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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다요 님의 서재입니다.

무결무적(無缺無敵)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퓨전

글써다
작품등록일 :
2021.05.12 12:56
최근연재일 :
2021.07.01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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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6.10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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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31화. 상단(商團)

DUMMY

31. 상단(商團)


사내는 북경의 지리에 해박한지, 막힘 없이 강일을 안내했다.

"여기는···입니다. 저곳은···하는 곳인데···"

게다가 관광 안내를 하듯이 이런저런 설명을 해주는 사내였다.

"호오. 그렇군요."

꽤 재미있게 안내를 해주어서 강일은 꽤 만족스럽게 길을 걸었다.

'혼쭐을 내주려 했는데, 그냥 보내줄까?'

막 상경해 어리바리한 사람을 뜯어먹는 인간임이 분명하지만, 그 과정에서 도를 넘는 일은 하지 않는 사람 같았다. 종종 길을 걸으면서 마주치는 사람들과 정답게 대화를 나누는 것으로 보아, 인망이 나쁜 것 같지도 않았다.

'그래. 봐주자. 구 년 만에 바깥세상으로 나왔는데, 벌써 푸덕거릴 필요는 없지.'

딱히 피해를 입은 것도 없기에 그냥 안내만 받고 넘어가기로 했다.


"여기가 진화상단입니다."

사내가 안내해준 곳은 삼층짜리 건물이었다. 주변 건물에 비해 컸지만, 사내에게 들었던 상단의 위명에 비해 작은 건물이었다.

'상품을 보관할 공간도 없어 보이는데.'

"여기는 진화상단의 북경지부입니다. 본단도 북경에 있지만, 규모가 상당하여 외부의 장원에 자리 잡았습니다. 여긴 주로 북경 사람들의 의뢰는 받는 곳입니다."

강일의 마음을 눈치채기라도 한 것일까. 사내는 강일의 의아함을 풀어주었다.

"상단에서 일반인들에게 무슨 의뢰를 받습니까?"

북경 사람들의 의뢰라고 했으니, 상단간의 물품 거래는 아닐 터였다.

"주로 표물을 맡기거나, 멀리 가야 할 때 동행 의뢰를 합니다. 어차피 상행을 이끌고 전국을 돌아야 하니, 겸사겸사 사소한 의뢰를 받아주는 것입니다."

"꽤 인정이 많은 상단이군요."

강일은 진화상단의 태도가 마음에 들었다. 백성들이 표국에 정식으로 의뢰하기는 쉽지 않다. 작은 물건을 맡겨도 표두 하나에 표사 둘은 따라붙는데, 그 돈을 감당하기가 쉽지 않았다.

"네. 고위 인사들과 백성들의 민심을 둘 다 잡은 똑똑한 상단입니다."

강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화상단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사내의 말대로 소소한 의뢰를 받아주는지 평범한 사람들이 많았다.

'은행같네.'

대기석이 있고 문 앞에서 대기표를 나눠주는 사람이 있으니 정말 은행같아 보였다.

"무슨 일로 오셨습니까? 표물 의뢰라면 이쪽 대기표를 동행 의뢰라면 저쪽 대기표를 가시면 됩니다."

직원은 당연히 의뢰를 맡기러 온 행인이라 생각했는지, 강일을 수납 창구로 안내하려 했다.

"의뢰를 맡기러 온 것이 아닙니다."

강일은 직원의 말을 부인했다. 직원의 표정이 어리둥절하게 변했다.

"그럼 왜 오셨습니까?”

북경에서 거래하는 중요한 상단이나 정계의 고위직 인물은 거기서 거기이기 때문에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작은 의뢰를 맡기러 오는 일반인이었다. 젊은 청년이 다른 이유로 올 리는 없었다.

“스승님께서 소개장을 보내셨다고 했습니다. 쟁자수로 써 줄 것이라 하셨습니다.”

직원은 오늘 아침에 지부장에게 받았던 서신을 떠올렸다. 적어도 며칠 뒤에 올 것이라 생각했기에 깜빡 잊고 있었다.

“강일 씨 군요. 양 노께서 보내신 소개장은 받았습니다. 따라오세요.”

직원은 이 층으로 발을 옮겼다. 강일은 안내해준 사내는 당황했다.

‘쟁자수라니?’

그럼 자신이 열심히 안내한 이유가 무엇인가. 쟁자수라면 받아먹을 수고비도 없을 터였다.

“여기까지 안내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북경 사람들의 인심이 야박하다더니, 다 거짓이었군요. 덕분에 짧게나마 관광도 하고 좋았습니다.”

강일은 당황해서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는 사내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사내에게 그 웃음은 비웃음으로 보였다.

‘당한 건가?’

“허!”

기가 찼다. 설마 자신이 머리에 피도 안 마른 어린놈의 술수에 넘어가다니. 이걸 나중에 손을 봐줘야 하나 싶었지만, 쟁자수라도 진화상단의 쟁자수. 건드리기엔 좀 그런 부분이 있었다.

강일은 몸을 뒤로 돌려 직원을 따라 이 층으로 올라갔다. 혼자 남은 사내는 제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에이씨. 공쳤네. 돌아가면 개 쪽을 당할 텐데···”

자신을 놀릴 동료들을 생각하니 답답해지는 사내였다.

“그나저나 쟁자수라··· 상당히 영악해 보이는데 영입을 시도해 볼까?”

사내는 품속에 있는 두 개의 목패를 만지작거렸다. 목패에는 하오(下午)라는 단어가 적혀있었다.

“두 개 밖에 없는 영입권이지만, 아깝지 않을 것 같단 말이지.”

사내는 고민을 하며 진화상단을 떠났다.


똑똑.

“지부장님. 양 어르신께서 보내신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벌써?’

지부장은 너무 빨리 왔다고 생각했다. 서신을 어제 받았는데, 오늘 도착했다는 것은 의심해볼 만했다.

“들어오너라.”

그래도 일단 확실하지 않으니 얼굴을 보기로 했다. 서신에는 인상착의도 적혀 있었으니 비교하면 되었다.

지부장의 대답을 들은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 한 청년이 게처럼 게걸음으로 들어왔다.

지부장은 바로 의심을 거뒀다. 등에 멘 철로 된 지게와 정체 모를 물건들, 양 노가 소개해 준 사람이 맞았다. 게다가 저 철 지게는 지부장에게도 익숙한 물건이었다.


시기는 십오 년 전. 지부장이 아직 조장에 불과했을 때였다. 지부장은 치기 어린 마음에 만주를 가로지르는 상행에 자원했었다. 그 상행은 진화상단으로서도 도전적인 결정이었고 위험함이 가득한 상행이었다. 상행을 이끄는 사람은 그 당시엔 부단주였던 현재의 상단주였다.

상행은 순조로워 보였다. 만주벌판의 중간지점까지 아무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긴장이 조금 풀린 탓일까. 바로 마적 때의 습격을 받았다. 첫 습격은 문제없이 막았지만, 그 후가 문제였다. 매일 같이 빠른 기동력으로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는 마적 때에 호위병들은 하나둘 씩 죽어 나갔고, 많은 돈을 주고 고용한 무인들은 지쳐갔다. 더구나 몇몇 무인이 도망치기까지 했다.

결국 중도 포기하고 돌아가기로 했다. 하지만 자신들이 포기한다고 해서 마적들까지 포기하는 것은 아니었다. 습격은 계속되었다. 그 당시 지부장을 비롯한 상단의 인물들은 죽음을 각오했다. 이대로 간다면 돌아간다고 해도 몇 사람 살아남지 못할 것이었다. 당연히 지부장은 자원한 것을 후회했다. 가족에게 미안했다. 이제 제일 큰 자식이 열 살이 되었는데, 아버지 없게 자라게 생겼다.

우여곡절 끝억 관병들이 지키는 경계에 거의 다 왔지만, 그들은 절망했다. 그동안 했던 소규모 습격이 장난이었다는 듯이, 평원을 가득 채운 마적때가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지부장은 미리 적어두었던 유언장을 말에 묶었다. 말을 도망치게 한다면 어쩌면 유언장만큼은 전달될 수도 있었다.

쿠웅!

그때 땅이 울렸다. 상단의 사람들은 술렁거렸고, 전방의 마적때는 당황한 듯 소란이 일었다.

쿠웅! 쿠웅!

진동과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다. 지부장은 지평선 위로 떠 오르는 동그란 물체를 보았다. 소리가 가까워질수록 형체가 잘 보였다. 큰 바위였다. 큰 바위가 혼자서 만주벌판을 빠른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뭐야!”

“저게 뭐지?!”

그 모습에 상단의 사람들도 당황하기 시작했다. 바위가 혼자 움직인다니 말도 안 되는 기현상이었다. 조금 더 바위가 가까워지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위는 살짝 떠 있었다. 그리고 그 밑에 사람이 하나 있었다.

쾅! 드르르륵.

정체 모를 사람이 상행의 앞에서 멈췄다. 속도가 얼마나 빨랐는지 바로 멈추지 않고 땅에 긴 고랑을 남겼다. 그 사람은 거대한 바위를 끝에 걸쳐 놓듯이 올려놓은 철 지게를 메고 있었다. 바위가 워낙 거대해서 가까이 오기까지 눈치채지 못했지만, 그 사람도 거인이라 칭하기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컸다.


당시 부단주였던 상단주는 먼저 다가가 인사를 건넸다.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의 인사였다. 지부장은 바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곧 알 수 있었다. 다가오는 남자에게 정신이 팔린 사이, 마적들은 이미 도망친 지 오래였다.

“구해주긴. 지들이 도망친 거지. 하여간 마적놈들 겁은 많아서.”

대수롭지 않게 말했지만, 사실 이미 거인이 만주 온 지 삼 년, 마적들 사이에서 공포의 대상이 된 지 오래였다.

"그래도 구해주신 건 구해주신 겁니다. 대협이 오지 않으셨다면 저희 일행은 모두 목숨을 잃었을 것입니다.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거인은 부담스러워하는 얼굴이 되었다.

“대협은 무슨. 낯간지러워 죽겠네. 그냥 양 노라 부르게.”

“예. 알겠습니다. 어르신.”

지부장이 보기에 지금 상단주의 머리는 뺑뺑 돌아가고 있었다. 어떻게 해서든 연을 맺어 두려는 듯했다. 하긴 자신이었어도 저런 바위를 짊어지고 다니는 고수를 보았다면 연을 맺으려 노력했을 것이다.

“은혜를 갚고 싶은데, 어찌 방법이 없겠습니까?”

상단주는 운을 띄웠다. 양 노가 꾸준히 관계를 맺을 방법을 제시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양 노는 잠시 고민을 했다.

‘수련이 끝날 때가 되었다. 슬슬 정보가 필요해.’

지난 세월 동안 힘을 키우는 데 전념했기에 세상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다. 만주까지 도전하는 상단이라면 규모가 있는 상단임이 분명했다.

“방법이 있긴 한데···”

“...”

“...”

양 노는 상단주가 원하던 대답을 해주었다. 간간히 연락을 하며 중원에서 일어나는 일 중, 독특하거나 수상한 것이 있다면 전해 달라고 했다.

원하던 바이기에 상단주는 흔쾌히 승낙했다.



그 상행을 이후로 만주를 넘는 것은 포기했지만, 조장이었던 지부장은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다. 강일이 맨 철 지게를 보니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중이었다.

“그래, 어르신께서는 정정하신가?”

“네. 당연히 정정 하시지요. 요즘엔 더 힘이 좋아지셨습니다.”

강일의 대답에 그럼 그렇지 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지부장이었다.

“근데 정말 쟁자수로 되겠나? 어르신께서 부탁하셔서 쟁자수로 받기로 하긴 했지만, 자네가 원한다면 더 좋은 자리를 경험하게 해줄 수 있네.”

지부장이 보기에 강일은 양 노의 제자였다. 서신에는 그냥 아이 하나가 올 테니, 쟁자수로 받아달라고만 쓰여있었지만, 지부장도 보는 눈이 있었다. 등에 멘 철 지게도 그렇고, 지게 위에 올려진 물건들도 전부 흑철로 만들어진 것으로 보였다.

‘그 스승에 그 제자라고 똑같이 무거운 것을 짊어지고 다니는구나.’

독특한 사제였다.

“괜찮습니다. 스승님께서 다양한 경험을 쌓으라 하셨습니다. 쟁자수를 해보는 것도 처음 겪는 일이니 오히려 좋습니다.”

지부장은 끄덕였다. 권위 의식이 없어 보이니 문제는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저런 물건들을 짊어지고 다니는 사람이 쟁자수로 오면 두손 들고 환영해야 하는 일이었다. 물론 호위로 들어 온다면 더 좋았겠지만.

“그럼 어디로 가는 상행을 따라갈 것인가?”

“기왕이면 호북성으로 가는 길이었으면 합니다.”

마침 호북의 바로 위인 하남성(河南省)으로 가는 상행이 하나 있었다.

‘뭐, 괜찮겠지. 오히려 더 안전해질 테니 좋을 수도.’

중요한 상행이라 아무나 함부로 끼워 넣을 수 없긴 했지만, 양 노의 제자라면 괜찮을 듯싶었다.

“하남 정주(鄭州)의 무림맹 본단으로 가는 상행이 하나 있네. 어떠한가?”

강일은 좋았다. 하남이면 호북에 가는 길목에 위치해 있기도 했고, 무림맹은 한번쯤 가보고 싶었다.

“좋습니다.”

“그래, 그럼 이 소개장을 들고 상단의 본단으로 가게나. 가면 알아서 해줄 것이네.”

지부장이 강일에게 양 노가 주었던 소개장과 하나의 서신을 같이 주었다.

“본단으로의 안내는 방금 같이 온 직원이 해줄 것이네. 그럼 잘 부탁하네.”

강일은 인사를 하고 북경지부에서 나왔다. 그리고 직원을 따라 진화상단의 본단으로 발을 옮겼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슬럼프 일까요. 머릿속에 내용이 있지만, 글로 잘 풀어지지가 않네요. 뭔가 퇴고를 하면 할 수록 이상해지는 느낌이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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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32화. 상행(商行) 21.06.11 382 6 14쪽
» 31화. 상단(商團) 21.06.10 369 8 12쪽
31 30화. 북경(北京) 21.06.09 371 8 12쪽
30 29화. 하산(下山) 21.06.08 394 8 14쪽
29 28화. 심(心) 21.06.07 392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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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24화. 수련(修練) 21.06.03 409 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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