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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생이 님의 서재입니다.

퇴마 처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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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생이
작품등록일 :
2021.05.12 15:02
최근연재일 :
2021.08.05 09:00
연재수 :
31 회
조회수 :
1,514
추천수 :
34
글자수 :
132,506

작성
21.06.18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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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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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쪽

20. 유인책

DUMMY

처용은 궁을 빠져나와 시장으로 이르는 큰길을 내달렸다.


그리 늦은 시각이 아니었음에도, 길거리에는 여인은 물론이고 사내도 보이지 않았다.


남녀 불문하고 귀와 마주치는 건 분명 꺼려지는 일일 터였다.


정신없이 달리다 보니, 어느덧 시장 초입에 이르렀다.


주위를 돌아봤으나, 아랑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때였다.


어디선가 아랑의 비명이 들렸다.


처용은 소리가 들린 오른편 골목으로 달려갔다.


어두워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달빛에 희미하게 비친 아랑의 모습을 발견했다.


그리고 키 크고 건장한 형체의 귀가 두 손으로 아랑의 얼굴을 잡은 채, 입을 맞추려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 처용의 머릿속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무조건 멸귀검을 빼 들고 귀를 향해 달려갔다.


“이야얍!”


화가 난 처용이 저도 모르게 소리를 내지르며 달려갔다.


이에 깜짝 놀란 귀가 처용을 쳐다보았다.


그렇게 귀가 잠시 처용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아랑이 저고리 소매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귀신의 이마에 ‘탁’ 붙였다.


귀가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파악하지 못한 채, 무작정 처용을 피해 달아나려고 했다.


그런데 두세 걸음을 옮기자 더 이상 벗어날 수 없었다.


두 다리가 마치 땅바닥에 달라붙은 듯, 전혀 움직여지지 않았다.


모습을 숨겨, 인간의 눈에 보이지 않게 할 수도 없었다.


“대체 내게 무슨 짓을 한 것이냐!”


귀가 아랑에게 소리쳤다.


“귀를 도망치지 못하게 하는 부적이다. 국무인 내 어머니께 특별히 부탁해서 만든 것이니, 영광으로 알거라.”


“으아아악~~!!”


귀가 분노를 터트리며 마구 악을 써댔다.


“시끄럽군.”


어느새 곁에 와 있던 처용이 능청스럽게 말했다.


“어서 멸귀검으로 이 음흉한 놈을 멸하십시오.”


아랑의 말에 처용이 멸귀검을 귀를 향해 겨눴다.


“예, 말씀 받잡겠습니다.”


처용이 막 멸귀검을 휘두르려 할 때였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귀가 다급히 외쳤다.


“수명장자!!”


순간 처용이 급히 검을 멈췄다.


“수명장자를 찾고 있지 않나?”


처용은 귀의 목에 멸귀검을 바짝 들이밀었다.


“네놈이 수명장자를 어찌 아는가?”


처용의 반응을 확인한 귀의 태도가 돌변했다.


귀가 거드름을 피우며 말했다.


“요즘 수명장자님을 모르는 귀도 있던가? 요즘 우리 귀신들이 물건이나 사람을 만질 수 있도록 해준 그 고마운 분을 말이야.”


처용은 곧바로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


“내가 그자를 찾고 있다는 건 어떻게 알고 있지?”


“모든 귀들이 네놈과 수명장자님의 일을 알고 있지. 북두칠성이 새겨진 검을 들고 다니는 놈이 수명장자님을 노린다고 말이야.”


“···”


“그래서 모든 귀들이 수명장자님을 보호하려 하고 있지. 소중하고 유용한 능력을 주신 분이니까. 그분이 사라지면, 그 능력도 사라질 테니까.”


“그래서? 네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냐?”


“수명장자님이 어디에 숨어 계신지 내가 알고 있네.”


“!!”


“어때? 내가 그곳을 알려줄 테니, 나를 놓아주는 것이.”


“흥, 네 말을 믿기 힘들군. 모든 귀들이 숨겨줄 만큼 그렇게 소중한 놈을 넌 왜 내게 넘기려고 하는 거지?”


“난 이승에서 노는 게 좋거든. 내가 소멸하고 나면, 그분이 무사하건 말건, 그게 내게 무슨 소용이 있겠나.”


설득력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처용은 여전히 미심쩍었다.


“네 놈을 어떻게 믿지? 수명장자가 있는 곳을 안다고 거짓말하고 도망가 버리려는 속셈 아닌가?”


“음, 뭐, 그 방법도 있군. 그럼 그렇게 할까?”


처용이 한심한 눈으로 귀를 쳐다보았다.


그러자 귀가 큰 웃음을 터트렸다.


“흠··· 의외로 놀리는 재미가 있어.”


“···”


“좋아, 그럼 수명장자님을 만날 때까지 내가 동행하지.”


“가는 도중에 도망가려고?”


그러자 아랑이 말했다.


“저 부적이 붙어 있는 한 그럴 수 없습니다. 제게서 세 보 이상 벗어날 수 없도록 주문을 걸어 놓았으니까요.”


그 말을 들은 처용의 미간에 주름이 잡혔다.


“하지만 그 말씀은 수명장자가 있는 곳까지 낭자가 동행해야 한다는 것인데···”


탐탁지 않아 하는 처용과는 달리, 아랑의 표정은 밝았다.


“물론입니다. 날이 밝는 대로 함께 가시지요.”


처용은 위험한 길에 아랑이 동행하는 것이 걱정되었다.


더욱이 여인을 희롱하는 귀가 밤낮으로 아랑의 곁에 머물게 된다는 사실이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수명장자를 잡기 위해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처용의 기분을 읽은 듯, 아랑이 안심시키려 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도령께서 항상 제 곁에서 지켜주시면 되지 않습니까.”


“허나 주무실 때는 제가 곁에 있어 드리지 못하지 않습니까.”


아랑은 잠시 생각에 빠지더니, 이내 밝게 웃으며 말했다.


“저와 같은 방에서 주무시면 되지 않습니까.”


갑자기 처용의 가슴이 방망이질치고, 얼굴이 붉어졌다.


“어찌 그런···.”


“괜찮습니다. 도령을 믿긴 하지만, 혹시 모르니 미리 말씀드리지요. 만일 도령께서 제게 이상한 짓이라도 하시면, 제 어머니께서 저주를 내리실 겁니다. 도령께서 한순간의 쾌락을 위해, 평생 저주를 달고 사실 만큼, 그런 어리석은 분은 아니실 거라 생각합니다.”


두근대던 처용의 가슴이 일순간에 굳어버린 듯했다.


***


날이 밝은 후, 처용과 아랑, 그리고 여인을 희롱하던 귀가 함께 길을 떠났다.


귀의 이름은 남봉이라고 했다.


남봉은 서라벌을 둘러싸고 있는 다섯 개의 산 중, 중악으로 일행을 안내했다.


“담집 어른은 어디 가셨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때까지도 나타나지 않는 것이 의아했다.


귀신이기에 별일이야 있겠냐 싶었지만, 뭔가 찜찜했다.


그런데 곁에 있던 남봉이 끼어들었다.


“담집? 그 신들의 대장장이 말인가?”


처용이 날카로운 눈으로 남봉을 쏘아보았다.


“담집을 아는가?”


“응. 수명장자님과 그자가 이야기 나누는 것을 엿본 적이 있지.”


“?? 언제, 어디서 말인가?”


“며칠 전, 이곳 중악의 갓바위로 가는 길목에 있는 사찰에서였네.”


처용은 왜 담집이 자신을 따돌리고 수명장자와 만난 것인지 궁금했다.


하지만 남봉이 곧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었다.


“담집이란 자가 수명장자님께 잡혀, 감금되어 있거든.”


“!!?? 감금되어 있다니··· 귀가 어떻게 감금될 수 있단 말인가?”


“박수무당과 수명장자님이라면 능히 할 수 있지.”


처용은 그동안 왜 담집의 행방이 묘연했는지 이해하게 되었다.


하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그들이 왜 담집을 감금하고 있는지 궁금증이 일었다.


“왜? 이유가 뭐지?”


“그건 이제 직접 알아보시지.”


남봉이 오른손 검지로 한 방향을 가리켰다.


처용의 시선이 그 방향을 따라가자, 한 사찰이 눈에 들어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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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 27. 여의주 +1 21.07.15 16 1 11쪽
26 26. 대별왕과 수명장자의 만남 +2 21.07.12 23 1 11쪽
25 25. 청룡 21.07.06 19 0 11쪽
24 24. 물귀신 21.07.02 20 0 9쪽
23 23. 승려 귀 21.06.29 34 0 9쪽
22 22. 독 안에 든 쥐 21.06.25 18 0 8쪽
21 21. 미끼 21.06.22 22 0 7쪽
» 20. 유인책 21.06.18 33 0 7쪽
19 19. 여인을 희롱하는 귀 21.06.16 34 1 8쪽
18 18. 원귀 21.06.14 31 0 7쪽
17 17. 움직이는 관 21.06.13 39 1 8쪽
16 16. 수명장자의 부활 21.06.04 39 0 7쪽
15 15. 보름달 뜨던 날 21.06.02 33 0 8쪽
14 14. 미래를 알려주는 그림 21.05.31 37 0 8쪽
13 13. 메뚜기떼의 습격 21.05.28 38 0 9쪽
12 12. 핏빛 비가 내리다. 21.05.28 54 0 10쪽
11 11. 빙의된 가용 21.05.27 53 1 8쪽
10 10. 초혼 21.05.25 60 0 8쪽
9 9. 수명장자 21.05.24 60 0 8쪽
8 8. 파리지옥 21.05.22 67 2 9쪽
7 7. 출생의 비밀 21.05.21 72 1 11쪽
6 6. 아랑 21.05.19 74 1 11쪽
5 5. 귀가 된 담집 21.05.18 77 2 11쪽
4 4. 운석 찾기 21.05.17 79 2 10쪽
3 3. 멸귀검 21.05.14 90 1 12쪽
2 2. 귀향 +1 21.05.13 136 6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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