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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싶다.

여동생이 서큐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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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작품등록일 :
2022.05.15 09:36
최근연재일 :
2022.05.18 09:00
연재수 :
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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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
글자수 :
16,467

작성
22.05.1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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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내 여동생이 이렇게 음란할 리 없어(1)

DUMMY

나는 눈앞의 여자아이에게 섹시함을 느꼈다.


‘헉! 안돼. 이건 범죄야. 판사님, 저는 아무 짓도 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여자아이의 이름은 줄리아다. 아이는 눈동자가 파랗고 머리카락이 금발이며 피부는 하얗고 코가 오뚝하다.

엘프녀.

아마 판타지 세상 속 요정이 현실로 튀어나온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문제는 이 여자아이가 스스로를 내 동생이라고 주장한다는 점이다.


줄리아가 방바닥에 앉아 스크류바를 핥으며 말했다.


“걱정 마, 오빠. 우리가 친남매는 아니니까.”


친남매라면 걱정을 해야 된다는 뜻인가?

하기야 이 아이가 나의 친동생일 가능성은 0에 가깝다. 줄리아는 아버지를 하나도 안 닮았다.


나는 10년 넘게 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아버지는 돈을 벌어오겠다며 이세계 차원으로 건너간 뒤 한 차례도 돌아오지 않았다.

이세계 용병.

그것이 아버지의 직업이다.


10여년 전, 이세계로 통하는 게이트가 지구상에 열렸다.

이세계는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판타지 월드였다. 엘프, 드워프, 몬스터, 마법. 선조들의 기록은 공상이 아니라 상당부분 사실이었다.

지구와 이세계 사이에서 교류가 벌어졌다.

게이트에서 마나가 흘러들어와 지구인을 각성시켰다. 초능력을 얻은 각성자들이 이세계로 건너가 용병 노릇을 했다.

전쟁.

길드.

몬스터 사냥.

우리 아버지도 이세계로 건너간 용병 중 하나다. 마치 1980년대 우리나라 건설 노동자들이 돈을 벌러 중동으로 향한 것과 비슷하다.


아버지는 짐꾼이라고 들었다.


덕분에 나는 아버지가 보내준 돈으로 생활비를 충당하고 대학교 등록금을 지불했다. 밥은 식당에서 사먹거나 라면을 끓였다. 친엄마는 오래 전에 아버지와 이혼하고 미국 남자와 재혼했다.

나는 혼자 살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나는 욕심이 별로 없고 운전도 안 하고 여친도 못 사귄다. 돈 얼마 안 쓴다. 아버지는 나에게 충분히 잘 해준다.

아버지는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이세계에서 재혼할 줄은 몰랐는데.


상당히 충격이다.

아버지는 평범하다. 얼굴은 보통, 키도 보통, 돈은 별로 없다. 나이만 많이 먹었다.

게다가 이혼남이다.

대체 어떻게 이세계 여자를 꼬셨지?

설마···


한국에서 평범한 이혼남이 이세계에서는 초절정 인기남?!


부럽다.

나도 가고 싶다.

심지어 줄리아의 외모로 미루어볼 때 새어머니는 압도적 미녀가 틀림없다. 유전자는 이어지니까.


새엄마가 너무 예쁨.

기분이 묘하다.


물론 지금까지의 모든 가정은 줄리아가 정말로 내 동생일 때만 성립한다.

이 초딩만한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라면?

줄리아가 내 마음을 읽었는지 품속에서 편지를 꺼냈다.


“아빠가 쓴 편지야. 오빠한테 주라고 했어.”


나는 조막만한 손에서 편지를 건네받았다.

편지봉투를 열자마자 사진이 튀어나왔다. 내 아버지가 낯선 여자와 볼을 맞대고 셀카를 찍었다. 아버지는 늙었고 여자는 젊었다.

그리고 아름다웠다.

초현실적인 미모.

금발에 푸른 눈. 이 세상 사람이 아닌 듯한 분위기.

그녀는 줄리아와 닮았다.

아니, 줄리아가 사진 속 여자와 닮은 거겠지. 엄마와 딸이니까.

나는 편지를 읽었다.


[상식아, 아빠다. 잘 지내냐? 나는 잘 지낸다. 아빠는 이세계에서 아주 행복하다. 일은 힘들지만 보람이 있다. 이세계 주민들도 다들 친절하다···]


그렇겠지. 잘 지내니까 집으로 안 돌아오겠지.

편지가 이어졌다.


[너한테 고백할 것이 있다. 나 재혼했다. 미리 알리지 못해서 미안하다. 경황이 없었다. 새엄마는 좋은 사람이다. 정확히 말하면 사람은 아니고 악마다. 서큐버스라고···]


내가 편지를 떨어뜨렸다.


뭐?

서큐버스?

악마?

이런 미친···

제정신입니까, 파더?

아무리 외로워도 그렇지 악마랑 재혼을···


나의 생각은 끊기고 말았다.

만약 새엄마가 악마라면 눈앞에 있는 줄리아도 악마다.

악마의 피.

악의 씨앗.

여동생이 서큐버스.

이거··· 괜찮을까?

내가 조심스레 물었다.


“줄리아, 우리 아빠가 그러는데 너희 엄마가 서큐버스라는데···”


줄리아가 단물 다 빠진 나무막대기를 핥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응. 울 엄마 서큐버스야.”

“그러면 너도···”

“나도 서큐버스야.”


나는 스마트폰으로 서큐버스에 대해 검색해보았다.

서큐버스(Succubus).

중세 유럽에서 믿었던 악마.

이들은 육감적인 몸매와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무기로 남자를 유혹해 정기를 빨아먹는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음란마귀다.


내 여동생이 음란마귀.


위험하다. 무엇이 위험할 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위험하다.

내가 물었다.


“줄리아, 엄마랑 같이 안 살고 왜 한국으로 왔어? 이곳은··· 헬인데.”


줄리아가 시무룩해졌다.


“마계는 위험해.”

“위험?”

“전쟁이 났어. 옆 나라 마왕이 우리 왕국에 쳐들어와서 귀족들 막 죽이고 우리 왕도 처형하고 그랬어. 엄마는 도망쳤어. 엄마도 왕족이거든.”


아아··· 전쟁.

그것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다.

줄리아는 전쟁을 피해서 한국에 왔다. 아마도 아버지가 설득했을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안전한 편에 속하니까.

게다가 마계는 피가 튀고 살점이 날리는 세계. 학살이 일상적으로 벌어진다고 들었다.

아마 줄리아도 왕족의 혈통을 이어받았으므로 마계에 계속 남아있었다면 옛날 우리나라 조선시대처럼 처형당했을 것이다.

삼족 멸하기.

전제군주정의 특징이다.

나는 편지의 나머지 부분을 읽었다.


[줄리아를 잘 보살펴라. 비록 피는 안 섞였지만 그 아이는 이제 네 여동생이다. 사랑으로 감싸 안아라. 아마 너도 줄리아와 함께 지내다 보면 동생을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왜냐면 줄리아는 서큐버스니까.]


편지가 끝났다.

이제는 믿을 수밖에 없다. 줄리아는 우리 아버지 사진을 가져왔고, 편지에는 아버지의 부탁이 적혀 있다.

아버지가 재혼했다.

줄리아는 내 동생이다.

피가 섞이지 않은 여동생.

종족마저 다르다.

인간과 마족.

하지만 말은 통한다. 서큐버스는 타고난 언어 천재다. 그래야 이세상 모든 남자를 꼬실 수 있다.

다행히 줄리아는 한국말을 얼추 배워서 왔다. 아마도 아버지가 가르쳤겠지.

그런데 아버지는 왜 줄리아와 함께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고 이세계에 남았을까?

줄리아가 대답했다.


“한국은 집값이 너무 비싸대.”

“엉?”

“이세계 집 팔아서 한국 집 못 산대. 그래서 나만 왔어.”


으음···

아버지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나는 원룸에서 살고 있다. 두 명만 들어왔는데도 공간이 빠듯하다.

그렇다고 새 집을 구입할 형편도 아니다. 기껏해야 경기도 외곽의 전월세다. 가만히 있어도 돈이 술술 빠져나간다.

아버지는 그렇게 살 바에야 물가 저렴한 이세계에서 신혼생활을 즐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현명하시네.

나는 어쩌라고.

취직 준비해야 되는데. 알바도 가야 하고. 초딩 여자애 먹여살리려면 돈이 엄청 깨질 텐데.

줄리아가 말했다.


“그리고 아빠가 나한테 오빠랑 같이 돈 벌라고 했어.”


내가 귀를 의심했다.


“돈을 벌어? 네가? 어떻게?”

“이렇게.”


줄리아가 나를 끌어안고 볼에 뽀뽀했다.


“헉!”


나는 각성했다.


-


서큐버스는 육체적 능력이 빈약한 대신 수컷 생물체를 유혹해 호위무사로 거느릴 수 있다.

나는 유혹당했다.

상태창이 그 증거다.


[이름 : 김상식]

[클래스 : 호위무사]

[능력 : 격투술, 방패 숙련, 회피, 아군 보호···]

[주의! 마스터가 사망하면 호위무사도 사망합니다!]


미친.

말이 좋아 호위무사지 사실상 노예다. 나는 이제 죽을 때까지 줄리아를 보호해야 한다.

이런 각성, 원하지 않았다.

줄리아가 해맑게 웃었다.


“오빠랑 나는 이제 한 몸이야.”

“뭐··· 뭐?”

“한 몸. 원 파티. 마나 채널링.”


줄리아는 한국어가 아직 서툴렀다. 대충 우리가 운명공동체라는 뜻이었다.

운명공동체.

경제공동체.

공주님의 호위무사.

하여튼 그런 식이다.


아버지. 이것이 당신이 원하던 가족입니까?


줄리아의 배에서 소음이 났다.


- 꾸루룩


그녀가 배를 문질렀다.


“오빠, 나 배고파.”


우리집에는 먹을 것이 라면뿐이다.

내가 물었다.


“라면 끓여줄까?”

“싫어. 지겨워. 여기 오면서 라면만 먹었어.”


아버지가 차원 밀입국 브로커에게 돈을 적게 준 모양이다.

내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뭐 먹고 싶은데?”

“몰라. 나 인간 음식 잘 몰라.”

“으음··· 알았다. 일단 나가자.”


나는 외식을 결정했다.


-


외식이라고 해서 딱히 대단한 건 아니다.

나는 줄리아를 집 근처의 분식집에 데려갔다. 허름한 상가 건물 1층에서 중년 아주머니가 홀로 음식을 판다.


“학생들, 떡볶이 먹고 가!”


교복 차림의 고등학생들이 가판대에 서서 튀김과 떡볶이를 먹는다. 다들 덩치가 크다. 밥 잘 먹게 생겼다.

나는 줄리아를 분식집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기름 냄새와 양념 냄새. 줄리아가 음식 향기에 흥분했다.


“맛있겠다!”


맑은 목소리. 귀여운 말투. 약간은 어색한 발음.

사람들의 이목을 끈다.

떡볶이를 먹던 남자 고등학생 무리가 줄리아를 흘끗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단체로 숨을 들이켰다.


“으헉?”


한 놈이 젓가락을 떨어뜨렸고, 다른 놈은 오뎅 국물을 질질 흘렸다. 돈을 내려고 지갑을 열던 녀석은 만 원짜리 지폐를 손에 쥔 채 벌벌 떨었다.


“카··· 카와이···”


충격적인 귀여움.

압도적인 카와이함.

애니메이션에서만 보던 바로 그 생명체.


이세계와 인간 세계가 연결된 지 한참 지났지만 민간인의 왕래는 드물었다. 외국인이 한국에 들어오려면 각종 심사를 거쳐야 하듯이, 이세계 생물체 또한 방역과 치안을 이유로 입국이 금지된다.

때문에 고등학생들은 서큐버스를 처음 보았다.

서큐버스는 사람과 거의 똑같이 생겼다. 꼬리를 옷 속에 넣고 작은 뿔을 머리카락 안에 숨기면 영락없는 인간이다.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 엄청난 미인.

인간의 범주를 넘어선 아름다움.

남고생들은 호르몬이 한창 분비될 나이다. 김밥 할머니를 보고도 흥분한다. 그러니 서큐버스에게 정신을 빼앗기는 것이 당연하다.

줄리아가 손가락으로 음식을 가리켰다.


“나 저거 먹을래.”


내가 되물었다.


“어떤 거? 튀김?”

“아니. 길쭉한 거.”

“순대?”

“단단한 거.”

“돈까스?”

“약간 휘어진 거.”

“아하, 소시지.”


소시지.

줄리아가 음식 이름을 되새겼다.


“소시지!”


그러자 지갑을 들고 있던 남고생이 무언가에 홀린 듯 만 원을 분식집 주인 아주머니에게 내밀었다.


“아줌마, 소시지도 계산해주세요.”


아주머니가 고개를 갸웃했다.


“들고 가게?”

“아니요. 저 아이 주세요.”


남고생이 줄리아를 가리켰다.

그러자 줄리아가 제자리에서 방방 뛰며 남고생에게 감사를 표했다.


“우와, 고맙습니다. 잘 먹을게요, 오빠!”


오빠.

그 단어가 남고생의 귓구멍으로 들어가 대뇌를 타격했다.


“헤으응···”


남고생이 볼을 붉혔다. 눈동자에 초점이 풀리고 무릎이 휘청거렸다. 전율을 느낀 것이 분명했다.

나는 감탄했다.

서큐버스가 돈을 버는 방법.

줄리아는 타고난 꽃뱀이었다. 남자 등쳐먹기를 유전자 수준에서 학습했다.

다만···


아직 초딩이잖아!


줄리아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두꺼운 소시지를 입에 넣었다.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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