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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날 님의 서재입니다.

마제이계강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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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날
작품등록일 :
2011.06.23 11:48
최근연재일 :
2011.02.21 20:13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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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86
추천수 :
219
글자수 :
23,627

작성
11.02.0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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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제이계강림기 4

DUMMY

제2장. 구원



거침없이 숲을 가로질러 나가던 유일천이 문득 멈춰 섰다. 드높은 상공에서부터, 단단한 부리를 위시하며 낙강한 거대 생명체가 다짜고짜 공격해 오더니 진로를 방해한 탓이다.

놈은 독수리의 대가리와 날개를 가진 주제에 몸체는 사자와 닮았고 꼬리는 뱀의 모양을 한, 괴기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그리폰이라는 녀석이로구나.”

중원에서는 결코 볼 수 없던 그것은 리엘에게 얻은 지식에 의하면, 이곳 게일하르트 대륙의 몬스터 중에서도 강하기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희귀종이었다.

튼튼한 날개와 강철 같은 체력으로 상공 높은 곳에서 노닐다가 지상의 사냥감을 포착하는 순간 벼락같이 하강하며 공격하는 녀석은 지상의 모든 생명체들에게 있어서 공포의 대상이었다.

키오오오!!

전투 종족 오크를 주식으로 삼을 정도로 난폭한 그리폰이 고성을 내지르며 유일천을 덮쳤다. 날카로운 부리가 정확히 그의 머리를 노리고 쪼아졌다.

유일천이 익숙한 보법으로 슬쩍 피하자, 이번에는 거대한 날개가 펄럭이며 풍압을 일으키더니 이어 묵직한 앞발이 꽂혀 왔다.

보통 사람이라면 최초 부리의 일격도 피하지 못하고 죽거나, 혹 운 좋게 피했더라도 날갯짓의 풍압에 떠밀려 자빠져 그대로 앞발에 짓뭉개졌겠지만, 유일천은 꿈쩍도 않고 버티고 서서 그리폰의 앞발을 주먹으로 날려 버렸다.

펑!

순수한 무력만으로 휘두른 주먹이라고는 하지만 막대한 내공을 가진 데다, 두 차례의 환골탈태를 거치며 육체 능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 유일천이 휘두르는 주먹은 인간의 뼈를 으스러뜨리고도 남을 정도로 강력했다. 한데 그리폰은 뼈가 매우 굵고 단단하며 가죽이 두터워서인지 유일천의 일격을 잘 견뎌 냈다.

유일천은 튼튼한 그리폰이 아주 대견했다.

“감개무량하군. 이 세계는 기대만큼이나 즐거움으로 가득할 것 같다.”

중원에서는 적수가 없었다. 애초에, 적수로 삼을 만한 대상 자체가 인간이나 일부 맹수로 한정되어 있었다.

반면에 게일하르트 대륙에는 중원의 어지간한 고수나 맹수는 상대조차 안 될 만큼 강력한 몬스터가 수백 종이나 서식하고 있었다. 각지의 인간들이 몬스터 토벌대를 수시로 조직하는 노고를 치름에도 불구하고 몬스터들은 바퀴벌레처럼 끊임없이 번식했다.

중원에 비하면 유흥 환경이 제대로 갖추어진 이 세계, 어찌 마음에 들지 아니할까?

빙그레 미소 지은 유일천은 지치지도 않고 공격을 퍼부어 오는 그리폰을 내공 없이 외공만으로 상대했다. 오래간만에 튼튼한 녀석을 만났으니 시시하게 죽이지 않고 수준을 맞춰 어울려 놀면서 몸을 풀고 싶었던 것이다.

키오오!

몸과 몸이 부딪치는 육탄전이 계속됐다.

그리폰은 자신보다 몸집이 몇 배나 작은 하등한 먹잇감이 자신의 공격을 자꾸만 요리조리 피하고 오히려 반격을 해 오자 심기가 불편했다. 마구 날개를 펄럭여 풍압을 일으켜 보아도 날아가 자빠지지 않는 먹잇감이 의아했다.

그러나 의문도 잠시였다.

키에엑!

두터운 가죽이 무색하게도 그리폰의 튼튼한 뼈가 하나, 둘씩 부러져 나가기 시작했다.

유일천의 주먹에 제대로 얻어맞은 그리폰은 상대의 정체가 단순한 먹잇감이 아닌 사냥꾼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리고 이제는 분노와 의문이 아니라 무조건적인 공포만을 느꼈다.

킥! 키익!

그리폰은 부러진 뼈가 장기를 찌르자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도망치려 했지만, 유일천이 날개를 잡아 뜯어 버리는 바람에 도망치지 못했다.

“처음의 기세는 벌써 사라졌나? 의외로 심약한 녀석이로다. 이 이상은 즐겁지 않으니 그만 끝내 볼까.”

가볍게 도약한 유일천은 겁에 질려 털을 주뼛 세우는 그리폰의 정수리를 내리찍어 해치워 버렸다.

‘계속해서 몰려오는군. 지식에 의하면 그리폰은 매우 보기 드문 몬스터인데 이곳에는 어찌 이리도 많이 서식하는 것이지?’

턱부터 지면에 내리꽂혀 움찔거리고 있는 그리폰의 몸체 위로 뜯어낸 날개를 던져 덮어 준 유일천의 시선이 상공을 향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동족의 비명 소리를 들은 8마리의 그리폰이 한달음에 날아오고 있었다.

유일천은 녀석들이 다가오기까지 느긋이 기다렸다.

그리고 흉흉한 안광을 번뜩이며 부리를 쪼아오는 녀석들과 어울려 놀아주었다.

그러자 녀석들은 기껏 찾아온 보람도 없이 동족의 원수에게 상처 하나 입히지 못하고 사방으로 나가떨어졌다.

8마리나 되는 그리폰을 호흡 하나 흐트러뜨리지 않고 모조리 해치운 유일천은 다시금 가던 길을 재촉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리엘이 알려 주었던 지점에 도달했지만 눈을 씻고 찾아봐도 마을을 발견할 수 없었다.

“이상하군. 사람들의 발길이 최소 수십 년 이상은 끊긴 곳 같은데, 어디에 마을이 있다는 거지?”

유일천은 근방의 영토를 수색한 뒤에야 비로소 마을이 존재했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다.

덩굴과 흙먼지에 뒤덮인 집터와 고철 등의 잔재들은 삭을 대로 삭아 있었다. 말라 버린 우물을 살펴보던 유일천은 리엘을 떠올렸다.

아무래도 리엘은 이곳의 마을이 진즉에 사라졌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듯했다. 드래곤이란 족속들은 전지전능하다고 했는데 실제로는 이렇듯 허점이 있자 실망스러웠다.

“흠.”

노숙을 할까 싶었던 유일천의 시선이 조금 전 벗어난 숲 쪽으로 되돌아갔다.

“이참에 원 없이 놀아볼까?”

어느덧 그의 신형은 숲속을 휘젓고 있었다.

그렇게 첫날이 지나고.

동이 틀 무렵까지 몬스터들을 사냥하고 다니던 유일천은 아침이 되도록 리엘이 나타나질 않자 의아했다.

‘정말이지 오래도 자는구나. 많이 피곤했던 건가? 나도 한숨 자면서 기다려야겠다.’

족히 수백 년은 되었을 법한 거목 아래 누워 해가 저물 때까지 숙면을 취한 유일천은 지척에 어둠이 깔리자 눈을 떴다. 그리고 운기조식한 뒤 반 다경도 안 되는 시간 만에 대주천을 해냈다.

무공을 아는 자가 유일천의 대주천 속도를 본다면 천지개벽하는 충격을 받았겠지만, 중단전과 상단전을 자유자재로 운공한 지 반백 년도 더 지난 유일천은 급할 경우 이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대주천을 해낼 수 있었다.

“배를 채우는 게 좋겠군.”

꼬박 하루를 넘게 굶은 유일천은 허기를 달래고자 숲 외곽을 돌았다. 대량의 육식 몬스터가 서식하는 지역이다 보니 숲의 깊은 곳에서는 동물을 찾아보기 어려웠던 탓이다.

잠시 후, 수렵한 사슴의 내장과 가죽을 제거하고 통째로 불에 구워 먹어치운 그는 소화도 시킬 겸 다시 숲속으로 난입했다.

그리고 다음 날.

두 번째 아침을 맞이한 유일천은 오늘도 리엘이 나타나지 않자 어처구니가 없었다.

‘계집이 너무 늦지 않는가. 혼자 숲을 노닌 것도 벌써 삼 일째다. 살다 보면 피치 못한 사정이 갑자기 생길 수도 있음을 이해는 한다만, 아무런 소식도 없이 사람을 마냥 기다리게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지.’

유일천은 리엘과 헤어졌던 장소로 되돌아가 리엘을 데려오려다가 말았다. 감히 자신을 며칠이나 방치하는 리엘이 괘씸하기는 했으나, 아직까지는 몬스터들과의 생사투가 즐거워 기다리기에 적적하지 않았으니 조금 더 기다려 보자고 생각했다.

그날 밤.

유일천이 다시금 숲에 나타나자 혼비백산한 몬스터들이 저들만의 언어로 소리쳤다.

“괴물이다! 오늘도 또 그 괴물이 나타났다!”

“저 미친놈이 질리지도 않고 매일 같이 찾아오는구나!”

몬스터들은 벌써 3일째 밤낮 가리지 않고 숲을 휘젓는 한 명의 인간 때문에 미칠 지경이었다. 그놈은 인간 주제에 막강했으며, 동서남북 사방위에서 불쑥불쑥 나타나 살육을 저질렀다.

두려움을 감당 못한 몬스터들이 숲속 깊은 곳에 몸을 숨겼으나, 아무리 깊숙이 숨어 봤자 유일천의 뛰어난 기감을 벗어나지 못하고 덜미가 붙잡혔다.

“근성 없는 놈들!”

유일천은 그토록 호전적이던 몬스터들이 이제는 적의를 보이지 않고 오히려 두려워하며 도망 다니자 몬스터 사냥도 슬슬 지루해졌다. 숲에서 가장 강한 축에 드는 그리폰이라도 나타난다면 좋았을 테지만, 이 며칠간 그리폰은 아예 전멸해 버렸는지 더 이상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숲에서 나온 유일천은 운기행공을 하면서 생각했다.

‘나는 회천신공을 극성까지 연마하는 일을 포기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세계의 뛰어난 수련 환경과 정순한 기를 감안하면, 어쩌면 회천신공을 대성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유일천은 무려 9갑자의 내공을 보유하고 있었다. 자그마치 540년을 쌓아야 얻을 수 있는 막대한 내공이었지만, 내공 소모량이 극심한 심검을 마음 놓고 구사하기에는 9갑자의 내공조차 부족한 감이 있었다. 그래서 항상 고심하던 차인데, 이계에 오면서 그간 거의 포기하고 있던 회천신공의 대성을 노려 볼 수 있게 되었으니 기뻤다.

그리고 하루가 더 지났다.

유일천이 무공을 수련할 때 보이는 집중력과 인내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그렇기에 지금의 경지를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이지만, 지금은 경우가 달랐기 때문에 그의 인내심은 벌써 바닥을 드러내고 말았다.

‘그 염치없는 계집이 사람을 언제까지 기다리게 만들 작정인지 모르겠군!’

이제는 몬스터들도 도망만 다니자 시시하고 적적해진 유일천은 한시 빨리 키하리브스와 무위를 겨루고 싶어졌다. 하여 더 이상 리엘을 기다리지 않고 리엘과 헤어졌던 산으로 되돌아갔다. 자신이 직접 끌고 나올 심산이었다.

“허?”

산 앞까지 다다른 유일천의 눈끝이 살짝 치켜졌다.

산 주변으로 강력한 결계가 펼쳐져 있어서 유일천이라 해도 섣불리 진입하기가 어려웠다.

‘이곳의 결계는 중원의 진법과 개념이 다르다. 오로지 물리적인 힘으로 파괴해야 하는데 회천신공을 대성했다면 모를까, 지금의 나로서는 이 결계를 파훼할 수 없다.’

최강의 생명체인 드래곤에게 유일한 약점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육감을 봉인해야 하는 완전 수면에 돌입해 있는 상태였다.

드래곤들은 유일한 약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레어를 건설할 시 같은 드래곤조차도 뚫을 수 없는 최상위급 결계를 귀속시켜 놓는 습성이 있었고, 지금 이렇듯 효과를 보이고 있었다.

지식의 한편에서, 드래곤의 레어와 결계에 관한 정보를 끄집어내던 중 완전 수면 상태에 대해서도 알게 된 유일천이 얼굴을 구겼다.

‘드래곤이 레어에서 수면을 취할 경우, 그 기간이 최소 수년에서 최대 수백 년까지 지속된다고? 한데 저 계집은 내게 잠시만 기다리라고 말했으니 어처구니가 없구나. 당최 저 계집은 나를 몇 년이나 기다리게 만들 작정이었던 거지?’

허탈해진 유일천은 터벅터벅 숲길을 걸으며 생각했다.

‘키하리브스와의 일전은 훗날로 기약하는 수밖에 없겠군. 그날이 오기까지 회천신공을 연마하는 한편, 레어의 위치가 알려진 드래곤이나 이곳 인간계의 지존이라는 마제스티를 찾아가서 무위를 겨뤄 봐야겠다.’

바이하르 왕국의 영토 중에서도 몬스터가 가장 많기로 유명하여 미개척지로 남아 있는 ‘이드 숲’의 한복판을 제집 앞마당처럼 노니는 유일천이 가는 길을 막아서는 몬스터는 단 한 마리도 없었다. 오히려 몬스터들이 그를 피해 다니는 실정이었다.

이 며칠간 이드 숲의 몬스터들을 학살해 온 유일천은 몬스터들 사이에서 절대로 건드려선 안 될 요주의 인간으로 낙인찍혀 있었던 것이다.

일말의 마찰도 없이 숲을 벗어난 유일천은 지식 속에 잠재 된 지리를 따라서 이동했다. 그가 향하는 방향에는 애슐린 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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