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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여동생이 서큐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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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2.05.15 09:36
최근연재일 :
2022.05.18 09:00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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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467

작성
22.05.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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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내 여동생이 이렇게 음란할 리 없어(3)

DUMMY

국가안보국은 게이트 사태 이후에 새로 출범했다.

지구와 이세계가 연결되자 인간 중 일부가 초능력을 각성했다. 어떤 사람은 하찮은 초능력을 얻었고, 누군가는 무시무시한 싸움꾼이 되었다.


우리 아버지는 하찮은 쪽이었다.


아버지의 초능력은 현란한 손놀림이다. 초능력 덕분에 손가락이 문어 다리처럼 정교하게 움직인다. 아버지는 손으로 하는 모든 작업에 능숙해졌다.


인형 눈알 붙이기.

복권 영수증 세기.

피자 포장지 접기.

경력 20년의 아주머니보다 빨라졌다.


아버지는 소득을 더 많이 올리기 위해 용병으로 전직했다. 용병이지만 전투 담당은 아니고 후방 지원이다. 전투 요원 뒤에서 짐을 들고 있다가 상황에 맞게 적절한 아이템을 꺼내준다.

클래스 명칭은 짐꾼.

골프장에 캐디가 있다면 용사 파티에는 짐꾼이 있다.


“궁수님, 나이스 샷!”


아버지는 합법적으로 성실하게 돈을 벌었다. 초능력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활용한 것이다. 능력은 하찮지만 사람은 훌륭하다.

멋있는 우리 아빠.

울트라 초미녀와 결혼할 자격이 있다.


하지만 똑같은 능력도 누가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평범한 사람은 초능력을 정직하게 사용하지만, 나쁜 놈들은 범죄자가 된다.

사기도박, 타짜, 소매치기, 몰카 찍어서 판매 등등.

각성자는 손놀림이 워낙 빠르다보니 CCTV로 잡아내기도 쉽지 않다. 경찰에 검거도 안 되고, 설사 붙잡히더라도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난다.


게이트 사태 이후에 범죄가 횡행했다.

강력범죄도 늘어났다.

각성자들이 폭력조직을 만들기 시작했다.

결국 정부는 각성자 범죄에 대응할 국가 기관을 신설했다. 그것이 바로 국가안보국이다.


국가안보국.

소속 구성원 모두가 초능력자로 이루어진 최고 엘리트 기관.


차연지 과장은 엘리트 공무원답지 않게 외모가 화려했다. 인스타 셀럽이나 인방 BJ처럼 강남 성형 인조인간 느낌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아름다웠다.

그녀가 소시지 값을 계산한 뒤 우리를 편의점 밖으로 이끌었다. 뒤이어 경찰과 사고대책반이 나타나 부서진 편의점에 폴리스 라인을 치고 잔해를 수습했다.


차연지는 고급 공무원이었다. 뒤처리는 다른 사람이 한다.


우리가 커피숍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아메리카노, 버블티, 그리고 이름이 아주 복잡한 음료.

차연지가 복잡한 음료를 테이블에 놓았다.

나는 그녀 맞은편에 앉았다.

줄리아는 내 왼쪽 의자에 올라탔다. 손이 작아서 양 손으로 버블티를 쥐었다.

차연지가 줄리아에게 미소를 보였다.


“맛있니?”

“응.”


줄리아가 고개를 끄덕인 뒤 두꺼운 빨대를 힘껏 빨았다. 컵 아래쪽에 가라앉은 알갱이가 빨대를 타고 쭈욱 올라와 줄리아의 입안으로 들어갔다.

차연지가 흐뭇하게 웃었다.


“잘 빠네.”


줄리아가 응수했다.


“나 원래 잘 빨아. 언니보다 잘 빨아.”

“그··· 그래?”


내가 차연지에게 물었다.


“저한테 하고 싶다는 이야기가 뭡니까?”


차연지가 헛기침을 한 뒤 가방에서 자그마한 책자를 꺼냈다.


“저희 국가안보국은 상식 씨처럼 뛰어난 초능력자를 상시 채용하고 있어요. 공무원 특채라고 들어보셨나요?”

“아니요.”

“일반적으로 공무원은 시험을 통해 선발해요. 행정고시, 외무고시, 임용고사 등등이 대표적인 예죠. 하지만 긴급한 상황에서는 우수 인력을 수시로 채용하기도 해요. 수시 채용 공무원도 당연히 급여와 복지, 고용안정성은 기존 공무원과 동일하죠.”


내가 핵심을 짚었다.


“국가안보국에서 저를 채용하고 싶다는 말씀이십니까?”

“맞아요. 상식 씨는 거대한 악마를 혼자서 물리쳤어요. 경력자도 아닌데. 그건 정말 놀라운 재능이에요. 저희 국가안보국은 상식 씨처럼 재능이 충만한 각성자를 필요로 해요. 국제 정세가 불안정해지고 세계 경제가 어려움에 처한 현재의 상황에서 대한민국이 한 걸음 더 도약하려면···”


차연지가 어렵고 복잡하며 애국심 넘치는 멘트를 줄줄 꺼냈다.

나는 그녀의 말을 듣는 둥 마는 둥했다. 애국심이야 세금 잘 내면 충분하지.

영업 멘트가 마무리되었다.


“공무원에 관심 있으세요?”


물론 있다.

나는 취준생이다. 그리고 전문대학을 졸업했다.

이 정도 스펙이 정상적인 루트로 공무원이 되려면 시험을 통과해야 된다. 공무원 시험은 경쟁률이 높고 공부할 양도 많다.

힘들고 불확실한 길.

그래서 나는 공무원에 도전하지 않았다.

좃소기업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지금, 공무원이 될 기회가 찾아왔다. 심지어 9급 지방직도 아니고 7급 중앙부처 소속이다. 국가안보국은 인기 부처다.

거절하는 게 이상하다.


다만···


내 능력은 줄리아와 함께 있을 때만 발휘된다.

줄리아는 밀입국자다. 한국 국적이 없다. 게다가 겉모습은 영락없이 미성년자다.

동생은 국가안보국에 채용되지 못한다.

서큐버스니까.

불법체류자니까.

마족이니까.

따라서 내가 공무원이 된다면 줄리아는 집에 남아있고 나만 혼자 출근해야 한다. 줄리아와 거리가 멀리 떨어질수록 버프 주문은 약해지고, 나는 평범한 인간과 비슷해진다.


평범한 인간 김상식.

무능력한 신입.

먹튀.

세금 도둑.


노우.


그렇게 되기는 싫다. 나는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 성과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대가를 받고 싶다.

무임승차는 내 스타일 아니다.

아버지를 닮아서 그런가보다.

내가 말했다.


“관심 없습니다.”

“네?”

“저는 프리랜서가 좋습니다.”


충격적인 답변이었다. 청년실업이 날로 악화되는 시기에 공무원 채용을 거부하다니. 차연지가 눈을 커다랗게 떴다.


“진심이세요?”

“그렇습니다.”

“다시 생각해보세요. 일반적인 공무원이 아니라 국가안보국 소속이에요. 급여도 높아요. 위험수당까지 합치면 대기업 임원 수준이라고요.”


내가 못박았다.


“그래도 싫습니다.”

“정년까지 보장하는데?”

“상관없습니다. 인생은 짧고 굵게 살아야 합니다. 저는 얼른 돈 벌어서 일찍 은퇴할 겁니다.”


사실 나는 짧고 굵지 않다. 가늘고 길다.

원래는 평범한 직장에 들어가 월급 적당히 받으면서 물 흐르듯 살고 싶었다. 나는 욕심이 적고 야망도 없다. 주식 안 하고 코인도 안 한다.

저녁에 치킨 먹고 주말에 게임 하면 만족한다.


하지만 동생이 생긴 이후로 상황이 달라졌다.

줄리아 때문에 직장생활은 못 한다. 나는 줄리아와 24시간 함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서큐버스의 버프를 받을 수 있고, 줄리아를 마왕의 위협에서 지킬 수 있다.

적당한 이유를 들어 차연지의 제안을 거절해야 한다. 국가기관에 의심을 사지 않을 정도로.

내가 오만한 태도를 연출했다.


“국가안보국이 연봉을 얼마나 줍니까?”

“많이요.”

“구체적으로?”


차연지가 망설이다 자신의 연봉을 깠다.


“10억 정도.”


내가 코웃음을 쳤다.


“적네요.”

“뭐라고요?”

“겨우 연봉 10억이라. 제 야망을 채우기에는 한참 부족합니다.”

“말도 안 돼.”


내가 화제를 돌렸다.


“국가안보국에서 대형 범죄자에게 현상금을 걸었다고 들었습니다.”


차연지가 눈썹을 찡그리며 인정했다.


“맞아요. 포상금 있죠.”

“포상금이 얼마입니까?”

“보통 5억···”

“범죄자 한 놈당?”

“네.”

“제일 비싼 놈은?”


차연지가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다가 실토했다.


“5천만 달러요. 인터폴에 수배중인 테러조직 우두머리. 이 놈은 미국 연방준비은행을 폭파시켜 수십 명을 죽이고 12조 원 상당의 금괴를 훔쳐갔어요.”


5천만 달러는 한국 돈으로 약 6백억 원이다.

내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그것 보십시오. 공무원 되어서 뼈빠지게 일하는 것보다 지명수배자 한 놈 잡는 게 훨씬 이득입니다.”


차연지가 부정했다.


“틀려요. 수사기관이 지명수배자에게 왜 현상금을 걸겠어요? 잡기 힘드니까 걸죠. 국가기관도 못 잡는 수배자를 상식 씨 혼자서 잡겠다고요?”

“나는 혼자가 아닙니다.”

“그럼요? 누가 있는데요?”

“가족.”


내가 줄리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


차연지는 나를 포기하지 못했다. 그녀가 헤어지면서 명함을 남겼다.


“혹시 마음 바뀌면 연락주세요. 기다릴게요. 꼭 업무 때문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도움이 필요하거나, 궁금한 것이 있을 때 편하게 연락해요. 카톡 전화 다 괜찮아요.”


그녀가 차를 타고 떠났다. 고급 대형 세단이 원룸촌 골목길을 돌아 사라졌다.

나는 차연지가 남긴 명함을 보았다.


[국가안보국 특수 2과 차연지 과장]

[국민의 안전을 수호합니다.]


공무원 조직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20대 나이에 과장까지 오른 것을 보니 차연지는 능력이 뛰어난 모양이다.

저런 사람이 나를 이토록 절실하게 원하다니.

내가 그렇게 세 보였나?

줄리아가 나에게 물었다.


“오빠, 우리 이제 현상금 사냥꾼 되는 거야?”

“아마도.”

“재밌겠다. 마계에도 사냥꾼 있어. 다 잡아 죽여.”


내가 피식 웃었다.


“다 죽이지는 않을 거야. 나쁜 놈만 처리할 거야.”

“어떤 놈이 나쁜 놈인데?”

“지명수배자 명단에 나와있어. 놈들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현상금이 얼마인지.”

“나도 볼래.”


내가 스마트폰으로 행정안전부 사이트에 들어가 지명수배자 명단을 검색했다.

리스트가 나왔다. 절도, 강도, 사기, 폭력. 잡범부터 강력 범죄자까지 다양했다.

줄리아가 범죄자 명단을 훑어본 뒤 감상을 표했다.


“죄다 못 생겼다.”


내가 지적했다.


“사람은 대부분 못 생겼어.”

“저 언니는 예쁜데.”

“연지 씨가 특이한 거야.”

“근데 있잖아, 저 언니 처녀다.”


처녀.

미혼 여성.

내가 줄리아의 어휘를 바로잡아 주었다.


“미혼 여성이라고 해야지.”

“아니. 처녀라고.”


줄리아는 여전히 한국어가 서툴다. 미혼 여성을 처녀라고 부른다.

나는 줄리아를 계속 교육하려다가 미혼 여성이라는 단어가 초딩 아이에게 너무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만두었다.


“알았다. 네가 부르고 싶은 대로 불러라.”

“처녀 언니. 연지 언니. 예쁜 처녀 언니.”


줄리아가 골목길을 깡총깡총 뛰어갔다.


-


우리는 원룸으로 돌아왔다.

계단을 올라가니 집주인이 방문 앞에 서 있었다. 표정에 불만족이 드러났다. 집주인 아저씨가 인상을 팍 찡그리며 나에게 말했다.


“상식 학생, 집에 애를 데리고 들어오면 어떡해? 여기 1인실인거 몰라?”


원룸은 일반적으로 입주민을 한 명만 받는다. 어린아이나 애완동물은 금지다. 월세 계약서에 그렇게 적혀 있다.

집주인이 본색을 드러냈다.


“2명이 살 거면 관리비를 더 내야지. 안 그래도 요새 수도세 올라서 우리가 손해···”


집주인이 말끝을 흐렸다.

줄리아가 집주인 아저씨를 빤히 올려다보고 있었다. 커다란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나고 촉촉한 안구가 살며시 흔들렸다.

보호본능 유발.

아저씨는 귀여운 여자에게 약하다.

집주인이 헛기침을 했다.


“크흠··· 학생한테 남모를 사정이 있는 것 같으니까 아이는 봐 줄게. 하지만 애완동물은 안돼. 개, 고양이, 쥐새끼, 다 안돼.”


내가 잽싸게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집주인이 허리를 숙여 줄리아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너는 이름이 뭐니?”


줄리아가 앳된 말투로 대답했다.


“줄리아.”

“몇 살?”

“40··· 나누기 4살. 열 살.”


집주인이 뛸 듯이 기뻐했다.


“어이쿠, 외국 애가 한국말 잘 하네. 기특하다. 아저씨가 용돈 줄게.”


집주인이 지갑에서 빳빳한 지폐를 꺼내 줄리아의 손에 쥐어주었다.

수익 만 원 발생.

줄리아가 방긋 웃었다.


“고맙습니다, 아저씨.”

“이걸로 맛있는 거 사먹어요. 허허허.”


주인 아저씨가 함박웃음을 지은 뒤 본인 집으로 올라갔다.

나는 도어락을 열고 원룸 안으로 들어갔다. 줄리아가 신발을 벗자마자 지폐를 들고 신을 냈다.


“오빠, 우리 이걸로 소시지 사먹자. 소시지!”


내가 동생을 타일렀다.


“안돼. 소시지는 아까 먹었잖아. 저녁은 밥 먹어.”

“히잉···”


줄리아가 시무룩해졌다.

나는 근처 음식점에서 배달을 시켰다. 인스턴트 음식은 건강에 나쁠 것 같아서 채소와 고기가 적절히 포함된 비빔밥 세트로 주문했다.

가격은 배달료 포함 2만3천 원.

비싸다. 요즘 물가가 엄청 올랐다. 집주인에게 얻은 만 원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역시 앵벌이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 돈을 더 벌어야 한다.


현상금 사냥.


나는 일단 쉬운 놈부터 하나 잡기로 했다.

지명수배자 명단 제일 아래쪽에 폭력배의 정보가 적혀 있다.


[중요지명피의자 공개수배]

[이름 : 공영표(40세, 남성)]

[혐의 : 폭력 및 갈취]

[인상착의 : 키 177센티미터에 건장한 체격. M자형 탈모. 험악한 인상.]

[각성여부 : 각성자]

[특징 : 맨손 격투에 능함]

[포상금 : 5천만 원]


적합한 목표다. 거리가 가깝고 인상착의도 특이하다. 게다가 조직폭력배니까 숨어다니지도 않을 것이다.

찾기 쉽다.

나는 집에서 하루를 보낸 뒤 다음날 아침에 공영표를 잡으러 인천으로 출발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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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내 여동생이 이렇게 음란할 리 없어(2) +3 22.05.17 237 10 12쪽
1 내 여동생이 이렇게 음란할 리 없어(1) +5 22.05.16 481 12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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