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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님의 서재입니다.

게임 속 신성력 999배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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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재(臀才)
작품등록일 :
2022.03.04 23:25
최근연재일 :
2022.08.23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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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4.16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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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각성(1)

DUMMY

‘다행히 살았나보네.’


강찬별이 눈을 뜨고 처음 든 감정은 바로 안도였다.

그도 그럴 것이 브레이크를 잡았다고 해도 무려 3톤 트럭에 치인 것이었다.

그대로 즉사당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상황.

그는 얼마나 사용을 하지 않았는지 꼿꼿하게 굳은 척추를 일으켜세웠다.

그러곤 자신의 몸을 훑어보았다.


‘생각보다 크게 다치지는 않은 모양이야.’


팔 다리가 각각 한 쌍식, 손가락 발가락은 도합 스무 개.

정신을 잃기 전 흥건히 흘러나온 피의 양으로 보아 어딘가 심각히 다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찌된 일인지 몸에는 생채기 자국도 없었다.

잘 생각해보면 뭔가 이상한 일이었지만 이에 강찬별은 그저 운이 너무 좋았다고 생각할 뿐이었다.


‘그나저나 얼마나 정신을 잃은 거지? 하루? 아냐 눈꺼풀이 엄청 뻑뻑한게 대략 일주일쯤 된 거 같다.’


강찬별은 눈꺼풀을 억지로 감았다 떴다를 반복했다.

얼마나 사용하지 않았는지 엄청나게 뻑뻑한 지경.

그렇게 그는 역시나 잘 움직이지 않는 고개를 억지로 움직여 주변을 살펴보았다.


“······.”


불 꺼진 병실에는 그 말고는 없었는데, 기척을 내는 것이라고는 한켠에 덩그러니 틀어놓은 텔레비젼 뿐이었다.

그 방송은 저녁 9시 뉴스였는데, 혹여 오늘이 몇일인지 알 수 있을까시퍼 그 뉴스를 조용히 시청하기 시작했다.


-어제 경기도 파주에서 새로운 D랭크 던전이 발견되었습니다. 해당 던전은 파주시의 공룡 박물관에서 발견되었으며 해당 던전을 관리하는 협회측에 따르면 안에는 공룡을 닮은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몬스터의 특징을 종합해보면······.

-대한민국 30대 길드 중 하나인 ‘기린의 뿔’이 오늘 정식으로 거래소에 등록되었습니다. 이로써 총 10개의 각성자 영리기관이 거래소에 등록된 상태며 그 시작가는······.

-유명 A랭크 각성자 ‘염인환’이 지난 밤 지인들과 음주를 한 뒤, 다른 각성자들이 레이드를 하고 있던 던전으로 무단으로 들어가 그들을 폭행하여 사회에 물의를 일으켰습니다. 이에 협회측에서는 강력한 제재를 가할 것을······.


강찬별은 인상을 와락 찌푸렸다.

왠 헛소리인가 싶을 정도로 허무맹랭한 뉴스 앵커의 사건 보도.

혹여 SLN 같은 코미디 프로가 아닌가도 싶었지만 오른쪽 위에 선명히 적혀 있는 공용 방송 로고를 보고는 씁쓸한 표정으로 이내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아무래도 머리를 심하게 부딪친 모양인데······.’


강찬별은 정신을 잃기 전, 이와 비슷한 라디오 내용을 들었음을 깨달았다.

정확한 내용은 떠오르지 않지만 확실한 것은 분명 자신의 머리가 어딘가 잘못되었다는 것.

그렇지 않고서야 저런 헛소리가 귓가에 들릴리가 없지 않을테니깐.

이윽고 그는 다시금 침대에 몸을 눕이고는 눈을 감았다.


‘일단 자고 일어나서 생각하자.’


강찬별은 내일 담당 의사를 만나서 이 환청에 대한 문제를 상담하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그는 억지로 잠을 청하였다.


+++


“이름을 말해보시겠어요?”

“강찬별입니다.”

“나이는요?”

“23살······. 아니 이제는 24살이겠네요.”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떠오르는 것에 대한 기억은요?”

“아이를 구하기 위해 트럭으로 뛰어든 것이요.”


혼수상태에서 깨어난 강찬별은 곧 그의 담당 의사와 대면할 수 있었다.

그 의사는 머리가 하얗게 센 나이가 들은 교수 느낌이 나는 의사였는데, 오랜 기간 잠에 빠져 있던 강찬별을 위해 친절히도 그가 꼭 알아야할 사실들을 하나씩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그 설명이 이어갈수록 강찬별의 표정은 점점 경악에 물들어갔다.


“그러니깐 정리하자면 제가 1년 동안 혼수상태였다고요?”

“맞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억을 잃던 날 아포칼립스라는 게 시작되었고. 딱 1년이 지난 지금 각성자라는 존재들로 인해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고요.”

“맞습니다.”

“그리고 각성자는 이른 바 슈퍼 초인 같은 존재로, 영화에서 CG로나 볼법한 마법이나 이능력을 실제로 사용하는 자들이란 말씀이시죠?”

“맞습니다.”


의사는 강찬별이 답할 때마다 고개를 연신 끄덕거렸다.

결국 그런 의사의 담담한 태도에 강찬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가 기억하고 있던 평온했던 세상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과 대신 앞으로는 몬스터가 우글거리는 세상에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을 말이었다.


“사실 의사로서 이런 환자에게 혼란을 주는 행위를 하는 건 달갑지 않지만 당장 병원 밖을 나가는 순간 맞닥들여야할 현실이니 확실하게 설명해드리는 게 맞겠죠.”

“······그렇죠.”

“일단 제 지인이 운영하는 아포칼립스 피해민 구호센터에 연락을 취해놓겠습니다. 강찬별 환자님께서는 교통사고로 인한 피해라 해당되지는 않지만 제가 말을 잘 전해두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상담이 종료되었다.

이제부터 그에게 아포칼립스는 현실이었다.


+++


‘에효······ 하루 아침에 길거리 노숙자 신세라니······.’


강찬별은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병원에서 퇴원을 한 뒤, 그는 자신이 살고 있던 집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분명 자신의 휴식처가 되어야 할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는 상황.

이에 집주인에게 연락을 해봤으나 그간 연락이 되지 않아 이미 다른 세입자를 구하였고 보증금은 밀린 월세로 모두 사용되었다는 얘기만 전달할 뿐이었다.


‘알바도 진작에 짤렸을 테고, 어디 하루 이틀 신세질 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다니던 알바는 찾아가보지 않아도 진작에 짤렸을 상황.

그렇다고 천애고아인 그에게 믿고 의지할 가족이 있는 것도 친척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친구에게 연락을 하려고 해도 스마트폰은 교통 사고로 박살이 나버린 상황.

그야말로 사면초가인 상황이었다.


‘결국 여기에 가봐야겠네.’


결국 그가 갈 수 있는 장소는 의사가 소개해준 ‘아포칼립스 피해민 구호센터’ 뿐.

다소 눈치가 보이겠지만 찬 밥 더운 밥 가릴 상황이 아니었다.

그렇게 그는 다른 사람이 되어버린 집을 떠나 구호센터를 향해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여기를 또 오게되네.’


집앞 횡단보도.

바로 이 사단을 만들어낸 교통 사고가 일어난 장소였다.

그리고 그는 문득 한 인물을 떠올렸다.


‘그 아이가 죽었다는 거지······.’


이후 의사에게 사고에서 구해준 아이의 안부를 물어보았다.

헌데 정작 돌아온 답변이라는 것은 참으로 가관이었다.

아이는 트럭 사고에서는 살아남았으나, 이후 아포칼립스가 시작됨과 동시에 던전에서 튀어나온 몬스터에의해 목숨을 달리했다는 것이었다.

사고를 당한 자신은 살아남았는데 정작 사고에서 구해준 아이는 죽었다니, 참으로 맥빠지는 이야기가 아닐 수가 없었다.

그 순간이었다.


“끼아아아아아악!”

“모두 도망쳐!”

“살려주세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조금 떨어진 블럭에서부터 쓰나미처럼 밀려들었다.


“뭐······ 뭐야?”


강찬별은 사람들이 하나 같이 아연실색하는 이유가 궁금했다.

하지만 그 이유는 곧 밝혀졌다.

바로 사람들 뒤로 키가 5m에 달하는 온몸에 털이 슝슝 자라난 외눈 거인이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사이렌 소리와 함께 전봇대에 달린 스피커에서 방송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시민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방금 전 도심 어딘가에 ‘던전 폭주’가 일어나 A랭크급 몬스터가 도내를 배회 중에 있습니다. 현재 협회의 각성자가 토벌을 위해 출동 중에 있으니 모두 건물 안이나 쉘터를 찾아 숨어계시기를 바랍니다. 다시 알려드립니다······.


강찬별은 자연스레 저것이 그 A랭크급 몬스터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당연히도 A랭크라고 함은 위험도 최고를 가리키는 바.

실제로 저 외눈 거인이 들고 있던 방망이를 휘둘렀을 뿐인데, 6층 건물 하나가 삽시간에 와르륵 무너져 내렸다.


‘여기하고 나하고 상성이 맞지 않나. 왜 여기만 오면 이런 위험한 일이 일어나는 거야?’


강찬별은 사람들이 뛰어가는 방향으로 몸을 움직였다.

다시는 위험한 행동으로 손해보는 짓은 결단코 사양.

가장 먼저 쉘터라는 곳에 들어가 가장 좋은 자리를 선점하리라 생각하는 찰나.


“으아아아아앙. 엄마!”

“······.”


울음 소리에 뒤를 돌아보니, 엄마를 잃어버린 아이가 바닥에 넘어져 울고 있었다.

그리고 그 행동은 막 던전을 빠져나와 배고픔 맥스인 저 A랭크 몬스터에게는 분명 군침도는 먹잇감일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외눈 거인은 울고 있는 아이를 바라보며 혀를 날름거렸다.


‘몰라. 더 이상 손해보는 짓은 사양이야. 그리고 곧 각성자들이 온다며!’


강찬별은 이미 한 번 남을 돕다 호되게 고생을 하는 와중이었다.

더욱이 지금 아이를 도와준다고 해도 당장 내일 어떤 사고를 당해 죽을지도 모르지 않겠던가?

어차피 정해진 운명이라 생각하며 그는 매몰차게 뒤를 돌아섰다.


“으아아아아아앙!”

“크르르르륵!”


외눈 거인은 성큼성큼 걸어와 우는 아이를 엄지와 집게 손가락으로 들어올렸다.

그리고 혀를 다시금 낼름 거리고는 입을 쫘악 벌렸다.

그렇게 아이가 몬스터의 위장으로 직진하려는 찰나.

어디선가 날아온 돌멩이가 거인의 머리통을 툭하고 때렸다.


“야! 이 외눈깔아! 여기다! 이쪽을 보라고!”


어디선가 쇠파이프를 들고 나타난 강찬별이 외눈 거인을 향해 온갖 욕을 퍼붇기 시작했다.

비록 말을 통하지 않았어도 그 내용은 이해했는지 외눈 거인은 성난 듯 날카로운 이빨을 내보였다.


‘정말 사고로 인해 머리가 맛이 간 모양이야······.’


A랭크급 몬스터인 외눈 거인은 강인했고 일반인에 불과한 강찬별은 나약했다.

그가 저 아이를 구하지 않는다고 뭐라할 사람은 없었다.

죽을 확률 100%의 싸움. 지난 번에는 운이 좋아 살아 남았다지만 이번에는 뼈조차 챙기지 못할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그는 결코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각성자들은 왜 아직도 도착하지 않는 거야? 빨리 오라고!’


하지만 바람과는 달리 선수를 친 것은 외눈 거인쪽이었다.

외눈 거인은 아이를 바닥에 내팽겨치고는 그대로 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전에 치였던 트럭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압박감.

그리고 이내 강찬별은 피할 수 없는 죽음을 예견하고는 모든 것을 내려놓았다.


‘그러고 보니······. 그 게임, 새로운 시나리오 꼭 깨보고 싶었는데.’


강찬별은 사고로 못다했던 아일후의 새로운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새로운 클래스인 ‘섬광의 신관’과 두 개의 사기급 스킬들.

아일후 덕후인 그에게 남은 유일한 한(恨)이었다.

그 순간이었다.


<클래스 ‘섬광의 신관’을 선택하셨습니다.>

<첫 번째 스킬 ’홀리 버스터’를 습득하였습니다.>

<두 번째 스킬 ‘내 신성력 999배’를 습득하였습니다.>


눈앞에 갑자기 나타난 반투명의 홀로그램창.

이는 분명 사고가 일어나기 전 봤던 아일후의 캐릭터 생성 챕터의 문구와 완벽하게 똑같았다.

그리고 이번에야 말로 강찬별은 자신의 감각을 의심하지 않고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였다.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잘 써주마.’


그는 자신을 향해 질주하는 외눈 거인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거나 먹어라! 홀리 버스터!”


강찬별의 손끝에서 뻗어나간 섬광의 줄기.

그 줄기가 레이저처럼 뻗어나가더니 그대로 외눈 거인의 가슴팍을 꿰뚫었다.

끈 떨어진 인형처럼 쓰러지는 A랭크의 몬스터.

레벨1의 스킬로 해냈다는 게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한 방에 죽은 거야······?’


하지만 이내 강찬별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전만 하더라도 모든 것을 찢어발길 것만 같던 몬스터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었다.

이제 그것은 그저 싸늘한 시체일 뿐이었다.


그렇게 모든 상황이 끝난 뒤, 몬스터에게 내팽개쳐진 아이의 부상을 확인하는 찰나.

그제서야 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협회라는 곳에서 보낸 각성자들이 저 멀리에서 달려오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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