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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happy인데 항행복씨로 사는 항행복씨입니다.

천재는 기갑병기를 조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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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행복씨
작품등록일 :
2021.06.11 13:08
최근연재일 :
2022.02.19 01:32
연재수 :
88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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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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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70,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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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1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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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4쪽

준비완료

DUMMY

경매장 분위기는 어수선했다.

순서상 막바지에 도달한 상황에서, 낙찰하지 못한 손님들은 분노했다.

간만 보려고 경매를 구경하던 참여자들은 모두 한 사람을 바라봤다.

수사슴 가면을 쓴 그는 분위기 따위 신경 쓰지 않고 패널을 들어 올려 응찰을 이어갔다.


‘해킹 상황은?’

[중앙연산실을 제외한 모든 섹터의 장악을 완료했습니다. 시스템 간섭으로 중앙연산실 해킹을 시도합니다... 해킹 완료. 이어서 프리마켓 측 모든 적성 세력의 개인 단말기 해킹으로 넘어가겠습니다.]


“67억, 67억. 67억! 이번에도 43번 손님께서 67억으로 낙찰하셨습니다!”


또다시 태섭이 낙찰했다.

이것으로 그가 구매한 각성자의 수는 52명째고 그가 쓴 금액은 1,584억 캐시가 되었다.

남아 있는 노예는 앞으로 둘. 태섭은 이어지는 경매에서 패널을 들어 올려 응찰을 이어갔다.


‘그래서 적들의 상세한 위치는?’

[그들의 단말기를 직접 해킹하여 지도에 표기해뒀습니다. 타당성 검토를 위해 정지 궤도 위성으로 해당 지역을 탐사 중입니다.]

‘클럽에 참가한 인원들은?’

[우리 사전 조사에서 잡히지 않은 인원이 320명입니다. 전자문서에 대한 방비는 철저한 모양입니다만, 종이 문서는 그렇지 못한 모양입니다. 혹시나 정보의 누락이 있을 수 있으므로, 프리마켓 본진에 저장해둔 원서와 비교 대조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경매사의 입이 움직일 때마다 억 단위의 돈이 움직인다.

태섭은 기계적으로 패널을 들어 올려 응찰한다.


“70억, 75억, 80억...”


태섭이 신경을 쓰고 있는 사람은 무대가 아닌 경매장 뒤에 서 있었다.

수르가 기지를 돌아다니는 와중에 봤다는 남자였고 이 클럽의 총책임자였다.

태섭은 피식거렸다.


‘그래서 내 암살을 사주한 사람이 몇 명이냐?’

[현재 15명입니다.]

“125억, 125억, 125억! 43번 손님 125억 낙찰입니다!”


경매사가 경매봉을 탁자에 두들겼다.


[이제 17명입니다.]

‘절찬리에 미움받고 있군.’

[사용자님을 살해하는 비용으로 2천 8백억이 걸려 있습니다. 소비자의 의향에 맞춰 프리마켓은 암드아머 42기를 준비할 모양인가 봅니다.]

‘우리 측 전력은?’

[전투 준비를 마치고 현재는 스텔스 상태로 대기 중입니다.]


발할라군 암드아머는 모두 합쳐 20기.

통상 전력비가 100대 1까지 차이가 나는 현 상황을 고려하면, 쓰러뜨리는 것은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

다만 태섭은 저들에게 에인헤랴르 모델을 드러내고 싶은 마음은 없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 탄환을 쓰는 게 아깝다고 느꼈다.

돈을 팍팍 쓰는 저들을 한번 흘겨보고서 힘으로 찍어 누르겠다는 생각을 다른 방향으로 틀었다.


‘유그드라실, 예치금을 내 거래 카드로 옮겨올 수 있나?’

[얼마를 입금할까요?]

‘5천억 캐시를 추가로 발급받도록 하지.’

[그 돈으로 무엇을 하실 생각이십니까?]

‘자유연방은 돈만 있으면 뭐든지 살 수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럼 프리마켓의 용병들 목숨을 사도록 하지. 겸사 에인헤랴르 모델 설계도를 준비해둬라, 물론 바이러스를 심어서.’

[적성 세력의 단말기 보안 수준을 검토 중... 적합한 바이러스를 발견. AI 네트워크와 연결하는 백도어까지 준비해두겠습니다.]


“185억! 43번 손님께서 마지막 노예까지 모두 낙찰받으셨습니다. 오늘 예기치 못한 장면을 보게 되어....”


마지막 노예까지 거머쥔 그는 몸을 일으켰다.

경매장 내 모든 단말기의 해킹을 마쳤고 마음에 품은 대로 마지막 각성자까지 그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그러니 그는 이 시설의 총책임자인 검은 군복의 남자에게 다가갔다.

다부진 체격에 험악한 인상과 달리 그 남자는 정중하게 팔을 움직여 인사를 청했다.


“손님, 무슨 일 있으십니까?”

“개인적으로 나눌 이야기가 있다. 어디 조용한 방 없나?”

“그럼 이쪽으로 오시겠습니까?”


남자는 경비들과 함께 경매장을 나섰다.

경매장의 주요 출입문을 지나 로비로 들어서는 태섭은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던 수르에게 오라고 손짓했다.

곧바로 옆에 따라붙은 그녀를 남자가 위아래로 흘겨본다.


“이 여자분은 손님 일행이십니까?”

“그래, 내 비서지.”


태섭은 인간 기능 확장 인터페이스로 그의 생각을 전달했다.


‘나 대신 움직이느라 고생 많았다.’

‘고생은 뭘요, 경매는 잘 진행하셨나요?’

‘그래.’

‘그 각성자들은 어떻게 하실 생각이신가요?’

‘모두 갈라테아에게 인도할 생각이다. 그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를 보면 어디까지 진심일지 알 수 있겠지.’


남자가 인도하는 장소는 VIP 손님을 위해 마련한 응접실이었고, 그 말에 걸맞게 온갖 사치로 꾸며져 있었다. 레드카펫으로 깔린 복도와 샹들리에, 그리고 정성스레 조각한 대형 나무 문.

남자의 눈짓에 부하들은 조심스레 문을 열어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안배했다.

태섭은 응접실 중앙에 놓인 소파에 앉았다.


“손님은 어떤 용무로 저를 찾으려고 하셨습니까?”

“너희의 목숨을 살 생각이다.”

“그게 무슨 말씀인지 설명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태섭은 별말 없이 회원증을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방금 분위기가 상당히 흉흉해서 말이야. 회원 중에서 내 목을 노리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더군.”


남자는 비릿하게 웃으며 자기 거래 카드를 책상 위에 올려놨다.

태섭은 카드 표면으로 뜬 버튼을 눌러 100억 캐쉬를 지급한다.

돈을 받은 그가 흡족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대답했다.


“네. 현재 손님의 목에는 2천 8백억 캐시의 현상금이 걸려 있습니다. 이곳에서 손님을 살해할 수 없겠지만, 손님께서 별다른 조처하지 않는 이상 살아서 올드포트에 도달할 수 없겠죠.”

“역시나 그렇군. 내가 비밀리에 모아놓은 군자금과 함께 비장의 수단을 써야겠는데?”


태섭은 품에서 단말기를 꺼내고 파일 하나를 띄워 그에게 건넸다.

받아든 남자는 테이블에서 케이블을 꺼내 단말기를 연결하고, 탁자 위로 파일을 띄워 놓았다.


“이건, 암드아머 설계도?”

“남몰래 준비한 5세대형 암드아머 설계도다. 내 일이 암드아머를 만지작거리는 거라서 말이야.”

“5세대형?”


남자는 눈을 크게 뜨고서 적힌 내용을 살폈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5세대형 암드아머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쌍소멸 엔진 리미트가 풀려 있고, 강력한 출력에 버틸 수 있도록 재질 선정을 마친 에인헤랴르 모델은 그의 눈에 별개의 무기와 다를 바 없었다.


‘설계대로라면 라비린스에서 만들었다는 X-41과 견줄만한 수준이다.’


부품의 형상을 살펴보려 터치하는데 강력한 보안이 걸려 있다는 메시지가 떠올랐다.


“완전한 파일은 내 의뢰를 완수하고 나서 제공하도록 하지. 물론 선금으로 3천5백억 캐시를 낼 의향이 있다.”


태섭은 회원증에 곧바로 3천 5백억 캐시를 입력해 입금 준비를 마쳤다.


“어떤가, 이래도 날 죽일 생각인가?”

“손님의 자산 규모를 확인해봐도 좋습니까?”


태섭이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가 테이블 위 창을 만지작거렸다.

회원증에 침투한 테이블의 프로그램은 거래 카드의 예치금을 읽어 테이블 위 숫자로 나타냈다.


“제게 지급한 100억 캐시와 오늘 입장료까지 합치면 1조 캐시. 경매장에서 모든 노예를 사들인 금전들은 허풍이 아니란 소립니까?”

“개인적으로 밝힐 수 없는 여러 경로로 돈을 긁어모았거든.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만큼 쌓여 있더군.”


의심을 푼 남자는 깍지를 끼고서 태섭을 바라봤다.


“그럼 제게 맡기실 일이란 건?”

“말했잖나, 너희들의 목숨을 사겠노라고. 나를 습격할 예정이던 부하들을 습격해라. 그럼 2천억 캐시 및 신형 암드아머 설계도를 프리마켓에 넘기지.”


대놓고 짜고 치는 판을 구성하라는 태섭의 요구.

남자는 비릿하게 웃으며 그에게 확인을 요구한다.


“손님을 노리던 부하들의 목숨을 사겠다는 소립니까?”

“그래. 이곳은 자유연방에서 극한의 자유를 실현하는 시장 아닌가? 그렇다면 사람 목숨조차 거래대상일 테고.”


잠시 고민하던 그의 눈은 짐승의 그것과 다를 바 없었다.


“...그 의뢰를 수행하겠습니다. 헤임달 그래스퍼,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이어나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태섭은 남자의 손을 붙잡으며 몸을 일으켰다.


‘이 거래가 너희의 마지막 거래다. 앞으로 영영 거래하지 못하게 철저하게 박살 내주지.’


태섭은 속과 상반된 미소를 머금으며 그의 손을 붙잡았다.






* * *






태섭 일행은 각성자 노예가 실린 트럭들과 함께 무사히 올드포트로 돌아왔다.

비밀리에 노예들을 갈라테아에게 넘겼고, 3일의 시간을 더 기다렸다.

그가 지급한 에인헤랴르 모델의 설계도는 바이러스는 그들의 다크웹을 오염시켜 모든 정보를 AI 네트워크에 동기화했다. 그 결과, 그는 프리마켓의 모든 정보를 손에 쥐었다.


“지독한 녀석들.”


태섭은 비가 내리는 올드포트의 트럭 주차장을 바라보며 그날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당시에 유그드라실의 힘으로 모든 단말기를 해킹해서 그들의 자작극을 실시간으로 들었다.

정말로 태섭이 의뢰한 대로 그를 습격하려 하던 암드아머 42기는 자기 동료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했다.


“결국 내가 시킨 일이지.”


언젠가는 발할라군이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다고 해도, 당시의 상황을 유도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였다. 다시금 이 세계가 얼마나 미처 돌아가고 얇은 평화 속에서 균형추를 잡는지 체감한다.


[사용자님, 엘리자베스 커닝험이 연락을 걸었습니다.]


소녀가 태섭에게 연락을 걸만한 이유라면 그것 하나밖에 없다.

태섭은 구경을 멈추고 격납고에 마련해둔 조그마한 PC에 다가갔다.

활성화하고서 연결을 띄우자 꼬질꼬질한 모습의 소녀가 나타났다.


[어우...형씨... 잘 지내...?]

“얼마나 안 잔 거냐?”

[아마... 85...시간 정도?]


눈 밑 다크서클은 내려오다 못해 눈 주변으로 퍼졌다.

반쯤 감긴 눈만 아니었다면 화장한 거 아니냐고 말해도 좋을 정도다.


“좋은 소식이냐, 아니면 나쁜 소식이냐?”

[당연히... 좋은 소식...이지.]


소녀는 버튼을 눌러 다인슬라이프 격납고의 2번 카메라를 활성화했다.


“흠...”


2호기와 합체하여 추가 무장 및 기능을 제공할 목적으로 제조한 비행기가 세워져 있었다.

파일럿을 태우는 콕피트을 중심으로 두 개의 돌기가 앞으로 돌출되어 있었다.

그 부위들은 2호기의 어깨에 장착된 함포용 레이저 캐논을 보좌하기 위해 달아둔 옵션 파츠였다. 그 외에 비행하기 위해서 날개가 달렸고, 그가 의뢰한 대로 특수 드론도 모두 장착되어 있었다.

그러나 엄밀하게 따지면 그의 설계에 100퍼센트 따른 결과물은 아니다.


“일부 변경이 있군. 너, 나 모르게 비밀 기능을 집어넣었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그의 대검에 멋대로 노즐을 달았던 과거의 경험을 떠올렸다.


[헤헷... 그냥 말대로만 하기는 심심해서... 하으음!! 자세한 기능들은 여기에 정리해 뒀으니까... 잘 보시고! 뭐... 다른 용병단 형씨들에게 부탁해서 그쪽으로 운송 보낼게. 나는 이제 좀 자러 가야겠어. 굿나잇... 형씨.]

“꼬맹이?”


파일을 전송하자마자 소녀는 몸을 일으켜서 터덜터덜 걸어갔다.

곧바로 아이들의 목소리가 들렸고, 힘없는 소녀의 외침과 다른 두 명의 왕실수호대 목소리도 들렸다.

다인슬라이프에게 허가 인원을 제외하고 격납고를 봉쇄하라고 말을 하려다가 참았다.

처음부터 병기 운용 목적으로 만든 AI인 탓에 유그드라실과 달리 흑과 백을 정확하게 갈랐다. 설사 어린애라 해도 허용하지 않은 인물이라면, 가차 없이 레이저 커터로 사살한다.


“군 병기로써는 충실히 명령을 이행할 뿐이라고 이해는 한다. 그래도 조금 불편하군.”

[암드 포트리스용 AI들의 표준 규격이라 이해해주십시오.]

“신팍시나 슬레이프니르에 들어갈 녀석들도 다인슬라이프와 비슷하겠...지?”

[그녀들마다 약간의 차이점은 있겠습니다만, 대체적인 성향은 동일합니다.]


그녀란 말에 배를 여자로 지칭하는 인류의 옛 관습을 떠올렸다.

남성형 AI를 탑재하면 항구냐며 헛생각을 굴리고서 키보드를 조작했다.

그는 갈라테아 파벨티와 연락할 생각이었고 부르는 방법도 매우 쉬웠다.

아무 데나 암호화한 글을 올리면 곧바로 그의 PC에 접속하니까.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연락을 주신 이유가 뭘까요?]

“준비가 다 끝났는지 물으려 한다.”

[후훗, 조금만 더 기다리셨다면 제가 먼저 연락할 생각이었는데요. 아쉬워라.]

“약속 시간보다 30분 먼저 반응한 것뿐이다. 게다가 너라면 별문제 없이 끼어들 거라고 생각도 했고. 그래서?”

[당연히 모두 끝냈죠. 도미네이터와 같이 움직일 용병들은 이미 당신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러면서 지도 한 장을 태섭의 PC에 보냈다.

굳이 어디인지 지도를 축소하지 않았어도 어디인지 금방 눈치챘다.

태섭과 갈라테아가 처음 만났던 최상층이다.


“너와 만났던 그 방인가?”

[한 번에 결판을 내야 하는 작전이니까요. 저도 이번 공격에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답니다?]


그녀는 최상층 로비에서 태섭을 기다리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아인 슈빙거? 이 작전에 참여...”


시선을 옮겨 옆에 앉은 남자를 보자마자 입과 심장이 얼어붙었다.

맨몸으로 암드아머를 탑승한 그를 죽음 직전까지 몰아넣었던 그 남자.

검선이 그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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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모두를 불태울 기세 21.11.19 283 9 14쪽
71 끝을 고하는 자들 21.11.17 301 9 14쪽
» 준비완료 21.11.15 297 7 14쪽
69 노예시장 (4) 21.11.12 320 9 14쪽
68 노예시장 (3) 21.11.10 309 10 14쪽
67 노예시장 (2) 21.11.08 334 11 13쪽
66 노예시장 (1) 21.11.06 354 10 13쪽
65 다인슬라이프에서 +1 21.11.03 354 12 13쪽
64 417년의 소망 21.10.27 379 10 13쪽
63 다른 세계 21.10.26 399 1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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