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불타는검 님의 서재입니다.

아스타롯 改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완결

불타는검
작품등록일 :
2022.05.11 20:41
최근연재일 :
2022.09.21 18:00
연재수 :
95 회
조회수 :
6,888
추천수 :
30
글자수 :
527,976

작성
22.05.11 20:52
조회
379
추천
6
글자
10쪽

아스타롯 1장 1화

DUMMY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다한이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거라곤 하얀재 뿐이었다. 하늘도 온통 재로 뒤덮여 있었다. 재가 마치 눈송이처럼 흩날리고 있었다. 이리저리 바람에 휘날리는 것을 그저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의지도 없었다. 모든 게 꿈만 같았다. 아니 꿈이었길 바랐다. 하지만 꿈이 아니었다. 다한의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정신이 들고 또 얼마의 시간이 지났다. 다한은 애써 몸을 일으켰다. 그의 눈길이 닿는 모든 장소가 하얀 잿더미로 변한 압도적인 광경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녀의 기도가 모든 걸 불사라 버린 것이리라.


자신은 왜 재가 않았는지 둘러본 다한은 바로 곁에 성검 클레시온이 모질게 서 있었다. 아마 성검 클레시온이 그를 하얀 재가 되는 것을 막은 듯하였다. 위기에 순간에 언제나 다한을 지켜 준 성검이지만 지금, 이 순간 성검 클레시온이 그렇게 원망스럽게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차라리 그냥 재가 되게 둘 것이지.


성검을 부여잡고 힘겹게 일어선 다한은 스무 걸음 정도 앞에 검은 물체가 있었다. 바람에 날리는 재 때문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이 하얀 세상에 검은색은 무척이나 눈에 잘 뛰었다.


호기심과 혹시 모를 기대감 속에 한 발작 한 발작 앞으로 걸어 나갔다. 놀랍게도 그 검은 물체는 사람이었다. 그것도 그가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에...에스텔님!”


다한은 쓰러져 있는 에스텔에게 힘껏 달려갔다. 근육들이 비명을 질렀지만 그의 뇌에 닿지는 않았다. 스무 걸음 정도지만 몇 번이고 넘어졌다. 다가서 보니 에스텔이 틀림없었다. 머리카락이 검게 물들었지만.


그녀 옆에 무릎 꿇고 앉은 다한은 그녀의 코에 손을 데 보았다. 가녀리고 연약한 숨결이 손에 느껴졌다. 빨갛게 물든 볼과 가볍게 올라갔다 내려간 가슴이 살아 있다는 틀림없는 증거였다.


“오. 신이시여.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다한은 또 눈물을 흘렸다. 이번에는 기쁨의 눈물이었다. 에스텔의 손을 잡으면서 다한은 에스텔이 깨어나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림은 오래되지 않았다.


가벼운 신음과 함께 그녀의 눈이 천천히 떠졌다. 파란 눈도 검게 되었지만 상관없었다. 그녀가 살아 있기에. 더 이상 터질 듯한 가슴을 주체하지 못하고 다한은 에스텔을 힘껏 껴안았다.


“에스텔님. 저는 당신이 죽은 줄만 알았습니다. 만약...만약...당신이...”


그때 에스텔이 다한을 밀쳐 내었다. 숨 막힐 정도로 꽉 껴안아 밀쳐 낸 것이 아니었다. 아니, 숨 막히게 꽉 껴안더라도 에스텔은 이런 행동하지 않는다. 이건 명백한 거부의 의사로 밀쳐 낸 것이다.


그리고 다한을 바라본 에스텔의 눈길은 다한은 잊을 수가 없었다. 불신, 경계, 거부 그리고 증오. 다한은 믿을 수 없었다. 에스텔은 결코 저런 눈길을 짓거나 지을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 그녀는 신관이고 성녀다. 당황한 다한은 아무 말이나 내뱉었다.


“에...에스텔님...아, 저기, 죄송합니다. 제가, 무능력하게, 어, 지켜드리지 못 해서...”


고작 그런 이유로 에스텔은 저런 눈길을 보내지 않는다. 에스텔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얼떨결에 같이 일어선 다한은 충격적인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성기사 다한이여. 무슨 짓이냐.”


분명 에스텔의 목소리지만 그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정말 에스텔인지 의심스러운 목소리였다.


“누... 누구냐?”


자신이 생각해도 한심한 질문이었다. 에스텔도 기가 차다는 듯한 표정으로


“무슨 헛소리냐. 내가 누군...”


다한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에스텔은 자신은 손을 마치 오늘 처음 본 사람처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손을 쥐었다 펴보기도하고 손바닥과 손등을 살펴보기 했다. 그러더니 온몸을 찬찬히 살펴보기 시작하였다. 곧 그녀의 표정은 일그러지더니 비명 같은 외침이 터져 나왔다.


“무슨 짓을 한 거냐! 성기사 다한!”


“그건 제가 묻고 싶은 말입니다. 에스텔님.”


“왜 나한테 에스텔이라고 하냐? 난 에스텔이 아냐! 에스텔...성녀 에스텔. 맞아 그 계집이 뭔가 이상한 주문을 외었지.”


처음에 다한은 에스텔이 강력한 기도의 충격으로 정신이 혼란한 상태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런 것 치고 말이 좀 이상했다.


에스텔이 기도를 외울 때 있었던 것은 자신과 에스텔 그리고 마왕 아스타롯 뿐이었다. 그 생각이 미치자 다한은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다. 믿어지지 않지만 대답을 듣기 전까지 믿고 싶지 않았다.


“설마...마왕 아스타롯?”


“그렇다. 다한이여. 자, 이제 어떻게 된 것인지 설명하라.”


충격이 다한을 엄습하였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하지. 눈앞에 있는 게 에스텔인가, 아니면 마왕인가, 공격해야 하나, 몸 안에 있는 게 마왕이라 할지라도 저 몸은 에스텔인데 어떡하지, 어떡하지, 어떡하지.


다한이 고민하고 있을 사이 마왕 아스타롯은 성검 클레시온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성검을 들고 다한을 베어 버리려 했다.


“대답할 수 없으면 죽어라! 다한!”


하지만 검술에 소질이 없는 사람이 휘두르는 검에 맞을 정도로 다한은 둔하지 않았다. 다한이 아니더라도 그렇게 형편없이 휘두르는 검에 맞을 사람은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가볍게 아스타롯의 손목을 잡고 꺾으니 아스타롯은 검을 놓치고 비틀거리더니 잿더미에 넘어져 버렸다.


“젠장! 내가 왜 멍청하게 검 따위를 휘둘렀지! 그림자의 검이여, 칠흑의... 꺄아아악!”


굉장한 비명과 함께 아스타롯은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아스타롯은 온몸에 수백 개의 바늘이 꽂히는 고통을 느꼈다. 고막을 찢는 듯한 비명 소리에 다한은 어쩔 줄 모르고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구르는 것은 멈췄지만 몸은 계속 떨었다. 한참이 지나서야 경련이 끝나고 거친 호흡을 내뱉고 있었다.


다한은 고민했다. 이 상황을 어떻게 벗어나야 될지. 지금 눈에 보이는 상대는 성녀이자 마왕인 자다. 하지만 여기 있어 봤자 뚜렷한 해결책은 없다. 다한은 뛰어난 성기사이자 주(主)신전을 대표하는 용사이지만 마법이나 기도에 관한 지식을 거의 전무하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어차피 잿더미가 되기 전부터 다한을 도와줄 사람은 없었다. 북(北)에서 도와줄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다한은 지금 의지할 곳은 신관과 성기사의 본 거지인 주(主)신전 밖에 없다. 한참을 고민하던 다한은


“일어서라. 마왕 아스타롯이여. 너를 주(主)신전이 있는 델루로스에 소환한다.”


드디어 결정을 내렸다. 에스텔이 마왕을 그녀의 몸에 봉인한 듯하였다. 봉인이 불완전했는지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에스텔의 정신을 마왕이 지배하고 있다.


주(主)신전에 가면 분명 봉인해제하고 에스텔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있으리라 믿었다. 아니, 믿고 싶었다. 어차피 여기는 마왕성이 근처에 있는 북(北)의 한복판. 여기서 고민해봤자 위험만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최대한 빨리 여길 벗어나는 것이 우선이다.


“흥, 누가 간다고 했나. 성기사 다한이여.”


다한은 그동안 잘 쓰지 않은 머리를 최대한 굴렸다.


“내가 틀리지 않았으면 너는 아마 모든 힘을 잃고 에스텔님 몸에 봉인 된 듯하다. 아마 너 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겠지. 그럼 똑같은 인간의 몸으로 치자면 내가 더 강하다고 생각하는데. 지금 상태로는 넌 나에게서 도망치지 지도 공격하지도 못 할 테니까.”


“과연 그럴까. 조금만 있으면 내 부하들이 나를 구하러 올 것이다.”


“헛소리. 날 바보로 아냐. 만약 구하러 오는 거였으면 진작 구하러 왔어. 그리고 설사 온 다고 해도 마왕은 어디에도 없어. 단지 힘없는 인간 두 명만 있을 뿐이다. 너의 부하들이 너를 살해하지 않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마왕은 다한을 노려보았다.


“그렇게 노려보면 눈 아프지 않냐. 너의 지위를 생각해서 묻는다. 스스로 걸어 갈 테냐? 아니면 개처럼 끌려 갈 테냐?”


마왕은 다한이 손가락으로 지시한 방향으로 천천히 걷기 시작했다.



칠흑보다 더 어두운 곳. 어둠으로 이루어진 홀처럼 보인다. 어둠조차 밝게 느껴지는 곳에 두 어둠이 어른 거렸다.


“보고하라.”


“십자군 괴멸, 마왕정규군 전멸, 마왕 생사불명... 입니다.”


더 지위가 높아 보이는 어둠이 지위가 낮아 보이는 어둠을 잡아먹으려는 기세로 흔들거렸다.


“가장 중요한 마왕의 생사가 왜 불명이냐!”


“죄송합니다. 하지만 빛기둥이 확인된 곳으로부터 직경 21Km까지 접근할 수가 없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반경 내에 있던 운이 없던 병사들도 모두 잿더미로 변해 버렸습니다.”


“왜 접근할 수 없지?”


“들어서자마자 모두 잿더미로 변합니다.”


“들어서자마자? 이유가 뭐지?”


“죄송합니다. 아직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더 지위가 높아 보이는 어둠이 분노로 일렁거렸다.


“그걸 밝혀내는 것이 너의 일이 아니더냐! ‘다른’ 쪽의 상황은!”


“그들도 어찌할 수 없는 모습을 목격했습니다.”


“모두?”


“그렇습니다.”


분노로 일렁거리는 어둠이 잠시 고민하듯이 머뭇거렸다.


“원로에서의 보고는?”


“아직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는?”


“아직 침묵입니다.”


“후후후... 그렇다면 모두 아직 출발선이 같군. 하지만 마음 놓을 상황 또한 아니다. 최대한 빨리 마왕의 생사를 확인한 뒤 보고하라. 성안에 있는 모든 병력과 물자를 무제한으로 지원하겠다.”


“존명!”


그러더니 어둠 하나가 사라져 버렸다.


“설마 이런 기회가 또다시 찾아올 줄이야. 여신은 아직 날 버리지 않았군. 아스타롯. 처음으로 너에게 고마움을 느낀다. 너의 멍청함과 무력함에. 후후후... 하하하!”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2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스타롯 改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5 아스타롯 1장 4화 22.05.12 131 3 11쪽
4 아스타롯 1장 3화 +2 22.05.12 163 4 14쪽
3 아스타롯 1장 2화 +2 22.05.11 245 5 14쪽
» 아스타롯 1장 1화 +2 22.05.11 380 6 10쪽
1 아스타롯 프롤로그 +2 22.05.11 566 9 5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