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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스타 님의 서재입니다.

최면술사 K

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퓨전

휴먼스타
그림/삽화
휴먼스타
작품등록일 :
2020.12.17 21:43
최근연재일 :
2020.12.19 01:24
연재수 :
2 회
조회수 :
85
추천수 :
0
글자수 :
13,658

작성
20.12.17 21:53
조회
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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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글자
11쪽

1화

DUMMY

[내가 심리상담 일을 하면서 힘든 점이 세 가지가 있었는데 첫째는 적은 수입에 둘째는 피곤한 내담자, 셋째는 재미없는 상담일 이였어. 맞아, 한마디로 총체적 난국이야.]


30대로 보이는 한 남자가 잠실 대교 남단에서 걸어온다.


그의 이름은 전찬민. 직업은 심리상담사. 아주 특이하고 강력한 최면을 구사하는 상담사다.


그의 발걸음은 특이했다. 발걸음만 특이한 게 아니었다. 손짓, 눈짓, 발짓, 어느 것 하나 평범하지가 않았다.


[지금 난 차가 없다. 상담센터도 없다. 센터가 쫄딱 망한 뒤로 같이 일하던 동료 상담사들 밀린 급여 챙겨주느라 상담센터도 넘겼고 차도 팔아치웠다. 지금 나에게 남은 건 오직 상담센터 홈페이지와 노트북뿐이다. 하지만 걱정 없다. 출장 상담으로 다시 일어서면 되니까. 상담센터가 없다고, 책상이 없다고 상담 못 하는 것은 아니니까.]


전찬민의 몸짓만 특이한 게 아니었다. 손목에는 기괴한 장식의 팔찌들이 가득했다. 손을 흔들면 금방이라도 온갖 귀신들을 불러 모을 것만 같았다. 옷차림도 특이했다.


한마디로 전찬민은 어느 것 하나 평범한 게 없어 보였다. 가장 압권은 그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신비로운 주술이었다. 들릴 듯 말듯 쏟아내는 알 수 없는 주술은 그의 신비로움을 한층 더했다.


전찬민 상담사는 어느새, 잠실 대교를 지나간다.


12시 예약 손님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



똑똑


전찬민이 야외주차장에 세워둔 4053 차량번호 차창을 두들긴다.


차창이 내려오면 운전석에 이민호 내담자가 분노 가득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금방이라도 사고를 칠 것만 같았다.


이민호는 귤을 들고 있었다. 어찌나 주물러댔던지 곧 귤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의 심리상태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이민호 선생님? 전찬민 상담사입니다.”


이민호가 전찬민을 바라봤다. 분노에 잠시 눈이 멀어 이제야 전찬민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전찬민이 치장한 갖가지 액세서리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신비롭기도 했고 기괴하기도 했다.


“일찍 오셨네요?”


“차 문 좀 열어주시겠어요?”


“저, 선생님? 한 가지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네 말씀하세요.”


“오늘 부부 상담 말고 딴 거 할 수 있을까요?”


“딴 거? 뭐요?”


“죽이고 싶은 놈이 있습니다. 지금 그놈 때문에 화병에 걸린 거 같습니다. 미치겠어요! 부부 상담 같은 건 눈에도 안 들어 옵니다. 이 미칠 거 같은 마음 좀 치료해 주십쇼!”


“화병을 치료해 달라?”


“네, 최면으로요.”


“최면이요?”


“선생님, 최면도 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네, 할 수는 있죠, 설마···. 그 열 받게 한 사람을 최면으로 불러내서 때리기라도 할 겁니까?”


“네! 바로 그겁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방법밖에 없어요! 안 그러면 지금 당장 그 자식을 죽이러 갈 거 같습니다!”


갑자기 시동을 걸더니 기어를 넣기 시작한다.

서둘러 말렸다.


“아! 나! 참! 이거 왜 이러십니까! 뭔 사고를 치려고! 알았어요! 최면에서 그냥 때리기만 할 거죠?”


“네! 제가 두들겨 맞은 만큼요!”


“두들겨 맞았다구요?”


“네!”


“신고하세요!”


“그래서는 분이 안 풀려요!”


“왜요!”


“내 영혼까지 탈탈 털렸으니까!”


“도대체 뭔 일이 있었던 겁니까! 좋습니다. 한번 해보죠.”


“근데···. 이런 상담 한 번도 안 해보셨죠?”


“뭐, 그렇죠.”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괜히 한 번도 안 해보신 상담, 마지막 상담 비용 까내시려고 한다는 거 아닙니까? 만약 기분 안 풀리고 돈은 돈 대로 나가면 기분이 더 더러워질 것 같은데. 지금 확실하게 말씀해 주세요. 확실히 치료할 수 있는 거 맞아요?”


“열 받게 한 사람 불러내서 두들겨 패기만 하면 된다면서요! 간단하네요!”


“좋습니다.”


“그럼 이제 시작해 볼까요?”


“최면은 어떻게 거세요? 레드 썬! 뭐 이런 건가요?”


“아뇨, 저랑 대화하는 가운데 아주 자연스럽게 최면으로 들어갈 겁니다.”


“대화 중에요?”


“네, 이제부터 절 믿으시고, 차 문 좀 열어주시죠?”


“좋습니다! 타세요!”


“어이쿠, 차 냄새 좋네···.”


전찬민이 차에 오르면서 바닥을 보자 터져버린 귤들이 한가득 쌓여 있었다.

이민호가 열 받아서 터뜨린 귤들이다.

전찬민이 터진 귤들을 발로 치우면서 말한다.


“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상세히 말씀해 줘야 해요. 손등에 털이 곤두선 느낌까지! 모조리 다!”


“무섭게 말씀하시네, 알겠습니다. 모조리 다 말하죠.”


“언제였죠? 열 받는 일이?”


“어제 오전이요.”


“장소는요?”


“갓길이요.”


“갓길?”


“네, 제가 평소 출근할 때 차를 잘 끌고 가지 않는데 그날따라 차를 끌고 갈 일이 생겼어요.”


이민호가 어제 일을 떠올린다.

승용차를 운전하며 도로 위를 달리는 이민호.


“사실 끼어들기 같은 거 어쩔 수 없이 많이들 하잖아요? 내비게이션 한 번 잘못 보면 끼어들고 싶지 않아도 끼어들게 되고. 그러다 성질 더러운 놈 만나면 클락션 한 번 빵! 들어주면 되는 거고. 나도 끼어드는 차량에 열 받을 땐 클락션 울리고 그랬으니까요. 갑자기 끼어들면 열 받는 거 다 이해합니다. 어휴, 근데 어제는 정말, 아주 죽이고 싶은 놈을 만났어요.”


운전하는 이민호가 끼어들기를 하다가 옆 차 경적 듣고 인상을 쓴다.


“자, 진정하시고, 계속하세요.”


“꼭 그런 새끼들 있죠? 클락션 울리고 위협적으로 쫓아와서 창문 내리고 눈 흘기는 새끼들! 째려보는 거까지는 참을 수 있다 쳐요. 근데 그 새끼는 다짜고짜 쌍욕을 하더라니까요.”


“뭐라 욕을 했죠?”


“말하기도 싫어요.”


“말하셔야 합니다.”


“생각하면 열 뻗쳐서 죽겠어요!”


“어서요.”


“야 이! 젖비린내 나는 개*만한 십*끼야! 운전도 *도 못하는 *병신 새*가!”


“정말요?”


“네! 날 완전 *밥으로 보더라고요!”


“그래서요?”


“근데도 난 병신같이 암말도 못 했어요.”


“왜요? 화가 많이 났을 텐데?”


“겁이 덜컥 났습니다. 싸울까 봐, 일이 커질까 봐! 그래서 입 꾹 다물고 그냥 노려만 봤는데, 막판에 저도 열 받아서 욕 한 번 했더니 그때부터 계속 쫓아와서 욕을 기관총처럼 쏴대는데, 미치겠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됐죠?”


“그 자식이 차를 세우라고 하는 겁니다. 미친놈이! 한판 붙자는 거죠!”


“그래서 차를 세웠나요?”


“아뇨.”


“왜죠?”


“그냥 도망치고 싶었어요. 중요한 일도 있고 해서.”


“그래서 도망쳤나요?”


“도망치려는데 그 새끼가 계속 따라오더라고요! 저도 자존심 있는 놈이라 계속 도망만 못 치겠더라고요! 그래서 한 판 붙자고 생각했죠!”


“계속해요!”


“그 자식이 먼저 갓길에 세우고 저도 세웠죠, 그 자식이 번개같이 내리더니 씩씩거리며 걸어오더라고요.”


“그때부터 싸웠나요?”


“아뇨, 전 차에서 내리지 못했어요. 겁이 나서.”


“병신.”


“네?”


“아뇨 아뇨, 계속 말해요.”


“선생님, 지금 나한테 병신이라 했어요?”


“아뇨, 그 남자가 병신같은 놈이라고요. 차에서 안 내리고 선생님은

뭐 했나요?”


“그 자식이 문을 강제로 열더라고요. *새*가!”


“그래서요!”


“그때부터는 나도 눈이 완전히 돌아버렸어요. 이판사판 됐어요.”


“드디어 싸웠군요.”


“아뇨.”


“네?”


이민호는 들고 있던 귤을 사정없이 주물러댄다. 금방이라도 터질 것만 같다.


“차에서 내려 그 자식 얼굴 딱 보자마자 그냥 기가 팍 꺾였어요.”


“상대가 건달이었나요?”


“그 정도까진 아니었는데···.”


“계속하세요.”


“내가 미안하다고 사과까지 했습니다.”


“사과했다고요?”


“네! 그냥 미안하게 됐다고 먼저 사과했어요! 비겁하다, 겁쟁이다, 욕해도 그땐 어쩔 수 없었어요. 정말 싸우기 싫고 겁났으니까! 그래요. 선생님! 선생님이 말이 맞아요. 난 병신입니다.”


“자책하지 말고 그래서 어떻게 됐죠?”


“근데 그 *발*끼가 내가 미안하다고까지 했는데도 내 멱살을 잡는 거예요. 와, 진짜 멱살 잡히니까 다리에 힘이 쭉 빠지고 그 *새*가 주먹으로 막 때리려고 그러는데 전 완전 병신같이 쫄아버렸어요.”


“그냥 쫄아만 있었나요? 아무것도 안 하고?”


“네! 난 병신같이 잘잘못 따지는 말밖에 못 했어요. 나도 똑같이 욕하고 멱살 잡고 해야 했는데! 병신같이 멱살 잡힌 채로 말로만 떠들어댔으니!”


“왜! 왜 안 싸웠죠?”


“멱살 잡히고 보니까 그 새끼, 힘이 장사더라고요. 숨이 턱 막히는데 도저히 이길 자신이 없었어요.”


“그래서 욕 처먹고 끝났나요?”


“아뇨, 그러고 끝났으면 내가 이렇게 열 받지도 않죠!”


“얻어맞았나요?”


“아흐, 내가 정말 그때 생각만 하면 어우.”


이민호가 주물러대던 귤이 결국 터져버린다.


“얻어터지더라도 시원하게 한 판 싸울 생각을 내가 왜 안 했겠습니까!”


“그런데! 왜 못 싸웠죠!”


“아우, 내가 정말, 나도 왕년에 운동 좀 했거든요! 그 자식을 내가 반병신을 만들 수도 있어요. 그럼 뭐 합니까! 하루 완전히 잡치고 계획한 일은 다 엉망이 될 테고!”


“그런 이유 때문인가요? 상대를 병신으로 만들까 봐?”


“최면사님! 못 믿는 눈치시네요?”


“아뇨, 믿어요.”


“저 예전에 길바닥에서 세 놈하고도 싸운 적 있어요. 세 놈이요! 내가 세 놈 턱주가리를 모조리 아작을 냈다니까요! 내가 그런 놈입니다! 이번에도 그렇게 해 줄 수 있었습니다!”


“근데 왜 이번엔 못했나요!”


“그러니까! 내가 지금 속이 뒤집힌다는 겁니다. 병신같이 멱살 잡힌 채 쌍욕이나 처 듣고! 아무것도 못 하고! 어제 일만 생각하면 일이 손에 안 잡혀요! 그 자식을 당장 찾아가서 죽이고 싶어요! 병신같이 당하고만 있던 내가 미칠 거 같아요! 내 속 좀 풀어주십쇼!”


“오케이!”


전찬민 최면사가 재빠르게 이민호 눈을 손바닥으로 가린다.


“집중하시고 딱 소리가 들리면 그때로 돌아갑니다.”


“제발 저 좀 살려주십쇼!”


“좋습니다! 최면 속에서 시원하게 싸울 준비 됐나요?”


“네! 최면에서라도 그 자식 두들겨 팰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하나, 둘...”




손가락을 튕기자,



***


최면 속.


끽-


차량 두 대가 갓길에 급정거, 앞차 운전석 문이 벌컥 열리고 다부지게 생긴 남자가 걸어온다. 죽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뒤차 운전석 이민호는 겁을 먹은 눈동자로 차에서 내리지 못한다.


[저 남자예요?]


어디선가 전찬민 최면사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민호가 놀라서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또다시 들려왔다.


[이민호님, 놀랄 거 없어요. 여긴 최면 속 세계니까! 지금 최면 속으로 들어왔어요!]


이민호가 신기한 듯 얼굴을 만지고 꼬집어 본다. 꿈인지 최면인지 생시인지 확인한다.


쾅쾅쾅


다부진 남자가 차창을 부술 듯 두들겨댄다.


“야 이 새끼야, 내려!”


이민호가 놀란 토끼 눈으로 다부진 남자를 올려다봤다. 다부진 남자는 건장한 체격에 성질 더러워 보이는 인상이다.

이민호는 커진 눈동자로 바라볼 뿐이다.

1화 썸네일-8.png


작가의말

최면술사 K!
웹 영화 제작, 유튜브에 공개한 '최면술사 K' 영화와 함께 즐기시기 바랍니다.
https://youtu.be/seC4Jqj1DOU

"이 세상 모든 분노는 내가 잠재운다." 라고 외치며 최면으로 분노를 잠재우는 출장 최면술사!
과연 그의 여정은 어디로 갈것 인지:)
#액션 #코믹 #판타지 를 한방에 느껴보세요.
따분한 상담소를 떠나서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의뢰자를 만나는 최면술사 K

첫 번째 에피소드, 시작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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