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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Z 님의 서재입니다.

턴Turn제 용사는 코인판에서도 선공을 양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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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Z
작품등록일 :
2022.05.11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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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5.24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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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66,056

작성
22.05.1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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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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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2화-

DUMMY

[2화]


이상했다.


아니, F티어 게이트를 꾸준히 돌고 있는 이 행동도 충분히 이상했지만, 이 상황은 정상이 아니었다.


하태는 머리카락에 쌓인 흙먼지를 털어내고는 다음 방으로 이어지는 통로를 노려보았다.


‘나 말고도 F 게이트에 사람이 있다.’


물론 사람이 있는 것 자체는 이상할 게 없었다.


D티어로 올라가기 위해 던전 공략률을 올리려는 사람도 있으니까.


하지만 입구에서부터 비트몬들을 처치하면서 들어온 하태는


'어째서 공략률을 올리려는 사람이 어째서 몹들을 처치하지 않았는지', 의아했다.


하물며 '문 열어라'라니. 그게 무슨 앞뒤 안 맞는 소리인가 싶다.


"오오오!! 신!! 이!! 시!! 여!!“


콰르르르릉!!


"으아...!"


떨어지는 돌조각은 이제 돌덩이 수준으로 변했다.


하태가 위를 올려다보니 천장은 군데군데 갈라졌고, 그 바위틈에는 맞았다간 무사하지 못할 크기의 파편들도 아슬아슬하게 붙어있었다.


무너지기라도 했다간······.


던전이 물리적인 공격으로 완전히 붕괴했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 없지만, 적어도 저 돌덩이들이 쏟아져 떨어진다면 한순간에 파묻히리라는 건 불 보듯 뻔했다.


깔려 죽기 전에 통로 너머의 미친놈을 막아야 했다.


[액티브 아트: 서두른 발걸음!]


아트를 발동하자 발목에 푸른 날개를 띄운 하태는 쏜살같이 통로를 통과했고, 그의 등 뒤로 푸른 선의 잔상이 남았다.


잔상이 첫 부분이 흩어져 사라질 때쯤, 하태는 다음 방에 도착했다.


지나온 방들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은 공간.


보랏빛 마광석이 돌벽 군데군데 박힌 벽면.


보스방이었다.


“콜록, 콜록.”


하태는 입을 가린 채 인상을 찡그렸다.


방안 가득한 흙먼지 때문에 시야가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마광석의 불빛마저도 짙은 먼지구름에 막혀 제대로 된 조명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어떤 난리를 피워놓아야 이 정도로 짙은 먼지를 피워내는지.


하태는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툭!


먼지구름 속으로 스무 걸음쯤 걸었을까, 발 끝에 무언가가 채였다.


“뭐야.”


말 끝나기가 무섭게 무언가 머리 쪽으로 튀어올랐다.


“키루웃!!”


“으아! 블레빗?!”


가슴을 향해 돌진해오는 두 개의 칼날, 블레빗의 귀였다.


우둑!


“허윽!”


갑작스레 상체를 뒤로 젖혀 피하느라 허리를 삐끗했다.


허리에 손을 짚은 하태는 구부정한 자세로 블레빗이 스쳐 지나간 자리를 노려보았다.


실수로 건드리는 바람에 어그로가 끌렸으니, 금방 또다시 공격해올 것이다.


가슴이 따가웠다.


“아, 짜증나네. 좀 긁혔잖아. 옷도 버렸고.”


하태는 두 줄로 찢어진 셔츠를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긁힌 상처에서 핏방울이 나와 셔츠에 조금 번지고 있었다.


아무리 F급 비트몬이라고는 해도,


일반인들에게는 충분한 치명상을 입힐 수 있는 유해 생물이다.


“키룻!”


온다.


흙먼지 속에서 마광석의 빛이 반사된 칼날이 하태 쪽으로 달려들었다.


하태는 상체를 비틀어 칼날을 비껴낸 후 블레빗의 몸통을 향해 중식도를 내리쳤다.


쑤걱!


난 원래 D티어였다고.


하태의 발밑에 반토막이 난 불레빗의 몸뚱이가 맥없이 뒹굴었다.


티링! 몸을 낮춘 채 떨어진 코인을 수습한 하태는 그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먼지구름 아래에 얼마나 많은 몹들이 돌아다니고 있을지 모른다.


시야가 없는 상황에 섣불리 움직여 여러 마리를 자극했다가는 위험에 처할지도 모르는 일.


하태는 정면을 향해 소리쳤다.


“저기요! 거기 누군지 모르겠지만 같이 쓰는 던전인데 쾌적하게 쓰죠?”


조용한 가운데 저 멀리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하태가 짜증이 난 목소리로 소리쳤다.


“저기요?! 먼지 가라앉을 때까지 움직이지 마시라고요! 아까도 돌 떨어져서 깔려 죽을 뻔했단 말입니다!”


휘오오오!


?


하태 주변의 흙먼지가 한곳으로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쿠구구구······!


던전이 또 한 번 진동했다.


하지만 이 웅장한 소리는 던전이 흔들리며 내는 소리가 아니었다.


먼지가 빨려들어가는 방향에서 엄청난 소리가 들려왔다.


마치 최상급, S티어의 아트를 쓰는듯한······.


그때였다.


저 멀리서 아까 그 악쓰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크어어어어!!! 클리어러 윈드으으!!!”


지유우웅······.


······.


한순간, 고요했다.


그리고 곧바로,


콰아아아앙!!!


“어어억?!”


엄청난 바람이 하태를 덮쳤다.


아니, 바람이 아니라, 폭풍.


던전 안에 폭풍이 몰아쳤다.


휘우우웅······.


“읏······.”


잠시 후 미친 듯이 펄럭거리던 옷자락이 얌전히 가라앉았다.


하태는 얼굴을 감쌌던 팔을 내리고 앞을 바라보았다.


먼지구름은 폭풍과 함께 깨끗이 사라졌다.


정면에서 한 남자가 이쪽으로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다.


밝은 황갈색 머리칼.


남자의 목에서 나풀거리는 검붉은 머플러.


그 아래로는 하얗게 빛나는 철제 갑옷을 온몸에 두른 모습.


그러나 남자가 움직일 때마다 들려야 할 절그럭거리는 갑옷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중세시대 기사를 연상케 하는 그 남자는 느리지만 조용하게, 그리고 묵직하게 걸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쾅!


무지막지하게 넓고 커다란 대검이었다.


대검을 땅에 박아넣은 남자는 무표정으로 하태를 응시했다.


짙은 푸른색의 눈.


아.


묘한 카리스마에 압도당한 하태는 정신을 차리고 입을 열었다.


“뭐, 뭡니까 그 복장은? 코스튬? 뭐, 뭐라 그러더라. 코스프레? 코, 코스플레이어?”


젠장, 당황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하지만 남자는 묵묵부답.


아무런 말 없이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아, 이게 아닌가.


하태는 다시 물었다.


“Wha···. What are you doing?” (너는 뭐 하고 있니?)


남자는 자신의 몸을 내려다보았다가 하태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물었다.


“유일무이한 편입니까. 이 의상은 이 세상에서. 꽤나.”


하태가 움찔했다.


비슷한 또래 같은데 다짜고짜 반말을 한다라······.


하태는 남자의 푸른 눈과 마주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순도 이상하고 표현도 어색한 게 외국인 같다.


영어울렁증이 있었던 하태는 상대가 한국어를 한다는 사실에 조금 안심했다.


“한국말 할 줄 아네. 어느 나라에서 왔어요?”


어색한 상대와 말문 틀 때는 출신지에 대한 질문이 최고다.


질문을 들은 남자는 갑자기 남자는 미간을 찌푸린 채 손끝으로 이마를 두드리다가


“아.”


작은 탄성과 함께 밝아진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에는 왔다. 나는. 국가 알카디아에서. 그곳은 아닙니다. 가까스로 기억해라. 출신지는.”


그래, 일단 알겠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식은땀이 난다.


일단 하태는 가장 알아듣기 쉬웠던 핵심만 파악해 되뇌었다.


국가 알카디아.


'알카디아? 알카디아라는 나라가 있나? 뭐 발음상의 문제라 치고.'


나머지 문장을 어떻게 잘 때려 맞추면······.


'나는 이번에는 알카디아에서 왔습니다. 출신지는 그곳이 아닙니다. 가까스로 기억해냈습니다.'


···라는 의미인 것 같다.


······?


문장을 완성해봐도 무슨 뜻인지 도통 모르겠다.


그냥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F티어 게이트에는 무슨 일입니까? 아까 펼치는 아트를 보니 상당히 높은 티어에 있는 아티스트 같은데. 왜 고티어 외국인 아티스트가 왜 여기까지 왔냐는 말입니다.”


남자는 또다시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손끝으로 이마를 두드렸다.


뭔가 굉장히 답답한 눈치였다.


남자는 일단 할 수 있는 말이라도 해보겠다는 건지, 갑자기 입을 열었다.


“몰라. F등급, 예술, 예술가. 무슨 말인지에 대하여. 외국이 아닙니다. 나는 차별점이 있는 출처의 세계.”


정신 나간 놈 같지는 않은데 하는 말을 듣자니 정신이 나갈 것 같다.


하태는 없는 머리를 쥐어짜 추측한 바를 내놓았다.


“이 게이트가 F티어인 줄 몰랐다는 말입니까?”


남자는 깊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모릅니다. F등급이 무엇인지에 대하여. 마을 주민입니까? 당신은 이곳의.”


“아닌데요. 아니, 내 말은, 이 던전이 있는 게이트가 봉천동이니까 집에서 가깝긴 한데······. 아 또 ‘봉천동’이라고 하면 못 알아들을 거 아냐. 하, 뭐라 말해야 하지.”


하태가 답답한 심정으로 머리를 감싸자 남자는 깊이 공감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답답하다. 잘 안 되는 통신. 좋은 날이 옵니다. 그러나 나중에.”


남자는 그나마 알아듣기 쉬운 말을 한 다음 덧붙여서 말했다.


“나가고 싶습니다. 이 지하 감옥에서부터.”


하태는 퍼뜩 정신을 차리고 처음에 들려왔던 고함소리를 떠올렸다.


‘문!! 열!! 어!! 라!!’


그랬다.


이 남자는 아까 전에도 문을 열라고 소리쳤다.


하태는 일단 확실히 해두기로 했다.


“여기서 나가고 싶은 거죠? 던전에서?”


“어. 맞아.”


자연스러운 반말이 튀어나왔지만 일단 넘어가고.


하태는 주위를 슥 둘러보다가 남아있는 블레빗들을 하나하나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 있는 블레······ 아니, 저것들을 다 처치하면 나갈 수 있어요. 알죠?”


물론 게이트로 돌아가 귀환코드를 사용하는 방법도 있다.


하지만 이 남자가 정말로 여기서 나가는 법을 모른다면?


남자는 고개를 갸우뚱하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몰라. 탄복하다. 처음 알아낸 사실에 대하여.”


모른다고?


코스프레 차림에, 외국인에다가,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일반인 같지도 않고, 아티스트라기에는 던전에서 나가는 법도 모르는,


정체불명의 남자.


하지만 적어도 이 던전에서 나가고 싶어한다는 사실 하나만큼은 분명했다.


갑자기 남자는 실망한 얼굴로 주위의 블레빗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실행할 수 없습니다. 나는.”


그렇겠지.


하태는 허점이 많긴 하지만, 또 하나의 가설을 세웠다.


그러니까,


대한민국 관악구 봉천동에 코스프레를 한 외국인이 게이트랑 던전이 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실수로 이 안으로 들어와 버렸다는······ 얘기네.


게다가 F티어 비트몬조차 처리할 실력이 없어서 던전에 갇혀버린 사람이다.


일단 봉사활동하는 셈치고 그냥 도와줘야······.


짝!


갑자기 남자는 손뼉을 치더니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하나 빼내어 내밀었다.


“이 반지를 가진다면. 만약 풀려난 지하 감옥을. 나.”


하태는 남자의 손바닥 위에 놓인 반지를 가만 들여다보았다.


커다란 초록색 보석이 박힌 흠집 하나 없는 은백색 반지.


반지의 고리 부분 바깥, 밴드라고 하던가.


밴드 부분에는 처음 보는 문자가 복잡하게 새겨져 있다.


코스프레 아이템이니 장난감일 게 분명했다.


순간적으로 비싼 물건을 기대했던 하태는 반성하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안 줘도 돼요.”


남자는 다급한 손놀림으로 반지를 하태의 손에 쥐여주고는 간절하게 외쳤다.


“도움!!”


“아니, 아, 안 줘도 도와준다니까!”


“도움!!”


“알았어요. 알았어요. 받을게요. 나가게 해줄게요! You go out, me go out, we go out! Good?!” (너 나간다, 나 나간다, 우리 나간다. 좋니?)


남자의 얼굴에 화색이 돌았다.


“오, 매우 기쁜 나. 당신의 이름?”


통성명까지 하는 건 좀 귀찮다고 생각했지만, 대화가 더 길어지는 상황은 더 귀찮을 것 같았다.


하태는 하는 수 없이 손가락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리키며 말했다.


“신 하태.”


“신! 하태!”“그래요.”


남자는 이름을 알아냈다는 사실이 기쁜지 반복해서 되뇌었다.


“신! 신! 신!”


아니······.


“광신도 같으니까 그렇게 부르지 말고, 하태라고 불러요.”


“하태!”


“그래요. 그쪽은 이름이 뭐예요?”


턱.


남자는 대검 손잡이에 양손을 올려놓고는 헛기침을 했다.


“크흠! 흠!”


남자의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힘이 담겨있었다.


“내 이름은 레드나 디날. 당신의 세계를 구한다.”


작가의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전체적으로 계속 하락장이라 속이 씨꺼멓게 타네요ㅜ


NFT도 소액이지만 스캠 당해서 우울하게 타자를 두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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