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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님의 서재입니다.

경영의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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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로
작품등록일 :
2012.09.23 23:55
최근연재일 :
2012.05.10 22:01
연재수 :
13 회
조회수 :
842,010
추천수 :
10,486
글자수 :
42,514

작성
12.05.08 22:01
조회
35,790
추천
582
글자
8쪽

경영의 대가 -10-

DUMMY

딘 용병단은 말수가 적었다. 군기가 빡센 혼트 제국군 출신답게 일하는 중에 잡담은 별로 즐기지 않는 눈치였다.

하지만 나는 저런 부류와 금방 친해지는 법을 안다. 90년 인생은 그냥 산 게 아니거든.

“혼트 제국군 출신이라고?”

마차 위에 있는 딘에게 묻자, 딘이 대답했다.

“예. 14군단 소속이었습니다.”

“혼트 제국군은 정예로 유명하던데 군복무는 어땠는지 궁금하군.”

군인 출신자에게 군대 얘길 물어보면 말문은 금방 트인다.

“우리 14군단의 주요 작전은 몬스터 토벌이었습니다. 오우거와 싸울 땐 정말 위험했지요.”

“맙소사, 오우거?”

“예. 그것도 하필이면 모두 잠든 새벽에 습격을 받아서 하마터면 군단장까지 골로 갈 뻔했습니다. 날도 어두웠고 군단장도 지휘경력이 일천한 대귀족 출신이라 제대로 대응을 못해서 천여 명에 가까운 희생자를 낳았지요.”

조금씩 딘의 말문이 열리더니, 이윽고 렉스, 마크, 한스도 이야기에 끼어들어 군복무 추억을 꽃피웠다.

“맞아요, 맞아. 그때 저도 돌아가신 아버지를 뵐 뻔했죠.”

“그 병신 군단장의 명령이 대박이었죠.”

“아하하, 나도 알아. ‘어떻게든 해보란 말야!’였지?”

“크하하!”

나와 한센은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들었고 그렇게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날이 저물기 시작하자 딘이 야영할 장소를 물색하더니, 개울가에서 가까운 곳에서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나와 한센이야 마차 안에서 자면 그만이었지만, 딘 용병단 일행은 밖에서 노숙을 해야 했기 때문에 불을 피우고 잠자리를 마련하는 등 분주히 움직였다.

휘이잉!

늦가을이라 그런지 바람이 꽤나 쌀쌀했다. 내가 딘에게 물었다.

“바람이 많이 부는데 노숙에는 문제가 없겠어?”

“춥기야 하겠습니다만 겨울에도 야영을 해봤으니 걱정 마십시오.”

딘은 강직하게 말했다. 흐음, 그래도 좀 안쓰럽긴 한데.

아! 노움이 있었지?

좋은 생각이 떠오른 나는 즉시 노움을 소환했다.

-불렀구나?

“응. 우리 노움이 보고 싶었으니까.”

-나도.

노움과 나는 서로를 보며 웃었다.

“저게 정령이군.”

“실제로 본 건 처음이야.”

딘 용병단 일행은 정령을 처음 봐서인지 노움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흙으로 집을 지어줄래?”

-집?

“응. 세 사람이 안에서 잘 수 있는 크기에 바람만 막으면 되니 단단하게 지을 필요는 없어.”

-모양은?

“그건 우리 노움의 솜씨에 맡겨야지.”

-알았어. 재밌겠다.

노움은 흙장난을 하려는 어린아이처럼 눈빛이 반짝거렸다. 이윽고 노움이 삽을 들고 열심히 흙을 파기 시작했다.

삽이 그야말로 질풍처럼 움직였다.

퍽퍽퍽―

기이한 일이었다. 삽을 한 번 푸는데 흙이 산더미처럼 쌓였다. 순식간에 집체만한 크기로 흙산이 쌓였다.

이게 바로 정령의 힘이구나.

한센과 딘 용병단은 물론이고 나 또한 노움이 하는 일에 눈을 떼지 못했다.

-얍!

노움이 귀여운 기합과 함께 삽을 한 번 휘두르자 흙산이 동그란 원 모양으로 반듯하게 깎였다. 계속해서 노움은 삽으로 속 파서 동그란 흙집을 완성시켰다.

“허어…….”

“순식간에 집이 됐어!”

“과연 정령사!”

놀라움에 찬 딘 일행에게 내가 말했다.

“바람이 차니 취침은 이 안에서 해.”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딘 일행은 바람을 피할 수 있게 되자 기뻐하는 눈치였다.

-나 잘했어?

노움의 물음에 나는 웃었다.

“물론이지. 저렇게 예쁜 집은 처음 봤어. 우리 노움 솜씨가 보통이 아니네? 노움은 천재야.”

-나 천재야?

“그럼.”

-헤헤헤.

노움은 쑥스러워서 몸을 배배 꼬며 좋아 어쩔 줄을 몰라 했다. 에구, 저 귀여운 것!

노움은 다시 돌려보냈다. 노움과 놀고 싶었지만 몬스터의 습격이 있을지 모르니 정령친화력을 아껴두어야 했다.

둥그런 흙집 안에 잠자리를 마련한 딘 용병단의 호평은 대단했다. 따듯하고 아늑해서 인생 최고로 편안한 야영이 될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기뻐하는 그들을 보니 역시 정령술을 익히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서 나도 뿌듯했다.

딘 용병단에게 불침번을 맡기고 나와 한센은 잠을 청했다.

한센 녀석은 금방 골아 떨어졌지만, 나는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책이나 볼까.

심심할 때 읽으려고 가져온 ‘정령술의 입문’을 꺼냈다.

그래, 언제 전투가 발생할지 모르니 노움을 이용한 전투 방법을 살펴봐야겠다.

나는 전투 부분을 뒤적거렸다. 아, 여기 있다.


「전투-노움 편

대지 계열은 다른 계통의 정령보다 전투 효율이 떨어진다. 예를 들어 물이나 바람의 정령은 칼날을 만들어 적을 벨 수 있지만, 대지의 정령으로 같은 일을 하면 정령친화력의 소모가 더 커진다.

특히 하급 정령사의 경우 얼마 없는 정령친화력을 최대한 아끼는데 주안점을 두어야 하기 때문에 전투 시 필히 동료의 지원이 필요하다.

대지의 하급 정령 노움을 응용한 전투는 근접 전투에 특화된 동료를 지원하는 포지션을 택해야 옳다.

흙으로 손 모양을 만들어 적의 다리를 걸거나 붙잡는 전투법이 가장 효율적이다.

물론 흙으로 날카로운 창을 만들어 찌르는 방법도 있지만, 앞서 말했듯 다른 계통보다 정령친화력의 소모가 더 크다.

대신 블러드 스콜피온 같은 대형 몬스터를 만났을 경우, 깊은 구덩이를 파서 빠뜨린 후 생매장을 시켜버리는 방법이 유용하게 먹힌다.

경사가 가파른 산이나 절벽과 근접한 장소에서는 산사태를 일으키거나 낙석을 떨어뜨려서 적을 공격할 수 있으므로 대지의 정령사에게는 가장 유리한 지형이라 할 수 있다.」


그렇구나.

역시 딘 용병단을 고용한 건 옳은 선택이었다. 대지의 정령과 계약한 하급 정령사는 혼자 전투를 치르기에 적합하지가 않았던 거야.

물론 그렇다고 해서 노움과의 계약을 후회하는 건 아니었다.

우리 귀여운 노움을 놔두고 어떻게 한 눈을 팔 수 있겠어?

나는 눈을 감고 전투를 상상했다.

흙으로 손바닥을 만들어서 발목을 잡아챈다. 오, 그렇지. 땅을 파서 커다란 나무를 적을 향해 쓰러뜨릴 수도 있겠어.

지진을 일으킬 수 있으면 멋질 텐데, 아직 하급인 나로서는 무리겠지.

이런저런 상상을 하다 보니 잠이 소록소록 밀려왔다. 나는 책을 덥고 잠을 청했다.


악몽을 꾸었다.

꿈속에서 벼락이 치고 있었다.

콰르릉― 콰쾅―!

벼락은 대지를 미친 듯이 후려갈겨댔다. 나는 공포에 질려 꼼짝도 할 수 없었다. 마침내 벼락의 빛줄기가 또 한 번 번쩍이더니 나를 후려갈겼다. 아, 안 돼!

나는 부르르 떨면서 잠에서 깼다. 깨어나 보니 아직 야심한 새벽이었다.

……한센 녀석의 코 고는 소리가 천둥처럼 울려 퍼지고 있었다. 내 저 놈을 그냥!

똑똑똑.

“카록 공자님. 딘입니다.”

밖에서 딘이 노크를 해왔다.

“무슨 일이야?”

“잠깐 나와 보십시오.”

나는 벗어둔 코트를 걸치고 마차에서 나왔다. 딘은 물론이고 렉스, 마크, 한스도 모두 깨어나 무기인 창을 들고 있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은데. 대체 무슨 일이지?

딘은 서쪽의 숲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쪽에서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립니다.”

가만히 귀를 기울여 보니, 정말로 딘이 가리키는 방향으로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번쩍― 콰릉― 콰지직― 끄아악―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소리와 무언가를 부수는 둔탁한 소음, 그리고 사람의 비명.

벼락 치는 꿈은 한센의 코골이가 아니라 저 소리 때문이었군.

“아무래도 저쪽에서 전투가 벌어지는 듯합니다.”


작가의말

여러분들의 선물 잘 받았습니다. 빨간 거 팍팍 눌러주셔서 감사합니다. 동기부여님, 연재한담에 추천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생일날 선물 하나 못 받고 생일 축하한단 소리도 못 듣고 방구석에서 글만 쓴 보람이 있군요.(...)
돌이켜보면 제 생일은 언제나 타이밍이 안 좋았죠. 생일 바로 다음 날이 어버이날.(-_-) "넌 엄마아빠한테 선물 없니?" "엄마아빠, 나도 선물 못 받았으니 퉁치자."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언제나 중간고사 시험기간이었죠. "엄마아빠, 나 오늘 생일." "시험 공부나 해!"
게다가 오늘의 별자리점 운세: "자신의 생사와 직결되는 사건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뭐냐 이거스으은! 이 미친 별자리점 어플, 사용자를 협박하지 마! 어버이날 선물 안 줬다고 맞아 죽기라도 한단 말야?! 지금이라도 나가서 뭐 하나 사올까? 앙??
......
......
p.s. 쿨한 작가가 되고 싶었는데(프롤로그의 점잖았던 작가코멘트 참고), 저도 모르게 자꾸만 글보다 주둥이로 승부하게 되네요.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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