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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생이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 처용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망생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5:02
최근연재일 :
2021.08.05 09:00
연재수 :
3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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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3
추천수 :
34
글자수 :
132,506

작성
21.07.06 2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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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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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1쪽

25. 청룡

DUMMY

처용이 허리춤에 찬 멸귀검을 뽑으려 했다.


하지만 물귀신들이 온 몸에 들러붙어, 옴짝달싹하기 힘들었다.


몸부림칠수록 더욱 숨이 막혀왔다.


실체가 없는 귀들을 완력으로 떼어낼 수도 없기에, 아무 것도 하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흘러가고 있었다.


그러다 귀신 하나가 처용의 허리춤에서 멸귀검을 빼냈다


그런데 그것이 도리어 처용에게 유리하게 되었다.


오히려 물귀신이 처용에게 검의 손잡이를 잡기 좋게 만들어 준 격이 된 것이었다.


처용은 즉시 물귀신에게서 멸귀검을 낚아챘다.


그리고는 멸귀검으로 그의 몸에 들러붙은 물귀신들을 베어냈다.


검에 베인 귀들이 푸른빛의 점들이 되어 사라졌다.


움직임에 다소 여유가 생기자, 처용은 그 새를 노려 즉시 수면 위로 올라갔다.


물 위로 올라오자마자, 허겁지겁 숨을 들이켰다.


너무 급히 숨을 들이마셔, 기침이 나왔다.


하지만 정신을 차릴 새도 없이, 금세 물귀신들이 그에게 달라 붙으려했다.


처용은 멸귀검을 사방으로 마구 휘두르며 왕궁을 향해 헤엄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물의 저항 때문에 검을 휘두르기 쉽지 않았다.


게다가 베고 또 베어도 물귀신들은 끊임없이 처용 주위에 몰려들었다.


좀처럼 앞으로 나아갈 수가 없었다.


힘이 빠르게 소모되고 있었다.


물귀신에게 물속으로 다시 잡혀 들어가지 않더라도, 곧 힘이 빠져 익사할 것만 같았다.


절망적인 상황이었다.


그때였다.


갑자기 어떤 울림소리와 함께 물속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물귀신들이 놀랐는지, 공격을 멈췄다.


처용 또한 정체를 알 수 없는 공포에 휩싸였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물속에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더니, 무언가 처용의 몸을 떠받치며 수면위로 떠올랐다.


처용이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자신을 들어 올린 것은 거대하고 긴 몸에 푸른색 비늘이 덮여있었다.


그것은 처용을 자신의 몸에 태운 채,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완전히 물 밖으로 나온 놈의 정체는 그림으로 본 적이 있었다.


바로 용이었다.


처용은 자신이 이미 정신을 잃고 꿈을 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늘 높이 치솟은 용이 포효했다.


마치 구리로 만든 쟁반을 울리는 듯한 소리였다.


어찌나 소리가 큰 지, 천지가 개벽하는 듯 했다.


소리에 놀란 처용이 떨어질 뻔 했다.


그는 겨우 용의 비늘을 잡고, 간신히 용에게 매달렸다.


그러자 용이 재빨리 몸을 구부려 처용이 다시 제대로 올라 탈 수 있도록 도왔다.


그런 다음, 용은 왕궁 위를 두 바퀴 정도 돌았다.


그리고는 왕궁 내에 적당한 자리를 찾아, 지면에 내려앉았다.


용이 다시 한 번 포효했다.


용에 대한 두려움 때문인지, 어느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처용이 용의 몸에서 뛰어내려, 독수리 발을 닮은 용의 다리를 타고 미끄러져 내려갔다.


그가 땅 위에 안전하게 착지하자, 용은 다시 하늘 높이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다시 포효하며 어딘가를 향해 날아가 버렸다.


처용은 용이 날개도 없이 어찌 하늘을 날 수 있는 것인지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꿈인지 생시인지 어떨떨함에 젖어 있다가, 문득 사람들이 나타나기 전에 궁 안으로 숨어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먼저 헌강왕의 침소를 찾아가 보기로 했다.


수명장자가 궁을 차지한 마당에, 그곳에 왕이 있을 거라고 딱히 기대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의아하게도 그곳에 왕이 있었다.


방문 앞에 이르자, 왕의 우렁찬 목소리가 들렸다.


“여봐라! 음식을 더 가져오너라. 난 아직도 배가 고프다!”


처용은 누군가 음식을 대령하러 나타나리라고 생각했다.


급히 사람들이 드나들지 않는 측면 구석으로 몸을 숨겼다.


그런데 아무도 안으로 들어가지 않았다.


그런데도 왕이 다시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음~ 맛있겠구나. 술도 더 가져오너라.”


아무도 대답하는 이가 없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처용이 방문을 살짝 열어, 안을 엿보았다.


방안에는 왕이 홀로 커다란 상 앞에 앉아있었다.


그는 한 손에 칼을 들고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생고기를 손으로 집어 먹고 있었다.


처용의 시선이 상 위로 향했다.


그런데 상 위에는 시체 한 구가 놓여 있었다.


뱃살과 팔다리 살의 대부분은 사라지고 없는 시체였다.


그런데 시체의 얼굴이 낯익었다.


바로 왕비였다.


왕이 칼로 왕비의 뺨에 있는 살을 발라내더니, 피가 뚝뚝 떨어지는 살점을 그의 입으로 가져갔다.


왕은 왕비의 살점을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그리고는 상 위에 흘러내린 붉은 피를 혀로 핥았다.


“크~ 음식이 맛있으니, 술도 달구나. 흐흐흐흐···”


그 끔찍한 광경에 처용은 구역질이 났다.


처용은 왕의 처소를 황급히 빠져나왔다.


시원한 밤공기를 마시자, 어느 정도 정신을 가다듬을 수 있었다.


그리고 가능한 한 빨리 국무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왕비가 그 지경에 이르렀다면, 수명장자와 박수무당이 껄끄러워하는 국무를 어찌했을지, 모를 일이기 때문이었다.


***


담집은 목탁을 두드리며, 승려 귀들을 이끌고 서라벌을 향해 가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성가신 일을 떠맡기고 내빼버린 처용과 아랑을 원망하고 있었다.


“내 이놈들을 다시 만나기만 하면 그냥···. 귀라고 귀신이 안 무서운 줄 아나···. 내 이 연놈들의 엉덩이를 걷어 차 줄 테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천지가 울리는 듯한 요란한 소리가 들려왔다.


담집은 그 소리를 따라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용 한 마리가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는 넋 놓고 용을 바라보았다.


아주 먼 옛날, 그가 최고의 신인 천지왕께 황금 활과 화살을 만들어 바쳤던, 그의 첫 생애에 딱 한 번 용을 본 적이 있었다.


천지왕께서는 늘 용을 타고 다니셨다.


그런 용이 이 세상에 나타났다는 것은, 신께서 보내신 것이고, 그렇다면 이승의 일이 꽤 심각하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렇게 담집이 용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잠시 목탁 두드리는 것을 잊었다.


그러자 승려 귀들이 어디론가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분명 근처에 있는 사람들을 찾아 괴롭히려 하는 것이라 짐작했다.


담집은 황급히 목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러자 승려 귀들이 다시 담집을 따라오기 시작했다.


그 때였다.


용이 담집이 있는 쪽으로 곧장 날아왔다.


뭔가 느낌이 왔다.


담집은 목탁 두드리는 걸 즉시 멈추고, 재빨리 용의 몸통 위로 피했다.


그와 동시에 용이 입에서 불을 내뿜었다.


불길이 승려 귀들을 덮쳐 불살랐다.


비록 육신이 없는 귀였지만, 용 불의 위력에는 당할 수밖에 없는 듯 했다.


결국 승려 귀들은 화염 속에 소멸했다.


담집이 용의 몸을 쓰다듬었다.


“고맙네, 청룡.”


용이 응답하듯 포효했다.


그리고는 담집을 태운 채, 왕궁으로 향했다.


***


처용은 국무를 찾아 조용히 움직였다.


하지만 궁궐 곳곳을 모두 찾아보기에는 너무 넓었다.


‘담집이 도와주면 좋겠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용의 울음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하늘을 쳐다보니, 용이 궁궐 위를 빙빙 돌고 있었다.


용이 돌아온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자신에게 원하는 게 있는 것은 아닌지, 잠시 고민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 궁금증은 풀렸다.


담집이 자신의 눈앞에 나타났기 때문이었다.


처용은 만면에 웃음을 지으며 반갑게 그를 맞이했다.


“이렇게 나타나줘서 고맙소!”


“호들갑은···. 게다가 날 버리고 갈 땐 언제고···.”


“버린 게 아니라···.”


처용은 문득 승려 귀들이 염려되었다.


“그런데 승려 귀들은 어찌하고 온 것이오?”


담집이 손가락으로 하늘 위를 가리켰다.


하늘 위에는 용이 여전히 궁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저 청룡이 불살라 버렸네.”


“그게 가능하오?”


“가능하니, 내가 이렇게 자네에게 올 수 있지 않았겠나?”


“그런데 대관절 저 용은 어디서 나타난 것입니까?”


담집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아무래도 신께서 우릴 돌보시는 것 같네.”


“그게 무슨 뜻이오?”


“저 청룡은 본디 대별왕 형제의 아버지이신 천지왕의 것이네. 천지왕께서 보내신 게지. 지번 절에서 박수무당이 지른 불에 자네가 타 죽을 뻔했을 때도 분명 신께서 도와주신 것일 걸세. 우연히 비가 온 것이 아니라, 신께서 많은 비를 내려 구해주신 게야.”


처용이 밝은 얼굴로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좋은 일이 아니오. 신께서 우리 편 이시니.”


“그렇게 좋아할 일이 아닐세.”


“??”


“신들이 우릴 도우실 만큼, 일이 어렵고 심각하다는 뜻이 아니겠는가.”


그제야 처용도 일의 심각성을 깨달았다.


“국무님부터 찾아보는 것이 좋겠소.”


“승려 귀들은 이미 해결했으니, 일단 수명장자부터 찾고 나중에···.”


처용이 담집의 말허리를 잘랐다.


“임금께서 광기를 보이고 있으시오.”


“?!”


“환청과 환시에 시달리시는 듯하오. 왕비님의 시신을 훼손하고, 그 인육을 드시고 계셨소.”


“어찌 그런 일이···.”


“그러니 국무님이 어떤 일을 당하셨을지 알 수 없소. 위험한 상황에 처해 계실지도 모르니, 늦지 않게 찾아봐야겠소.”


“그럼 자네는 이곳에 몸을 숨기고 잠시 기다리게. 자네보다야 내가 모습을 숨기고 찾는 편이 더 빠르고 안전할 테니.”


처용이 고개를 끄덕이자, 담집이 사라졌다.


기다리는 시간이 더디게만 느껴졌다.


하늘에는 청룡이 여전히 맴돌고 있었다.


청룡이 자신을 지켜주고, 신이 자신의 편이라고 생각하니, 다소 안심이 되었다.


용이 열 바퀴 정도 공중을 돈 후에, 담집이 돌아왔다.


“찾았소?”


담집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찾긴 찾았네만···.”


“혹시 이미 돌아가신 거요?”


“흠··· 차라리 죽는 편이 나을지도 모르지.”


“그게 무슨 소리요?”


“수명장자가 국무를 벽에 매달아놓고 그분의 피를 빨아먹고 있네.”


“!!!”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살을 베고,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빨아먹더군. 국무의 온몸에 칼에 베인 상처가 셀 수 없이 많아.”


“왜 그분의 피를 빨아 먹는 것이오?”


“내가 생각하기에는 국무의 능력을 취하려는 것 같네.”


“어떤 능력 말입니까?”


“무당에게 있어서 가장 큰 능력이 무엇이겠나?”


“···”


“접신!”


“접신?··· 무엇을 위해 신과 접하려 한단 말이오?”


“글쎄··· 아직 그것까진 모르겠네. 좀 더 두고 보면 알게 되겠지.”


“국무님을 위해서나, 수명장자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서나, 빨리 국무님을 구해야겠소. 지금 어디 계시오?”


“옥사에 갇혀 있네. 수명장자가 그곳을 막 나서기 전에 내가 이곳으로 오긴 했으나, 아직 그가 있을지도 모르니, 조심히 따라오게.”


담집이 앞장섰다.


옥사의 위치는 전에 운칠과 함께 갇힌 적이 있었기에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어떤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지 몰라, 그냥 조용히 담집의 뒤를 따르기로 했다.


옥사 입구를 지키는 경비병이 둘 있었지만, 처용이 금세 해치웠다.


분명히 안에도 지키는 병사들이 여럿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역시나 예상대로였다.


다만 산 자들이 아니라, 귀신이 된 병사들이었다.


멸귀검의 푸른빛이 그 사실을 증명해 주었다.


그런데 그들은 승려 귀들처럼 눈에 광채를 띠고 있었다.


승려 귀들과 똑같은 소리도 냈다.


‘으흐흐흐흐흐···’


“영혼 없는 귀!”


처용과 담집이 서로를 마주보며 동시에 외쳤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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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26. 대별왕과 수명장자의 만남 +2 21.07.12 23 1 11쪽
» 25. 청룡 21.07.06 19 0 11쪽
24 24. 물귀신 21.07.02 20 0 9쪽
23 23. 승려 귀 21.06.29 34 0 9쪽
22 22. 독 안에 든 쥐 21.06.25 18 0 8쪽
21 21. 미끼 21.06.22 22 0 7쪽
20 20. 유인책 21.06.18 32 0 7쪽
19 19. 여인을 희롱하는 귀 21.06.16 34 1 8쪽
18 18. 원귀 21.06.14 31 0 7쪽
17 17. 움직이는 관 21.06.13 39 1 8쪽
16 16. 수명장자의 부활 21.06.04 39 0 7쪽
15 15. 보름달 뜨던 날 21.06.02 33 0 8쪽
14 14. 미래를 알려주는 그림 21.05.31 37 0 8쪽
13 13. 메뚜기떼의 습격 21.05.28 38 0 9쪽
12 12. 핏빛 비가 내리다. 21.05.28 54 0 10쪽
11 11. 빙의된 가용 21.05.27 53 1 8쪽
10 10. 초혼 21.05.25 60 0 8쪽
9 9. 수명장자 21.05.24 60 0 8쪽
8 8. 파리지옥 21.05.22 67 2 9쪽
7 7. 출생의 비밀 21.05.21 72 1 11쪽
6 6. 아랑 21.05.19 74 1 11쪽
5 5. 귀가 된 담집 21.05.18 77 2 11쪽
4 4. 운석 찾기 21.05.17 79 2 10쪽
3 3. 멸귀검 21.05.14 90 1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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