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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님의 서재입니다.

경영의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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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작품등록일 :
2012.09.23 23:55
최근연재일 :
2012.05.10 22:01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842,004
추천수 :
10,486
글자수 :
42,514

작성
12.05.02 22:12
조회
38,617
추천
218
글자
7쪽

경영의 대가 -2-

DUMMY

1장. 되돌아오다




신이 내게 소원을 묻는다면 나는 단호히 말할 것이다.

그냥 이대로 죽어 있게 해주세요. 저는 지금이 너무 편안하거든요.

달콤한 잠에 빠진 것처럼 몸이 나른했다. 죽은 건 원래 이렇게 편안한 건가 봐.

아아, 너무 좋아.

흔들흔들.

“공자님!”

누구야? 날 자꾸 흔드는 게. 그냥 나 좀 내버려 두라고.

“공자님! 카록 공자님! 어서 일어나세요! 지금이 몇 신줄 알기나 하세요?”

누군가가 나를 거칠게 흔들었다.

대체 뭐야? 이 늙은이를 마구 흔들어대는 무례한 여자는.

그런데 어째 목소리가 낯설지 않은데.

“끄응…….”

비로소 나는 슬며시 눈을 떴다. 눈부신 햇살이 눈을 괴롭혔다.

으음? 여긴 천국이야, 지옥이야?

그런데 어째 많이 보던 얼굴이 눈앞에 서 있다. 신경질 난 듯 팔짱을 낀 채 무섭고 쏘아보는 여인.

맙소사.

어릴 때 날 돌봐주었던 베티 유모가 보였다. 햇볕에 그을린 까무잡잡한 피부와 저 후덕한 몸매. 내가 가문을 떠난 열여덟 살 이후로 본 적 없었던 그녀가 눈앞에 있는 것이다.

수십 년 전 사람을 아직도 기억하다니, 역시 내 기억력 아직 쓸 만하다니까.

그나저나 여긴 천국 맞나? 맞겠지?

눈을 비빈 나는 아직 잠이 덜 깨서 몽롱한 기분으로 입을 열었다.

“여어, 72년만이야, 베티 유모.”

나는 실로 수십 년 만에 베티 유모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래, 정말 오랜만이다. 친어머니를 일찍 잃은 내게 베티 유모는 어머니와도 같았지.

“뭐라고요?”

그런데 그녀의 눈살이 찡그려졌다. 뭐야? 내 인사가 마음에 안 들었나? 포옹이라도 해줄 걸 그랬나?

“여긴 천국이야 지옥이야? 아아, 베티 유모가 있으니 천국이겠군. 설마 못 본 사이에 죄 지은 건 아니지?”

“지금 죄를 하나 지어야겠군요.”

그러면서 베티 유모는 내 등을 짜악 때렸다.

“으악!”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 벌떡 일어났다. 등짝이 불에 덴 것처럼 화끈하고 아팠다.

“무, 무슨 짓이야, 다 늙은 사람한테!”

아무리 유모라지만 너무하잖아!

“……나 참. 자칭 다 늙은 양반 얼굴 좀 보시죠?”

베티 유모는 손거울을 내밀었다.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은…….

“뭐, 뭐야?”

경악에 찬 새파란 청년의 얼굴이 거울에 비춰졌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암갈색 머리칼. 자신만만한 푸른 눈동자. 잔주름 하나 없는 하얀 피부.

90살 노인네는 온데간데없고 열여덟 살 시절의 내가 있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딱 하나였다!

“우와! 대단해! 천국에서 주는 서비스인가? 땡큐, 신이시여!”

천국에 오면 젊어지는 구나! 좋다!

“하아.”

그런데 베티 유모는 한숨을 쉬고 있었다.

“잠꼬대는 이제 그만하지 그래요? 오늘은 카록 공자님께서 가문을 떠나시는 날이잖아요.”

“……엥?”

지금 뭐라고 했어 유모?

“엥이 아니에요 엥이! 오늘부터 공자님은 열여덟 살 먹은 성인이라고요! 성인이 되면 독립하겠노라고 스스로 선언하셨잖아요.”

띵!

망치로 머리를 한 대 두드려 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정신이 저 우주 너머 어딘가로 날아가 버리는 기분마저 들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야?

난 죽었는데? 여기 천국 아니었어?

설마 다 꿈이었던 거야?

90년짜리 기나긴 인생이 모두 꿈이었단 말야?

“그럴 리가…….”

꿈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생생하잖아!

지난 90년의 생애 동안 나는 많은 시련을 겪었고 그만큼 정신적으로 성숙해졌다. 이런 디테일한 꿈이 세상에 어디 있냔 말야!

나는 잠시 멍하니 앉아 있었다.

“잔말 말고 어서 준비하세요! 홀로서기의 첫걸음을 하는 날인데 말끔하게 단장하셔야지요.”

“어…… 응…….”

나는 베티 유모의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붙잡혀 욕실로 질질 끌려갔다.

씻고 말리고 머리에 포마드를 발라 말끔히 정돈하고 밝은 아이보리색 계통의 예복을 차려입었다.

“그럼 행운을 빌게요!”

베티 유모는 기운차게 말하며 내 등을 떠밀었다.

그렇게 베티 유모와 작별하고, 옷가지가 잔뜩 들어있는 여행용 가방을 들고 가문을 나섰다.

그러면서도 나는 생각 했다.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내가 왜 어린 시절로 되돌아온 거냐고. 누가 설명 좀 해줘!

그렇게 어어 하면서 걷는 사이에 저택의 정문에 도착했다.

세상에나.

저택 정문에는 아버지와 맏형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아버지 바스크 쿤트 남작.

맏형 아서 쿤트 대공자.

돌아가신지 오래 되어 얼굴도 가물가물하던 아버지와 역시나 나보다 30년이나 일찍 죽었던 아서 형님을 보자 멍한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는 190센티미터는 족히 되는 장신에 기사가문의 수장다운 우람한 체격을 갖고 계셨다. 근엄한 얼굴에 잘 다듬은 턱수염. 강인하지만 자상한 눈동자를 보자 어쩐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 옆에는 아버지와 비슷한 체격에 비슷한 얼굴을 했지만 턱수염이 없고 대신 눈빛은 좀 더 날카로운 아서 형님이 서 있었다.

가문의 중추인 두 사람은 가문에 어떤 행사가 있는 것도 아닌데도 직접 마중을 나와 있었다. 나를 배웅해주기 위해서.

그래. 생각난다.

아버지는 엄격한 분이셨는데 서자인 내게도 두 형님과 똑같이 엄격히 가르쳐주셨다. 아서 형님 또한 날 서자라고 차별하지 않고 형제로 대우해주었다.

그런 두 사람을 다시 보자 가슴이 벅차왔다.

눈물이 날 것 같았지만 나는 참았다.

어쨌거나 지금은 떠나야 할 시간이다. 감상에 젖어 있는 건 나중으로 미루자.

“아버님, 큰형님, 오늘부터 가문을 떠나 독립하겠습니다.”

먼저 아서 형님이 내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녀석, 벌써 이렇게 컸구나. 가문을 떠나더라도 너는 여전히 쿤트 가문의 핏줄이다. 어려운 일이 있거든 언제든지 찾아와.”

“예, 형님.”

이어서 나는 아버지를 바라보았다.

“이걸 받아라.”

아버지는 내게 묵직한 돈 자루를 내밀었다.

얼레?

이거 설마?

돈 자루를 쳐다보는 내게 아버지가 말했다.

“1,500레디나다. 독립 밑천으로는 충분할 게다.”

1,500레디나라고?

“너는 기사도 마법사도 성직자도 되지 못하지만 어리석지는 않으니 상인이 된다면 굶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도 똑같잖아?

나의 지난 90년 인생이 꿈이라면, 그 꿈과 똑같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이 상황은 뭐지? 꿈과 똑같이 1,500레디나를 받았고, 꿈과 똑같은 말을 들은 것이다.

무럭무럭 치미는 의문을 억누른 채 나는 아버지와 아서 형님께 작별을 고하고 가문을 떠났다.

돈 자루와 여행용 가방을 양손에 든 채 덩그러니 거리에 서서 나는 넋을 놓고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나는…… 72년 전의 과거로 돌아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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