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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짓는로 님의 서재입니다.

최강의 복수귀와 바보 여경이 남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로리칼국수
작품등록일 :
2020.11.15 07:43
최근연재일 :
2021.02.13 14:05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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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62
추천수 :
29
글자수 :
153,631

작성
20.11.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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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망했어요

DUMMY

“.......속보입니다. 원래는 오늘 정오에 시작되어야 했던 ‘신세계’와 몰락 이전 대한민국 정부 관계자들과의 공식 회담이 갑작스레 취소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단 몇 시간을 남겨두고 이러한 큰 규모의 회담이 왜 취소되었는지에 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신세계의 공식 입장은 ‘이전 정부 관계자들의 갑작스런 실종’이 원인이라고 밝혔습니다.


신세계 문형욱 총재는, ‘대한민국의 재건과 밝은 미래로 발돋움하기 위한 초석이 될 좋은 기회였는데, 갑자기 취소되어 유감’ 이라는 성명을 발표했고, ‘하루빨리 연락이 재개되어 다시 대화의 장을 마련할 수 있기를 염원한다’ 라고 덧붙였습니다.


신세계 내무경찰은 실종된 정부 관계자들의 수색 및 조사에 나섰습니다.


NBS에서 김도치 앵커가 전해드렸습니다.”


* * *


- 그 시각, 판자촌 뒷골목.


“거, 거지 왕에게 안내하라니, 지금 그게 무슨 소리예요!? 무슨 말도 안 되는......!”


루리는 현의 부탁이 너무나도 터무니없던 나머지 그렇게 되물었지만,


“안내해. 다 생각이 있어.”


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무뚝뚝하게 명령했다. 당황한 루리는 곰곰이 생각하는 척하다가 말했다.


“아, 아하!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가만히 앉아서 당하기보단 직접 찾아가서 한 방 먹여주려는 생각인가 본데요. 그거 진짜로 잘못 생각하신 거예요. 차라리 지금이라도 멀리멀리 도망쳐서.......”


“내 말 못 들었어? 안내하라고.”


“아니, 그게.......”


현의 강압적인 협박 아닌 부탁에 루리는 속이 터질 노릇이었다.


그것도 그럴 게 현과 만난 거지들은 그냥 삥 뜯으러 온 똘마니들일 뿐이었다. 그런데 고작 그 똘마니들 몇 명 때려눕혔다고 바로 던전 중심부로 닥돌하자고? 그게 말이나 되는 소리냐고.


“그러니까, 대장님. 조금만 더 생각을 해 보시는 편이.......”


루리의 필사적인 설득에 현은 한숨을 내쉬며 누더기 판초를 열어젖혔다.


“직접 알아내는 수밖에 없겠군.”


“안내할게요. 때리지 마세요.”


* * *


작전은 간단했다.


루리가 현을 ‘거지들의 왕국’으로 안내하면, 현은 그곳에서 어떻게든 경찰을 자극할 수 있는 범죄 증거들을 모은다. (루리의 표현을 빌리자면, ‘존나 쉽게’ 구할 수 있을 거라는데.)


그 증거들을 현이 겨울에게 전달하고, 그렇게 명분이 만들어지면 경찰들과 함께 왕국을 작살내고 ‘거지 왕’을 생포한다......라는 작전이었다.


여기서, 왜 겨울이 직접 바로 증거를 수집하지 않는 건가? 라고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하아아암~.......졸려. 얼른 집에 가서 씻고 잘래.”


......겨울은 아까 막 야간 근무를 끝내고 돌아오는 길이라, 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더 이상 왕국에게 보복당하지 않으려면, 오늘 바로 일을 끝내야 했다.


그러나 루리는, 어째서 이들이 이렇게 무모하리만큼 ‘거지 왕’에게 집착하는 건지는 끝내 알 수 없었다.


“대체 굳이 이렇게 무모한 계획을 세우려는 이유가 뭐예요?! 진짜로 이러다 다 죽을 수도 있다구요!”


아무리 물어봐도,


“그럴 일이 있어. 넌 몰라도 돼.”


현의 차가운 답변만 돌아올 뿐이었다. 루리는 울분에 찬 눈으로 현을 노려봤지만, 그와 눈이 마주치자 깨갱하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루리는 고개를 돌리고 작게 중얼거렸다.


“으......내가 진짜 더러워서. 괜히 옮겨붙었나?”


“불만 있으면 네 원래 친구들한테로 돌아가면 돼. 아무도 안 말리니까.”


“대, 대장님도 참! 제, 제가 언제 그런 말을 했다고. 섭섭하셔라. 에헤헤~.....”


“쯧.”


현이 혀를 차며 등을 돌리자 루리의 이빨이 으득으득 갈렸다. 그 광경을 재미있게 지켜보던 겨울이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자자, 너무 그러지들 말고. 현아, 이거 받아.”


겨울이 구형 공기계 휴대폰을 건넸다.


“이걸로 증거 사진을 몇 장 찍을 수 있을 거야. 아무튼 알아들었으면 누난 이만 가볼게. 밤을 꼬박 새서 그런지 정신이 하나도 없네. 난 돌아가서 네가 부탁한 황재철 씨에 대해서 알아봐줄 테니까.”


“집으로 갈 거야?”


손을 흔들며 돌아가려는 겨울에게 현이 물었다.


“그렇지 뭐. 5년 동안 못 가봤다고 까먹은 건 아니지? 우리 지금껏 쭉 지내던 그 창고.”


“아.......아직도 그 다 무너진 창고에서 사는 거야?”


“그게 뭐 어때서? 우리 둘만 사는데 거기보다 좋은 곳이 어딨니? 더 좋은 곳에서 살고 싶으면, 이제 너도 뭐 먹고 살지쯤은 고민해 보던지.”


“윽.......”


현은 눈살을 찌푸리며 검은 곱슬머리를 벅벅 쓸어넘겼다. 확실히 이제 막 출소한 그는 당장 앞날조차 걱정이었다.


가진 거라고는 출소할 때 교통비로 받은 지폐와 동전 몇 개, 민간 대장간에서 조잡하게 만든 구식 권총 몇 자루, 그리고 두 주먹뿐이었다. 아마 현 이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겠지.


‘슬슬 돈을 벌 방법을 찾긴 해야겠어. 언제까지나 누나한테 얻어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니까.’


“아 참, 현아.”


겨울이 가다 말고 걸음을 돌려 현을 불렀다. 그리고는 또박또박 말했다.


“절대 혼자서 뛰어들지 마. 무슨 일에 휘말리겠다 싶으면, 곧바로 도망쳐. 누난 현이 네가 위험해지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이 일을 하고 싶지는 않으니까. 알겠지?”


“알았어. 또 무슨 얘길 한다고.”


현의 시큰둥한 대답에 겨울은 옅게 눈웃음을 지었다.


“그래. 무슨 일 있으면 꼭 근처 공중전화로 연락하고. 갈게.”


겨울은 손을 흔들며 가버렸다. 현도 루리를 따라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그렇게 생각하며 걸음을 뗀 순간,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졌다. 마치 아주 오래 전부터 자신을 지켜봐온 것 같았다.


재빨리 그 쪽을 돌아보며 판초 안의 권총집에 손을 가져갔지만, 그곳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분주하게 떠드는 판자촌 사람들, 풀어놓은 닭들이 꼭꼭대는 소리, 쓰레기가 굴러다니는 소리만 들렸다.


내가 예민했던 건가?


현은 다시 누더기 판초를 여미고는 길을 나섰다.


* * *


- 오후 2시, 판자촌 어딘가.


현은 루리를 따라 계속 걸었다. 판자촌 깊은 곳으로 들어갈수록 주민들의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가게 솥에 물을 붓는 소리, 녹슨 기계가 털털거리는 소리는 점차 사라져갔다.


그 대신 술에 취한 주정뱅이들의 중얼거리는 소리와 고함을 지르는 소리, 흠뻑 젖은 들고양이의 날카로운 울음 소리, 누군가 격렬하게 기침하는 소리, 불길한 까마귀들의 울음소리가 마을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루리는 한 걸음씩 걸을 때마다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고, 어쩌다 가끔 까마귀들이 일제히 날아오르기라도 할 땐 ‘히익!’하는 비명을 지르며 어깨를 오들오들 떨었다.


“정신 사납다. 적당히 해.”


보다 못한 현이 쏘아붙이자 루리는 울분을 토해냈다.


“으으......차라리 죽여주세요.”


“그러려고 했는데, 네가 살려달라며?”


“......거, 거지들의 왕국은 바로 이 앞이에요. 여기서 조금만 더 걸어가다 보면 넓게 펼쳐진 움막들이 보일 거예요. 그곳에 거지들이 바글바글 모여 사는 거죠.”


“자기가 왕이라는 놈도 있겠지?”


“그, 그렇겠죠. 이제 됐죠? 그럼 전 이만 가볼게요.......”


루리는 쓰고 있던 캡모자를 꾸벅 숙이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후다닥 도망쳐버렸다.


......아니, 그러려고 했었다.


“어딜 도망가려고?”


“이이익! 아! 아흐아아앙! 아, 대장님 제발요! 또 저놈들 눈에 띄면 나 진짜 죽어요!”


“그러게 삥을 뜯을 때 상대를 보고 뜯었어야지. 기껏 살려줬는데 목숨값도 안 내려고?”


“그, 그건 진짜로 제가 잘못했으니까 한 번만........”


“부하면 대장 말을 들어야지. 안 그래?”


그 말을 들은 루리는 생각했다. ‘와, 이 자식 좀 치켜세워줬다고 진짜로 지가 대장인 줄 아네?’


“이봐......당신들 뭐야?”


술에 취해 혀가 잔뜩 꼬인 남자의 목소리였다. 술병을 든 거지 하나가 이쪽으로 비틀거리며 걸어오고 있었다. 루리는 ‘힉!’놀라며 재빨리 현의 뒤로 숨어버렸다.


주정뱅이 거지는 잠이 덜 깬 눈으로 현의 위아래를 훑어보며 말했다.


“오와, 거 형씨 덩치 한 번 좋구먼. 못 보던 얼굴인데.”


“‘거지들의 왕국’ 사람인가?”


현이 거지에게 물었다. 거지는 멍청한 눈을 껌뻑거리다 푸헬헬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수다. 왕국에서 살고 있지. 그런데 여기가 여동생 데리고 관광이나 올 만한 곳은 아닌데.”


그가 현의 뒤에서 와들와들 떨고 있는 루리를 흘겨보며 말했다. 루리를 알아보지는 못한 모양이었다.


거지는 쩝쩝 입맛을 다시다가 말을 이었다.


“여긴 뭐 하러 오셨수? 보아하니 길을 잃은 것 같진 않은데......이 이상 들어가지 않는 게 좋을 거요. 지금 여기 사는 거지들이 아주 예민하거든. 불똥 튀기고 싶지 않으면 돌아가슈.”


“예민하다고? 왜지?”


“글쎄, 누가 왕국 거지들을 죄다 두들겨 팼다던데.......어떤 놈들이 겁도 없이 그랬는진 몰라도, 그것 때문에 아주 난리야. 거지 왕께서 단단히 화가 나신 모양이더라니까.”


“......누군진 몰라도, 확실히 겁이 없긴 하군. 알려줘서 고맙다.”


현이 주정뱅이 거지를 막 지나치려던 순간, 거지가 말했다.


“이봐. 가지 않는 게 좋다니까. 왕국 전체가 그 몹쓸 놈들을 찾아내 죽이려고 혈안이 돼 있거든. 엄한 사람으로 몰려서 죽기 싫다면 말이지.”


현은 아랑곳하지 않고 지나쳐갔다.


“아마, 지금 판자촌 전체에 거지들이 쫙 깔렸을 거야. 어쩌면 벌써 찾아냈을지도 모르겠군.”


거지의 말에 현이 걸음을 멈춰섰다. 거지는 계속 떠들어댔다.


“아차, 이런 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는데. 내 말은, 자네 술 좀 구해다줄 수 있나? 적당히 독하고 빨리 취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좋아. 딸꾹!”


현의 꽁무니에 거머리처럼 들러붙어 있던 루리는, 그 순간 현의 몸이 얼음장처럼 차가워지는 것을 느꼈다.


“저.......대장님? 왜 그래요?”


좋지 않은 예감이 현의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아까 겨울과 함께 있었을 때, 누군가 자신들을 미행하는 듯한 감각.


설마.


‘젠장, 이렇게나 빨리.....!’


현은 더 이상 고민하지 않고 급히 뒤돌아 달렸다.


“대, 대장님? 어디 가요? 가, 같이 가요----!”


아직은 늦지 않았을 것이다. 겨울과 헤어지고 고작 두 시간쯤 지났을 뿐이다. 누난 바보긴 하지만, 적어도 자신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멍청한 사람은 아니다.


누난 예전에 우리가 지내던 창고에서 쉰다고 했다. 내 기억이 맞다면, 이곳에서 그리 먼 곳은 아니다. 아직 늦지 않았어! 분명히 그럴 거야.


“아니, 대장님......갑자기 왜 그래요? 조금만 천천히......헤엑! 헥!”


뒤에서 루리가 소리쳤지만, 현에게 그딴 게 들릴 리가 없었다.


다리가 부러지도록 뛰었다. 발에 불씨가 튀도록 달렸다.


한참을 달린 끝에 현이 그 자리에 멈춰섰다.


그리고, 현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부정했다.


다리에서 힘이 빠져나갔고, 온 몸의 혈관이 얼어붙었다. 코를 찌르는 휘발유 냄새. 그리고 대낮의 푸른 하늘을 검게 뒤덮은 잿더미.


창고 전체가, 선홍빛 불꽃과 뒤엉켜 불타오르고 있었다.


작가의말

끼요오ㅗㅇ오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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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잘못된 만남 21.01.08 85 0 13쪽
19 거지 왕국의 최후 21.01.06 114 1 15쪽
18 어떻게 이렇게 안 맞아서야 21.01.05 80 0 14쪽
17 아니 누나가 왜 거기서 나와? +2 21.01.03 145 0 12쪽
16 절 잊으시면 섭섭해요 20.12.24 76 0 13쪽
15 아버지, 죄송합니다. 20.12.21 92 0 15쪽
14 네놈은 나를 화나게 했다. 20.12.16 91 0 14쪽
13 왕위를 계승중입니다. 20.12.02 143 0 11쪽
12 우리 두꺼비에겐 독이 있어요 20.11.30 139 0 13쪽
11 드루와. 이 X발놈들아 드루와. 드루와! 20.11.27 123 0 13쪽
» 망했어요 20.11.26 109 0 12쪽
9 경찰이 존많이로 보이냐 +1 20.11.25 126 1 17쪽
8 여자애도 잘못을 했으면 맞아야지 +1 20.11.24 182 1 12쪽
7 김치찌개도 아니고 된장국수라니 +1 20.11.23 169 1 13쪽
6 너희 같은 남매가 어디 있어? +1 20.11.20 173 1 16쪽
5 거지들의 왕 +1 20.11.19 219 2 14쪽
4 선전포고(宣戰布告) -3 +3 20.11.18 253 3 13쪽
3 선전포고(宣戰布告) -2 +3 20.11.17 251 4 11쪽
2 선전포고(宣戰布告) +1 20.11.16 284 6 9쪽
1 프롤로그. +3 20.11.15 398 8 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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