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노경찬. 가면을 씁시다. 쪽팔리지 않게. 항상 당당할 수 있도록.

내 일상


[내 일상] 서장.

우리가 사는 곳은 사람이 살만한 곳은 아니었다.

숨 한 번 들이 쉴 때마다 폐와 코 사이에는 축축한 기운이 오고가고, 사방에 마물과 독물. 그리고 맹수들 투성이었다.

그래서 항상 배가 고팠다.

사내들은 안전과 굶주림을 채우기 위해 쉴 새 없이 정찰과 사냥을 해야 했고, 여자들은 채집과 집안 일에 제대로 쉬는 날이 없었다. 그래도 항상 배가 고팠다.

불평하는 것은 아니다.

조상 대대로 이곳에서 살아왔으니까. 다만 조금 더 나은 삶을 살고 싶다는 욕심이 있을 뿐이고, 그만한 노력은 하는데도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하니 조금 억울할 뿐이었다.

그래서 우연찮게 이곳까지 흘러온 이방인과 무역이라는 것을 했다.

안전을 위해 제거해야 하는 마물들에게 나오는 돌덩어리만 주면 먹을 것이 돌아왔으니까.

굶주림이 해결되기 시작했다.

무리하게 마정석을 모으느라 전사들이 다쳤지만, 그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우리의 어린아이들이 굶주려 죽는 것보다는 위험을 무릅쓰고 마물을 잡는 편이 백 배, 천 배 나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그들이 왜 쓸데 없는 돌에 욕심을 내는지, 귀한 먹을 것을 주면서 바꾸고 싶어하는지 궁금했다.

마정석.

마정석이라 불리는 그 여러 가지 색깔의 돌은 이방인들에게 무척 중요한 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마치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토템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더 알았다.

이방인들은 먹을 것이 많은 이유가 땅에서 나오는 곡식이라는 것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눈으로 확인해야 했고, 아는 이방인들과 함께 밀림 바깥 세상을 보았다.

그건 너무나도 커다란 충격이었다.

그들이 예술이라 말하는 것은 중요한 게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굶주리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눈으로 곡식들을 보고 손으로 만지고, 그것들을 먹을 것으로 만드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그것을 농사라 했다.

우리 부족도 그것을 할 수 있을까 물었지만 내가 사는 곳의 땅은 농사를 지을 수 없다고 했다.

간단한 일이었다. 우리는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곡식이 필요했고, 곡식을 얻으려면 땅이 필요한 것 뿐이다.

이방인들 사이에서 높은 위치에 있다는 자와 거래를 했다.

마정석을 모아주는 대신 땅을 받기로 했다. 이 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억새풀이 우거진 비옥한 토지였다.

그들은 승낙했다.

원하는 숫자의 마정석만 주면 땅을 주겠다고 했다.

우리 부족 혼자로는 해가 천 번은 떠도 힘든 숫자였다. 그래서 다른 부족의 왕들에게 부탁했다.

그들을 설득 시키는데 그리 많은 시간과 노력은 필요하지 않았다.

왕이라는 자들은 항상 부족원들의 굶주림을 걱정해야 했다. 그걸 해결 해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는데 혹하지 않을 왕은 없었다.

우리는 이방인들이 감히 오지 못하는 깊숙한 곳에서 마물들을 잡았다. 전사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그 누구도 슬퍼하거나 아파하지 않았다.

부족민들을 굶주림만 해결할 수 있다면, 죽은 후에도 자신들의 이름이 후손의 입에 오르락내리락 거릴 것이다. 그건 용사중의 용사들도 기회가 없다면 가질 수 없는 영광이다.

그렇게 해가 삼 백번 정도 떴을 때 우리는 그들이 원하는 마정석을 모을 수 있었다.

우리는 뛸 듯이 기뻤다.

눈물을 흘리는 전사까지 있었다.

축제를 열었다.

모두가 더 이상 굶주리지 않아도 된다는 희망에 부풀어 올랐다.

우리는 자신만만하게 그들에게 마정석을 주고 땅을 요구했다.

그들은 땅 값이 올랐다고 했다.

지금 이 정도의 마정석으로 땅을 줄 수 없다고 했다. 더 줘야 한다고 했다.

화가 났지만 참았고, 모욕을 당했지만 참았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땅은 우리의 희망이었으니까.

다시 해가 오 십번을 뜰 때까지 마정석을 모았다. 그리고 그들에게 모자란 마정석을 지불했다.

하지만 그들은 땅을 주지 않았다.

우리는 배부르고자 싸움을 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배고픔을 면하고 싶었을 뿐이다.


댓글 0

  •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글목록
번호 제목 작성일
» 내 일상 | 서장. 20-01-31
4 내 일상 | 사람사는 이야기가 쓰고 싶습니다. *1 13-04-02
3 내 일상 | 어른들의 책임. 12-12-01
2 내 일상 | 웹툰 스토리작가로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12-11-24
1 내 일상 | 새로운 문피아로군요. *1 12-11-21

비밀번호 입력
@genre @title
> @subject @ti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