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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kiy 님의 서재입니다.

era.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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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ra(에라)
작품등록일 :
2017.10.20 00:25
최근연재일 :
2018.04.09 13:09
연재수 :
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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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추천수 :
0
글자수 :
5,348

작성
18.04.09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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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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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Prologue

DUMMY

Prologue


숨을 참아본다. 세상은 아직도 파랗다. 내 마음만 노란 것 같다. 홀로 선다는 것이 혼자가 된다는 것인 걸 알았는데도 이렇다. 아 이제 세상도 노랗다, 적어도 불일치는 없군. 어린 시절 기억이 그 쓸모없고 아무 의미도 없는 작은 단편이 나를 갉아먹는다.

18년간을 키워준 양부모를 위해 5년간의 침묵을 택했다. 어머니는 아팠고 나는 내 장기를 기증했다. 진부한 클리세가 내 삶에 들어오다니 출생의 비밀을 안 난 혼자가 되었다. 수술 하루 전 어머니의 병실 앞에서 난 혼자가 되었다.

고2 겨울방학 원래는 야자라던가 보충수업이라던가 하는 의미도 없으면서 사람을 학교에서 한 발자국도 못 벗어나게 하는 그런 것에 매여있어야 했지만, 수술이 끝난 지 얼마 안 되는 나에게 누구도 학교를 나가라고 하지 않았다.


18살 겨울 난 세상을 인지했다. 그전의 세상과 괴리된 채 난 새로운 세상에 발을 디뎠다. 아름답지도 희망에 차 있지도 않은 그런 세상에 홀로 있다고 생각했다. 그때 모두가 같은 세상에 사는 그러나 나는 동떨어진 곳에 있다고 생각될 때 나와 같은 시선을 가진 남자를 만났다.

어떻게 보면 100살은 넘은 듯 늙어 보였고 눈을 깜빡거리면 내 또래처럼 보였다. 신원미상의 남자를 몰래 쫓았다. 그는 몇 시간 동안 공원을 걸었다. 걸음마다 달라 보이는 그가 퍽 수상했다. 그러나 느껴졌다. 그는 나와 같은 세상에 머물고 있다는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평소라면 그러지 않았겠지만 모든 것을 고려하고서라도 그에게 말을 걸어야 했다. 손을 들어 그의 등을 건드리려고 할 때 그가 돌아봤다. 모든 것을 빨아들일 듯한 깊은 눈동자 여전히 나이를 알 수 없는 얼굴 짧은 머리칼과 왜소한 그러나 감각적으로는 커 보이는 수상한 남자.

“아이야, 너는 그렇게 되었구나.”

처음 만난 사람의 품에서 아이처럼 울었다. 그냥 내 반만 한 사람의 품에 안겨서 평생을 울어본 적 없는 사람이 처음으로 우는 것처럼 그렇게 울었다.


그는 도서관장이라고 불렸다. 그의 집으로 가는 길에 만난 불특정다수는 ‘안녕하세요, 도서관장님’이란 인사를 건넸다. 도서관장이라, 이상하지만 어울렸다. 그의 집은 기묘했다. 도심의 한복판에 이런 곳이 있을 수가 있을까.

담장은 관목이 대신하고 대문은 덩굴로 만들어져있다. 우리가 다가가자 덩굴이 저절로 풀린다. 그리고 문 안으로 들어가니 다시 얽힌다. 이상하다. 그러나 특이하단 생각이 들지 않는다. 이곳은 괴리된 곳이니까.

집은 흙과 벽돌이 무분별하게 섞인 3층 집이다. 초가집도 벽돌집도 아닌 한 번도 본 적 없는 형태의 주택 언뜻 보더라도 이 집은 물리법칙을 무시하고 있다. 직관의 영역을 벗어난 법칙이라 흥미롭다. 흙이 무너지고 집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실내로 들어가자 흙은 스스로 구멍을 메운다.

창문 하나 없는 집에 전등이 다 꺼져있는데도 어둡지가 않다.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그냥 받아들인다. 모든 것이 이성의 영역에 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집안은 너무나 세련되어서 왜 굳이 외관이 기괴한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파란색을 기초로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최신식 가전제품과 스테인리스를 예술의 경지로 올린 탁자도 있다. 소파는 보기만 해도 푹신해서 저기에 앉거나 눕는다면 꼼짝할 수 없을 것 같다.

3층짜리 집이라 생각했는데 회전식 계단이 있을 뿐 한 층이다. 그리고 3층이 아니다. 이건 굉장하다 눈으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천장이 높다. 계단이 지나가는 벽에는 문이 달렸지만, 그 문이 어디로 향한단 말인가. 밖은 그저 건물의 밖일 뿐인데.


그를 도서관장이라 부르는 이유는 알았다. 1층 높이를 제외하곤 공간에 책들이 가득하다. 선반 없이 공간에 걸쳐있는 책들, 한 책의 제목을 읽어본다. ‘인간의 이해’ 강도경 저. 보기만 했는데 책이 날아서 내 머리 위에서 맴돈다. 손을 뻗어 책을 쥔다. 촉감은 정확하게 책이다. 펼쳐본다. 글자가 적혀있다. 책을 놓으니 저절로 다시 원래의 위치로 돌아간다. 혁신적이다.


관장이 차를 들고 탁자에 앉는다. 그리고 나를 부른다. 우리는 아무 말 없이 차를 마신다. 특별함이 넘칠 것 같은데 그저 보리차다. 따뜻하지도 차갑지도 않은 어중간함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달까.


할 말이 넘치니 말이 나오지 않는다. 말없이 배가 부를 때까지 보리차를 마신다.

“살다 보면 이상한 상황 한두 번쯤은 겪게 되지 그게 이해 밖의 상황일 수 있어. 하지만 이 경우엔 너는 초대를 받아서 온 게 아니니 그냥 받아들이렴.”

“제가 과학은 좀 배웠거든요. 이 집 그리고 모든 것들이 이상한 상황 한두 번 정도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그러니까 그냥 받아들이라는 거야.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너는 꽤 많은 시간을 허비해야 할 테니까.”

“시간은 넘치고 머리도 나쁘지 않고 설명해주세요. 초대받아서 온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법 가택침입도 아니니까요. 이를테면 암묵적인 초대상황인 거죠.”

“흠······.”

그는 고민한다. 표정을 읽기가 힘들지만, 어찌 되었든 모든 연령대에서 찌푸린 미간은 존재했으니까. 한참이 지나고 그가 입을 연다.

“마법의 역사는 인류의 역사와 비슷한 기간을 공유하고 있지. 믿기 힘들어도 그래. 마법은 과학의 발전과 여러 가지 이유로 사장되다시피 자취를 감췄지만, 명맥을 유지하는 존재들이 있지. 나는 그중 한 사람이야.”

“왜 아무도 이런 사실을 모르죠? 그렇잖아요. 도심 한복판에 이런 집이 있는데 아무도 관심이 없네요.”

“다른 사람들 눈에는 이 집이 그저 다른 집과 같은 주택으로 보이니까.”

“저는요?”

“가끔 그런 사람들이 있지. 감각이랄까 인지랄까 그런 것들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사람들 아마 너도 그중 하나겠지. 다행인 점은 이곳을 나가면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거야. 꿈처럼 그렇게 기억은 흩어져 사라지겠지.”

“그럼 이게 우리의 마지막 대화라는 건가요?”

“말하자면 그런 거지 처음이자 마지막인 대화.”

“그럼 어떤 질문도 대답할 수 있겠네요.”

“뭐든지 물어봐 아는 거라면 대답해줄게.”

“친부모를 찾는 마법이 있나요. 아무런 정보가 없는데도 찾을 방법이 있을까요. 여기서는 찾을 방법이 없어요. 누가 나를 버렸다는데 그게 누군지 양부모님이 모르네요. 사실 버려졌다는 것도 얼마 전에 알았어요. 아빠 아니 아버지를 따라 가업이나 이을 줄 알았는데 사실 작가나 가수가 되고 싶었거든요. 근데 어머니가 장남이니까 가업을 이어야 한다고 그래야 한다고······.”

“두서가 없군. 신변잡기는 알고 싶지 않으니 질문에만 답해주지. 없네. 이쪽 세계에선 마나의 밀도가 너무 낮으니까. 대규모의 마법을 펼치기 어렵지. 그리고 불특정다수의 사람에게 특정 규칙을 찾는 그러니까 이 경우에는 DNA 대조가 되겠지? 그러니 너에게 맞춤 제작된 주문을 만들어야 하고 여러 변수를 조절하는 것도 지정해야 하니 주문만 한 권 정도? 그러니 못하지.”

“이 집이나 이 공간을 유지하는 무언가보단 쉬운 건 아닌가요?”

“경지로 치면 탐색 주문은 초급이고 변수가 지정된 마법은 중급이니 그렇지. 이 주택을 유지하는 데는 마스터급의 실력자가 필요하거든.”

“그런데 왜 못해요. 어떻게든 될 것 같은데.”

“난 마법사가 아니거든 그냥 도서관장일 뿐이지.”

“그게 무슨···, 명맥을 잇고 있다면서요.”

“그래 명맥을 잇고 있지 다른 방향으로. 마법을 알지만, 마법사는 아니야. 네가 핸드폰이나 다른 전자장비를 쓴다고 엔지니어가 아닌 것처럼. 이 정도면 충분하진 않지만, 설명됐을 것 같은데?”

“그렇네요, 이건 그냥 꿈이군요. 꿨는지도 모르는 그런 꿈. 그럼 안녕히 계세요. 잠시나마 딴생각을 해서 좋았어요.”

실망에 가득 차 밖으로 나갔다.

문이 열린다. 그리고 나는 기묘한 집을 나갔다.


도서관장이라곤 하지만 도서관엔 가지 않는 관장과 백수가 아니라고 하지만 항상 놀고 있는 아저씨 그리고 셋 중에 유일하게 사회적인 직업을 가지고 있어 바쁜 아줌마 그들의 조합은 이해 가지 않는 면이 있었지만 묻지 않았다. 어차피 첫날 이후로 제대로 답변도 안 해주니까.

은퇴 추정자 하나와 백수 하나 그리고 고3 예정자 우리는 도서관장의 집에 모여 시간을 보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거나 스포츠 경기를 보거나 그것도 질리면 게임을 했다. 관장님은 부르는 곳이 많아 반 이상의 시간을 아저씨와 놀았지만, 아저씨의 정신연령이 낮고 나는 높아서 부조화를 느끼지 못했다.

별것 없던 어느 날의 오후 햇살이 겨울 날씨치곤 따뜻해서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누워 햇빛 바라기를 할 때 머리 위에 그림자가 졌다.

“뭐에요, 햇빛 가리니까 비켜주세요.”

“너 심심하지?”

“뭐, 18년 만의 자유를 얻으니 뭘 할지 모르기는 하네요. 노는 것도 질리고.”

“운동 배워보지 않을래? 이래 봬도 운동은 기가 막히거든.”

“그냥 봐도 기가 막혀요. 곰처럼 생겨서.”

“뭐라고 이 꼬맹이가.”

“뭐요 이 아저씨가.”

“아저씨 아니라고 형이라고 나 28살이야!”

“전 18살이에요. 10살 차이면 아저씨죠, 아 저 씨.”

한참을 투덕거리다 결국은 배우기로 했다. 185인 나보다 한 뼘은 큰 키 몸무게는 3자리일 게 확실한 덩치 저 근육이 숨만 쉬어서 만들어진 건 아닌 줄 알았지만, 그 운동이 검도인 줄은 몰랐다.

3년간 배웠다. 고3 때도 꼬박꼬박 의외로 소질이 있는지 재미가 있었고 대학에 들어와서도 주말은 거의 검으로 시간을 보냈다. 2년째엔 가르칠 건 다 가르쳤으니 하산하거라 하는 아저씨에게 제자 불초하여 진검 하나 없으니 어찌 이 험난한 강호에서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라고 하니 검을 선물로 받았다.

외날 검인 곡도 한 면에는 멸(滅) 반대면은 절(絶) 음각으로 새겨진 멋들어진 검 명품인 게 뻔한 검의 이력을 물었으니 오다 주웠다는 경상도 남자의 말만 들었다. 분명 서울 사람인데···.

진검으로 하는 대련은 목검으로 하는 것과는 다른 긴장이 존재했다. 목검이 종잇장을 공기로 치는 것 같다면 진검은 오감으로 종잇장을 치는 것 같달까. 감각이 하나 더 생기는 것 같달까. 군대에 가면서 검과는 멀어졌고 제대를 하니 백수 아저씨가 바빠서 수련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나도 이래저래 바빠서 검은 방의 한쪽에 걸어져 있다. 24살 독립을 하고 집에 나왔다. 이젠 내가 안다는 것을 모두가 안다. 동생이 가지 말라고 붙잡았으나 쓰게 웃으며 짐을 챙겨 나왔다.


관장님에게 사정을 말하고 한 달만 있겠다고 한 약속은 흐지부지되어 벌써 3년째 이곳에서 머물고 있다. 꿈을 찾겠다며 학교를 휴학하고 가수 지망생을 하기도 작가가 되겠다며 되지도 않는 글을 쓰기도 하다 다시 복학했다.

늦은 방황은 별 볼 일 없었고 똑똑하다고 자부하던 나는 사실 별다른 재능이 없는 그저 평범한 사람인 걸 확인하는 기간이었다. 모든 지 애매하달까, 노래도 글도 한발이 모자란 그런 느낌.


그렇게 이미 졸업해야 할 27살 한국대학교 기계공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복학생도 꺼리는 복학생으로 외로이 학교에 다니는 중이다.


작가의말

 중2 중2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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