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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칸더브이 님의 서재입니다.

남홍여중 소녀들

웹소설 > 작가연재 > 판타지, 현대판타지

서칸더브이
그림/삽화
Bomemade
작품등록일 :
2019.04.04 01:56
최근연재일 :
2019.07.31 23:37
연재수 :
59 회
조회수 :
11,898
추천수 :
448
글자수 :
287,562

작성
19.05.02 08:00
조회
95
추천
8
글자
9쪽

Chapter Eleven-흑주작 (2)

DUMMY

살짝 긴장했던 태하와 사라는 다시 편안해진 분위기에 별명 짓기를 계속했다.


“사라는?”


“난 별명이 없었는데. 애들이 가끔 ‘쌔라’라고 부른 적 빼고는···.”


“역시 ‘신입생 에이스’는 별명도 없었구나, 그랬구나. 봄아, 사라 진짜 별명 없었어?”


-응.


“너희들이 하나 지어줘.”


“뭐가 좋을까?”


“······.”


“네 꺼는 어렵다. ···모든 잘하는 이사라. 합쳐서 모.잘.라. 모잘라. 모자라! 모자라 이사라?”


“그게 최선입니까? 확실합니까, 전태하 양?”


“야~, 어려워, 너는.”


“얘 같이 예쁘고 다 잘하는 기집애는 별명 짓기 어려워. 차라리 그냥 ‘공주’같이 듣기 민망한 별명을 주는 더 좋을지도 몰라.”


“야~, 그건 진짜 싫어. 공주가 뭐야, 공주가.”


“왜 남주 선배님 별명이 ‘얼음공주’래.”


“선배님이야 차갑게 생기셔서 ‘얼음공주’가 어울리는데, 사라는 쫌···.”


“사라 공주? 프린세스 사라?”


“프린세스 모자라?”


“이상해~.”


“아, 어려워. 어려워. 넌 그냥 사라해. 사라해? 사라다? 사라다 어때?”


“힝···.”


-태하는 너는 별명 없었어?


“나? 음······태하···‘하태, 하태’. 피스.”


“푸하하하, 그게 뭐냐.”


“아냐, 나 사실 별명 있어. ···대하구이. 새우대가리. 뜨하···.”


“새우대가리?”


“응, 내 동생이 나 부를 때 그렇게 불러. 새우대가리.”


-태하, 동생 있었어?


“응, 쌍둥이 동생. 소하.”


“쌍둥이? 그럼 너랑 똑같이 생겼어?”


“쌍둥이의 사전적 의미가 한날한시에 한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똑같이 생긴 두 아이야. 신기하게 사람들은 꼭 그렇게 묻더라, 쌍둥이라고 하면. 쌍둥이니까 똑같이 생겼지.”


“내 주위에 쌍둥이 처음 봐. 난 외둥이라서 자매 있는 애들 보면 그렇게 부럽더라.”


“나도 외동.”


-나도!


“말이 동생이지, 왠수야.”


“그래도 좋겠다.”


“좋긴 뭐가 좋냐.”


-동생이 ‘새우대가리’ 라고 부르면, 너는 동생을 뭐라고 불러?


“소머리. 소머리국밥. 소화불량. 이름이 소하거든. 전소하.”


“푸하하하 푸하하하하. 너희 자매 진짜 웃긴다, 야! 좋았어. 그럼. 넌 이제부터 새우대가리.”


“김지현!”


“왜 난 좋은데, 새우대가리. 새우는 대가리가 제일 맛있어.”


“그래~, 대하구이 보다는 힙합하다야.”


“힙한 거겠지. 됐어. 싫어~. 나도 예쁜 거 줘. 지는 곰돌이면서···.”


“아냐, 땅, 땅, 땅. 결정됐습니다. 새우대가리 양. 저쪽으로 나가 주시고, 자, 이제 우리 중 제일 시크하고 예쁜 년. 봄이.”


-그래, 나도 ‘새우대가리’ 같은 거로 지어줘.


“그래. 새우대가리 사운드 이쁘다니까. 우리 봄이는···뽀미?”


“야, 뽀미가 뭐냐. 흔하다. 특색 없다. 부우우~. 사라야, 봄이는 별명 없었어.”


“봄이? 음..귀머거리?”


농담이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태하와 지현은 사라의 발언에 순간 얼어버렸다. 둘이 즉각 봄의 눈치를 보는데, 봄은 소리 없이 크게 웃고 있었다. 그제야 봄과 오랫동안 친한 사이인 사라가 농담을 했다는 것을 알고는 모두 봄을 따라 크게 웃었다.


“봄아, 근데. 너 훈련하는 거 힘들지 않아? 귀 안 들리는 거···.”


-괜찮아. 사라가 옆에서 많이 도와줘. 그리고 선배들도 될 수 있으면 내 눈을 보고 명령을 내리려고 하고.


“대단하다. 난 매일 특별 훈련을 받아도 기어업 하나 제대로 못 하는데···.”


-기어업 잘하던데. 아까 환상계 안에서 네가 잠수 일등이었잖아.


“나 사실 여기 오기 하루 전에 겨우 기어업 할 수 있게 됐어. 그런데, 너희들은 어떻게 그렇게 잘해?”


웃고 떠들던 태하는 아까부터 목에 걸려있던 질문을 겨우 내뱉었다. 아이들은 서로 누가 먼저 이야기를 터놓을까 눈치만 보다가, 사라를 따라 태하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해 주었다.


“난 인터넷 찾아봐.”


“응, 인터넷? 기어업 하는게 인터넷에 나와?”


“아니, 인터넷에서 내가 환상계 안에서 구현해야 할 기어들에 관해 찾아봐. 그 장비들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구조로 돌아가고, 어떤 물질로 되어있고. 공부해서 그 장비를 잘 알게 되면, 환상계 안에서 구현이 잘 되더라고. 그건 나고, 봄이는 그려봐.”


-응. 난 먼저 그려봐. 환상계 안에서 보았던 선배들의 복장, 칼, 보드,···. 훈련이 없을 때 펜이나 연필로 여러 번 그려봐. 이렇게도 그려보고, 저렇게도 그려보고. 많이 그리면 그릴수록, 머릿속에 그 장비의 모양이나 질감, 느낌들이 잘 기억되는 것 같아. 그래서 나중에 훈련할 때, 그 느낌으로 기어들을 소환한다고 해야 하나? 아무튼, 난 그렇게 하면 기어업이 잘 되는 것 같아.


“지현이 넌?”


“나? 나는 이 에이스들하고 비교할 수 없지.”


“그래도 너도 잘하잖아. 넌 어떻게 하는데?”


“난···음. 다 샀어.”


“응?”


“다 샀어. 집에 다 있어, 제복, 라피에르. 이제 수련회 끝나고 집에 가면, 워터 슈트하고 잠수 장비 사야지. 에효.”


“응?”


“선배님이 현실에서 비슷한 물건을 보고 느끼고 나면 잘 된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난 비슷한 물건들을 사서 직접 만져 봤어. 잘 모르는 것을 상상한다는 것이 어렵잖아. 그래서 아빠한테 다 사달라고 했어. 제복도 입어보고 칼도 만져보고. 일단 지금은 그래. 나중에는 나도 사라랑 봄이처럼 상상으로만 구현할 수 있음 좋겠다.”


아이들이 입을 쩍 벌리고 지현을 쳐다봤다.


“왜?”


“너희 집 부자야?”


“응.”


“제복하고 칼 사달라고 하는데, 부모님이 뭐라고 안 하셔?”


“학교에서 친구들하고 SNS에 코스프레 사진 올린다고 대충 둘러댔지 뭐. 울 아빠는 내가 애교 피면 그냥 다 사줘.”


“몰라봤네. 지현아~?”


“왜?”


“우리 친하게 지내자.”


“나도.”


-나도.


“이것들이, 진짜. 야, 오징어잡이 때 내가 잡히면 다 도망갈 년들이.”


“물론~ 그렇지. 헤헤.”


-얘들아, 우리도 약속할까?


“?”


-오징어잡이 때 우리 넷 중에 누구 하나라도 크라켄징어한테 잡히면 무조건 구하러 오기로.


“좋아!”


“콜~~~~!”


“아예, 맹세하자, 우리! 서로 별명도 지어준 사이인데!”


“뭔 맹세?”


“피의~~맹세~~세~~세~~.”


“뭐래~.”


“하자~! 난 이런 거 꼭 해보고 싶었어, 베프끼리. 하자, 새우대가리?!”


“뭘 하는 건데? 피의 맹세가 뭔데?”


-이거 어때? 환영회 때 한 것처럼, 여기 ‘주작의 자궁’에 다가 피로 맹세하는 거?!


천진난만한 봄의 표정에 태하는 살짝 난감했다.


“굳이 그렇게까지···해? 그냥 새끼손가락 걸고···.”


발그레한 얼굴의 사라와 지현이 고양이 턱을 괴고는 간절한 눈빛을 보냈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사라다, 거품 나오는 거 좀 꺼주고, 거기 선반 위에 내 목욕 가방에서 핀(pin) 하나만 줄래?


봄이 자신의 약지를 핀으로 가볍게 찌르고는 사라에게 핀을 건냈다. 사라는 지현에게, 지현은 태하에게. 빨간 핏망울이 소녀들의 약지 위에 맺혔다. 봄이 먼저 자신의 피를 물 위에 떨어뜨렸다. 나머지 세 명의 소녀가 그녀를 따라 빨간 맹세의 증표를 떨어뜨리고는 양수 속으로 들어갔다. 따뜻한 물이 그들 모두를 감쌌고, 서로를 바라보는 아이들은 같은 얼굴을 했다. ‘나 윤봄은 이제부터 우리 넷 중 누군가 위험에 빠지면, 그곳이 어디라도 따라가 구해줄 것을 맹세합니다, 설사 그곳이 구토 냄새 진동하는 대왕 오징어의 입속이라도. 서로에게 말하지 못할 비밀 따위는 없을 것이며, 절대 배신하지 않기로 이 신성한 주작의 자궁 안에서 맹세합니다.’ 봄의 손짓에 따라 소녀들은 약속을 했다, 어쩌면 영원히 깨지지 않을, 어쩌면 쉽사리 잊혀져 버릴.


“김곰돌?”


“왜 새우대가리.”


“배 또 고푸다. 돈도 많은데 아이스크림 좀 사지. 홋! 까이도산 우유로다가.”


“좋아. 내 지갑 저기 있거든, 가져가서 네가 사와. 홋! 까이도산 우유로다가.”


“아이, 또 왜 그래. 그냥 쿨하게 네가 사다 줘, 네 돈으로다가.”


“이거 이제 알았네, 얘 은근 사람 맥이네.”


“지현아, 나랑 가자. 나 편의점 가고 싶었는데.”


“헤헤. 봄이야, 쟤들 편의점 갔다 오는 동안 나 수화 좀 가르쳐 줄래.”


-좋아.


“근데, 새에 자궁이 있나?”


-주작이 새일까?


“그런데, 우리 봄이 너 별명 지었나?”


그날 밤 태하는 소하의 꿈을 꾸었다. 네 봉우리의 설산 위에 소하가 사라와 봄, 지현과 함께 서 있었다. 소하는 남홍여중의 제복을 입고 근사한 라피에르를 차고 있었다. ‘언니, 기다려.’ 소하의 목소리가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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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Chapter Eleven-흑주작 (4) +1 19.05.06 76 6 7쪽
28 Chapter Eleven-흑주작 (3) +2 19.05.03 87 7 7쪽
» Chapter Eleven-흑주작 (2) +2 19.05.02 95 8 9쪽
26 Chapter Eleven-흑주작 (1) +1 19.05.01 90 5 8쪽
25 Chapter Ten-KRAKENZINGER (4) +2 19.04.30 92 5 8쪽
24 Chapter Ten-KRAKENZINGER (3) +2 19.04.30 95 5 8쪽
23 Chapter Ten-KRAKENZINGER (2) +3 19.04.29 104 6 9쪽
22 Chapter Ten-KRAKENZINGER (1) +1 19.04.26 114 7 8쪽
21 Chapter Nine-물의 계약 (4) +1 19.04.25 108 5 7쪽
20 Chapter Nine-물의 계약 (3) +2 19.04.24 105 7 9쪽
19 Chapter Nine-물의 계약 (2) +1 19.04.23 88 6 7쪽
18 Chapter Nine-물의 계약 (1) +2 19.04.22 99 6 8쪽
17 Chapter Eight-The Library (3) +2 19.04.19 107 8 8쪽
16 Chapter Eight-The Library (2) +1 19.04.18 90 9 10쪽
15 Chapter Eight-The Library (1) +1 19.04.17 101 8 10쪽
14 Chapter Seven-환상계 (2) +1 19.04.16 119 8 11쪽
13 Chapter Seven-환상계 (1) +1 19.04.15 157 9 11쪽
12 Chapter Six-The Roar of the Last Tiger 19.04.12 167 9 16쪽
11 Chapter Five-서호국제남자중고등학교 아이스하키부 (2) +1 19.04.11 186 10 9쪽
10 Chapter Five-서호국제남자중고등학교 아이스하키부 (1) +1 19.04.10 221 11 12쪽
9 Chapter Four-The Bird's Nest (2) +3 19.04.09 273 11 17쪽
8 Chapter Four-The Bird's Nest (1) 19.04.08 247 10 9쪽
7 Chapter Three-쌍둥이 (3) +1 19.04.07 291 11 10쪽
6 Chapter Three-쌍둥이 (2) +3 19.04.06 321 13 11쪽
5 Chapter Three-쌍둥이 (1) +3 19.04.05 395 15 8쪽
4 Chapter Two-Game Room (2) +10 19.04.04 562 22 7쪽
3 Chapter Two-Game Room (1) +4 19.04.04 574 16 7쪽
2 Chapter One-오징어잡이 (2) 19.04.04 799 19 9쪽
1 Chapter One-오징어잡이 (1) +4 19.04.04 2,207 31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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