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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타 님의 서재입니다.

최면술사 K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휴먼스타
그림/삽화
휴먼스타
작품등록일 :
2020.12.17 21:43
최근연재일 :
2020.12.19 01:24
연재수 :
2 회
조회수 :
82
추천수 :
0
글자수 :
13,658

작성
20.12.19 0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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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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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9쪽

2화

DUMMY

쾅쾅쾅


다부진 남자가 차창을 부술 듯 두들겨댄다.


“야 이 새끼야, 내려!”


이민호가 놀란 토끼 눈으로 다부진 남자를 올려다봤다. 다부진 남자는 건장한 체격에 성질 더러워 보이는 인상이다.

이민호는 커진 눈동자로 바라볼 뿐이다.


[자, 이제 이민호씨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요.]


“뭐, 뭘 어떻게 하라는 겁니까!”


[두들겨 패고 싶다 했잖아요!]


“이, 이거 최 최면 맞죠? 나 저 새끼 두들겨 패도 뭐 아무 일 안 벌어지죠? 깽값 물고 그런 거 없죠?”


[그렇다니깐요? 어서 나가서 신나게 두들겨 패세요.]


“좋아 씨! 너 이 새끼야! 오늘 아주 죽었어!”


하지만 내리자마자 이민호는 멱살을 잡힌다.

다부진 남자에게 멱살을 잡히자 현타가 찾아와 겁을 먹기 시작한다. 아무리 최면 속이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처럼 느껴지는 모든 주변 상황과 느낌이 마치 현실 같았다. 또다시 용기가 나질 않았다. 다시 병신이 된 느낌이다.

이민호는 멱살 잡힌 채로 다부진 남자에게 기껏 한다는 말이 어제와 똑같은 말이다.


“이봐요 좀 끼어든 거 가지고 그렇게 창문 내리고 쌍욕을 해요? 너무 심한 거 아닙니까? 나도 잘 한 거 없지만, 잘잘못을 따져보면 당신도 잘 한 거 없어!”


“존*한 *새*가 싸가지없게 끼어들고는! 조둥이만 살아서 뭘 잘했다고 나불거려! 이 씨*새*야!”


“뭐? 씨*새*?”


“그래 이 씨*새*야!”


하면서 멱살을 잡은 채로 다부진 남자가 한 방을 날린다.




이민호는 죽탱이를 한 대 맞자 극심한 통증과 함께 두려움이 밀려오자 이게 최면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안 되었다.


[뭐 하고 있어요. 같이 욕하고 때리란 말이야. 당신도 멱살 잡아!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돼!]


“정말, 정말 한다. 진짜 씨* 나도 한다 진짜!”


[하라니까, 어서 해! 여긴 최면 속일 뿐이야!]


어디선가 들려오는 전찬민 최면사의 목소리에 이민호는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다부진 남자의 멱살을 와락 잡았다.


“너 이 새끼야, 진짜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냐? 내가, 내가 너 못 이길 거 같냐 이 개*새*야.”


“이 젖*리 같은 새끼가 덜 처맞았나!”




이민호는 한 대 더 맞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멘붕에 빠져버린다.


[뭐해! 당신도 선빵을 날려! 재지만 말고!]


“뭐야 *발 이거 왜 이렇게 아파. 이거... 최면 맞아?”


[최면이라고 당신이 슈퍼맨이라도 될 줄 알았나? 어우 답답해! 너도 욕하고 때리란 말야!]


“야 이 개*끼야!”


이민호가 소리 지르며 다부진 남자 얼굴을 향해 주먹을 내질렀다.

다부진 남자가 한 대 맞자마자 열 받아서 미친놈처럼 마구 주먹을 내질렀다.


빡빡빡


완 펀치, 투 펀치, 쓰리펀치를 연달아 무방비 상태로 얻어맞자 이민호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이민호도 물러서지 않았다. 주먹을 마구 내질렀다.


휙휙빡휙


하지만 이민호 주먹은 다부진 남자의 얼굴을 대부분 비껴갔다.


빡빠바박


오히려 더욱더 두들겨 맞을 뿐이다. 얼굴이 부서질 것 같다. 시야도 흐릿해지고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다.

이민호는 이제 두려움이 아니라 공포가 밀려왔다. 맞다가 죽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이건 최면 속이다. 현실이 아니다. 죽지도 않고 죽인다고 해도 깜빵에 가질 않는다. 몇 대 맞고 나자 이상한 용기가 생겨났다.

정신을 차리고 상대를 노려봤다. 이미 부어오른 오른쪽 눈은 반쯤 감긴 상태로 상대가 시야에 들어왔다.

다부진 남자도 조금 당황한 듯 보였다.

왔다 갔다 거리를 재고 주먹을 휘둘렀다. 서로 주먹을 휘둘렀다. 이제부터 인정사정 볼 것 없이 서로 주먹을 휘두르고 맞고 비틀거리고 난리블루스를 추기 시작했다.

힘겨운 싸움은 계속됐다. 이제 막상막하다.

싸우기 전의 두려움은 모두 없어졌다. 꼭 이겨버리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여전히 다부진 남자는 강력했다.

이민호가 입에서 침을 뱉자 붉은 피가 나왔다.


“아씨 좀 도와주려면 좀 화끈하게 도와주든지, 어떻게 좀 해 봐요!”


이민호가 죽상이 된 얼굴로 소리쳤다.

그리고 주먹을 다시 한번 내질러보지만 다부진 남자의 주먹에 더 맞을 뿐이다.


[답답한 사람 정말! 잠깐 있어 봐요, 내가 들어갈 테니까!]


“빨리요, 빨리 좀 도와줘요.”



***



현실.


최면에 걸려 눈을 감고 있는 이민호가 죽을상을 쓰고 있다.

전찬민이 이민호 손을 잡는다. 그리고 눈을 감고 최면에 빠져들어 간다.

주술을 중얼중얼 외우기 시작한다.



***


최면 속.


전찬민의 주술이 들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세상이 멈춰버렸다. 바람도, 햇살도, 소리조차 모든 게 멈춰버렸다.


이민호가 타고 온 승용차 문이 열리고 전찬민 최면사가 차에서 내려 걸어온다.

전찬민의 등장은 신비로움 그 자체다.

계속 입술을 움직이며 말하는 전찬민의 주술이 세상의 모든 소리를 대신하듯 들려왔다.

세상은 모든 게 멈춰버렸고 차에서 내려 걸어오는 전찬민의 주술이 끝이 나자 모든 게 원래대로 돌아왔다.


전찬민이 다가오면서 잔소리를 퍼붓는다.


“싸움도 더럽게 못 하네, 이 답답한 양반아, 지금 복싱 경기해? 지금 스포츠 경기하냐고! 짐승같이 싸우란 말야! 물고 뜯으란 말야! 속이라도 시원하게 풀리게 한바탕 지랄을 하란 말야. 당신, 하고 싶은 대로 해! 흙이라도 뿌리고 돌멩이라도 잡고 싸우란 말야! 최면 속에서는 뭘 해도 상관없어!”



“싫어! 정정당당하게 싸워서 이길래!”


“지랄하네.”


“어떻게 좀 해봐요! 이 새끼 너무 세단 말야! 열라 아프단 말야! 이거 최면인데도 왜 이렇게 아파!”


“처맞으면 아픈 게 당연하지!”


전찬민 최면사와 이민호 내담자가 서로 옥신각신할 때 지켜보던 다부진 남자가 열이 뻗쳐 소리쳤다.


“넌 또 뭐 하는 호구 *새끼냐?”


“뭐? *새끼? 어허, 이 사람이 입에 걸레를 물었나, 말끝마다 욕지거리야?”


전찬민 최면사가 다부진 남자에게 한마디 하자 다부진 남자가 이번엔 전찬민에게 다가온다.


“너도 처맞아 볼래, 이 젖*린내 나는 새*야!”


다부진 남자가 전찬민 멱살을 잡으려 하자 전찬민이 겁을 먹고 도망치기 시작한다.


서로 잡힐 듯 말 듯. 위험천만!


전찬민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했다. 아직 자신의 능력을 모르고 있었다.


“아, 맞다 나 최면술사잖아? 여긴 내가 맘대로 할 수 있는 거 아닌가?”


전찬민이 다가오는 다부진 남자의 다리 쪽으로 손을 뻗어보자 다부진 남자의 다리에 밧줄이 칭칭 감긴다.


다부진 남자가 놀라서 꼼짝 못 한다.


빡빡빡


이민호가 달려와 다부진 남자 얼굴을 주먹으로 사정없이 두들겨 팬다.


“그렇지! 잘 한다! 우리 편! 잘 한다!”


전찬민이 손뼉을 치며 신이 났다.

하지만 다부진 남자가 밧줄을 풀러 버리고 다시 이민호의 아구창을 날려버린다.

다시 처맞기 시작하는 이민호.


‘아우 병신.’


전찬민은 답답해했다.

이민호는 아무리 주먹을 내질러도 다부진 남자에게 상대가 되질 않았다.


결국, 이민호는 전찬민 뒤에 숨어버린다.

보다 못한 전찬민 최면사가 혀를 찬다.


“아이 답답한 양반! 그냥 죽인다고 생각하고 덤비라니깐! 눈도 찌르고 낭심도 걷어차란 말야!”


다부진 남자가 무섭게 다가오면서 말한다.


“이 젖*리 새*들아! 쌍으로다가! 죽어볼래!”


하면서 다부진 남자가 전찬민 최면사 멱살을 와락 잡는다.


“이 사람이! 지금 나 상담하는 거 안 보여? 상담 중이니까 넌 좀 잠깐 있어 봐.”

전찬민은 자신의 능력을 확인한 이후로는 자신감이 붙었다.


“상담 지랄하고 자빠졌네! 이 *쌔*야!”


하면서 다부진 남자가 주먹을 날리려 했다.


“이거 왜 이리 말귀를 못 알아 처먹어? 저기 저 나무에 매달려 있어 새끼야.”


전찬민이 말하고 돌아서서 이민호 내담자를 계속 꾸짖었다.

다부진 남자가 어느새 사라졌다.

그리고 전찬민 말대로 조금 떨어진 가로수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었다.


전찬민은 이민호를 계속 꾸짖었다.

이민호가 전찬민의 능력을 보며 씨익하고 웃었다.


나무에 매달인 다부진 남자는 고래고래 소리치며 욕을 했다.

하지만 나무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계속 잡고 매달려서 버둥거리며 소리쳤다.


“아, 시끄러! 재갈이나 물고 있어 자식아!”


라며 전찬민이 또다시 다부진 남자에게 말하자 다부진 남자 입에 재갈이 물렸다.


읍읍


다부진 남자는 재갈 물린 입으로 말도 못 하고 욕도 못 하고 버둥거리며 계속 매달렸다.

그 모습을 이민호가 더욱더 신기하게 바라봤다.

그리고 전찬민 최면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존경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전찬민이 이민호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한다.


“저 사람 힘 좀 쫙 빼놓을 테니까. 힘 빠지면 두들겨 패세요. 알았죠?”


이민호는 방긋 웃으며 좋아했다.


“네 최면사 선생님.”


이민호는 90도 인사를 하며 대답했다.

다부진 남자는 나뭇가지에 매달려 계속 버둥거렸다. 힘이 장사였다.

바라보던 전찬민이 말한다.


“아 저 새끼, 보약을 처먹었나, 힘이 엄청 세네, 저 새끼 힘을 어떻게 빼지? 야 이 자식아, 나무 끌어안아!”


라고 전찬민이 말하자 나뭇가지에 매달리던 다부진 남자가 어느새 나무 기둥을 양팔과 양다리로 끌어안고 버둥거렸다.


“아니, 저거 가지고 안 되겠다. 팔굽혀 펴기 백번 해 자식아!”


자신감이 붙은 전찬민은 신비로운 춤을 추면서 주문하자 나무 기둥을 끌어안던 다부진 남자가 갑자기 땅바닥에서 팔굽혀 펴기 100번을 시작했다.


“더 빨리해! 자식아! 정확히 배때기 붙였다가 팔꿈치 쭉 편다!”


전찬민이 훈련소 독사 조교처럼 말하자 다부진 남자는 정확한 팔굽혀 펴기 100번을 한다.

100번을 모두 채우자 다부진 남자가 철퍼덕 땅바닥에 배때기를 깔고 쓰러진다.

팔에 힘이 빠진 채로 흐느적거리며 일어서며 말한다.


“이 새끼들! 니들 진짜 다 죽었어!”


다부진 남자는 양팔을 흐느적거렸지만, 아직 눈빛은 살아 있다.

전찬민과 이민호는 다가오는 다부진 남자를 보자 겁이 났다.

양팔을 흐느적거리며 걸어오는 다부진 남자의 폼이 마치 좀비 같았다.

전찬민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듯 고함을 지른다.


“저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토끼뜀으로 와! 자식아!”


기괴한 춤을 추면서 주문을 소리치자 다부진 남자가 갑자기 토끼뜀으로 오기 시작했다.


폴짝폴짝


겨우 다가올 때쯤 다부진 남자는 벌벌 떨리는 다리로 겨우 일어선다.


“이제 됐죠?”


전찬민이 이민호에게 여유롭게 말하자 이민호는 자신감 있는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야 이 *새*야!”


이민호가 그 어느 때 보다 자신 있는 소리로 외쳤다.

어깨도 쭉 펴고 배도 내밀며 다가가서 주먹을 휘두르기 시작한다.

다부진 남자는 팔굽혀 펴기와 토끼뜀으로 팔다리 힘이 쭉 빠지고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제야 서로 막상막하가 됐다. 대등한 싸움이 시작됐다.

이민호는 여전히 얻어터지면서도 주먹을 휘둘렀다.

아까처럼 다부진 남자의 주먹은 세지도 않았고 빠르지도 않았다. 지금은 맞을 만했다.


“그렇지! 물고 뜯고 할퀴고 박살 내버려!”


옆에서 싸움 구경을 하듯 지켜보는 전찬민이 신나서 응원했다.

마치 UFC 최고의 난타전 영상을 보듯이.

이민호가 마지막 주먹을 날리고 멱살을 잡고 이마로 들이받았다.


“잘한다. 우리 편!”


전찬민은 신나서 계속 박수와 환호성을 질렀다.

이민호도 신나게 다부진 남자를 두들겨 팼다.

다부진 남자는 만신창이가 된 얼굴로 더이상 싸울 엄두를 내지 못했다.

이민호가 다부진 남자 다리 사이를 걷어차고 머리를 잡고 다시 한번 머리로 찍어 버린다


결국, 다부진 남자를 서 있을 수 없는 지경에 다다르자 땅바닥에 쓰러진다.

쓰러진 상대를 보자 이민호 표정이 이제야 밝아진다. 속이 뻥 뚫린 거 같은 느낌에 환하게 웃는다.

이민호와 전찬민이 손을 번쩍 들어 서로 하이파이브를 한다.

이민호가 기쁨의 비명을 지른다.


“으아... 와 씨, 이제 살 거 같슴다! 이거 완전 대박인데요?”


이민호가 전찬민에게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최면술을 칭찬했다.

이제 상담을 마치겠다는 듯, 전찬민이 손목시계를 보며 말한다.


“이런, 상담 시간이 5분 경과됐습니다. 오버 차지 있습니다.”


“좋습니다. 생각 같아서는 따블로 드리고 싶습니다. 오버 차지 얼마든 드려야죠, 이렇게 속 시원하게 해 주셨는데!”


하면서 다시 한번 다부진 남자를 내려다보며 말한다.


“야 이 개*새*야 너나 운전 똑바로 해, 이 젖*리 나는 새*야! 씨* 개*끼야, 담에 만나면 아주 죽인다 이*끼야.”


“자자자 갑시다. 쓰러진 상대한테 너무 그러는 거 아닙니다.”


“근데, 어떻게 나가죠? 현실로?”


“차를 타시죠.”


“차요?”


“네.”


전찬민이 승용차에 올라타자 이민호도 함께 올라탄다.


“근데, 요 앞에 냉면 죽이게 하는 데 있는데, 제가 사드리겠습니다.”


“오버 차지 더 생길 텐데요?”


“참나, 최면사님, 죽을 거 같은 놈 살려줬는데, 그깟 돈이 문제입니까? 가시죠!”


“좋습니다.”


“근데, 맛은 있겠죠? 뭐, 최면 속이라고 해서 아무 맛도 못 느끼고 그런 건 아닌가요?”


전찬민 최면사가 대답 대신 차 안에 터진 귤을 까서 나눠 먹었다.

시큼한 귤 맛이 입안에 퍼지자 전찬민과 이민호가 씨익 웃으며 출발했다.

승용차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



눈을 감은 전찬민이 이민호의 손을 놓자 먼저 최면에서 깨어난다.

눈을 감고 아직 최면 속에 있는 이민호는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다.


“이민호님? 소리가 들리면 잠에서 깨어납니다. 하나, 둘...”




이민호 귓가에 손가락을 튕겼다.

눈을 뜨는 이민호는 입맛을 다셨다.


“쩝, 어우, 냉면 열라 맛있네, 선생님은 어떠셨어요?”


“국물이 끝내줬습니다.”


“암튼 감사드려요. 최면사님 덕분에 속이 뻥 뚫렸습니다. 그 자식 더 못 때린 게 아쉽네, 선생님 추가 요금 계좌로 넣어드리면 되죠?”


“네 맞습니다. 그럼 전 이만.”


조수석 문을 여는 전찬민에게 이민호가 말한다.


“최면사님? 제 주변에 열 받아서 죽겠다는 놈들 있는데, 소개해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전찬민이 차에서 내린다.

이민호가 차창을 내리고 궁금한 표정으로 말한다.


“차 안 가지고 오셨어요?”


“네, 건강 삼아 걸어왔습니다.”


이민호가 씨익 웃어 보이더니 차창을 올리고 출발했다.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차를 안 가지고 왔다는 말은 거짓말이다.]


전찬민은 서류가방에서 노트북을 꺼내 주차장 벤치에 쪼그려 앉아 상담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난 차가 없다. 상담센터도 없다. 지금 나에게 남은 건 오직 상담센터 홈페이지와 노트북뿐이다. 하지만 걱정 없다. 돈이 되는 사업 아이템을 발견했으니까. 최면 속에서 분노를 속 시원하게 날려주는 최면상담! 이게 돈이 되는 상담이란 걸 알았다.]


접속한 홈페이지는 기존에 해 왔던 부부상담, 교육상담, 청소년 상담, 은퇴상담, 등등은 홈페이지에서 모두 없애고 오직 ≪최면 싸움 액션 상담≫만 전문으로 하는 홈페이지로 만들기 시작한다.


[홈페이지를 싹 다 지우고 오직 사람들 분노를 속 시원히 풀어주는 ≪최면 액션 상담≫만 한다. 충분히 많은 보수를 지급할 만큼 가치 있는 일이며 나 또한 재밌고 신난다는 일이다]


좀 도발적인 카피 문구를 홈페이지에 쓰기 시작한다.


“화나는 일이 있거나, 분노가 터져서 누군가 박살 내고 싶다면 내게 연락해. 현실에서 주먹질해서 사고 치지 말고, 이 세상 모든 분노는 내가 잠재운다. 내가 누구냐고? 나는 출장 최면술사야.”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알리기 위해서 각종 SNS에 홈페이지를 업로드 시키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



전찬민이 잠실 대교 북단에서 걸어온다.

핸드폰을 켜고 홈페이지에 접속해 본다.


벌써 다섯 개의 댓글이 달렸다.

찬찬히 읽어내려가 본다.

아이디 ‘아작아작’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아작아작]

- 안녕하세요. 상담사님, 저는요 새 학기 시작하고 몇 주 있다가 제 친구 몇 명이 저한테 제 베프를 따 시키자는 거예요. 그래서 생각해보니깐 평소에 저 말고도 다른 애들한테까지 싸가지없게 굴었던 거···.


[놀고 있다]

- 최면 싸움 상담? 이거 사기 아닌가? 상담사님, 이거 사기 맞죠? 왜 그렇게 사세요? 사기 치고 사는 거 가족들 알고 있어요? ㅋㅋㅋ


[나가 뒈져]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브라카다브라]

- 오늘 집에 오다가 지하철을 탔는데, 사람들이 많이 타 있더군요. 근데 제가 타자마자 옆모서리에서 고등학생 같기도 하고 아저씨 같기도 한 녀석이 제 얼굴을 뚫어져라. 야려 보는 게 아닙니까···.


[저 좀 살려주세요]

- 비밀댓글


다섯 개의 상담의뢰 댓글 중에 두 개는 시간이 지나면 잊힐만한 사연들이고 나머지 두 개는 최면상담은 사기라며 욕하거나 조롱하는 댓글이고 마지막 비밀댓글을 확인하자마자 눈에 들어왔다.


[저 좀 살려주세요]

- 최면 상담사님, 너무 답답하고 미칠 거 같아서 도움 요청합니다. 급해요. 이대로 있다간 사고 칠 거 같아서 인터넷 뒤지다가 상담사님을 보게 됐습니다. (사연 생략) 010-XXX-XXXX


마지막 상담의뢰 댓글을 끝까지 읽어내려가 보니 이 정도 열 받는 일이라면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그래서 돈 냄새가 났다. 충분히 많은 보수를 지급하고 최면상담을 받을 만한 내담자이다.


[아직은 사람들이 ‘최면 싸움 액션 상담’이 뭔지를 몰라서 댓글이 적을 뿐이지만 곧 수많은 댓글이 달릴 것이며 넉넉한 보수가 되는 상담 일이 들어올 것이다. 왜냐면 오늘도 열 받는 일을 당한 사람들이 수백, 수천 명도 넘을 테니까.]


돈 냄새가 나는 마지막 상담의뢰 댓글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일이 많아지면 떠나갔던 동료 상담사들과도 다시 같이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피땀 흘려 세웠던 상담센터 건물도 되찾고, 할 일이 많다.]


전화가 연결된다.


“안녕하세요. 상담센터 홈페이지에 화나는 사연을 댓글을 남기셨죠?


- 네, 맞습니다. 선생님? 저 좀 살려주세요! 그 새끼만 생각하면 아직도 미칠 거 같아요.


“네네, 우선 어느 정도까지 해 드리면 될까요? 그러니까. 그냥 시원하게 욕하는 게 레벨1, 귀싸대기 날리는 거까지 해 드리는 게 레벨2, 주먹으로 구타하는 거가 레벨3.”


- 레벨4는 없나요?


“비용이 셀 텐데요?”


- 상관없습니다.


“말씀드린 상담 비용에 2배입니다.”


- 상관없다니까요. 전 가진 게 돈밖에 없으니까!


“흠, 레벨4는 가벼운 무기로 두들겨 패는 겁니다.”


- 레벨5는 그거보다 더 센 건가요? 그게 뭐죠?


“.......”


아무래도, 다음 최면상담은 뭔가 신나는 최면 액션이 벌어질 거 같다.

또한 최면 속에서 벌어질 나의 능력도 기대가 된다.

3화 썸네일.png


작가의말

최면술사 K!
웹 영화 제작, 유튜브에 공개한 '최면술사 K' 영화와 함께 즐기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seC4Jqj1DOU

"이 세상 모든 분노는 내가 잠재운다." 라고 외치며 최면으로 분노를 잠재우는 출장 최면술사!
과연 그의 여정은 어디로 갈것 인지:)
#액션 #코믹 #판타지 를 한방에 느껴보세요.
따분한 상담소를 떠나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의뢰자를 만나는 최면술사 K

첫 번째 에피소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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