

“독립한다고 나선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우리가 보고 싶어서 찾아온 건 아닐 테고,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생긴 거냐?”

날 걱정해주는 아서 형님의 씀씀이가 고마웠다.

“에이 형님, 사내가 체면이 있지 홀로 서겠다고 나간 지 한 달도 안 돼서 도와달라고 찾아왔겠습니까?”

“하핫! 듣고 보니 그렇구나. 이 형이 실언을 했다.”

“도움이 필요한 문제가 아니라니 다행이다. 그런데 벌써 가족이 그리워진 건 아닐 텐데, 무슨 일이냐?”

아버지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돈을 빌려주십시오.”

“돈?”

아버지의 안색이 변했다.

“1,500레디나가 부족하진 않았을 텐데, 혹여 사기꾼이라도 만나 다 털렸느냐?”

“아닙니다. 큰 사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큰 사업? 돈이 얼마나 필요한 것이냐?”

“여유가 되시는 돈은 전부 빌려주십시오. 내년 겨울까지 50% 이자까지 쳐서 갚겠습니다.”

“대체 무슨 사업인지 들어보자꾸나.”

내년에 대흉년이 온다고 말했다간 내 정신 건강을 무척 염려하시겠지.

난 적당히 꾸며 이야기하기로 했다.

“제가 여기저기 소식을 알아본 결과 올해에 대륙적으로 밀 값이 폭락했습니다. 지난 5년간 한 번도 가뭄이나 홍수 같은 악재가 없었던 덕분이죠. 하지만 지난 5년간 계속 가격이 폭락했으니 슬슬 바닥을 치고 다시 오를 때가 됐습니다. 이에 대비해서 밀을 매입해두려고 합니다.”

“흐음…….”

천생 뼛속까지 기사이신 아버지는 이런 분야에 어두우셨다. 대신 아서 형님이 입을 열었다.

“네 말은 일리가 있다. 허나 만약 내년에도 풍작을 하면 밀 값은 더 떨어져 막대한 손해를 입을지도 모른다.”

“예, 형님 말씀이 옳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확신할 수 있는 일이 세상에 어디 있겠습니까. 아마 연륜 있는 곡물상이라면 올해에 승부수를 띄울 게 분명합니다. 저 또한 승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건 도박이 아니냐.”

아버지가 우려를 표하셨다.

이제 마지막 카드를 꺼내야겠군.

“제가 아직 어리지만 이것은 어린아이의 치기가 아닙니다. 제 각오가 어떠한지 보여드리겠습니다.”

나는 바닥을 향해 손을 뻗었다.

아버지와 아서 형님이 그런 내 행동을 의아하게 바라보았다.

“노움.”

그러자 바닥에서 쑤욱 노움이 튀어나왔다.

-또 불렀네?

생글생글 웃는 노움.

“네 얼굴이 보고 싶었거든.”

내 말에 노움은 부끄러운지 몸을 배배 꼬며 기뻐했다.

점심에 낮잠을 자서 정령친화력을 약간이나마 회복한 상태였기 때문에 아직 피로는 느끼지 않았다.

“얼굴을 봤으니 오늘은 이걸로 만족해야겠네. 내일 또 불러서 실컷 놀게 해줄게 이만 돌아가렴.”

-정말이지?

“그럼.”

-알았어. 바이바이.

노움은 다시 사라져버렸다.

그 일련의 광경을 바라보던 아버지와 아서 형님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저는 정령사가 되었습니다.”

그 말에 두 사람이 침묵을 깨고 놀라움과 흥분을 드러냈다.

“정령! 맙소사!”

“정령술은 언제 익혔느냐?! 설마 그동안 숨겨왔던 게냐?”

“그럴 리가요. 얼마 전에 우연히 책을 보고 배웠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시도해봤는데 정령 계약에 성공했습니다. 오늘은 이 기쁜 소식을 알려드리고 싶기도 했습니다.”

“정말 기쁜 소식이구나! 네가 그런 재능이 있었다니, 왜 진작 알아보지 못했을까!”

아버지는 진심으로 기뻐하였다. 내가 어릴 때부터 오러도 마나도 재능이 없어서 자괴감을 느꼈던 것을 알고 계시기 때문이다.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만약 제가 사업에 실패해 가문에 손해를 끼친다면 상회를 접고 평생 가문을 위해 무보수로 봉사하겠습니다. 제 인생을 담보로 돈을 빌려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나의 각오에 아버지와 아서 형님을 상당히 놀란 기색이었다.

우리 쿤트 남작가는 가난한 편이라서 마법사가 없었다. 물론 2서클 수준의 하급 마법사야 얼마든지 고용할 수 있지만, 최소 3서클 이상이 아니면 쓸모가 없다.

하지만 정령사는 마법사보다 훨씬 귀한 존재다. 막 정령과 계약한 나 같은 하급 정령사도 3서클을 마스터한 마법사와 동일한 대우를 받는다.

특히 정령술은 정해진 스펠대로 펼쳐야 하는 마법보다 훨씬 활용도가 높았다. 대지의 정령 노움의 경우 흙으로 건물도 지을 수 있고 밭을 일구는 등 영지에 유용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한마디로 정령사의 일평생은 충분히 담보로서의 가치가 있었다.

아버지는 마침내 결심했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4,500레디나를 빌려주마. 이게 내가 마련할 수 있는 돈의 전부다.”

“감사합니다, 아버님!”

“하지만 담보 따위는 필요 없다.”

“예?”

이번엔 내가 놀랄 차례였다.

“바보 녀석. 가족끼리 인생을 담보로 잡느니 무보수로 봉사하느니 하는 게 아니다.”

아서 형님도 웃으며 맞장구쳤다.

“아버님 말씀이 매우 옳다. 우리는 기꺼이 네 성공도 실패도 함께 끌어안을 것이다. 한 가족이 아니냐.”

“아버지…… 형님…….”

나는 가슴이 찡해졌다.

이렇게 날 감동시키다니, 역시 아버지와 큰형님이었다. 회귀 전이나 지금이나 나를 염려하고 위해주는 두 사람의 마음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노력해야 한다.

이 고마운 사람들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업에서 반드시 성공을 거두어야 한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아버지와 아서 형님은 날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저기, 그런데…….”

“음? 또 뭐냐?”

아버지가 물었다.

“이왕 감사한 김에 부탁을 한 가지 더 해도 될까요? 매입한 밀을 보관하는 문제인데 곡물 창고를 무상으로 대여해주실 수 있는지…… 헤헤헤.”

두 사람은 기가 찬다는 듯이 날 바라보았다.

“좋다. 영지의 창고를 마음대로 써도 된다.”

아버지가 화통하게 말했다.

“그리고 구입한 밀을 운송하는 문제도…….”

“어이구, 이 녀석아! 아예 날로 먹어라!”

기어코 아서 형님에게 꿀밤을 맞고 말았다.

“아하하하.”

나는 머리를 부여잡고 쑥스럽게 웃었다.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것이, 밀을 보관하는 비용도, 운송하는 비용도 장난이 아닌 것이다.

밀을 족히 수천수만 포대는 살 텐데, 그 어마어마한 양을 무슨 수로 운송한단 말인가?

짐마차 수십여 대가 몇 번을 왕복해야 한다. 또한 용병단을 고용해서 호위도 맡기면 운송비가 구입비만큼 소모된다. 시골 촌구석일수록 물가가 비싸지는 건 이런 이유다.

또 그 많은 물량을 보관하는 것도 문제였다.

창고 한두 개로는 부족한데, 창고를 대여하는 비용도 장난이 아니다.

때문에 나는 체면불구하고 아버지의 도움을 빌리는 수밖에 없었다.

뭐, 어때? 난 열여덟 살밖에 안 됐다고. 아직 응석부려도 되는 나이잖아, 안 그래?

결국 나는 가문으로부터 4,500레디나를 빌리고, 추가로 밀을 보관할 창고와 운송까지 해결하게 되었다. 물론 공짜로 도움받기에는 민망했기 때문에 돈을 벌면 이 은혜를 갚겠다고 약속했다.

아마 내년이 되면 날 도와주길 잘했다고 생각하시게 될 것이다.

여기까지는 모두 계획대로였다.

좋아. 앞으로 2년 안에 승부를 본다. 이대로 영지와 내 남은 해피 라이프를 위해 돌격이다!


작가의말

이쯤 되면 슬슬 별자리점 어플이 무서워지네요. 뭘 해도 문제가 생기는 운수 사나운 하루라고 점괘가 나왔는데, 진짜로 10시에 올라와야 할 글이 올라가지지 않아서 지금까지 끙끙 해맸습니다.
말씀대로 연참의 대가가 되어야겠다 싶어서 연참대전에 등록을 했는데, 내일 신청할 걸 그랬다는 후회가 듭니다. 하필이면 운수 더러운 오늘 등록해버리다니!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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