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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만 현질러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스텝.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3.07.07 16:29
최근연재일 :
2023.08.18 15:36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216,563
추천수 :
5,267
글자수 :
242,583

작성
23.08.17 15:48
조회
1,218
추천
59
글자
12쪽

40화 - 공허(5)

DUMMY

신혁이 손짓하고, 언데드 군단이 마수들을 향해 달려들었다.


어느새 그들 앞에 나타난 다크 나이트.

녀석이 대검을 치켜든 순간, 언데드들의 몸놀림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칠흑의 지휘관]

언데드, 마족 등 어둠 속성 아군을 지휘한다.

지휘받는 아군들의 속도, 방어력, 공격력이 20퍼센트 증가한다.


그야말로 어마어마한 수치의 버프.

비록 언데드화되면서 생전의 마수들보단 약해졌지만, 버프를 받은데다 다크 나이트의 전술지휘까지 받으니 도리어 압도당하는 건 마수들 쪽이었다.


“...!”


마수들이 순식간에 당하고 다시 언데드로 되살아나는 모습.

그것을 본 올리버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감히!”


빠른 판단이었다. 이 상황을 역전시키려면, [우두머리] 를 잡아야 한다는 판단.

놈이 변형된 팔을 휘두르자, 허공에서 공허 에너지가 마구 쏟아져 나왔다.


신혁은 동시에 블랙 실드를 펼쳐, 쏟아지는 공허 에너지를 막아냈다.


그리고는 올리버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위력 자체는 상당하다. 하지만...’


저렇게 몸이 변모해 버리고, 공허의 일부가 되어버린 그지만 도리어 약화된 모습이다.

한때는 수많은 마법을 쓰던 대마법사. 신혁조차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강대한 S급 헌터였지만...


지금의 그는, 공허 마력을 연구하기 위해 그 마력을 몸 밖으로 쏟아내버린 상태.

공허의 힘에는 누구보다 정통할 테지만, 반대로 한때 세상을 호령하던 마법은 더 이상 쓸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분이 바로, 신혁이 노리던 바였다.


‘언데드 군단의 수가 충분히 늘어났다. 이제 더는 망령 군단의 힘까진 필요하지 않아.’


6번째 초월, 망령 군단 소환은 분명 강력하지만 그 수에 한계가 있다.

그에 비해 공허 마수들은 그야말로 끝도 없이 몰려오는 상황.


차라리 [생츄어리 오브 데스] 를 유지하며, 시체로부터 계속 병력을 뽑아내는 쪽이 더 나을 터.

그리고 그러려면 지금의 변신을 유지하는 건 좋지 않은 선택이었다.


“큭...!”


동시에 [망령왕의 갑주] 의 지속시간이 해제됐다.

순간 빈틈을 본 올리버의 공격이 날아들었으나, 짧은 틈에 블랙 실드가 다시 한 번 신혁을 보호했다.


신혁은 거칠게 호흡을 정돈하며, 다시 한 번 변신을 시도했다.


[불사왕의 망토].

넘실거리는 마력과, 조금씩 힘이 빠지는 육체.

동시에 언데드들의 눈에서 번득이는 안광이 더욱 강렬해졌다.


“큭! 무슨...!”


극도로 광폭해진 언데드들의 공격.

그것은 파도처럼 덮쳐, 심지어 올리버를 노리기도 했다.


지잉-!

레이저처럼 쏟아나온 공허 에너지에, 언데드는 순식간에 소멸됐다.

하지만 곧이어 다른 하나가. 죽여도 다른 하나가 다시 나타나 덮쳐왔다.


‘수, 수가 역전당했다...!’


올리버의 눈에 공포가 어렸다.

끝도 없이 달려오던 공허의 마수들이지만, 도리어 수에서 압도당하기 시작한 것이다.


끝없이 되살아나는 언데드 군단.

거기에 현재 신혁의 지능은 미친 듯이 뻥튀기된 상태다.


지능 스탯이 마법 위력에 영향을 주는 걸 고려하면, 언데드들의 힘 역시 그만큼 강해진 셈.

그뿐만이 아니었다. 다크 나이트의 스킬로 인한 버프까지.

공허 마력을 전부 흩뿌려버리는 선택을 한 이상, 더 이상 그가 내밀 수 있는 패도 존재하지 않았다.


‘모든 가능성이 막혔다...?’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올리버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밖엔 남지 않았다.

도망쳐야 한다. 도망쳐서 놈에 대한 정보를 하나라도 더 전해야 한다.


저 인간의 능력은 탐식 군단의 천적.

더 성장하기 전에, 어떻게든 모든 걸 쏟아부어서라도 놈을 막아야 했다.


‘도망쳐야 해. 하지만 어떻게...?’


그때 그의 머릿속으로 한 가지 가능성이 떠올랐다.

박태준이 죽기 직전, 탐식 군단을 불러오기 위해 열어뒀던 게이트.

그걸 어떻게든 이용한다면 다시 군단에 돌아갈 수 있을 터...!


그는 가능한 모든 마수들을 불러모아, 시간을 벌도록 명령했다.

비록 모든 마력을 배출하긴 했지만, 그만큼 공허를 다루는 능력은 폭증한 상황.

다시 이 공허차원에서 벗어나는 건 간단했다.


그러나 그가 캐스팅을 하려던 순간.


쐐애액-!

검은 화살이 그를 향해 날아왔다.

어느새 지팡이를 땅에서 뽑아든 신혁이 그를 가리키고 있던 것.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


상대는 네크로맨서. 죽은 자를 군대로 부리는 사령관이기에, 아군의 손실에 큰 관심이 없다.

즉 그렇기에 올리버가 무슨 짓을 할지 귀추를 기울이고 있었던 것.


게다가 신혁이 들고 있는 [망자의 지팡이] 는 캐스팅을 생략하는 기능이 있었다.

올리버가 무슨 짓을 하더라도 제때 반응만 한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는 것이다.


저벅. 저벅.

마수들과 언데드들이 혈투를 벌이는 가운데, 신혁이 천천히 걸어오기 시작했다.


“마, 막아!”


그는 반사적으로 마수들에게 명령해, 자기 앞을 막아섰다.

하지만 신혁이 지팡이를 땅에 내려찍는 순간, 하늘에서 새카만 번개가 내리쳤다.


콰광-!!

그대로 번개에 맞고 불타버린 마수들.

피어나는 연기 틈으로, 신혁이 계속해서 걸어왔다.


“오, 오지 마...”


올리버. 그는 S급 헌터였으나 그 이전에 탐식 군단의 일원이었다.

한편 신혁의 능력은 그 탐식 군단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네크로맨서].


하지만, 그가 두려움에 떠는 것은 다른 이유였다.


신혁은 전생에서부터 탐식 군단과 긴긴 싸움을 이어왔다.

그리고 누구도 죽일 수 없을 거라 생각했던, 군단의 [군체의식] 을 없애는 데 성공했다.


그 군체의식은 탐식 군단의 모든 것.

즉, 신혁은 회귀 전과 후를 통틀어 탐식 군단을 파멸시킨 적 있는 유일한 존재였다.


물론 회귀 후 그 사실은 사라졌지만, 어째서인지 그 위험성은 올리버를 향해 고스란히 전해져 왔다.

마치 포식자 앞에 선 토끼처럼, 제 힘을 드러낸 신혁 앞에서 그는 아무 저항도 할 수 없었다.


“... 끝내버려.”


더 이상 그에게서 어떤 가치도 찾지 못한 신혁은, 고개를 돌리며 언데드들에게 명령했다.


“무, 무슨...”


의문을 표한 그 순간.


푸슉!

그의 복부를 뚫고 사마귀 앞발 같은 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커헉!”


보랏빛 피를 토하며, 올리버는 반사적으로 공허 에너지를 뿜어냈다.

그의 뒤를 노렸던 언데드 마수는 그대로 녹아버렸다. 하지만 그보다 더 많은 수가 그를 향해 몰려들어왔다.


“오, 오지 마...”


평생을 연구해 왔던 공허차원.

그리고 그 너머에서 만난 공허의 마수들.

놈들을 굴복시키고 다루는 마법의 발견.


수많은 업적을 세워 온 올리버였으나, 그 눈 앞의 마수들은 더 이상 그가 아는 존재가 아니었다.

죽음에서 다시 살아나 네크로맨서라는 존재에게 조종당하는 괴물일 뿐.


그리고 그들 앞에서는 올리버조차 그저 살덩이에 불과했다.


놈을 죽여라.


그들의 사령관, 신혁이 내렸던 명령.

언데드들은 그 명령을 이행하기 위해 다시 한 번 그를 덮쳤다.


“오지 말란 말이다...!”


콰아아아아-!

순간 그가 눈부신 보랏빛 섬광에 둘러싸이고, 언데드들에게 둘러싸였던 그에게서 전방향으로 빛이 터져나왔다.


투투투툭-!

마치 폭발하듯 언데드들이 허공으로 터진 채 쓰러졌다.

그러나 언데드들은 끊임없이 몰려왔다.


몇 번. 몇 번을 반복했던 것일까.


“하아. 하아...”


공허의 존재로 탈바꿈한 올리버조차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그러나... 적은 끝이 없었다.


지잉-!

눈에 띄게 약해진 에너지의 출력.

언데드는 그걸 맞고 뒤로 조금 움찔했지만, 전처럼 쓰러지지는 않았다.


“흐으, 흐으...”


공허에 한없이 융화되었지만, 결국 그에게도 생명체라는 한계는 존재했다.

서서히, 끊임없이 몰려드는 언데드들이 다시 한 번 그를 덮쳤다.


마치 언덕처럼 덮어버린 그 아래로 보랏빛 광채가 몇 번 빛났다.

그리고 이내, 그 간헐적인 빛조차 영영 꺼지고 말았다.


##



올리버에게 언데드 군단을 죄다 몰아버린 후.

신혁은 다시 돌아갈 방법을 찾고 있었다.

하지만 공허 마법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기에 그 방법은 알 수 없었다.


‘텔레포트를 써야 하나.’


그것도 나쁘지 않지만, 도리어 이상한 곳에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지난번 백호진에게서 받았던... 그 텔레포트 스크롤을 쓰는 건 어떨까.


‘음... 텔레포트랑 문제점이 똑같긴 한데.’


그렇게 생각하며 볼을 긁던 그때.


[레벨이 올랐습니다.]


좀처럼 오르지 않던 레벨에서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안 그래도 레벨업을 위해 점차 필요 경험치가 늘어가던 차였는데, 갑작스레 많은 경험치가 들어오다니.


거기에 이어, 새로운 한정 뽑기 배너가 떴다.


[한정 뽑기 개방!]

[한정 소환수 뽑기 - ‘보이드 드래곤’ 픽업 중!]


“아.”


그러고 보니, S급을 마수건 헌터건 잡으면 한정 배너가 뜬다고 했었나.


‘그런데 보이드 드래곤이라면...?’


신혁은 그 이름을 들은 순간 침을 꼴깍 삼켰다.

란테이아에서 흑마법사 네겔라로 살던 시절부터 이미 유명한 소환수였기 때문이다.


‘소환수 주제에 드래곤과 맞먹는 신체능력을 가진 괴물...’


물론 녀석들의 강대한 마법능력은 없지만, 드래곤의 신체능력만으로도 어마어마한 괴물이다.

거기에 소환수 뽑기라면... 녀석에게 추가능력도 달아줄 수 있는 것 아니던가.


‘이건 못 참겠-’


신혁은 바로 마정석을 쏟아부으려 했으나, 인벤토리를 확인하곤 한숨을 내쉬었다.


‘젠장. 다 썼네.’


변신과 무기 뽑기에 탕진해 버린 나머지 그의 주머니엔 더 이상 마정석이 남아있지 않았다.

이 좋은 기회를 날릴 수는 없는 노릇인데...


‘빨리 광산으로 돌아가서 마정석을 수급해야겠어.’


그러나 그런 즐거운 상상도 잠시.

신혁의 머리에, 순간 어마어마한 통증이 찾아왔다.


“큭?!”


그리고 동시에 한 가지 환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세상 모든 것을 지켜보는 듯, 거대한 살덩이 속에 파묻혀 사방으로 꿈틀거리는 눈.


- 거기... 있었군.


신혁은 그 눈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군체의식...!’


지난 생, 네크로맨서 [불사왕] 이었던 신혁이 죽기 직전 죽인 놈이었다.

그리고 이 현상 또한 겪어본 적 있었다.


- 네 기억... 그리고 네 능력. 흥미롭군.


놈은 신혁의 과거와 모든 기억들을 읽어내고 있었다.


‘하지만 어떻게?’


분명 지난 생에선 이런 일이 벌어졌던 때가 한정되어 있었다.

놈과 직접 마주쳤을 때. 그리고 수많은 군단을 희생시켜 전장에 화신으로 강림했을 때.


그 두 번을 제외하곤 한 번도 마주친 적 없었던 놈을-


- 고맙다. 네 정보는 귀하게 쓰도록 하지.


그 말과 함께 환각이 사라지고, 두통도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그야말로 일방적으로 기억을 읽힌 셈이었다.


“...”


신혁은 잠시 침묵한 채 고개를 떨구고 있다가, 이내 씨익 입꼬리를 끌어올렸다.


“후우...”


그리고 이내 허공에 손짓해, 공허차원과 현실을 연결하는 차원문을 생성해냈다.


‘그랬다는 거지.’


그 짧은 순간, 군체의식은 신혁의 기억을 전부 훑어보았다.

한편 신혁은 그에게 일방적으로 기억을 강탈당하... 기는 커녕, 도리어 역으로 놈의 머릿속에 침투했다.


흑마법사라면 정신계열에 대한 기본적인 소양은 있는 법.

게다가 한때 어마어마한 수련을 쌓은 신혁에겐 도리어 이 일은 기회였다.


놈에게 거짓 정보를 넘겨주고, 반대로 연결된 순간 놈의 머릿속 기억을 훑어보는 기회.


“고맙다. 이 멍청한 자식아.”


계속해서 웃음이 나왔다.

신혁이 녀석에게 전해 준 기억은, 아주아주 그럴듯한 가짜였고.

놈에게서 읽어낸 기억은, 탐식 군단의 결정적인 비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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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35화 - 불사왕(6) +3 23.08.12 2,018 65 12쪽
35 34화 - 불사왕(5) +2 23.08.11 2,137 69 13쪽
34 33화 - 불사왕(4) +2 23.08.10 2,188 75 13쪽
33 32화 - 불사왕(3) +1 23.08.09 2,280 76 17쪽
32 31화 - 불사왕(2) +1 23.08.08 2,460 73 12쪽
31 30화 - 불사왕(1) +1 23.08.07 2,782 79 13쪽
30 29화 - 고백(3) +12 23.08.06 2,922 94 15쪽
29 28화 - 고백(2) +2 23.08.05 3,105 83 12쪽
28 27화 - 고백(1) +2 23.08.04 3,361 91 12쪽
27 26화 - 노후대비(2) +4 23.08.03 3,534 108 12쪽
26 25화 - 노후대비(1) +2 23.08.02 3,700 104 14쪽
25 24화 - 한정 펫 뽑기(3) +4 23.08.01 3,894 116 13쪽
24 23화 - 한정 펫 뽑기(2) +4 23.07.31 4,045 114 11쪽
23 22화 - 한정 펫 뽑기(1) +3 23.07.30 4,538 12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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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20화 - 이거 좋은 건가요(3) +5 23.07.28 4,748 119 12쪽
20 19화 - 이거 좋은 건가요(2) +4 23.07.27 4,940 127 13쪽
19 18화 - 이거 좋은 건가요(1) +11 23.07.26 5,036 1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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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5화 - 무지개 반사(1) +2 23.07.23 5,731 13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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