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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현질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스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07 16:29
최근연재일 :
2023.08.18 15:36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16,432
추천수 :
5,266
글자수 :
242,583

작성
23.08.15 15:30
조회
1,650
추천
60
글자
12쪽

38화 - 공허(3)

DUMMY

“...”


올리버 페이트는 순간 벙찐 얼굴로 신혁의 손가락을 바라보았다.

치켜세운 그 가운뎃손가락은... 아마 한국에서도 욕설일 터.


‘흠... 우리 사이에 따로 원한이랄 게 있었나?’


그는 지난번 신혁에게 부상당했지만, 그가 자신을 인지했을 거란 건 상상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그뿐만 아니었다. 한유미에게 보낸 편지, 그리고 그 인장에 새긴 탐식 군단의 문양...

그걸 신혁이 봤다는 가능성은 거의 생각하지 않았기에, 그로서는 신혁의 적대감이 퍽 당황스러웠다.


물론 올리버가 신혁을 죽이고 싶어하는 이유는 꽤 많았다.

간단하게는, 그의 몸에 상처를 낸 것부터 시작해... 그의 [실험체] 를 둘이나 아작내 버린 것.

그리고 그의 능력이 결과적으로 탐식 군단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지만 그는 빙긋 웃으며 신혁에게 다가갔다.

사람들이 고개를 돌리기 전, 신혁은 빠르게 손가락을 다시 집어넣은 뒤였다.


‘다른 사람한테 한 건가?’


그는 자연히 그렇게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신혁의 표정이 너무도 뻔뻔했기 때문이다.

대신 아무렇지 않은 척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아... 백신혁 헌터님. 지난번 슈프림 헌터 포럼에서 본 후 처음 뵙는군요.”

“... 그렇군요.”


일단 상대 쪽에서 신사적으로 나오니, 신혁 역시 더 이상 공격적으로 나오진 않았다.

하지만 머릿속에선 온갖 생각들이 맴돌았다.


‘무슨 생각이지?’


신혁은 그가 탐식 군단의 주구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 벌인 짓 역시 어디까지나 연기에 불과할 터.


허나 중요한 건 그의 진짜 목적이었다.

탐식 군단을 희생시켜 사람들의 신뢰를 얻는다? 

그렇다기에 그는 이미 이름 높은 명사가 아니던가.


‘그리고 저 뻔뻔한 얼굴... 분명 지난번에 내게 한 방 먹었을 텐데.’


놈에게 날린 일격은 이미 치유되었겠지만, 그래도 흔적은 남아 있을 터.

그걸 무시하고 굳이 그에게 다가온 이유 역시 알 수 없었다.


“... 그런데, 여긴 어쩐 일이신지?”


신혁이 먼저 질문을 던지자, 올리버 페이트가 답했다.


“저야 협력 중인 한국 길드가 있어서 말입니다. 마침 스케줄이 비는 터라, 이쪽에 참여하기로 했지요.”

“그렇습니까.”


협력 중인 한국 길드라... 신혁은 그 소리에 블랙 스타를 떠올렸다.

아마 그쪽과 협력 중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번 보육원에 보낸 편지도 그 일환으로 보냈던 것일 테니.


신혁이 다시 무어라 물어보려던 그때였다.


“오, 올리버 페이트 헌터님! 혹시 잠시 괜찮으시다면...”

“여, 여기 사인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헌터 중에도 그의 팬이 있었던 모양인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신혁은 그들을 슬쩍 보고는 한숨을 내쉬며 자리를 빠져나왔다.


“주인님...?”


그가 고민에 빠져 있자,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기고 있던 여왕이 나타났다.


“뭔가 고민이라도?”

“... 아니. 별 일 아니다.”


물론 신혁의 머릿속은 복잡하기 그지없었다.

올리버 페이트가 무슨 생각으로 이곳에 왔는지 아직 확실한 결론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 신혁의 눈에, 무척이나 못마땅한 눈으로 올리버를 바라보는 한 사람이 눈에 띄었다.

루루 브루아. 아니, 이렌느 브루아였다.


그녀는 복제인간을 앞세워 표정을 관리하는 대신, 정작 본인 표정은 팍 구긴 채였다.

뭐 동생이란 설정이니 딱히 표정관리할 이유도 없겠지만...


그 사정을 알고 있는 신혁의 입장에선 궁금할 법 했다.

분명 올리버가 나타났다는 건 일반적으로는 호재. 그녀가 싫어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저기.”

“...?”


신혁이 다가가자, 이렌느가 살짝 놀란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무슨 일인가요?”


주변을 의식한 듯 복제인간 쪽에서 말을 걸어왔다.


“... 잠시 동생 분과 얘기를 좀 할 수 있을까요.”

“...”


복제인간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


“그러세요.”


사실 저 복제인간을 조종하는 건 이렌느 본인.

그러니까 사실상 본인이 허락한 거나 다름없었다.


신혁은 어린 모습의 이렌느를 이끌고, 인적이 없는 곳으로 향했다.


어울리지 않는 성숙한 목소리가 그녀의 성대를 타고 흘러나왔다.


“무슨 일인가요?”

“올리버 페이트. 그 분 이야기입니다.”

“음... 글쎄요. 갑자기 튀어나오긴 했지만 그래도 도움이 되니 좋은 일이죠.”


하지만 그녀의 표정은 전혀 좋은 일이라 인지하지 않는 듯했다.

그렇다고 ‘당신 표정 다 봤어!’ 이런 이야길 하면 반감만 살 테니.


신혁은 먼저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놓기 시작했다.


“전 사실 그분과는 좀 껄끄러워서 말이죠.”

“껄끄럽다니...?”

“아는 분이 보육원에서 봉사를 하십니다. 그런데 올리버 페이트... 저 분이 그 보육원을 밀어버리려고 했다는군요.”


보통이라면 이런 얘길 왜 자기한테 하느냐, 이런 대답이 튀어나올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그림, 영락없는 뒷담화였으니까.


하지만 그녀는 신혁과 같은 마음이었다.

그리고 같은 마음을 가진 이상, 뒷담화는 끊어지지 않는 아주 맛있는 대화 소재.


“지난번 헌터 포럼 때. 기억나요?”

“아, 네.”

“사실 그 난리가 났을 때 다른 분들은 하나같이 치열하게 싸웠다고 해요. 그런데 그 분 혼자만 어딘가로 빠져나가선... 그대로 탈출해 버렸다고 들었거든요.”

“흐음...?”

“그리고 방금 그분이 불러낸 괴물들. 아무리 봐도 그때 나온 마수랑 똑같이 생긴 게...”


사실 그녀의 말은 뒷담화 수준의 스케일이 아니었다.

물론 남들 다 싸울 때 도망가는 게 그를 악으로 규정지을 만한 건 아니다.

헌터도 목숨은 귀중하니, 도망칠 수 있다면 도망치는 것도 맞는 선택.

특히 그와 같은 마법사는 최전선이 아닌 뒤에서 싸우는 게 맞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하지만 두 번째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부분이었다.


‘분명 공허의 마수들을 불러냈지.’


놈이 소환하고 탐식 군단을 쓸어버린 소환수는 바로 [공허의 마수] 들이었다.

그리고 놈들의 꼴을 본 이렌느는 당연한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었다.

슈프림 헌터 포럼, 그곳에서 일어난 사건을 두 눈으로 직접 봤었고... 목숨을 위협받기도 했었으니까.


“지금으로써는 확신할 수 없지만, 올리버 페이트 헌터. 많이 수상한 사람이에요. 그땐 도망쳤는데 왜 지금은 나섰는지도 그렇고. 그때 그 위험한 마수들을 부리는 것도 그렇고...”


그녀의 말에 신혁의 입이 근질거렸다.


‘젠장. 다 말해줄 수도 없고.’


그렇게 되면 도리어 받아들이는 상대 쪽에서 당황스러울 터였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정보만으로도, 이렌느가 판단을 내리는 데엔 충분해 보였다.


“어떻게든 분리해야 해요. 위험부담을 안고 놈들과 싸울 수는 없으니까.”


아직 게이트는 사라지지 않았다. 엄밀히 말하면 고작 1번의 침공이 있었을 뿐이다.

그리고 앞으로 몇 번의 공격을 더 막아내야 할지도 모르는 일.


그녀의 말대로, 위험요소를 안고 있기엔 이번 공략전은 매우 위험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다짜고짜 올리버를 전력에서 제외시킨다면...’


당연히 다른 헌터들의 반발이 일어날 것이다.

게이트 공략이었다면 보상을 나눌 입이 줄어든다고 좋아할 수도 있지만, 이런 방어전 같은 경우 강한 아군이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 때문이었다.


“그럼...”


신혁이 무언가 방법을 고민해보려 입을 열던 그때.


"잠깐만요.“

“네...?”

“지금 올리버 페이트가 움직이고 있어요.”


그녀는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복제인간의 눈을 통해서도 보고 있던 것이다.


“일단은 이대로 돌아가는 게 좋겠어요. 방법은 돌아가서 생각해도 늦지 않으니까.”

“... 알겠습니다.”


후우. 신혁은 한숨을 내쉬며 다시 돌아갔다.

여전히 그를 어떻게 해야 할지 좀처럼 떠오르지 않던 그때.


‘잠깐. 그거라면...’


신혁의 머릿속으로 어떤 가능성이 번득였다.


##


신혁은 이렌느와 함께 돌아왔다. 아직 게이트에서 마수들이 튀어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한편 올리버 페이트는 사람들과 인사를 마친 모양인지, 혼자 앉은 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신혁은 주변을 대강 살펴보았다.

아마 슈프림 헌터 포럼 당시, 공허 마수들과 맞섰던 헌터들은 이곳에 없는 듯했다. 단 한 명 이렌느 브루아를 제외하고는.


‘그때는 여동생 루루라는 설정으로 돌아다녔었지만.’


어쨌든 그 당시에도 본인이 있었던 셈.

그렇기에 올리버 페이트가 다루는 공허 마수의 위험성은 잘 알고 있을 터였다.


하지만 아직 그 사실을 헌터들 앞에서 이야기하진 않고 있었다.

그는 분명 위험인물이지만, 지금의 헌터들에겐 큰 희망이 되어주고 있을 터.

게다가 그가 어떤 악행을 저질렀는지도 명확한 물증이 없다. 다시 말해, 그를 고발하는 짓은 자충수나 다름없다는 뜻이었다.


‘결국 거래로 다가가야 한다는 모양이군.’


신혁에겐 미래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란테이아라는 세계의 발전된 마법 지식 또한 갖고 있었다.

그 중 몇 가지만 푼다 해도 지구의 마법 수준을 몇 단계는 끌어올릴 수 있을 정도.


그랬다간 당연히 귀찮은 일이 생길 터라 입을 꾹 닫고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하나 정도를 풀 생각이었다.


“저, 올리버 헌터님.”

“응? 아, 백신혁 헌터님이셨군요.”

“제가 얼마 전에 이런 책을 주웠는데 말입니다...”


몇 시간 전.

신혁은 근처에서 노트를 하나 산 뒤, 몇 가지 공허에 대한 사실을 적어넣었다.

물론 한국어가 아닌 란테이아에서 쓰던 언어로.


그 후 [부패] 마법을 사용해 오래된 노트처럼 보이게 만들자, 감쪽같은 마법서가 완성된 것이다.


“이쪽의 전문가는 올리버 님 같아서. 일단...”


만일 그가 공허에 대해 알고자 하는 탐구욕이 있다면, 이걸 본 이상 바로 자기 연구실로 달려갈 터였다.

그만큼 이곳에 적어 둔 이론은 신혁이 보기에도 매우 핵심적인 것들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아깝지는 않았다. 신혁은 앞으로도 위험하기 그지없는 공허 마법엔 손도 댈 생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음...”


그는 심각한 표정으로, 조심스레 노트를 넘겼다.


“... 세상에.”


역시 악인이지만 학자라는 것일까.

그의 눈이 이론을 하나하나 읽어갈 때마다 반짝였다.


“이건... 이런 발상이 가능했던 거였군. 어쩌면.”


그는 책을 탁 덮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말 놀랍군요. 제가 가지고 있던 수많은 의문들이 풀리고... 그 자리에 더 많은 질문들이 생겨났습니다.”

“그런가요? 도움이 됐다니 다행-”


텁.

그 순간, 올리버가 신혁의 팔을 붙잡았다. 동시에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장소로 순간이동했다.


그리고 올리버의 눈이, 섬뜩한 붉은빛으로 번들거렸다.

방금 전까지 학구열로 불타던 사람이라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광기였다.


“당신. 대체 뭐지?”

“...?”


신혁은 급변한 태도와 주변 풍경에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온통 보랏빛으로 불길하게 꿈틀거리는 배경. 그리고 꾸륵거리며 돌아다니는 공허의 마수들.


그가 신혁을 끌고 온 곳은 바로 공허차원이었다.

거기에 더해 급변한 태도까지...


‘갑자기 왜...?’


올리버 페이트는 신혁을 향해 노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정교하긴 하지만 내 눈을 피할 순 없다. 이 노트, 네놈이 날조한 가짜겠지.”

“...!”

“하지만 그 안에 들어있는 지식은 진짜다. 어째서... 어째서 네까짓 놈이 그걸 알고 있는 거냔 말이다!”


쿵. 쿵.

상황을 인식한 신혁의 심장이, 차차 안정을 찾아갔다.

그리고 차분한 눈으로 올리버 페이트를 올려다보았다.


예상 외의 상황이다. 쉽지 않을 거란 건 알았지만, 이렇게 쉽게 거짓말을 간파당할 줄은.


하지만 결국 원하던 대로 상황이 흘러가고 있었다.

지금도 어떻게든 그를 떼어내는 데 성공하지 않았나.


‘지금부터가 제일 어려운 파트지만 말이지...’


놈을 없애버리건, 떼어내고 도망치건 간에 다시 돌아가는 것.

그것이 바로 신혁의 새로운 목표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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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6화 - 노후대비(2) +4 23.08.03 3,532 108 12쪽
26 25화 - 노후대비(1) +2 23.08.02 3,698 10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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