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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님의 서재입니다.

이 경계 어찌 아니 좋을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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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yhighd
작품등록일 :
2021.08.24 10:52
최근연재일 :
2021.11.15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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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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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수 :
272,567

작성
21.10.08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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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7장 반란#1

DUMMY

‘귀 좀 빌립시다.’

술 시중들던 계집들을 내보내고 김자량은 군부사 판서 심민석 가까이 다가가 귓속말로 속삭이기 시작했다. 독한 소주를 여러 잔 들이켠 후라 얼굴은 이미 홍조를 띠고 있다.

‘요즘 듣는 귀가 많아서 조심해야지.’

심민석이 진지한 표정으로 귀를 기울인다.

‘농민들이 반란을 일으킨다는 핑계로 저쪽 놈들이 또 공세를 취하기 시작했어요. 자칫하다가는 밀립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방어를 해야지 잘못하다가는 우리가 모은 재산 하루아침에 날려 버리게 생겼어요.’

‘세력을 그러모아야지. 저쪽 놈들에게 밀리겠어요. 아무래도 김 대감이 발이 넓으니 그런 쪽으로 수고를 좀 해줘야겠습니다.’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상황이 좀 어떻습니까?’

‘아까 어전에서는 자신만만하게 얘기하기는 했지만, 반란을 진압할 만하면 저쪽에서 들썩거리고 거기를 진정시켜 놓으면 또 저쪽을 쑤석거려 놓고. 요즘은 또 해안가에 왜구들이 들어와서 그렇지 않아도 민심이 흉흉한데 참 말씀이 아닙니다.’

‘참 신경 쓸 곳이 많아서 골치가 아프겠습니다. 아까 성 대감 얘기를 들어보니 수긍이 가기도 합디다. 백성들도 어렵기는 하겠어요. 오랜 전쟁으로 땅은 황폐해져 소출은 적고 땅은 절이나 양반들이 다 차지하고 빌려서 짓는 농사에 흉년이라도 들면 소작료 내기도 힘들고 손가락 빨고 살 수도 없고.’

‘요즘은 절이 한몫 더 뜨는 모양입니다. 절간에서 술을 빚어 팔지를 않나 계집장사를 하지 않나 도박 밑천을 빌려주지를 않나.’

‘그런 유혹에 말려들어 자칫하다가는 패가망신하는 사람들이 나오기에 십상이지요. 그러면 그런 자들을 단속해야지. 우리 같은 양반들을 옥죄는 법을 만들어 놓으면 어떻게 하자는 건지.’

‘그렇지요. 일단 반란은 심 대감 같은 분들이 좀 수고를 해서 진압을 해 놓으면 해결이 되겠지요. 우리에게 잔뜩 기대를 걸고 있는 양반들은 어떻게 하자는 거요.’

밤이 너무 깊어가고 분위기가 식어 이제 더는 술자리를 이어가기가 어렵게 되어 둘을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으로 나서니 서늘한 기운이 몰려든다.

‘어 이놈들이 시간 맞춰 오라고 했건만 이리 늦는 건가? 마차를 대령하라고 했으니 심대감은 제가 댁까지 모셔다드리리다.’

‘매번 이렇게 신세만 져서야 어찌해야 할지?’

다리가 꼬이고 혀가 꼬부라지는 걸 봐서는 술이 과했던 모양이다. 신은이를 불러낼까 그냥 집으로 돌아갈까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뒤통수가 서늘하다. 돌아보니 어둠 속에 검은 그림자가 언뜻 보인다. 본능적으로 나무 뒤로 몸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날카롭게 벼린 칼이 허공을 가른다. 심민석이 칼을 맞고는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고꾸라진다. 시뻘건 피가 옷자락을 타고 흘러내린다. 검은 그림자가 돌아서더니 김자량을 향해 달려든다. 재빨리 피했는데 칼이 더 빨랐던 듯하다. 어깨 근처에 날카로운 통증이 느껴진다. 어깨 근처를 움켜쥐는데 찐득찐득한 액체가 느껴진다. 꼼짝없이 죽었구나 하는 순간 마차소리가 들려온다. 그러자 검은 그림자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칼을 거두고 쏜살같이 내닫는다. 김자량은 다리에 힘이 풀리는 것을 느끼며 그대로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정신이 가물가물하는 가운데에도 오만가지 생각이 순식간에 머리를 스쳐 지나간다.


천정의 서까래 기둥이 눈에 어른거린다. 어깻죽지 부근이 욱신거린다.

‘물’

갈증이 심하다. 물을 달라고 말했지만, 입 밖으로는 앓는 소리만 들리는 듯하다.

‘뭐라고요?’

주위에 낯익은 얼굴들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빙 둘러 서 있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다시 물을 달라고 하니 그제야 알아들었다는 듯 물을 가져온다. 부축을 받고 일어나 앉아 물을 들이켰다.

‘피를 많이 흘렸습니다. 조금 늦게 발견되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다행히 깊숙이 베이지 않아 신경을 건드리지는 않은 듯합니다. 도대체 어떤 놈들이 이런 짓을 저질렀는지.’

전법사 지사 최진도가 걱정하는 듯한 품을 낸다. 그제야 검은 그림자에 쫓겨 도망치다가 한칼에 베였던 끔찍한 장면이 언뜻 떠오른다. 한 번 더 생각하니 으스스하다.

‘심 대감은 어떻게 되었느냐?’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서로 얼굴을 쳐다보다가 부지사 김신지가 어렵게 입을 연다.

‘돌아가셨습니다. 한칼에 심장 쪽을 찔려 세상을 달리하셨습니다.’

‘그렇구나. 어쩌면 좋단 말이냐? 그렇지 않아도 세상이 어지러운 가운데 책임 있는 양반이 돌아갔으니.’

‘돌아가신 분은 안 되기는 했지만, 당신 걱정이나 하세요.’

끄트머리에 앉아있던 부인 송소희가 핀잔을 준다.

‘이 어지러운 시절에 어쩌자고 야심한 시각에 술을 퍼마시고 돌아다녔으니...’

김자량은 듣는 체 마는 체하며 최진도에게 묻는다.

‘조정에는 다 알렸겠지?’

‘여부가 있겠습니까? 지금 진상을 조사하기 위해 포도청에 지시를 내렸습니다. 혹시 반역의 음모가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농민 반란군에 동조하는 자들이 일을 꾸미기 위해 저지른 짓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설마 농민 반란군이 그렇게까지야 했겠어?’

‘아닙니다. 대감. 반란군을 얕보시면 안 됩니다. 이번에 안동에서 일어난 반란군은 세력이 막강해서 관청을 습격하고 민심을 얻으려고 창고를 열어 백성들에게 양식을 나눠주는 짓들을 하고 있답니다. 그래서 칭송을 듣기도 한답니다. 걱정입니다.’

‘그래? 참으로 걱정이로구나. 심대감이 죽고 나 또한 이렇게 자리를 보전하고 누웠으니 나랏일이 걱정이로구나.’

농민 반란군 문제해결을 위해 조정에서 열린 어전 회의에서 농민들을 무마시키자는 쪽과 강경하게 대응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갈라져서 논란이 분분했는데 강경파가 이런 일을 당했으니 자칫 일을 그르칠까 걱정이 된다.

‘첨의부 박한식 대감 드십니다.’

박한식 대감이 얼굴이 사색이 되어 허겁지겁 방으로 들어선다.

‘오. 이 중요한 때에 이 무슨 변고란 말이요. 우리 조정에 두 기둥이 이런 일을 당했으니 이 엄중한 상황을 누가 감당할 수 있단 말이오.’

박한식 대감이 다가와 자리보전하고 누워 있는 김자량의 손을 잡는다.

‘죄송합니다. 부족한 게 많아서 일을 당하고 이리 누워 있으니 뭐라고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그거야 자네 잘못인가? 그런데 도대체 어떤 놈들이 이 중차대한 시기에 이런 천인공노할 짓을 저질렀단 말인가? 어디 짚이는 데라도 있는가?’

김자량의 눈가에 눈물이 맺혀 눈 주위가 벌게졌다. 발치에 서 있던 송소희가 흐느껴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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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 8장 청량산#1 21.10.16 21 0 7쪽
52 7장 반란#1 21.10.15 23 0 9쪽
51 7장 반란#7 21.10.14 19 0 7쪽
50 7장 반란#6 21.10.13 21 0 7쪽
49 7장 반란#5 21.10.12 22 0 7쪽
48 7장 반란#4 21.10.11 21 0 7쪽
47 7장 반란#3 21.10.10 20 0 8쪽
46 7장 반란#2 21.10.09 22 0 7쪽
» 7장 반란#1 21.10.08 24 0 7쪽
44 6장 곱단이#8 21.10.07 20 0 11쪽
43 6장 곱단이#7 21.10.06 19 0 7쪽
42 6장 곱단이#6 21.10.05 19 0 7쪽
41 6장 곱단이#5 21.10.04 18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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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6장 곱단이#3 21.10.02 18 0 7쪽
38 6장 곱단이#2 21.10.01 19 0 7쪽
37 6장 곱단이#1 21.09.30 20 0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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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5장 미륵보살#7 21.09.27 21 0 8쪽
34 5장 미륵보살#6 21.09.26 19 0 9쪽
33 5장 미륵보살#5 21.09.25 19 0 7쪽
32 5장 미륵보살#4 21.09.24 19 0 7쪽
31 5장 미륵보살#3 21.09.23 19 0 7쪽
30 5장 미륵보살#2 21.09.22 21 0 7쪽
29 5장 미륵보살#1 21.09.21 22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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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4장 과거#6 21.09.19 20 0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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