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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 님의 서재입니다.

인생 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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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yning
작품등록일 :
2020.06.14 19:09
최근연재일 :
2020.12.01 11:01
연재수 :
5 회
조회수 :
136
추천수 :
0
글자수 :
15,773

작성
20.06.14 19:14
조회
48
추천
0
글자
5쪽

1. 화창한 날.

안녕하세요.




DUMMY

참 날도 좋다.

간만에 길을 나섰다. 그다지 내키지는 않았지만, 오랜 친구의 결혼식이라

어쩔 수 없이 무거운 발걸음을 떼었다.


올해로 만 33세. 무직. 연애경험 전무. 사회 부적응자. 하류인생.

세상이 기피하는 것들을 모두 가진 나의 이력이다. 얼마 남지 않은 주변인들은,

걱정을 표방한 한심한 눈빛을 보낸다. 물론, 이에 대한 면역체계는 단단히 갖추고 있다.

하지만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 아직 운이 없었을뿐. 아니, 기회가 찾아오지 않았을뿐.


이 나이에 정장 한 벌도 없다.

‘뭐 그럴수도 있지’. 스스로를 위로하며 세탁소로 향했다.

면접을 볼 때 두어번 들렀었던 나름 단골 세탁소가 있긴 하지만,

그곳까지 가기에는 현재 복장에 대한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는다.

‘무릎만 튀어나오지 않았어도..’


때마침, 가까운 거리에 한 곳 보인다. [인생 세탁소]..‘참 거창한 상호명이다’.


‘짜르르르르르’ 세탁소 문을 열자, 작은 종 수개가 잔망스럽게도 울린다.


“계십니까? 크흡!”


잠에서 깬지 얼마 안 되어서 목이 가라앉아 있었다. 괜시리 헛기침을 몇 차례 더 할 때

즈음 또각 또각 지팡이를 짚으며, 노신사 한분이 반겨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잘 오셨습니다.”


노신사는 탄성이 나올 만큼 고풍적이고 이색적인 턱시도를 입고 있었다.

그 뒤에는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의 긴 통로가 있었고,

통로 양 옆에는 셀 수 없을 만큼의 옷들이 전시되어 아니, 걸려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노신사와 입구 간판을 몇 번이나 번갈아 보고 확인하며 물었다.


“이..이곳이 세탁소가 맞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인자하고 푸근한 미소를 지으며 노신사가 대답했다.

나는 헛웃음을 지으며, 다시한번 세탁소 안을 둘러보았다. 흡사 도서관처럼 여러 갈래

직선의 통로들은, 건물 자체 크기의 상식을 벗어나 있었다. 내가 뭘 보고 있는건지,

얼떨떨해 있을 무렵, 노신사가 말을 걸어 왔다.


“허허허.. 손님은 어떤 용무로 오셨습니까?.”


세탁소는 물론 노신사의 분위기에도 압도당한 나는, 한 동안 멍하니 있다가 들려오는

물음에 깜짝 놀라 대답했다.


“아..아.... 결혼식이 있어서.. 정장 한 벌을 빌리려...”


인자함이 만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한번 까딱한 노신사는, 이내 옷 한 벌을 내어 왔다.

한눈에 봐도 고급스러운 원단은 먼지 한톨 용납하지 않는 냥, 촘촘하게 얽어매어 있었고

양복한번 못 입어본 나조차도 그 옷의 가치가 짐작 되어졌다.


“저.. 실은 돈이 얼마 없어서, 이런 옷 보다 평범한 옷이..”


“돈은 필요 없습니다. 어서 가져가시지요.”


내 말이 채 끝나기 전에, 노신사는 옷을 건내어 주며 피팅룸으로 안내해 주었다.

어영부영 대는 꼴이, 내 인생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얕은 한숨을 내쉰 후 옷을

갈아입기 시작했다. 수동적인 인생에 대한 자괴의 한숨은,

사실 비싼 옷에 대한 부담감이 더욱 많이 섞여 있었던 것 같다.

어찌됐던 환복을 마친 나는 조금 전과는 전혀 다른 기분 이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자신감? 내 평생 한번 갖을 수 없었던 그런 감정이었다.


“왜 무료로 빌려주시는 거죠?”


“대가는 이미 받았습니다.”


기괴한 분위기에 압도당해 이끌려 다녔지만, 자신감이 생겨나니 이성을 되찾을 수

있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노신사였지만, 크게 신경 쓰지는 않았다.

‘어차피 공짜인데, 좋은게 좋은거지’


“네..뭐. 그럼 오늘 중으로 반납하겠습니다.”


“예. 즐거운 시간 되십시오.”


즐거운 시간 이라니.. 하긴, 저 노인이 내 심정을 알 리가 없다. 마지못해 참석하는

결혼식인데, 즐거울 리가 없었다. 그래도 고급스럽게 겉치장을 하니 한결 마음이

가벼워짐을 느꼈다.


“아..네. 감사합니다. 깨끗이 입고 돌려드릴게요.”


문을 열고 나가자, 영화에서만 보던 고급 승용차가 눈에 띄었다.

정말 눈을 홀릴 정도의 품격이 느껴지는 보석과 같았다.


‘하~ 대단하네. 저 차는 왜 이런 동네까지 왔을까? 저런 차는 어떤 사람이 타는걸까?’


부러움과 궁금함에 눈을 흘깃 거릴때였다. 운전 측 차문이 열리더니, 단정한 차림의

남성이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했다.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앗! 죄송합니다.”


나는 자리를 피함과 동시에, 뒤를 돌아 보았다. 보이는건 새하얀 담벼락 뿐.


‘세..세탁소는 어디갔지?’


당황한 기색을 숨길 수 없었던 나는,

담벼락과 앞의 남자를 연거푸 번갈아 쳐다 보았다.


“어서 오르십시오. 모시겠습니다.”


뒤쪽 차문을 공손히 열어준 그는 멍한 표정의 나에게 다시금 말했다.


“친구분의 결혼식에 늦겠습니다. 대표님.”


앞뒤 정황을 살펴보았을 때, 분명히 내게 하는 말이었다. 대체 어찌된 영문인지 알 수가 없었다. 세탁소를 들어섰을 때부터, 왠지 이상한 느낌이었다. 뒤를 돌아 애꿎은 담벼락만 텅텅 치며 기괴한 소름을 진정시켰다.




잘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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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3. 소개팅 20.11.29 23 0 7쪽
2 2. 규칙 20.06.14 26 0 8쪽
» 1. 화창한 날. 20.06.14 48 0 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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