녕하세요, ‘싱’입니다.
작가 후기를 올린 후 어느덧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 한 달 사이 정말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모든 분께 그런 시기이리라 생각합니다.
이 공지는 제가 굉장히 오랫동안 써온 공지입니다. 그리고 제가 아는 많은 분이 이 공지를 쓰는 것을 말렸습니다. 이 공지가 아무것도 해명해주지 못할 것이며, 그것이 제게 더 큰 상처로 돌아올 것이라는 말을 들었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생각합니다.
지난 후기 공지에서는 가능한 밝은 이야기만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완결을 축하해주시는 독자분들을 우울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고, 개인적인 아픔을 언급하여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았습니다. 완결 후 여러 의견을 접했습니다. 독자분들께서 보내주신 PDF를 통해 확인한 것도 있고, 지인에게 부탁하거나 용기를 내 직접 확인한 것들도 있습니다.
이야기하지 않으면 끊임없이 오해를 만들어 내는 것들이 있습니다. 이 글은 많은 분이 쓰신 여러 의견을 읽고, 그에 대한 답변으로 작성하였습니다.
Q. 왜 지금껏 있었던 표절 또는 유사성 의혹에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나?
많은 분이 위와 같은 의문을 가지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이 사안은 외부에 알려진 것만큼 간단하지가 않아서, 구체적으로 정리하기까지 많은 고민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이 과정을 밝히는 과정에서 또 다른 누군가에게 피해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말하지 않는 시간이 쌓일수록 더 큰 오해가 불거졌고, 결국 관계자분들께 하나하나 양해를 구하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전지적 독자 시점』이 연재된 이후, 많은 표절 의혹 제보들을 받았습니다. 수십 건이 넘는 제보들이었고, 담당 편집자님과 함께 그 의혹들이 사실인지 하나씩 살펴왔습니다. 어떤 것은 표절인지 유사성인지 잘 알 수 없는 것들이었고, 어떤 것은 단순히 소재만이 겹쳐서 절대로 표절일 수 없는 것들이었습니다. 그런 일들을 겪는 와중에 ‘표절’은 뭐고 ‘유사성’은 무엇인지에 관해 저도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법적으로 극적 저작물의 표절을 입증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표절은 저작물성 여부, 의거성 여부, 실질적 유사성 여부 등의 요건을 충족하여야만 입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웹 소설에서는 이 요건들을 증명하기가 더욱 쉽지 않습니다. 다른 극적 저작물들보다 유행 코드의 복제나 소비가 빠르고, 앞에서 사용된 코드를 다르게 조합·변용하여 새로운 코드를 만들어 내는 것이 웹 소설의 특징인 까닭입니다.
그런 고민을 겪던 와중에 『전지적 독자 시점』(이하 ‘전독시’)과 은소로 작가님의 『주인공의 구원자가 될 운명입니다』(이하 ‘주구운’)의 유사성 의혹이 제기되었습니다.
지금부터는 당시 밝히지 않았던 타임라인을 공개하려 합니다.
유사성 관련 공지에서도 작성하였듯이, 제가 처음으로 해당 작품의 논란을 알게 된 것은 2019년 7월 22일경의 일입니다.
7월 22일 이후 문피아와 연담 측이 접촉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처음에는 사안이 금방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당시 저나 숑의 건강 문제로 즉각적인 표절 여부 검토는 힘든 상황이었지만, 유사성 논란의 경우 표현을 그대로 베꼈거나 ‘포괄적·비문자적 유사성’이 굉장히 뚜렷하지 않은 이상은 작가 간의 상호 대화를 통해 일이 조정되기 때문입니다.
저는 7월 22일부터 내내 상대측의 입장문을 기다렸고, 혹시 몰라 쪽지함도 계속 열어놓고 있었습니다. 매일 매니지먼트를 통해 상황 변동이 있는지도 여쭤보았지만, 여전히 입장문이 오지 않았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그리고 7월 31일이 되었을 때, 연담 측의 공지에서 뜻밖의 말을 보게 되었습니다. 공지에 쓰여 있었던 말은 다음과 같습니다.
“작가님과 편집부의 의견을 정리하여 상대 작가님과 문피아에 22일 전달드리고 답변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저는 무척 당혹스러웠고, 곧장 문피아에 상황 해명을 요청했습니다. 처음 제가 받은 답변은 상대측의 입장문은 7월 31일에야 도착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상황의 아귀가 맞질 않았습니다. 한쪽은 7월 22일에, 다른 한쪽은 7월 31일에 도착했다고 주장하는데 입장문이 우편으로 발송되지 않은 이상 있을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관계자들에게 사실 해명을 요청했고, 제가 정확한 사태의 경위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하루가 지난 후의 일이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연담 측의 입장문은 정말 7월 22일에 이미 도착한 상태였습니다.
알고 보니 문피아 매니지먼트 내부에서 혼선이 발생했고, 그 과정에서 제가 받아야 할 입장문이 열흘 동안 누락되었던 것입니다. 당시 연담 측 입장문을 받은 직원분께서 퇴사하셔서 지금으로서는 정확한 누락 원인을 알 방법이 없지만, 저와 숑의 건강 상태를 배려하시다 그러신 게 아닌가 짐작만 하고 있습니다. 문피아 내부에서도 처음 있는 일이었기에 무척 혼란스러운 분위기였던 것 같습니다.
이런 연유로 제가 상대 측에서 발송한 파일을 받은 것은 8월 1일이었고, 열흘간의 누락 사실을 알게 된 것은 8월 2일이었습니다.
(사과를 해주신 분은 입장문을 받으신 분은 아니고, 중간에서 안내만 담당한 분이십니다.)
이 열흘의 공백으로 인해 사태는 골든타임을 놓치고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8월 2일자 연담 측의 추가 공지로 ‘법무법인’의 변호 의견이 등장하면서 상황은 더욱 복잡해졌습니다. 당시 연담 측 법무법인의 의견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본건 저작물과 대상 저작물에 대하여 부분적, 문자적 유사성은 문제 되지 않고 있습니다. 또한, 세부적인 내용을 비교해 보면, 그 유사성조차 인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본건 저작물과 대상 저작물은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될 수 없습니다.”
열흘 동안 답장을 받지 못한 은소로 작가님이나 연담측에서는 이것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이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문제는 ‘법무법인’이 등장함으로 인해 양 작가가 상호 협의를 통해 일을 해결할 기회가 사라져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상대측에서 법무법인의 의견을 빌려 표절이 아니라고 주장했기에, 이쪽에서도 법리의 영역에서 표절이 맞는지 아닌지를 답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만약 두 작품의 사용 코드가 겹치지 않고, 발췌 장면 비교가 전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면 이에 답하는 것은 매우 쉬웠을 것입니다.
하지만 상황은 훨씬 복잡했습니다. 무언가를 표절이라 말하는 건 쉽지만, 그것이 실제로 표절인가 아닌가를 검토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특히 ‘문자적 유사성’이 아니라 ‘포괄적·비문자적 유사성’을 함께 검토해야 하는 경우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여기에 사태의 본질과는 별반 상관없는 일들이 연달아 발생하며, 양사에 해명을 요구하는 독자님들의 반응은 더욱 거세어졌습니다.
문피아에 바로 연락을 드렸고, 상대측 작가님이 더 다치지 않도록 사안을 조심스럽게 다뤄달라는 부탁도 드렸습니다.
이후 문피아 측에서 여러 방법을 강구했으나, 상황은 별반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어떤 분들은 제가 일부러 그 모든 일을 방관했다고 말씀하십니다. 싱숑이 악의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작가를 매장하려 했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아래는 당시 제가 관계자분들과 나눴던, 혹은 부탁드렸던 카톡 내용입니다(관계자분들의 이름, 개인정보, 회사 내부 사정 들은 모자이크 처리하였습니다).
사안을 알게 된 뒤, 저 역시 계속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에 관해 생각했습니다. 관계자분들께 모두 의견을 구했고, 제가 직접 공지를 쓰고 싶다는 말도 매니지먼트를 통해 반복해서 전했습니다.
의혹이 당장 해결될 수 없다면 적어도 사태를 먼저 진정시키는 방향으로, 적어도 사이버불링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생각에 매니지먼트를 통해 지속적인 의견을 드렸습니다.
이쪽의 상황을 솔직하게 말하는 공지를 쓰고 싶다고 말씀도 드렸고, 이미 어떤 내용을 쓰고 있으니 확인을 부탁한다는 의견도 전화나 문자를 통해 반복해서 전했습니다.
내부의 사정으로 제가 쓴 공지를 올리는 것은 결국 제지되었습니다.
여기에는 제가 서술할 수 없는 회사 사이의 복잡한 문제들과 그 외의 다른 사안들이 엮여 있습니다. 여기에 덧붙여 관계자분들은 또 다른 이유로도 제가 직접 나서는 것에 반대하셨습니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 당시 여론 분위기가 통제 불가능한 상황이고, 표절 여부를 가릴 수 있는 검토 증거가 명백하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공지를 썼다가 상대 작가님이 더 큰 피해를 받을 것이라는 것. 즉, 은소로 작가님에 대한 불링이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저만 착한 사람이 되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
(관련하여 당시 나눈 대화 중)
둘, 제 의사와는 무관하게 이미 피해자의 자리가 강제된 상황에서, 제 모든 발언은 피해자의 발언으로 읽히기에 독자들을 더 크게 자극할 것이고, 상황에 오히려 기름을 붓게 될 수도 있다는 것(양측의 공지나 Q&A 답변이 제지 효과보다는 사태를 더 키우고 있었기에 이런 조언이 많았습니다).
십여 번도 넘게 공지를 작성했고, 사람들에게 의견을 구했습니다. 그래도 제가 작가인데, 제가 호소하면 사람들이 들어주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시 의견을 구한 모든 분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셨기에, 저로서는 공지의 결과를 확신할 수가 없었습니다. 상황이 조금이라도 나아진다면 다행이었지만, 조금이라도 더 심각해진다면 그 피해는 제가 아닌 엉뚱한 사람들이 고스란히 짊어질 것이었습니다.
결국, 남은 선택지는 두 작품을 모두 검토하여 ‘법리적 표절’의 영역에서 대응하는 것뿐이었습니다. 문제는 당시 저희 두 사람이 다른 사람의 글은커녕 저희 글을 다시 읽는 것조차 힘든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그래도 어떻게든 해당 작품을 읽어 보고자 했고, 유사성 의혹을 받은 작품을 변호할 수 있는 부분을 위주로 어설픈 비교라도 해서 사이버불링을 막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이 또한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상대 법무법인 측의 주장은 단순히 “주구운은 전독시의 표절이 아니다”가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상대측의 주장을 수용하기 위해서는 “주구운은 전독시와는 무관하게 만들어진 창작물”이라는 상대측의 전제를 먼저 증명해야만 했는데, 두 작품의 유사성을 비교하는 과정에서 이를 증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습니다.
어설프게나마 정리한 내용을 공지로 쓰려 했던 적도 있습니다. 표절 소송을 담당하던 법무법인의 만류로 인해 이 공지는 보류되었는데, 당시 제가 쓴 내용은 독자님들을 설득할 만한 법적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주구운’의 유사성 중 일부는 담당 법무법인에서 진행 중이던 소송과도 관계가 있었습니다. 진행 중이던 소송은 웹소설 업계에서 ‘포괄적·비문자적 유사성’으로 표절 여부를 결정하게 될 첫 판례였고, 아마도 이 판례의 결과는 “이 정도는 비슷해도 되겠네” 또는 “이 정도로 비슷하면 문제가 되는구나”를 가늠할 척도가 될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소송이 제대로 진행되기도 전에 제 섣부른 공지 때문에 모든 것이 엉망이 될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저만 피해를 보는 형태라면 모를까, 법률 대리 및 소송비 일체를 맡고 있었던 것은 저의 계약사인 문피아였습니다.
다시 말해, 제 무지한 발언은 아무것도 바꾸지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습니다.
대체 제가 뭘 할 수 있는지 몰라 혼란스럽던 와중에, 은소로 작가님에게 쏟아지는 사이버불링은 멈출 줄 몰랐습니다. 너무 답답해서 작가 간에 직접적인 대화가 오갔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린 적도 있으나 역시나 이루어지지 못했고, 계약사들은 철저하게 대리인의 형태로만 일을 진행했기에 상황은 고착되어 갈 뿐이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문피아 매니지먼트 측에 상대 작가님을 최대한 배려해달라고 전하는 것. 그리고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기 위해 어떻게든 양 작품에 대한 철저한 검토를 마친 후, 모두가 동감할 수 있는 결과물을 가져오는 것이었습니다.
그게 잘 되었다면 정말로 좋았을 것입니다.
그것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 것은 제 잘못입니다.
저도 사태가 해결되기를 바랐고, 매일 밤잠을 설치며 원고를 검토했습니다. 하지만 80편가량의 ‘주구운’과 460편의 ‘전독시’를 문장 하나하나 비교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했고, 이미 진행 중인 검토 건도 있었으며, 매일 써야 할 연재분과 밀린 일들이 겹치며 상황은 점점 나빠지기만 했습니다.
결국 8월 30일에 문피아 측은 상대측에 입장문을 전달하게 되었습니다. 독자님들도 알고 계시는 “문제시된 항목만으로는 표절을 가름하기 어렵다”는 내용이 담긴 입장문입니다.
문피아 측에서는 달리 선택 방안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양사의 실무진은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고, 제 부실한 검토 내역이나 상대측에서 받은 입장문의 내용만으로는 당시 여론을 충분히 진정시킬 만한 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이 불가능했습니다. 문피아 측에서는 “법적 표절을 제기할 생각이 없다”는 의견을 전하는 것에서 사태를 마무리하고자 했고, 사태는 1차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하지만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 다시 여론에 불씨가 지펴졌습니다. 양사 측의 언어는 소속 작가를 지키는 데 주력하는 까닭에 정확하거나 직접적이지 못했고, 논의는 여전히 진전이 없었습니다.
결국, 제가 모든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상황이 종료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 사태가 일어난 후 줄곧 개인적인 공지를 쓰겠다는 이야기를 해왔었고, 문피아 측은 그것을 말려왔습니다. 쏟아지는 비난을 제가 모두 뒤집어쓸 것이란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몇 번이고 설득한 끝에, 11월 1일이 되어서야 개인적인 공지를 작성하여 업로드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미 너무 늦은 후였습니다.
병증이든, 연재든, 밀린 검토안이든······ 지금 와서 무슨 이야기를 하든 이것은 자기변호에 지나지 않고, 은소로 작가님이 받은 상처가 나아지지 않는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전후 사정이 있었든 결과적으로 저는 은소로 작가님이 받은 사이버 불링을 막지 못했고, 이에 관해 책임이 있습니다.
저를 만류하셨던 분들은 모두 저를 걱정해서, 혹은 사안의 매뉴얼에 따라 행동해주셨을 뿐이고, 저는 제가 할 수 있었던 것보다 더 많은 것을 할 수도 있었다 생각합니다. 이것은 평생 제가 짊어지고 가야 할 짐이고, 앞으로도 씻을 수 없는 죄업일 것입니다.
위의 타임라인을 공개한다고 제 죄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이 이야기를 밝힌 것은, 제가 은소로 작가님께 해악을 끼치기 위해 고의로 상황을 방관한 것이 아님을 알려드리기 위함입니다.
또한 이번 공지를 올리게 된 이유는, 그때 이후 발생한 논란에 관해 구체적인 답변을 드리기 위함입니다.
(2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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