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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현질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스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07 16:29
최근연재일 :
2023.08.18 15:36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16,433
추천수 :
5,266
글자수 :
242,583

작성
23.08.13 15:19
조회
1,947
추천
59
글자
10쪽

36화 - 공허(1)

DUMMY

신혁은 곧바로 뼈로 된 게이트를 향해 다가가, 그것을 박살냈다.

하지만 이미 만들어진 게이트는 물리적으로 부순다 해서 사라지진 않았다.


‘... 역시. 그때와 같다.’


놈들이 본진과 통하도록 열어둔 게이트는 통상적인 방법으로 닫는 게 불가능하다.

다른 게이트와 비슷한 현상이다. 다만, 나올 수만 있고 들어갈 수는 없는 게이트.


‘보통 게이트는 들어가서 최종보스를 잡으면 닫힌다. 하지만 여긴 들어갈 수가 없고.’


결국 상황을 반대로 봐야 한다.

이 게이트에선 계속해서 몬스터가 나온다. 마치 게이트처럼 최종보스도 기어나올 터.

그리고 그 녀석을 잡아야만 이 게이트를 닫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역 레이드라는 소리지.’


보통 헌터들이 게이트 내부로 들어가는 형식이라면, 이 게이트는 반대로 저 너머의 보스급 탐식 군단 마수를 막아내야 한다.

신혁은 바닥에 꽂았던 지팡이를 집어들었다. 그의 곁으로는, 어느새 포식을 마친 여왕이 스윽 다가왔다.


“저 괴물들을 전부 찢어발기면 되는 건가요?”


그녀는 손톱을 날카롭게 세우며 눈을 번득였다.


“아니. 그건 인간들이 할 일이지.”

“...?”

“넌 할 일을 다 했다. 이제 돌아가서 쉬어.”

“하지만 주인님-”


신혁은 대답 대신 그녀를 짧게 노려보았다.

여왕은 분명 강력한 전력이다. 그러나 동시에 매우 위협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지금이야 신혁에겐 납작 엎드린다지만, 다른 사람들 앞에선?


‘쓸데없는 충돌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너무 높아.’


단순히 그녀가 뱀파이어라며 시비를 거는 인간부터, 신혁이 보지 않는 틈을 타 다른 사람의 피를 마시는 그녀까지.


‘지금부턴 다른 헌터들과 협력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때에 이 녀석을 풀어두면... 무조건 사고가 터져.’


차라리 집에 가둬두는 게 낫다는 판단이었다.


그녀가 시무룩해 있던 그때, 신혁을 향해 최해인이 다가왔다.


“백신혁 헌터!”


그 역시 나름의 사투를 벌였던 듯 몸 곳곳에 탐식 군단들의 피가 묻어 있었다.

그는 신혁에게 다가오더니, 바닥에 쓰러져 있는 박태준을 보곤 눈을 크게 떴다.


“설마... 상황이 끝난 겁니까?”

“... 일단 박태준은 죽었습니다. 다만.”


신혁은 한숨을 푸욱 내쉬며, 허공에 일렁이는 게이트를 가리켰다.


“놈이 또다른 골칫거리를 하나 만들어 놓고 갔더군요.”

“이건... 게이트인 것 같군요. 그런데 어쩐시 평범한 게이트와는 조금 달라 보이는 것이-”


그는 무의식중에 게이트를 향해 손을 가져댜 댔다.

신혁은 황급히 그 손을 낚아챘다.


“자, 잠깐만요.”

“... 네?”

“잘못 만졌다간 끌려갈지도 모릅니다.”

“그, 그런가요?”


신혁은 사실 게이트를 만지작거렸을 경우 무슨 일이 발생하는 지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저 너머에서 마수들이 튀어나올 거다.’


이 게이트는 일정 시간을 기준으로 해, 탐식 군단의 마수들을 방출하는 구조다.

이때 외부에서 충격이 가해질 경우 그 시간은 더욱 짧아지게 된다.

물론 가벼운 터치 정도로는 괜찮다. 하지만 최해인의 ‘살짝’ 은 생각보다 강할지도 모를 일이니까.


“... 이건 협회에 보고를 올려야겠습니다. 정체불명의 게이트라... 빠른 조사가 필요하겠군요.”


최해인이 진지한 얼굴로 끄덕였다.

신혁은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돌렸다.


‘일단 협회 차원에서 대응한다고 하면... 후우. 탐식 군단에 맞설 준비가 더 든든해지는 셈이지.’


저 게이트는 탐식 군단 전체에 비하면 새발의 피조차 되지 못할 정도의 물량이다.

그러나 그렇다는 건 헌터 협회로도 충분히 막아낼 만하다는 뜻.

그건 마치 백신을 맞는 것처럼, 앞으로 있을 탐식 군단의 침공에서도 도움이 되어 주리라.


그렇게 생각하던 그때, 신혁의 감각에 무언가 불길한 기운이 잡혔다.


‘... 이건!’


그는 손에 있던 지팡이를 가볍게 움직여 어딘가를 가리켰다.

캐스팅조차 뛰어넘어, 의지를 품음과 동시에 시전되는 마법.


콰직-!

검은 칼날이 순간 허공을 갈랐다.

[다크 클로]. 가볍게 상대를 찢어버리는 흑마법.

그러나 상대는 도리어 마법을 해제해 버리고는, 순식간에 그 장소에서 자취를 감췄다.


“...”


결국 이 상황에서 유추 가능한 범인은 한 명 뿐이다.

신혁의 마법을 가볍게 해제하는 게 가능하며, 탐식 군단과 연관이 있는 존재.


‘한유미에게 보냈던 편지, 그 봉인...’


탐식 군단의 인장. 

나무를 타고 오르는 뱀의 형태가 그려진, 그 문양이 머릿속을 스친다.

이곳에 나타날 법할 인물은 한 명.

자칭 [공허] 를 연구한다던 마법사, 올리버 페이트 외엔 없을 터였다.


“산 너머 산이로군. 하지만...”


이미 굴러가기 시작한 톱니바퀴를 멈출 방법은 없다.

그렇듯, 신혁이 놈들과 맞서기 시작한 이상 결말은 두 가지밖엔 남지 않을 터였다.


인간들이 놈들의 노예가 되거나, 혹은 승리하여 이 세계를 지키거나.

결국 후자를 실현하기 위해, 신혁은 또다시 미친 듯이 굴러야 할 예정이었다.


##


“...”


올리버 페이트는 도주하며 생각했다.


‘빌어먹을. 분명 완전히 기척을 숨겼었는데...!’


S급 헌터이자 세계적으로도 한 손에 꼽히는 대마도학자, 올리버 페이트.

그런 그였음에도 신혁의 마법 한 번에 순간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겨우 타이밍을 맞춰 마법을 해제한 뒤 도주하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는 지난번 신혁을 봤을 대와는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성장 속도가...!’


분명 과거엔 올리버 페이트의 발끝조차 상하지 못하게 할 정도로 약한 신혁이었다.

그러나 그 짧은 시간 동안, 신혁의 힘은 올리버 페이트의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놈은 거의 단신으로, 박태준이 이끌고 온 탐식 군단의 마수들을 해치우고 다녔다.

그 전투에서 그가 보여준 능력은 그야말로 군단의 천적이라고 해도 아깝지 않을 정도. 


하지만 탐식 군단과 그에게도 아직 희망은 있었다. 


‘그래도 아직 박태준 헌터가 남기고 떠난 게이트가 건재하다.’


그 게이트를 통해 군단의 군세가 몰려온다면, 제아무리 신혁이라 해도 혼자서는 견뎌내지 못할 터.

올리버 페이트는 그동안 힘을 모아, 군단이 더더욱 빠르게 이곳에 도달할 방법을 찾아낼 요량이었다.


그때, 그의 바지가 갑작스레 축축히 젖어왔다.


“...?”


어느새 풍겨오는 쇠비린내. 젖은 바지에 손을 가져다 대 보자, 검붉은 핏물이 묻어나왔다.


“무, 무슨?”


그는 황급히 옷을 들춰 몸 안쪽을 확인했다.

분명 막아냈다고 생각했건만, 그의 허리 부근에 칼날에 베인 듯한 상처가 나 있었다.


“... 제기랄!”


평범한 상처가 아니다. 흑마법으로 낸 상처는 회복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릴 터.

그는 이빨을 부득 갈면서, 옷을 찢어 그 상처를 감았다.


“한 방... 먹었군.”


간담이 서늘해 왔다.

분명 별 것 아니라 생각했던 존재가, 어느새 칼날을 들고 턱끝까지 쫓아와 있는 기분이었으니까.


##


헌터 협회 최상층, 기밀회의실.


-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내일 오후 세 시. 협회에서 뵙겠습니다. 


박태준이 게이트를 연 후, 며칠 지나지 않아 백호진 회장에게서 온 문자였다. 

신혁은 약속 시간에 맞춰 도착한 뒤, 항상 품 속에 넣고 다니던 SSS를 펼쳐 보았다. 

여전히 탐식 군단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감지를 못 하는 건가.’


크게 두 가지 가능성이었다. 

첫째는 이 물건이 제 역할을 못하는 것이거나. 

둘째는 진짜로 탐식 군단이 아직 태양계 밖에 있거나. 


‘후자의 가능성도 아직 없진 않지만...’


탐식 군단의 영향력이 무척 넓은 걸 고려하면, 놈들이 태양계 밖에 있다 해도 이상하진 않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가능성.

지금까지 신혁이 관찰한 놈들의 영향력을 생각하면, 이미 지구 가까이까지 와 있을 확률이 더 높을 터였다. 


“기껏 힘들게 구했더니 정작 제 역할을 못한다라...”

“누가 못한다고 그래요?”


신혁은 뜬금없이 들려온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곳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얼굴이 있었다. 


“이렌느 브루아...?”

“제 발명품이 잘못되었을 리 없죠. 제 역할을 못한다니. 그건 개발자로서의 자존심이 조금 상하는걸요?”


저 여자가 갑자기 여기엔 왜?

신혁은 눈을 의심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납득할 수 있었다. 


“제가 불렀습니다.”


백호진 회장이 약속 장소에 도착하며 한 마디의 설명을 보탰기 때문이었다. 


“협회에서 부르셨다니... 무슨 관계라도 있는 겁니까?”


신혁이 묻자 백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게이트, 지금까지와는 그 상황이 제법 다릅니다. 아직 추측 단계에 불과하지만 저흰 이번 게이트를 다른 세계가 아닌, 우리 세계로부터 발발한 위협으로 보고 있습니다.”


신혁은 조용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어쩌면 그만 알고 있던 사실이 생각보다 빠르게 밝혀질지도 모를 터. 

그럼 현재 상대의 정보 수준을 짐작해야 한다. 회귀자인 신혁으로썬, 그들에게 필요한 정보를 주는 게 승산을 높일 지름길이었으니까. 


“즉 이번 게이트의 마수들은 다른 차원이 아닌 우리 차원의 존재. 아마... 외계에서 온 괴물들일 겁니다.”


백호진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렇기에 태양계를 관찰하는 SSS의 개발자이자 대마도학자, 이렌느 브루아 님을 이렇게 모셨고요.”


그녀의 옆에는 지난번처럼 여동생이 함께 서 있었다. 

루루 브루아였나. 그 아이는 이렌느의 등 뒤에 숨어 신혁을 흘끔 바라보고 있었다. 


그걸 본 백호진이 말했다. 


“그... 지금부터는 기밀사항을 토의할 예정인지라. 가족 분은 조금.”

“그렇군요. 알았어요.”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는 루루를 돌려보냈다. 

백호진은 그 후 벽 쪽으로 다가가 스위치로 보이는 물건에 손을 올렸다. 


“도청과 기타 마도구를 차단하기 위한 방해전파를 활성화하겠습니다. 가능하면 휴대폰 전원은 꺼 주십시오.”


신혁이 그 말대로 휴대폰을 끄고, 백호진이 스위치를 켠 순간. 


털썩!

갑작스레 이렌느가 실 끊어진 인형처럼 쓰러졌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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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37화 - 공허(2) +2 23.08.14 1,828 5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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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27화 - 고백(1) +2 23.08.04 3,359 9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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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5화 - 노후대비(1) +2 23.08.02 3,698 104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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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 이거 좋은 건가요(3) +5 23.07.28 4,746 119 12쪽
20 19화 - 이거 좋은 건가요(2) +4 23.07.27 4,938 12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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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7화 - 무지개 반사(3) +3 23.07.25 5,036 125 12쪽
17 16화 - 무지개 반사(2) +4 23.07.24 5,361 127 11쪽
16 15화 - 무지개 반사(1) +2 23.07.23 5,728 1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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