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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크툴루가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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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2.12.15 00:14
최근연재일 :
2023.01.03 23:55
연재수 :
3 회
조회수 :
197
추천수 :
1
글자수 :
14,256

작성
23.01.03 2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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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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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3화

DUMMY

매서운 찬바람이 몰아치며 길게 이어진 철조망을 거세게 흔들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보아도 있는 것이라고는 나홀로 서있는 방송용 스피커 뿐.

심야 시간을 넘어선 어린이 대공원의 후문은 말 그대로 쓸쓸하기 그지 없었다.


“크하, 얼어 죽겠다.”


강우림은 몸을 벌벌 떨었다.

12월에 찬 바람은 그야말로 뼈를 때리는 추위.

그러한 곳에서 언제 올지도 모르는 정보 제봉자를 기다리는 것은 고난 그 자체였다.


“냉동 고기가 되야 올라나.”


강우림은 멀리에서 보이는 편의점을 바라보며 뜨끈한 커피 한 잔을 간절히 바랬다.

하지만 그는 마치 발등에 말뚝을 박은 듯 그곳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아니하였다.

이유는 단순하였다.

정보 제공자가 정보를 제공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하는 행동인 바.

그런 정보 제공자가 자신의 태만으로 인해 조금이라도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기 때문이었다.


“젠장, 딱 한 시간만 더 기다려보자.”


강우림은 발을 동동구르며 자신의 손목시계를 바라봤다.

분명 시계가 새벽 1시를 나타낸 것이 한참 전인 것 같았는데, 우습게도 지금 시각은 1시 5분이었다.

마치 시간이 얼음장 같은 날씨에 얼어, 멈춰있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어느덧 두 시에 가까워지고 있었다.


“이러다 진짜로 내일 사회면에 나오는 것은 나일지도 모르겠다.”


신원 미상의 변사체, 한겨울 날씨에 얼어 죽은 채 발견!

마침내 찬바람 속에서 무려 4시간을 나홀로 기다리던 강우림은 결단을 하였다.

딱 5분의 시간.

전속력으로 편의점까지 뛰어갔다오면 캔커피와 핫팩을 구입하고 돌아오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좋아. 강우림 아직 죽지 않았다. 한계를 다해 뛰어가······.”


그 순간이었다.

강우림은 등 뒤에 서늘함을 느꼈다.

그것은 매섭게 불어오는 냉혹한 겨울 바람 때문도 아닌, 갑작스레 찾아오는 감기 때문도 아니었다.

마치 맹수가 이쪽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

하지만 그곳에 있는 것이라고는 그저 어두운 심연 뿐이었다.


“······?”


강우림은 침묵하였다.

그리고 이내 깨달았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지만 그곳에는 분명 ‘무엇’이 존재했다.

그리고 그 무엇은 바로 자신을 습격했었던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분명하였다.


-샤샤샤샤삭!


저돌적으로 달려오는 무언가.

강우림은 그것과의 충돌을 대비하였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운동 신경이 뛰어나다고 할지라도, 보이지 않는 괴현상에 충분히 대비하기에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크윽!”


강우림은 오른쪽 눈가가 화끈거림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오른쪽 시야도 사라졌다.

아무래도 눈이 공격당한 모양.


“망할 놈!”


하지만 그는 비명을 지를 생각도 하지 못하였다.

계속 이어지는 다음 공격을 막아내야 했기 때문이었다.


“크아아아아악!”


강우림은 악을 쓰며 초인적인 힘을 이끌어냈다.

덕분에 가까스로 휘두른 첫 한 방에 묵직한 타격감이 전해지며 상대가 휘청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페이스는 되찾았다.

그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에 자신을 거세게 채찍질하며 상대를 몰아붙였다.

강우림은 낮게 호흡하였다.


“습······.”


그렇게 평정심을 되찾은 강우림은 그야말로 파죽지세의, 전투 머신 그 자체였다.

비록 보이지 않아도 오랜 전투 경험으로 인해 상대가 어떻게 움직이고 있는지 느낌으로 전해졌다.


상대의 턱을 향해 엘보우를 날림과 동시에 왼 주먹으로 갈비뼈를 타격.

휘청거리며 뒤로 물러나는 상대를 향해 체중을 실은 스트레이트 킥!

중심을 잃은 상대가 뒤로 물러나며 나무에 쾅하고 부딪쳤다.


-쾅!

“크르르르륵!”


앓는 소리를 내며 그대로 바닥에 꼬끄라지는 무언가.

그 위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며 보이지 않던 상대의 애달픈 윤곽선을 만들어냈다.

그제서야 긴장이 풀린 강우림은 참고 있던 숨을 일제히 내뱉었다.


“하아, 하아.”


지친 기색이 역력한 강우림은 당장에라도 쓰러질 것 같았다.

그는 그제야 자신의 얼굴을 타고 흐르는 미지근한 액체를 인지할 수 있었고, 그것이 자신의 피라는 것을 알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아니하였다.


“개새끼가. 어디 이 강우림님의 옥면(玉面)에 손을.”


심각할 경우 안구 파손까지 가능한 상황.

어차피 험준하게 생긴 외모, 흉터 하나 둘 생긴다고 신경 쓰이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만에 하나 부상으로 인해 이대로 현장에서 물러나게 되는 것은 형사가 천직이라 생각하는 그에게 크나 큰 문제였다.

하지만 어차피 지금 고민해봐야 뾰족한 방법이 없는 바.

그는 일단 낙엽이 하나 둘 쌓이고 있는 그것에 처우에 대해 고민하기로 하였다.


“도대체 정체가 뭐야? 군부대에서 비밀리에 제작하고 있는 투명 슈트? 그것도 아니라면 어느 미치광이 연구소에서 탈출한 거대 카멜레온이라도 되는 건가?”


귀신보다는 이쪽이 신빙성이 있었다.

적어도 보고서에 쌀알 만한 크기로라도 적을 수는 있지 않겠던가.


“일단 취조실로 끌고가 신문이라도 하면 뭐라도 걸리는 것이 있겠지.”


강우림은 허리춤의 수갑을 빼들어 그것에게 다가섰다.

이대로 수갑을 채워 대책반에 넘기면 그의 임무는 일단락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그러지를 못하였다.

아니 정확히는 그럴 수가 없었다.


“······?”


강우림은 가슴팍의 격통을 느꼈다.

고개를 숙여 가슴팍을 바라보니 그의 흰색 티셔츠가 선혈로 붉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이윽고 그가 심장 부근에 손을 가져다대자, 보이지 않는 날카로운 무언가가 자신의 심장을 꿰뚫고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보이지 않는 흉기는 바닥에 누워 있는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었다.


“······.”


이것이 어떻게 된 것인지 확실치는 아니하지만, 적어도 확실한 한 가지는 투명한 저 무언가가 일을 벌였다는 것.

하지만 이미 때는 늦은 바.

심장이 꿰뚫리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인간은 지구 상에 존재할리가 없었다.


“······.”


강우림의 몸체가 쿵하며 바닥에 쓰러졌다.

이윽고 그에게서 흘러나온 핏물이 웅덩이를 이루었다.

열혈 형사 강우림, 향년 32세.

의문의 존재와 싸우다 불의의 습격을 받아 그렇게 순직하였다.


+++


어둠의 빛깔로 물들어 있는 칠흑의 공간.

그곳에서 깨어난 강우림이 처음 들은 소리는 안타까움의 감정이 가득 담긴 목소리였다.


“결국 깨어나고 말았군······.”

“······?”


목소리를 들은 강우림은 흐릿한 정신을 가다듬어 보았다.

분명 자신의 마지막 기억은 보이지 않는 투명한 괴물에게 심장을 관통당했으며, 그로인해 사망한 것이었다.

헌데 이렇게나 의식이 또렷하며 심지어 고통조차 없다니?

그는 이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자신이 깨어났다는 것을 숨긴 채 그 목소리에 더욱 귀를 기우려 보려 하였다.


“괜한 염탐은 그만두게.”

“거참, 사람 민망하게쓰리.”


괜시리 민망해진 강우림은 곧장 자리에 일어나 목소리의 주인을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 목소리의 주인의 정체를 파악한 그는 놀란 표정을 지어보였다.

너무나도 예상 밖의 존재였기 때문이었다.


“너······. 이 눈깔 괴물.”


그렇다. 그것은 소위 눈깔 괴물.

악마의 상자에서 나온 미지의 존재였다.

다만 처음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 크기가 집채만하게 변해 있다는 것.

그리고 어딘가 뿜어지는 느낌이 달라져 있다는 것이었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거야?”


한낯 헛것이라 생각하고 치부하고 있었는데, 급작스레 눈앞에 다시 나타나자 그는 당혹스럽기 그지 없을 뿐이었다.

강우림은 전투 태세를 취하였다.

이에 눈깔 괴물은 촉수 하나를 들어보이며 오히려 그를 만류하였다.


“적의를 거두거라. 나는 그대의 적이 아니다.”

“적이 아니라고?”

“그렇다.”

“아니, 그 전에 도대체 너희들, 정체가 뭐냐?”


강우림은 눈알 괴물을 똑바로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그나마 상자에 담겨 있을 때는 징그럽기만 했지, 이렇게 거대한 비쥬얼까지 합쳐지니 괴기스럽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그는 그런 내색을 일절하지 않은 채 대화를 이어나갔다.


“정말 어느 군사시설에서 도망친 실험체냐?”

“흠······.”


눈알 괴물은 잠시 생각에 잠겨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쪽은 강우림쪽이었기에 꾹 참고 들어보기로 하였다.


“나는 신이다.”

“신이라고?”

“일단 그저 이름을 잊어버린 태고의 신이라고만 소개하도록 하지. 지금은 그럴 시간이 없으니.”

“귀신 시나락까먹는 소리하고 있네. 아니지 진짜 귀신 같은 존재이니 맞는 말인가? 아오 머리 아파······.”

“시간이 없다는 것은 진실이다. 이걸 보도록 하거라.”


그 말과 동시에 눈알 괴물의 눈동자에서 하나의 영상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영상은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강우림을 비추고 있었는데 흘러내린 피의 양이 심각하기 그지 없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큰 위험은 그 투명한 무언가가 그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것이었다.


“자네의 물질 에너지는 이미 소멸된 상태이다. 지금 이렇게 혼의 격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그저 자네의 영혼을 내 차원공간에 붙잡고 있기 때문일 뿐.”

“······뭐라는 거야?”

“간단히 말해 자네는 이미 죽은 상태라는 거지.”

“뭣?”

“하지만 걱정 말게나. 자네의 물질 에너지를······. 아니 다시 본래대로 소생시켜줄테니.”


강우림이 이 상황을 이해하건 말건 눈알 괴물은 계속해서 자신의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와 동시였다.

강우림은 강한 인력의 느낌과 함께 극심한 고통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렇게 강우림은 다시금 이 세상에 발을 딛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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