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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날 님의 서재입니다.

마제이계강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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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새날
작품등록일 :
2011.06.23 11:48
최근연재일 :
2011.02.21 20:13
연재수 :
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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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187
추천수 :
219
글자수 :
23,627

작성
11.02.07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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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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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2쪽

마제이계강림기 3

DUMMY

‘용? 내게 본체화하라는 뜻인가? 본체화한 드래곤을 인간이 어떻게 감당하겠다고? 아무리 마제스티라지만 너무 무모하잖아. 그런데 이자는 내가 드래곤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알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리엘이 의아해하는 동안 유일천은 말을 덧붙이고 있었다.

“본좌는 십년 전 신교를 멸망시킨 검은 용을 찾고 있다. 그리고 이렇듯 너를 찾게 됐다. 인간이 아니면서도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는 너를 말이다. 너는 이에 대해서 어찌 생각하느냐?”

리엘은 신교라는 단체를 알지 못했다. 하지만 10년 전 검은 용이 벌인 소행이라는 내용을 미루어보아, 자신이 10년전 이 세계에 왔을 때 부득불 싸워 무너뜨렸던 단체를 지칭하는 게 맞는 듯 했다.

어째서 갑자기 마제스티가 나타난 것인지, 그 경위를 알게 된 리엘은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을 납득했다.

‘뿌린 대로 거둔다더니... 꼴이 참 우습게 됐네.’

리엘이 동요하는 중에 좌표설정을 끝낸 차원의 틈새가 완전히 개방되고 있었다. 그를 알아챈 리엘은 냉정함을 되찾고 신형을 움직였다.

꽈앙!

유일천의 가슴에 리엘의 어깨가 충돌했다.

그녀는 처음 보는 형식의 금나수를 펼쳐서 유일천을 날려버렸다.

허공에서 회전해 충격을 면한 유일천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내가 내던져졌다고?’

40여 년 전, 교주와의 대결에서도 겪지 못한 일이었다.

유일천이 주춤거리는 사이에 리엘은 급히 차원의 틈새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어느덧 유일천이 그녀의 앞길을 가로 막고 있었다.

리엘은 경악했다.

‘너무 잽싸! 마제스티가 대단하다는 이야기는 몇 번이나 들었었지만 실제로 보니까 듣던 것 이상이잖아? 내키지는 않지만,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으니 희생을 치러야겠어.’

결단을 내린 리엘의 눈동자에 붉은 광채가 서렸다. 용언 마법의 전조였다.

용언 마법이란, 드래곤이 자신의 심장에 축적되어 있는 근본적인 생명력을 소모해서 발현하는, 절대적 위력의 최강 마법이었다.

하지만 인간으로 비유를 하자면 진원진기(眞元眞氣)를 소모해야만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이기 때문에 드래곤들도 웬만하면 사용하기를 꺼려했다.

하지만 지금의 리엘은 보신을 따질 입장이 아니었다. 차원의 틈새가 사라지기 전에 어서 차원을 넘어야만 했기 때문에 눈앞의 마제스티를 한시 빨리 쓰러뜨려야했고,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죽어.”

두근!

붉은빛을 머금은 리엘의 눈동자에 관조당하는 순간, 유일천은 마치 숨을 곳 없는 벌판 위에 방치 된 사냥감으로 전락한 듯한 기분을 느꼈다. 근원을 헤아리기 힘든 공포감이 온몸의 진을 앗아갔다.

일찍부터 절대 지존으로 군림하던 유일천에게 있어서 그것은 생소한 경험이었다.

“큭?”

사방에서부터 덮쳐오는 살기에 명줄이 잡힌 유일천이 입과 코에서 피를 토하며 주저앉았다.

리엘은 그를 지나쳐 차원의 틈새로 몸을 날렸다.

그녀는 유일천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용언 마법.

드래곤 본인들은 권능이라고 표현하는 그 힘은 먹이사슬의 법칙을 따르고 있었다.

드래곤보다 하등한, 전 차원의 모든 종에게 절대적인 위력을 행사했다. 그것은 드래곤 스스로는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타고난 권위였다.

하지만 유일천에게는 다르게 느껴졌다.

유일천이야말로 용언 마법의 실체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심검!’

마음 가는 곳에 검이 있다.

이는 즉 의지력의 힘을 뜻했다.

유일천의 의지가 무형의 검이 되어 그가 베고자하는 상대를 베었다.

그리고 지금 유일천이 상대하고 있는 이종(異種)은 유일천의 심검과 같은 맥락의 힘을 사용하고 있었다.

유일천을 죽이는 것은 이종의 의지, 그 자체였다.

‘의지력간의 싸움이라는 말인가... 재미있군!’

다 죽어가던 유일천이 호쾌하게 웃기 시작했다.

쿠웅!

유일천의 의지력과 맞부딪친 리엘의 의지력이 파쇄당했다.

그와 동시에 죽음의 기운에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 유일천이 벌떡 몸을 일으켰다. 아무런 대비도 없이 심검을 허용한 탓에 심각한 내상을 입었으나 그는 개의치 않았다.

“감히 본좌를 찌르고 튀어?”

방금 전까지만 해도 불길하여 거들떠도 안보던 일그러진 공간을 향해 유일천은 몸을 날렸다.

그리고,

파치직!

“헉?”

본래 세계에 돌아와 있던 리엘이 기겁했다.

서서히 닫혀가는 차원의 틈새를 누군가 비집고 튀어나왔는데 그 상대가 자신의 용언 마법에 죽었어야할 마제스티였던 탓이다.

“뭐, 뭐, 뭐얏!”

설마 용언 마법에 저항할 수 있는 인간이 존재할 줄이야?

“꿈... 이겠지?”

털썩!

극심한 정신력을 소모한데다가 본래 세계로 돌아왔다는 안도감에 마음을 놓고 있던 리엘은, 갑작스럽게 닥쳐온 정신적 충격에 일체 저항하지 못하고 관통당하여 그대로 실신하고 말았다.

그녀가 정신을 잃자 난처한 것은 유일천이었다.

무려 심검을 펼치는, 용으로 추정되는 계집과의 불꽃 튀는 일전을 기대하며 대놓고 수상한 이질적 공간마저 넘어왔건만 계집이 그냥 쓰러져버리는 게 아닌가?

“깨어날 때까지 기다리자.”

벼랑 끄트머리에 위태로이 누워있는 리엘을 한쪽에 대충 치워둔 유일천이 벼랑 아래를 내려 보았다.

“높이가 사백 장(丈)을 넘는군.”

유일천은 자신이 올라있는 까마득한 산의 사방으로 펼쳐져 있는, 끝이 보이지 않고 광활한 숲의 풍경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인간을 초월한 그의 발달 된 안력은 사백 장 아래에 떨어진 숲의 빼곡한 나무들을 일일이 세어보는 게 가능했고, 나무 사이로 보이는 온갖 식물들의 이파리 개수까지 셀 수 있을 정도였다.

“확실히, 이곳은 길림성이 아니다.”

숲에는 생전 처음 보는 식물들이 비일비재했다. 일산유사계(一山有四季) 십리부동천(十里不同天)이라는 말에 가장 적합하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기후가 다양하면서 불안정한 운남(雲南)에만 서식하는 특이한 식물들과도 전혀 다른 종들이었다.

그럼에도 유일천은 당황하는 기색이 없었다.

스스로 창안한 회천신공(懷天神功)을 연마하여 극도로 발달시킨 오성(悟性)을 가진 그는 일그러진 공간을 넘는 순간부터 이미 ‘차원’의 개념을 인식하고 있었다.

‘우주의 이치를 거스르는 두 개의 달이라...’

창천 너머로 희미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두 개의 하얀 달을 물끄러미 올려보던 유일천이 운기조식 했다.

지금 자신이 존재하는 이곳이 이국인지, 아니면 이계인지 명확하게 판별할 필요성을 느끼고 대자연의 기운을 감지하려는 의도였다.

어느덧 어둠이 깔렸다.

달빛 아래서, 유일천이 눈을 떴다.

‘심검을 펼쳐 극심하게 소모되었던 내공이 벌써 회복됐다. 자연의 기가 중원의 것과는 비할 수 없이 정순하여 내공을 쌓는 일이 무척이나 쉬워. 역시 이곳은 중원과 다른 세계다.’

유일천의 시선이 리엘에게 향했다. 때마침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던 리엘은 자신이 살아있자 의외로워했다.

“너. 나를 살려둔 거야?”

“본좌가 너를 죽여야 하는 이유는 또 뭐지?”

“내가 신교라는 단체를 괴멸시킨 용이니까. 너는 복수해야만 하잖아?”

“복수? 그런 하찮은 일에는 관심 없다. 그저 너와 무위를 겨루어보고 싶었을 뿐이다. 본좌는 적수가 없어서 고독하거든.”

광오하게 말한 유일천은 이어서 궁금하던 것들을 물었다.

“이 세계의 생명체는 너와 같은 이종들뿐인가? 아니면 나와 같은 인간들도 살아가나? 만약 인간이 있다면 그들의 언어와 문화는 본좌가 이해할 수 있는 범주인가?”

“이 세계에는 많은 지성체가 존재하고 있고 그중에는 인간도 있어. 그들의 언어와 문화는 네가 살아가던 세계와 판이하게 달라. 하지만 내 힘으로 네게 지식을 주입해서 네가 이 세계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어.”

“본래 세계로 돌아갈 수도 있나?”

“그래. 한번 가보았던 차원은 좌표를 알 수 있기 때문에 내 힘이라면 언제라도 너를 되돌려 보내줄 수도 있어.”

리엘은 마제스티라는 존재가 생각보다 강하다는 사실에 감탄하고 있었다. 그래서 키하리브스에게 복수하는 일에 마제스티의 힘을 빌릴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하는 중이었고, 유일천은 그녀의 호의적인 태도를 보고서 그녀가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있음을 눈치 챌 수 있었다.

“보내줄 수도 있다, 라고... 네년, 본좌에게 어떠한 조건을 제시하려는 작정이로구나. 요망한 것이 주제 파악을 못하고 까부는군.”

리엘이 빙그레 웃었다.

“적수가 없어서 외롭다고 했잖아? 이 세상에는 강력한 생명체들이 즐비해. 네가 겨루고 싶다는 용이라는 존재들도 많아. 어때? 네가 정말로 용과 싸워보고 싶다면 나와 함께 어떤 미친 용 한 마리만 사냥해주지 않겠어? 내게 힘을 보태준다면 너를 본래 세계로 돌려보내주겠다고 약속할게.”

유일천은 실소했다.

“본좌는 본래 세계에 아무런 미련이 없고 오히려 이 세계에 흥미를 가지고 있다. 네가 본좌를 본래 세계로 돌려보내주지 않아도 하등 아쉬울 게 없다는 뜻이다. 감히 본좌를 손아귀에 넣으려들지 마라.”

그가 예상치 못한 반응을 보이자 리엘의 눈빛이 사납게 변했다.

“그럼... 내 조건을 거절하겠다는 뜻이야?”

유일천은 일말의 고민도 않고 대답했다.

“아니, 수락한다. 이해가 일치하는 일을 꺼려할 필요는 없지.”

그 후 둘은 의기투합했다.

우선 리엘은 마법으로 유일천에게 이계의 지식을 주입시켜주었다. 보통의 인간이라면 뇌리로 흘러들어오는 방대한 지식을 감당 못하고 백치가 될 수도 있었고, 뇌를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지식의 대부분을 삭제했을 테지만 방대한 뇌리를 지닌 유일천은 그녀가 주입해주는 지식을 온전히 흡수하고도 무사했다.

탈인(脫人)의 경지에 오른 유일천을 보며 리엘은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그가 점차 의지가 되었다. 드래곤이 인간을 의지하다니, 웃기는 일이었다.

리엘을 통해 습득한 지식을 정리하고 상황을 이해한 유일천은 진지한 태도를 보였다.

“드래곤이 최강의 생명체라는 사실은 인정할 수밖에 없겠군. 특히 네가 말한 키하리브스라는 녀석은 그중에서도 가장 강하다고? 큭큭, 그런 괴물을 상대해야한다니 솔직히 긴장이 된다. 대체 얼마 만에 느껴보는 긴장감인가... 감당하기 어려우리만큼 가슴이 벅차다.”

리엘은 당장이라도 키하리브스를 찾아 떠나려는 기세를 보이는 유일천을 애써 진정시켰다.

“나는 지금 모든 힘을 소진한 상태야. 한숨 자고 일어나야 힘이 회복되니까 내가 수면에서 깨어날 때까지 너는 근처 마을에 머물면서 기다리고 있어. 내가 깨어나면 함께 행동하자.”

극히 일부의 드래곤을 제외한 대부분의 드래곤은 레어의 위치를 공개하지 않았다. 키하리브스도 마찬가지였기 때문에 유일천 혼자서는 그를 찾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리엘을 기다렸다가 동행하는 수밖에 없었다.

유일천이 고개를 주억이자 리엘이 말했다.

“북쪽으로 삼십 킬로미터 가량 이동하면 마을이 있어. 숲을 벗어나면 머잖아 보일 거야.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면 자고 일어나서 곧장 데리러 갈게.”

“삼십 킬로미터라면 칠십 리 정도의 거리인가. 좋다.”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신법을 전개하여 울창한 밀림을 미끄러지듯이 돌파하는 유일천의 얼굴에서는 강렬한 희열이 엿보였다.

중원과는 또 다른 세계에서 겪게 될 앞으로의 일들이 매우 기대가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는 알지 못했다.

리엘의 수면이 장장 15년이나 계속되리라는 사실을...

완전수면에 돌입한 드래곤의 입장에서는 15년의 시간이 찰나와 같지만, 인간인 유일천에게는 얼마나 긴 시간인지 리엘은 잠시 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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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편에 댓글 남겨주신 조까.님, 치포님, 도도리표님, 이충호님, 몬모크만님 감사합니다.^^ 댓글을 격려삼아 열심히 연재하겠습니다.

일일 1회 연재 계획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행복한 하루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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