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sh***** 님의 서재입니다.

인생 세탁소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라이트노벨

shyning
작품등록일 :
2020.06.14 19:09
최근연재일 :
2020.12.01 11:01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37
추천수 :
0
글자수 :
15,773

작성
20.11.29 10:56
조회
23
추천
0
글자
7쪽

3. 소개팅

안녕하세요.




DUMMY

‘짜르르르르’ 언제 들어도 적응 안 되는, 문 종소리가 점점 멀어진다. 뒤를 돌아보니

역시나 새하얀 담벼락 뿐. 가슴 쪽으로 90도 꺽은 내 왼팔에는 파티에서나 어울릴만한

옅은 베이지색의 화려한 원피스가 걸려 있었다.

‘뭐..변태 같은 취향은 아니다. 그냥 단지.. 궁금해서...사실 묘한 기대감도 있긴 하다.’


집으로 가는 골목길의 어스름에도 가슴은 두근거렸고, 얼굴 또한 희망에 가득 차

있었다. 그렇다! 드디어 내 인생에도 기회가 찾아 온 것이다. 한발 한발 내딛는 걸음은

희망으로 향하는 지름길 이었다.


‘끼이익’ 낡은 대문의 신경 긁는 소리에도 미소 지어 진다. 그동안 신경질 내며 발로 찼던 대문에게 미안함이 느껴졌다. 나는 대문의 문고리를 살며시 잡고, 정성을 다해 닫아주었다.

세상의 만물이 아름답게 보인다. 얕은 흥얼거림을 내며 들어간 방안에, 정성스레 원피스를

걸어 놓았다. 행여 먼지라도 묻을까 장롱 속 쳐 박혀 있는 ‘비닐 옷 커버’를 씌워 놓는다.


“이왕이면 예쁘신 분이면 좋겠어요. 내일도 잘 부탁드립니다.”


원피스를 향해 기도를 한 나는, 침대에 누워 조금 전 들었던 규칙의 일부를 떠올렸다.




-------------------------------------------------------------




“당신은 거울을 보셨는지요?”


한마디 내 뱉은 후, 노신사는 작은 손거울을 건내어 주었다.

오른손으로 천천히 잡아 든 나는, 무심결에 거울을 한번 슥 바라보았다.


“어..어? 누굽니까 이 사람은?”


“한성그룹의 대표, ‘이성주’의 얼굴입니다.

아까 말하지 않았습니까? 옷 주인의 인생을 살수 있다고.”


거울에 비친 모습은 내가 아니었다. 왼손으로 얼굴을 더듬거리며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려 확인을 해 보았다. 이 촉감과 내 의지대로 반응하는 거울속의 얼굴은, 분명 충분한

현실감이 있었다.


“네 번째 규칙입니다. 당신은 대여 한 옷 주인의 체형은 물론, 얼굴까지 복제 됩니다.”


“하..하하.. 대단하네요. 그렇다면 얼굴이 바뀌어도 행동하는데 제약이나 문제될 건

없을까요?.“


노신사는 빙긋 웃으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당신이 중심입니다. 세 번째 규칙과 연관되어, 두 기억은 서로 얽혀

재편성 됩니다. 물론, 타인에게도 말이지요.

자세한 사항은 다섯 번째 규칙에서 설명 드리겠습니다.”


나는 연실 얼굴을 꼬집어가며 꿈이 아니길 빌고 빌었다. 기대와 흥분감은 감출수가 없었는지,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사이로 내려오지 않는 입꼬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


“후후..마음에 드시니 다행입니다. 그럼 다섯 번째 규칙을 알려..드리...”





--------------------------------------------------------





알람이 울리기 전에 일찍 눈이 떠졌다. 언제 잠이 들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10시간

이상의 숙면을 취한 것은 분명하다. 또렷한 정신으로 설레는 하루 일과를 계획해 나갔다.


“일단 -첫 번째 규칙, 옷의 대여 시간은 24시간- 이니까....”


나는 중얼거리며 핸드폰의 알람 창을 열어, 23시간 후 로 설정 해 놓았다.

‘반납하는 시간의 여유는 있어야 하니까...’


-두 번째 규칙, 옷을 벗거나 손상되면 원래 모습으로 돌아온다.-


슬쩍 원피스를 바라보니 조금 선정적 인 것 같다.


“음.. 술을 조심해야 겠군.”


물을 한잔 먹고 소파에 앉아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원피스의 주인은 평범한 여대생이라고 했다. 노신사가 전해준, 곱게 접힌 종이를 펴보니

전화번호 하나가 적혀있다.


-세 번째 규칙, 옷 주인과 관련된 사소한 무엇이라도 듣는 순간, 기억흡수-


분명, 이 번호는 그녀와 관련된 누군가의 연락처일 것 이다. 집을 나서기 전에, 기억의

재편성이 이루어 져야 한다.


샤워를 마치고 거울 앞에 선 채, 원피스를 입는다.

한눈에 봐도 작은 사이즈라 찢어지지는 않을까 걱정했지만 놀랍게도 신축성이 대단하다. ‘애초에 착용도중 손상될 옷은 대여해 주지 않겠지?’


변화의 과정을 느끼지는 못했다. 눈 한번 깜박하니, 가슴 쪽 이 무거웠다.

혼자 있는 방안이지만, 괜한 죄책감에 주위를 둘러보았다. 당연하지만 아무도 없음을

확인한 후, 슬쩍 가슴으로 손을 가져갔다.


“아!! 굉장해!!”


연애 한번 못해본 모태솔로인 나로서는 처음 느껴본 감촉이었다.

‘사람살이 이렇게 부드러울 수가 있다니..’ 묘한 흥분으로 숨결이 살짝 거칠어진 나는

고개를 들어 거울을 바라보았다.


“!!!!”


순간 입 밖으로 나오는 환호성을 참느라 애를 썼다.

작은 얼굴에, 날씬하고 볼륨감 있는 몸매. 거울은 굉장한 미녀를 비추고 있었다.


“이..이게 정말 나인가..?”


옷 속에 들어가 있던 손을 빼고 손가락으로 얼굴을 살짝 찔러보았다.

‘무턱대고 꼬집어보다가 왠지 고운 얼굴 상처라도 날까봐...’







시계를 보니 벌써 두 시간이 흘러버렸다.

‘남자의 본능에 따라 가진 개인시간이 조금 길었나보다.’ 가슴팍까지 올라가 있던 치맛자락을 내리고, 거친 호흡을 진정 시켰다. 소기의 목적을 일부 달성한(?) 나는 주섬주섬 종이에 적힌 번호를 핸드폰에 입력했다. 통화 버튼을 누르자, 은은한 연결음과 함께 여성의 음성이 들려왔다.


“야! 뭐야 연락도 안되고!”


“으..응? 아.. 샤워 좀 하느라고...”


“됐고, 빨리와. 니가 졸라서 해주는 소개팅이잖아!.”


순간, 몸이 경직되며 기억이 흘러들었다.



21세 여대생 [정은지].

주위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유복하게 성장을 함.

특출난 외모에 구김 없는 성격까지 더해져, 만인의 관심을 독차지.

미대에 재학 중 이며, 천부적인 재능과 노력을 밑바탕으로,

다수의 개인 전시회 개최.

미술계의 떠오르는 신예.


나와는 진정 어울리지 않는 고귀한 분 이었다. ‘평범한 여대생이라더니 이 노인네..’

조금 전의 만행(?)에 크나큰 죄책감을 느낀다. 그래도 복제품(?)이라고 하니, 다행이다.

애써 위안을 삼는 동안 불현듯 한 단어가 떠올랐다.


‘아...소개팅..!’


“정은지! 대답도 안하고 뭐해!!”


“으..응 빨리 갈게.”


아름다운 여자의 삶의 시작은, 무려 남자와의 소개팅이었다.

무언가 암울해 지는 마음은 어쩔 수 가 없었다. 잘못하면 24시간의 대부분을

남자와 보내야 한다. 반드시, 자리를 일찍 끝내야 한다. 정신을 부여잡으려 노력해도,

그 남자에게 시간을 투자하기에는 너무도 아까웠다.




‘남자와 소개팅이라니....’




잘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인생 세탁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소개팅3 20.12.01 20 0 7쪽
4 4. 소개팅2 20.11.29 19 0 9쪽
» 3. 소개팅 20.11.29 24 0 7쪽
2 2. 규칙 20.06.14 26 0 8쪽
1 1. 화창한 날. 20.06.14 49 0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