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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강산 님의 서재입니다.

내 일상


[내 일상] 사랑하고 아끼던 제자가 떠났다.

나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을 한다.

가장 순수할 나이. 
3살 즈음부터 취학 전까지의 아이들과 아침부터 저녁까지 매일 함께 뒹군다.

어머니가 운영 중인 어린이집의 교사 겸 잡일꾼 겸 기타등등 겸...
하루 종일...
아니지. 매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사위가 컴컴해질 때까지 정말 치열하고도 열심히 하루를 보낸다.

지금도 일요일인데 출근해서 내일 아이들 맞이할 준비를 하는 중이다.
(교실 환경 꾸미고, 새학기 시작된지 며칠 안 됐으니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만한 놀이들을 준비하고, 수업도 준비하고...)

모두가 알다시피 3월초는 새학기 시즌이다.
새학기를 맞이했다는 건.
새로운 만남이 시작되었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뼈아프게 아쉬운 이별을 경험해야 한다는 의미도 담겨져 있다.

지난 2월 마지막 주 금요일.
나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17명의 제자들을 졸업시켰다.
아직도 아이들 모습이 눈에 선하다.
그리워서 며칠째 잠도 자지 못하고 있다.
매년 겪는 그 가슴 아픔이 이번에는 더욱 짙게 나를 괴롭힌다.

잘 가르치고 키워서 더 넓은 세상으로 내보내는 것이 나의 책무이니만큼.
이제는 아이들의 앞날이 평탄하기만을 응원하며 담담히 이별을 인정해야 할테지만.
헤어짐의 슬픔에서 헤어나오기가 쉽지 않다.

나의 이런 마음을 누군들 이해할 수 있을까?

몇몇 지인들은 왜 이렇게까지 아이들에게 감정적으로 몰입하느냐고.
심지어 남의 새끼들인데 그렇게까지 싸고 돌며 예뻐할 것 있느냐고 까지 말하며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 부분에 있어서 나는 단호하다.
아이의 부모로부터 보호와 교육을 위탁받은 시간만큼은 남의새끼가 아니라 ‘내새끼’라고.
내가 내새끼한테 당연히 감정적으로 몰입해야 할 것이며.
누구보다 귀하게 여기면서 금지옥엽으로 대해야 할 것 아니겠는가.

초임 때부터 지난 10년 동안 한 번도 흐트러져 본 적 없던 나의 굳은 결심이자 철학이다.

솔직히 새로 들어 온 아이들에게 아직까지는 정이 들지 않았다.
(당연하지. 새학기 시작되고나서 이제 며칠이나 만났다고...)

다만 시일이 흐르며 이 아이들과 정이 쌓이게 되면 떠나간 졸업생 아이들과 헤어지며 느꼈던 슬픔에서 헤어 나올 수 있겠지.

매년 그래왔으니까.

그런데 이번에는 시일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다.

저출산의 여파 때문인지 주변 어린이집들 전부 아이들이 없어서 규모를 줄이는 중이고.
심지어 문 닫는 곳도 많아졌는데.
우리라고 무사할 수 있나.

신입생 숫자가 올해 급감을 했다.

그래서 그런지 떠나간 아이들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자꾸 마음이 쓰라린다.

댓글 1

  • 001. Lv.17 강화반닫이

    23.03.15 08:06

    글 제목만 보고 가슴이 덜컹했습니다.
    채워지지 않는 슬픔이라고 해야 하나요?
    하여간 시간이 좀 필요하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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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 일상 | 괴로운 나날의 연속이다. *4 23-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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