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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신성력 999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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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2.03.04 23:25
최근연재일 :
2022.08.23 22:2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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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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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8.16 2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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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포션 테라피 인더스트리(3)

DUMMY

<5>


강찬별이 이 상황을 처음 눈치를 채게 된 것은 바로 이곳의 분위기 때문이었다.

몬스터 특유의 인간을 향한 증오심과 전장을 가득 매우는 살벌함, 그리고 끈적끈적하고 숨을 못 쉬게 하는 죽음과 삶의 공포감. 몬스터를 마주할 때마다 항상 느끼는 감정이었다.

하지만 이곳 연구실에서는 그 무엇하나 느껴지지 않았다.

그렇게 하나씩 의심을 하게 되니 그는 곧 이곳에 수많은 혈흔에 비해 피 냄새는 전혀 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이 모든 것이 거짓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셋을 세겠습니다.”

“······.”

“제 특기를 아실지 모르겠지만 그대로 계속 있으신다면 저 여린 강아지는 조만간 진짜로 피투성이가 될 것입니다.”

“······.”

“하나!”

“······.”

“세에에에에에!”

“자, 잠깐!”


결국 강찬별의 도발은 보기 좋게 먹혀 들어갔다.

그의 예상대로 피투성이의 이유영은 곧장 일어났고 이 모든 것은 연극으로 판명되는 바였다.


“그, 그만둬요. 아롱이를 괴롭히지 마세요.”

“아롱이?”


강찬별은 자신의 앞에서 숨을 헐떡이는 몬스터를 응시했다.

이 거대한 늑대에게 아롱이라는 이름이라니······.

순간 뭔가 옆 마당 강아지 같은 느낌이 들며 한편으로는 측은한 느낌까지 들었다.

그 거대한 몬스터는 자신의 주인이 일어나자 그녀의 뒷편으로 슥하고 몸을 숨겼다.

생각보다 겁이 많은 모양이었다.


“왜 이런 연극을 벌인 거죠?”

“저 좀 그만 쫒아다니세요.”

“마치 제가 스토커인냥 말하지 마시죠. 어디까지나 경호원으로써 경호 대상을 지켜야하지 않겠습니까? 아니면 뭐 그런 것입니까? 세상의 모든 남자는 자신에게 반해 있다는?”


솔직히 이번에는 아무리 순해 빠진 강찬별이라도 화가 날만도 했다.

아무래도 그녀는 저 거대한 몬스터가 덤벼 들었을 때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모습을 이철규에게 보고하고는 해고하려고 한 모양.

이유영은 얼굴을 살짝 붉히며 말을 이어갔다.


“저는, 아롱이로 충분하거든요?”

“제게도 지는 저 누렁이로요?”

“누······. 누렁이라니? 아롱이는 혈통 있는 자이언트 골드 울프 종이거든요?”

“오호?”


자이언트 골드 울프.

울프 계열 몬스터 중에서도 상위 티어로 구분되는 몬스터로 아일후에서 제법 레어한 확률로 등장하는 희소 몬스터였다.

드랍 아이템은 자이언트 골드 울프의 가죽으로 레어 방어구의 재료로 사용될 만큼 높은 방어력을 자랑했다.


“흥, 뭘 알고 놀라시는 거에요?”


이유영은 입술을 삐죽 내밀며 말했다.

아무래도 자신이 준비한 계획이 어긋나자 화가 난 모양이었다.

사실상 화를 낼 쪽은 강찬별이었지만 고용주와 고용인의 관계를 생각하며 참았다.

아니 더 정확하게는 정체 모를 붉은 액체를 뒤집어 쓰고도 숨길 수 없는 그녀의 돋보이는 미모 때문일지도 몰랐다.

강찬별은 짧은 한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정식 명칭은 자이언트 골드 울프이며, 비록 몬스터이지만 훈련에 따라 사람의 말을 잘 듣기에 서번트가 가능한 종이기도 하지요. 아마 특기는 몸의 크기를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것으로 지금도 몸의 크기를 늘려 놓은 상태이죠? 지금 정도 크기면 아직 어린 개체겠고요.”

“으흠······. 할아범에게 얘기를······.”

“알다시피 그 분께서 그리 말이 많은 분은 아닐 거 같더군요.”

“······제법이네요. 각성자 생활을 오래했나 보군요.”

“편하실 대로 생각하시죠.”


그 말과 동시에 이유영이 자신의 뒤에 숨어 있던 커다란 골드 울프를 쓰다듬었다.

그러자 집채만한 자이언트 골드 울프는 진짜 아롱이라는 이름이 어울릴 정도로 삽시간에 작아졌다.

그녀는 그런 아롱이를 두 손으로 들어올려 품 안에 꼭 하고 안았다.

이에 강찬별은 그저 짧은 한 숨을 내뱉었다.

정말이지 귀찮은 아가씨가 아닐 수 없었다.


“자, 그럼 이제 어쩔까요?”

“뭐, 뭘요?”

“이대로 귀가하시겠습니까? 아니면 남으시겠습니까? 그 끈적한 액체를 뒤집어 쓰고 계속 연구를 하실 수는 없는 모양이죠? 아니면 뭐 그런 것입니까? 나는 대학원생이니깐 안 씻고 다녀도 아무도 뭐라 하지 않는다는 자신감?”

“신, 신경 끄시죠! 여기에 씻을 곳 하나 없을 줄 아세요? 몰래 훔쳐볼 생각이나 하지 마시죠!”

“예, 예. 그럼 계속 남으시는 걸로 알고 있겠습니다.”


결국 대화는 자연스레 강찬별이 경호원이 되는 흐름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강찬별이 남 몰래 승리의 미소를 지으려는찰나였다.

갑작스레 실험실의 알람이 울리기 시작했다.


“뭐죠? 아직도 장난이 고용 시험이 남아 있나요?”

“아네요······. 이건 경비 장치가 발동된 거에요!”

“경비 장치요? 여기에 누가 침입했다는 뜻인가요?”

“짧은 신호가 연속해서 두 번씩. 오히려 반대에요······. 이곳 실험실에 갇혀 있는 몬스터의 우리에 문제가 생겼다는······. 즉, 몬스터가 탈출했다는 뜻이에요······.”

“아무리 그리 연기하셔도 의미 없습니다. 재미 없으니 장난은 그만하시죠.”

“장난 아니거든요? 아무리 저라고 해도 이 정도 일을 벌이고 아무런 뒷탈이 없을 수 없거든요?”


그 말 그대로였다.

요란한 알람 소리와 함께 닫히기 시작하는 개폐막들.

외부의 침입을 막는 것이 아닌 내부의 존재들이 빠져나가려는 막으려는 방위 행동이었다.

즉, 삽시간에 이곳은 고독(蠱毒)과 다름 없는 던전이 되어버린 것이었다.

그렇게 강찬별이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려는 찰나.


<던전 ‘라비린토스의 연구소’가 생성되었습니다.>

<해당 던전에는 현재 실험실에서 탈주한 몬스터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 중에 강력한 A랭크 몬스터도 포함되어 있으니 조심하시기를 바랍니다.>

<클리어 조건: 탈주>

<실패 시: 사망>

<클리어 보상: ???>


말 그대로 돌발 퀘스트였다.

정규 시나리오에는 간간히 등장하는 퀘스트로 대게는 어떠한 특정 조건의 달성으로 인해 발생되었다.

그리고 그 말은 즉, 이 돌발 퀘스트는 누군가의 의도로 발생했다고 봐도 무방하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는 그 대상이 누군지는 명확하였다.


“아무래도 그쪽 아가씨에게 장난을 치려는 이가 있나 보군요.”

“······그게 무슨?”

“일단 움직이죠. 설명은 나중에 하겠습니다. 조금이라도 몬스터들이 실험실 쪽에 있을 때 움직여야할 것 같거든요.”

“아, 알았어요.”

“그나저나 이곳에서 실험체로 쓰이는 몬스터들은 어디에 감금되어 있습니까?”

“음······. 최하층이요. 그러니깐 여기 바로 아래층이죠.”

“그렇습니까?”


그나마 다행인 이야기였다.

두 사람이 있는 층에는 애초에 거진 이유영 홀로 사용했기에 다른 이들을 구조할 필요도 없었다.

그저 두 사람만이 빠져나가면 되는 상황.

뒷덜미 바로 뒤에서 몬스터가 쫒아온다는 것은 기분 나빴지만 서두른다면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다.


“걷지 못하겠습니까?”

“그냥 좀 피곤해서 그래요. 요즘 연구를 많이해서 그런가 보내요.”

“······.”


강찬별은 조용히 그녀를 응시하였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어깨.

처음 모습의 임팩트가 강하여 생각지를 못하였지만 그녀는 어디까지나 20대 초반의 소녀일 뿐이었다.

그녀가 얼마나 돈이 많던 혹은 어떤 삶을 살아왔던 목숨의 위협 앞에서는 부질 없는 바였다.


“업어 드릴까요?”

“남에게 동정을 받느니 차라리 죽고 말겠어요.”

“뭐 그렇게 말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런 고집을 부릴 때가 아닙니다. 지금 당장에라도······.”


강찬별은 급작스레 말을 끊었다.

그리곤 조금 떨어진 장소. 그들이 엘리베이터를 타러 가기 위해 가야할 길목을 조용히 응시하였다.

이윽고 이유영 역시 조심스레 고개를 돌리었고 잠시 후 그곳에 나타난 거대한 무언가를 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조심해요! 저건 당신이 상대할 만한 몬스터가 아니에요!”

“저게 뭔데요?”


강찬별은 이유영을 당혹스럽게 만든 거대한 몬스터를 응시하였다.

온 몸이 검은색의 거대한 도마뱀.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이마에 커다란 붉은색 보석이 박혀 있다는 점이었다.

이유영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얼마 전에 이곳 연구실에 들여온 S랭크급 몬스터 ‘바질리스크’에요. 바질리스크가 뭔지 알아요?”

“바질리스크? 설마 그 바질리스크?”


강찬별은 머릿속에 빠르게 몬스터 명부를 떠올렸다.

아일후에서 그가 상대하지 못했던 몬스터가 없었고 머지 않아 그는 바질리스크가 무엇인지 떠올렸다.


“석화 저주를 가지는?”

“맞아요. 저 몬스터의 눈을 바라보는 이는 누구라도 석화의 저주에 걸리죠.”

“왜 저런 몬스터를 이곳 연구실에 데려 온 거죠?”

“왜긴요. 저 석화를 풀어줄 해주 포션을 만들려고 한 것이죠.”

“해주 포션을?”


강찬별은 눈을 가늘게 떳다.

물론 그녀의 설명이 이해 못할 것은 아니었다.

애초에 자연계에서 모든 맹독은 그 독을 매개체로 해서 혈청을 만드는 것처럼 문제 발생 원인에서 결자해지하는 것은 당연하였다.

단지 그가 놀란 점은 ‘해주 포션’의 단어가 그녀의 입에서 나왔다는 점이었다.


‘해주 포션은 아일후에서도 후반에 등장하는 고급 포션인데? 벌써 테라피 길드에서는 그것에 대해 벌써 개발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인가?’


물론 지금의 상황에서는 당장 살아남는 것이 급선무.

해주 포션이 개발되었다고해도 지금 손에 없으면 의미가 없는 얘기였다.


‘홀리 버스터를 사용할까? 아니야. 아직 진짜 적은 그 정체도 알 수 없어. 괜히 홀리 버스터를 사용했다가 어디서 지켜보고 있는지 모를 범인의 꼬리를 잡지 못하는 것이 더욱 큰 문제야. 일단 홀리 버스터는 최후의 사용하도록 하자.’


강찬별을 단숨에 S랭크 각성자로 만들어준 최강의 신성 마법 ‘홀리 버스터’.

하지만 그것을 남용하기에는 아직 정체 모를 적이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기에 사용하기가 꺼려졌다.

그렇게 강찬별이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을 고민하는 찰나.

옆에서 큰 결심을 마쳤다는 표정의 이유영이 입을 열었다.


“도망쳐요.”

“뭐라고요?”

“도망치라고요. 제가 미끼가 될 테니. 적어도 한 사람이 먹히는 동안 한 사람은 빠져나갈 수 있겠죠.”

“그런 역할은 제가······.”

“애초에 이 상황 제 목숨을 노린 암살자가 꾸민 일 아닌가요? 그럼 제가 먹히는 게 맞지 않나요? 괜히 저때문에 죽을 생각 하지도 마요. 남에게 신세지고 싶은 마음 추호도 없으니깐요.”

“허허······.”


강찬별은 너털 웃음을 내뱉었다.

그리곤 자신의 아랫턱을 쓰담으면서 이내 진한 미소를 지었다.

강찬별은 당찬 매력의 그녀가 마음에 들었다.

그는 청소함에서 기다란 마대자루의 봉대를 발로 부러뜨리며 입을 열었다.


“무언가 착각을 하고 계시군요.”

“착각이요?”

“일단 저는 어디까지나 아가씨를 지켜내기 위해 고용된 자입니다. 돈 값을 하는 것이니 제게 신세를 진다는 것은 아니지요.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저는 저 바질리스크를 상대로 질 생각이 없습니다. 일단 믿고 기다려보시죠. 당찬 여왕님도 좋지만 가끔은 왕자를 기다리는 공주님 역할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그 말과 함께 강찬별은 힘찬 발걸음과 함께 바질리스크를 향해 뛰어갔다.

이유영은 그저 그런 강찬별의 뒷모습을 멍한 표정으로 바라볼 뿐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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