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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반짝

나 혼자만 보는 챗 GPT

웹소설 > 작가연재 > 퓨전, 현대판타지

성혁쌤
작품등록일 :
2023.05.10 10:16
최근연재일 :
2023.05.17 08:10
연재수 :
9 회
조회수 :
1,031
추천수 :
53
글자수 :
51,822

작성
23.05.10 10:23
조회
230
추천
11
글자
9쪽

00. 미래에서 온 기적

DUMMY

“내 후손 새끼는 뭐하냐!! 도X에몽 같은 거 안 보내주고!!”


노량진 고시촌 방 한 켠에서 성현이 몸부림치며 소리쳤다. 그가 몸부림칠 때마다 팔다리 중 어느 한 곳이 방벽을 쾅쾅 두드릴 정도로 좁디 좁은 방에서 말이다.

이런 방이 방음이 좋을 리가 없다.


바로 옆방에서 벽을 두들기며 호통소리가 날아온다.


쾅쾅!!


“아, 거 조용히 좀 합시다!!”


성현은 그 고함소리에 아무 대꾸도 못하고 바로 쭈그러져 몸을 둥글게 만다.


“젠장, 젠장, 젠장······.”


노량진 고시촌에서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인생은 거기서 거기다.

빨리 고시에 합격해 탈출하느냐, 아니면 고시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인생을 말아먹느냐.

성현은 아쉽게도 후자의 경우였다.


“흐······. 흐흑······. 씨발······. 이번 시험은 붙었어야 됐는데······. 3년째인데······.”


헌터부 공무원 고시 3년째였다.

대학 졸업년도부터 바로 뛰어들었으니, 성현은 올해로 29살이 됐다. 그리고 이제 조금 있으면 해가 바뀌니 30살이지.


그 3년 동안 성현이 놀았냐면 차라리 억울하지나 않지. 성현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 아니, 열심히뿐만이 아니라 그럭저럭 잘 하는 편이었다.

고시원 책상에 가득 쌓여있는 책은 밑줄이 빼곡히 그어져 있었고, 그 옆에는 성현이 직접 만든 단권화용 노트까지 있었다. 심지어 1차 합격도 3번이나 했다. 그러나 결국 2차 합격의 벽을 넘지 못해 이 모양 이 꼴인 거지.


그래서 고시 공부의 속성을 뼈저리게 깨달을 수 있었다. 어차피 합격하지 못하면 아무 쓸모가 없다는 것 말이다.

남들이 30살일 때 기업 입사 스펙을 쌓는다며 인턴십도 하고, 토익도 한 반면 30살의 성현은 아무것도 쌓아놓은 것이 없다는 말이기도 했다. 그래서 학교에서 공부 좀 한다고 높게 치솟았던 자존감은 이제 바닥을 찍다 못해 성현의 마음을 좀먹고 있었다.


당장 성현은 그의 어머니 전화도 제대로 못 받을 정도였다. 어느 순간 그걸 알게 됐는지 성현의 어머니도 전화 대신 문자를 더 해왔다.


[아들, 시험 끝나고 왜 연락이 없어. 이번에 떨어져도 다시 공부하면 돼. 엄마가 응원할게.]

[아들, 집에 한 번 와라. 엄마가 밥 해줄게. 고시원에서 밥 제대로 못 먹고 다닐 거 아냐.]

[아들, 보고 싶다. 전화는 힘들더라도 문자는 좀 해줄래?]


그래서 성현의 핸드폰에는 답장이 늦어지는 문자들이 차곡차곡 쌓여만 가고 있었다.

그 문자의 무게만큼, 성현의 입에서 미안하단 말이 터져나왔다.


“엄마······. 미안해······. 미안해······.”


고시 공부 1년차.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그만둘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그 때 어머니께서 공부한 게 아깝다며 말리셨는데, 성현이 차라리 밀어붙일걸 그랬다. 이제 3년차까지 와버려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어지기 전에 말이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어머니께선 번 돈으로 자기 생활뿐만 아니라 성현의 입과 강의비까지 해결을 해야만 했다. 게다가 올해 고3이 되는 늦둥이 여동생의 학비까지 부담해야만 했다. 나이가 50이 넘을 때까지 가정주부로 일하시던 분이 일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면 얼마나 있으랴. 그래서 별의별 일을 다했다. 쇼핑몰 계산원부터 음식점 서빙일까지.


일만 하면 다행일까.

명절 때 친척들에게 얼마나 시달리는지. 사촌 형은 대기업 인사팀에 붙었다 하고, 사촌 누나는 잘 나가는 인강 강사와 결혼해 신혼 여행으로 한 달 가량 신혼여행까지 갔다. 자식 자랑밖에 남지 않은 나이에 성현의 어머니가 할 수 있는 건,


‘우리 아들 그래도 열심히 공부해.’


그런 위로 아닌 위안뿐이었다.


그래서 다짐했다.

공무원만 붙으면 편하게 해드리겠다고. 꼭. 무슨 일이 있어도 남은 여생은 좋게좋게 보내드리겠다고.


그런데 그렇게 다짐을 해봐야 뭐할까.

요모양 요꼴이다.


찌질하고, 궁상맞게 노량진 고시원 한켠에서 웅크려 질질 짜는 것뿐.


그래서 갈 길 없는 분노를 괜스레 후손에게 푸는 것이다.

후손이 성공해서 타임머신 같은 걸 보내달라고.


그런데,


[안녕하세요 저는 헌터 챗 GPT입니다. 미래로부터 나노 머신을 전송받습니다.]


눈 앞에 요상한 문장이 떠올랐다.

성현이 그 단어를 보고 잠시 눈을 껌뻑였다.

순간적으로 그가 미친 거라 생각해서.


하지만 시선을 움직일 때마다 그 단어가 고스란히 따라왔다.

게다가 글자뿐만이 아니었다. 곧이어 실체를 가진 무언가도 튀어나왔으니.


[5··· 4··· 3··· 2··· 1···]

[전송 완료]


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현의 손에 조그마한 알약이 뿅하고 나타났다.


“이게······, 뭐야?”


넋이 나가 중얼거린 혼잣말이 트리거가 됐는지 눈 앞에서 다른 글자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괴수전 나노머신입니다. 저는 나노머신을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사용자를 돕는 헌터 챗 GPT입니다.]


이쯤되니 성현이 든 생각은 하나였다.


“······미쳤구나, 내가.”


고시 낙방 3년.

우울증이 올 거 같단 느낌이 들었는데, 그보다 더 한 광증이 찾아온 모양이었다. 그러지 않고서야 시야에 나타난 글자와 대화하고, 손 안에 알약이 생겼다는 착각을 할 리가.


그런데 눈 앞의 글자는 그 생각을 극구 부인했다.


[성현님은 미치지 않았습니다. 저는 미래에서 성현님을 돕기 위해 전송된 헌터 챗 GPT입니다.]


성현은 그 말을 애써 무시하려 했다. 그리고 핸드폰을 주워들어 심야 진료를 하는 정신과를 알아보려는 순간,


[나노머신 알약을 복용하면 헌터가 될 수 있습니다.]


그 말에 우뚝 멈춰섰다.


‘······헌터, 라고······?’


던전과 괴수가 일상화된 지 60여 년. 그러나 아직까지 던전과 괴수는 현대 병기로 극복할 수 없었다. 그런데도 인류가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는 그저 하나.

마력을 활용해 던전 내에서 괴수를 퇴치할 수 있는 각성자인 헌터들 덕분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헌터들 중 가장 낮은 등급인 9등급만 되어도 웬만한 대기업 부장급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헌터가 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20살 전후로 마력을 느낄 수 있는 각성을 거친 뒤, 전투에 적합한 특성을 가진 자들만 헌터가 될 수 있다. 각성만 하더라도 선택받은 소수라는 소리를 듣는데, 그 중에서도 선별 작업을 거쳐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30살이 된 성현은 진즉에 포기했었다.


방금 그 문장을 보기 전까지.


[나노머신 알약을 복용하면 헌터가 될 수 있습니다.]


“헌터가······, 될 수 있다고······.”


헌터부 공무원을 보겠다고 3년 동안 인생을 꼴아박은 이유는 별 거 없다.

그나마 잘하는 게 공부하는 것밖에 없어서, 그걸로 안정적으로 돈 벌려면 공무원밖에 없었으니. 지금까지 고생한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러나 헌터가 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대기업 부장급 수익이면······.’


지금껏 어머니께 못 해드렸던 거 다 할 수 있다. 고3이 되는 동생한테도 학원비에 용돈까지 쥐어줄 수 있다.

가족 모임에도 당당히 아들 자랑을 하고, 밍크코트도 걸치고, 지긋지긋한 식당일도 그만 두고, 그저 편히 집에서 하고 싶은 거 할 수 있는 생활을.


거기까지 생각이 닿자 성현은 의식하기도 전에 손에 든 알약을 입에 털어넣었다.


그리고 방금 전과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보게 된다.


[나노 머신 주입 확인]

[AI 활성화]

[신체 스캔 시작]


“뭐, 뭐, 뭐, 뭐야??”


이런 걸 전혀 예상치 못했기에 성현이 당황한다. 그러나 성현이 그러거나 말거나 세계수의 씨앗은 할 일을 한다.

정수리에서부터 살짝 뜨뜻한 기운이 도나 싶더니, 그게 천천히 발끝까지 내려간다.


그리고 씨앗은 단순히 스캔만 하는 게 아니었다. 시야 한 쪽 구석에 스캔 정도를 표시까지 해준다.


[스캔 완료까지 1분]

.

.

.

[스캔 완료까지 1초]

[스캔 완료]


그 모든 스캔이 끝났을 때, 눈 앞에 또 다시 새로운 글자가 뜬다.


[신체 부적합: 일반인]


“······부적합?”


성현이 고개를 갸웃했다.

뭔가 먹으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던 순간,


[신체 개조 기능 활성화]

[지금부터 헌터화를 시작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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